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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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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52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10.11 21:00
조회
579
추천
13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DUMMY

실험실을 향해서 생추어리의 대원들이 쏟아내고 있는 총알의 비를 바라보면서 마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빈센트가 자신에게 워 아머가 든 상자를 내밀었을 때, 마크는 빈센트가 자신에게 한 명령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있었다. 빈센트가 말했던 최후의 실험. 그 실험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마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생추어리의 대원들이 가져온 상자의 내용물이 워 아머인 것을 보자마자, 관영은 빈센트에게 화를 내면서 외쳤었다.


“이건 죽으라는 의미가 아닙니까?!”


워 아머라는 것은 생추어리에서 제작한 시작품으로 전신을 감싸는 갑옷이다. 웬만한 총알도 튕겨내는 높은 방어력으로 인해 착용자가 쉽게 죽지 않도록 해줌과 동시에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무기를 착용할 수 있는 기능. 게다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투구까지 달려있는 전투형 갑옷이었다.


하지만 워 아머는 이런 장점들만이 존재하는 갑옷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전신을 감싸는 거대한 크기 때문에 착용자들은 갑옷이 가진 무게에 짓눌려서 본래 자신의 움직임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을 보완하자니 착용자의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수단은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약물이라는 것은 ‘이모탈’ 이라고 불리 우는 약물로써 생추어리에서도 금기시되는 약물이었다.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긴 하지만, 마치 그것이 평생에 쓸 힘을 다 끌어오는 것처럼 이모탈을 사용한 사람은 무조건 늙어서, 미라가 되어 죽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이 저주받을 약물은 오직 척추를 통해서만 투입이 됐다.


결국에는 워 아머를 입는다는 것은 전투에서 죽거나, 전투가 끝난 후에 죽거나 둘 중에 하나일 뿐. 이 저주받을 갑옷을 착용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이것이 윤성을 상대하기 위해서 빈센트가 주는 선물이라고 하니. 관영이 노발대발했던 것도 이해가 갈 일이었다.


“워 아머라니요! ‘BIRD’가 된 순간부터 당신의 밑에서 개가 되어서 일했던 마크를 이렇게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빈센트는 악에 받친 관영의 외침에 귀를 긁적거리고만 있었고,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워 아마가 든 상자를 살펴보던 마크는 투구 쪽에 있는 자신과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고, 그 사진을 발견하자마자 빈센트가 자신에게 어떤 협박을 가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화를 내고 있는 관영을 말리면서 말했다.


“그만두세요. 호크 대장님. 받은 명령이 있으면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게 저희 ‘개’들의 일 아니겠습니까···.”


관영은 마크의 생각을 돌리기 위해서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 마크의 행동에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관영이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빈센트는 귀에서 파낸 오물들을 입 바람으로 제거하면서 말했다.


“이제 기분은 다 풀렸나? 자 그럼, 크로우 대원. 잘 부탁하네. 자네가 이 부대를 지휘하면서 윤성과 잘 싸워주기만 하면 되네. 아, 로그라는 그 짐승도 함께 나올 수 있으니, 그 점도 생각해 놓게나.”


빈센트는 능글맞은 얼굴로 마크에게 말을 건넨 후에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관영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말했다.


“호크 대장. 자네는 여전히 내 호위를 해야 하는 입장이네. 그리고 난 지금 오랫동안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무척 아파. 그러니 날 업고,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 주면 되겠네. ···지금 명령도 불복종하진 않겠지? 힘들어하는 노인을 앞에 두고 말이야? 응? 마음씨가 넓어진 호크 대장이라면 거절하진 않겠지? 아하하!”


관영을 향해 깐족거리는 빈센트의 말에서 ‘BIRD’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알 수가 있었다. 관영은 말없이 빈센트에게 다가가 등을 내밀었고, 이에 빈센트는 흡족하다는 듯이 관영의 등에 몸을 실었다.


가뿐하게 빈센트를 들어 올린 관영은 빛이 꺼져나간 눈으로 마크를 쳐다보았고, 마크는 관영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그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관영은 빈센트를 업은 채로 지하 탑의 꼭대기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BIRD’가 된 이후부터 파트너로서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관영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크는 생각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게.’


관영이 마크에게 향한 눈빛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관영은 좋은 사람이었다. ‘BIRD’ 답지 않게 마음씨가 따듯했고, 생추어리의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도 그 임무에 휩쓸린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과는 많이 달랐다. 이기적이고, 오로지 임무에만 충실했던 기계와도 같던 자신과는 달랐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돌아가셨던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있는 듯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좋은 파트너였다. 그리고 점차 그런 관영에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는지, 마크는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이 검은 성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았다. 자신도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그런 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들을 배신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실험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윤성과 로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지는 총알의 비에 다시 실험실 안으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마크는 잠시 손을 들어서 대원들에게 사격을 중지하고, 폭탄을 실험실 안으로 던져 넣으라는 수신호를 보냈고, 그 수신호를 보자마자, 대원들은 실험실 안으로 일제히 폭탄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콰앙!”


