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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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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31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9.13 21:00
조회
684
추천
10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DUMMY

윤성과 진아가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동안에 홀로 서있던 종인을 향해 제호와 혜진이 다가왔다. 혜진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종인의 손을 잡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종인에게 말했다.


“오빠···. 안 가면 안 돼?”


종인은 울먹이는 혜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어. 나는 이 일에 동행하는 것이 저 두 분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비록 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두 분을 어떻게든 지켜드리고 싶어.”

“으아앙! 오빠!”


결국, 종인의 말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혜진의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혜진은 종인의 품에 안겨 계속 울어대기 시작했다. 종인은 그런 혜진을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말했다.


“우리 조그만 공주님. 걱정하지 마. 오빠 무사히 돌아올게.”

“흑흑.”


혜진은 종인의 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을 쏟았고, 제호는 탈골됐던 팔에 부목을 한 채로 종인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종인아. 역시 나도 같이···.”


종인은 제호의 말을 끊으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넌 여기에 남아서, 내 동생과 사람들을 지켜줘. 여길 지켜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걸 알잖아? ···부탁할게.”


제호는 종인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꼭 살아서 돌아와라.”


종인은 제호의 손을 맞잡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내 동생한테 좀 잘해줘라. 하하하.”


종인은 두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제호는 종인이 억지로 웃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종인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던 제호는 종인의 말을 듣고, 힘없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 이상 어떻게 더 잘해 주냐? 하하하.”


종인은 제호가 슬픈 얼굴로 너스레를 떨면서 말하자, 그를 살짝 쥐어박으면서 웃었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윤성과 진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너무 진아씨를 미워하지 마. 아마 혜진이를 위해서 네가 가지 못하도록 너의 팔을 꺾은 걸 테니까.”

“쳇.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아직 저 두 사람이 수상하긴 하지만, 군말 없이 위험한 곳으로 동행하려는 걸 보면 뚝심은 있는 것 같군. 그건 인정해주지.”

“하하하, 그래.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네 마누라 좀 나한테서 떼어봐.”


제호는 종인의 말에 웃으면서 종인의 품에 매달려 있는 혜진을 달래서 종인의 품에서 떼어냈고, 종인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이 과장된 몸짓을 보이며 마굴의 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제호는 이제 자신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혜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만 울고 네 오빠를 봐. 떠나는 모습을 잘 봐줘야지. 마지막 남은 가족인데.”


혜진은 제호의 말을 듣고, 눈물을 닦아대면서 종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려 노력했지만, 그 뒷모습을 볼 때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종인이 마굴의 입구에 도착하니 보니 입구에는 마크와 빈센트밖에 보이지 않았다. 종인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벽 뒤로 숨어있는 마크에게 말했다.


“지금 사람들을 피해 숨어계신 거예요?”

“···난 눈물 나는 상황이 싫어.”


종인은 웃으면서 마크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고, 마크는 그런 종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애들이랑 잘 인사하고 왔어?”

“네. 아주 후련하다는 듯이 보내주더라고요.”

“···아무리.”


마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종인을 바라봤지만, 종인은 괜찮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웃어댔다. 이윽고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마친 윤성과 진아가 도착했고, 진아는 빈센트를 보자마자 투덜거렸다.


“아이들이 영감님한테도 조심해서 다녀오시라고 전해 달래요. 왜 아이들하고 작별인사도 안 하셨어요?”


빈센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자신에게 질문하는 진아를 외면했고, 진아는 빈센트의 행동에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나이도 많은 양반이 부끄러워하시기는···.”

“···시끄러워.”


빈센트는 코를 만져대면서 진아에게 한마디를 내뱉었고, 빈센트가 쑥스러워하는 모습에 마크를 제외한 사람들은 미소를 지었다.


관영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한 후에 가장 마지막에 입구에 도착했다. 관영의 뒤에는 윤성이 처음 보는 두 사람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런 윤성의 시선을 눈치 챈 관영이 어깨를 주무르면서 말했다.


“아이고, 인사하다가 팔이 다 빠질 뻔했네. 아, 참 소개를 해야겠지. 이쪽이 이형기, 저쪽은 이형일이네. 둘이 형제고, 어제 갑자기 지원해 온 사람들이네.”


관영의 소개를 끝으로 윤성과 진아, 그리고 빈센트는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눴고, 종인은 관영에게 다가가 그에게 귓속말로 질문했다.


“제호는 저 사람들이 가는 걸 알고 있습니까?”

“아니. 절대로 말 안 했지.”

“잘하셨어요. 역시 대장님이십니다.”


종인은 말을 마치며 관영에게 주먹을 들어 올렸고, 관영은 피식 웃으면서 종인이 내민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부딪쳐주었다.


형기는 윤성과 악수를 나눈 후에 잠시 관영쪽을 바라본 후, 차가운 목소리로 윤성에게 말했다.


“대장님께 이야기를 들어서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우리가 당신들과 룰루랄라 지낼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쇼.”


형일 역시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보기엔 당신들은 대장님을 사지로 몰아놓은 역귀 같은 놈들이니까.”


말을 마친 형기와 형일은 윤성에게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면서 지나갔고, 이에