다시금 실험실 안에서 폭발음이 울리기 시작하자, 마크는 다시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자신이 ‘BIRD’가 되기 전에도 언제나 이런 소리가 오가는 장소가 자신이 살아왔던 장소였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존경하던 아버지는 용병이면서도 언제나 자신과 어머니에게 따듯한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테러범들에게 돌아가시게 되자, 마크는 복수심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용병이 되었고, 생추어리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아버지의 복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그 복수를 행하는 것을 반대하셨다. 남편에 이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고 싶지 않으셨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마크는 아버지의 복수를 마무리 지은 후에 이 일에서 손을 떼려고 했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그 타이밍에 어머니께서 불치병에 걸리고 말았다. 신이 있다면 자신의 운명의 실타래를 왜 이렇게 짜놓은 것인지 따지고 싶을 정도로 마크는 좌절했었다.


어머니의 병은 큐어를 이용해도 낫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병이었고, 심각한 병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때, 빈센트가 자신에게 다가와 ‘BIRD’가 되면 자신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겠다고 말했다.


무슨 다른 방도가 있었겠는가? 마크는 그 늙은 악마가 내미는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BIRD’가 되어 생추어리의 아니, 빈센트의 무기가 되어 그가 내리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살아왔다. 생체 개조를 당하면서 받은 고통은 덤이었다.


그 늙은 악마는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어머니의 병은 호전되었다가 다시 악화되기가 일수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는 순간은 언제나 자신이 임무에 실패하거나, 임무의 내용에 반발하는 경우였다. 빈센트는 어머니의 병이 워낙 희귀하고, 완치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둘러댔지만, 마크는 그 늙은 악마가 어머니의 병을 일부러 고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빌어먹을 악마 놈!’


애초에 그 늙은 악마의 손을 잡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그 악마의 족쇄에서 마크는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제는 이렇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이 되었다.


그 늙은 악마는 자신에게 반발을 하거나, 자신의 명령을 받아들지 않는, 그냥 자신에게 순종적이지 않은 모든 자들을 어떻게든 싹을 잘라놓는 것을 즐기는 자였다. 이 지하 탑에 오고 나서 자신과 관영이 그의 선택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가만히 놔두고 볼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마크는 빈센트가 내린 죽음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사진. 자신이 침대 머리 쪽에 언제나 꽂아 넣고 있던 병이 걸리시기 전에 어머니와 함께 찍었던 그 사진. 그 사진이 워 아머가 들어있던 상자에 같이 들어가 있었다. 저 늙은 악마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에 아주 능했다. 마크는 어머니를 버릴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고, 그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크가 자신의 운명의 실타래를 이렇게 짜놓은 신에게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빈센트가 자신의 어머니를 완전히 치료해주는 것. 오직 그것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마크는 관영 역시 무사히 이 지하 탑을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나마 이렇게 죽는 것이 자신들이 배신한 안식처의 사람들을 향한 최소한의 속죄라도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표적 두 마리. 모두 무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의 생각을 깨면서, 생추어리의 대원 중의 하나가 마크에게 보고를 했다. 그리고 마크는 자신의 척추를 타고, 이모탈이 자신의 안으로 완전히 흡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너희들은 꼭대기까지 가는 길을 지켜라. 여긴 내가 맡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스럽다는 듯이 질문하는 대원의 말에 마크는 발끈했다. 괜찮겠냐고? 이미 워 아머를 입고, 이모탈을 몸에 주입한 사람에게 괜찮겠느냐고? 하지만 그의 투구사이로 보이는 대원의 표정은 진실 되어 보였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쓸모없어져 내쳐지고 있는 개의 말로를 보고 있자니 동정심이 드는 건가?’


마크는 괜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어차피 난 마지막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이 지켜야 하는 곳으로 가라.”


이에 생추어리의 대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마크를 향해서 경례를 한 후에 재빨리 자신들이 맡은 곳을 향해서 지하 탑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크는 대원들에게 받은 경례에 괜히 마음이 우쭐해지면서, 나지막하게 자기 자신을 향해서 속삭였다.


“마지막 가는 길이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군.”


생각을 마친 마크는 자신이 애용하던 무기인 개틀링 건을 손에 쥐었다. 손에 닿은 개틀링 건의 감촉과 손잡이에 써진 ‘가족’이라는 낙서를 보자니, 자신이 ‘딘’ 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그 개틀링 건이 분명했다. 존경하던 아버지의 이름을 붙였던 그 개틀링 건.


“···빌어먹을 늙은이 같으니. 마지막까지 사람의 마음을 뒤틀리게 만드는군.”


마크가 빈센트가 준비한 무대의 소품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그 늙은 악마를 욕하고 있을 때에 실험실에서 나오고 있는 불길과 연기 사이로 윤성과 로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빈센트가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다르게 윤성의 모습은 근육이 두꺼워지고,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눈이 붉게 빛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하하. 그 늙은이. 이 광경을 보면 화가 좀 많이 나시겠군.”


이런 상황이지만, 마크는 빈센트의 실험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실소를 감출 수가 없었고, 빈센트의 실험을 실패하게 만들어 준 윤성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실험실 바깥으로 나온 윤성이 워 아머를 입고 있는 자신을 알아보는 듯이 로그가 공격하려는 것을 제지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이성을 잃지도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하하! 대단한 사람이야! 너는!”


마크는 그런 윤성과 로그를 향해서 개틀링 건을 작동시키면서 외쳤다.


“화려한 마지막이 되도록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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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6) +1 16.10.13 608 11 13쪽
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5 11 13쪽
»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80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5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0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40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4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0 11 14쪽
5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599 9 12쪽
5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8 10 12쪽
5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6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3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46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2 11 12쪽
44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5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5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5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2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8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0 12 13쪽
3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7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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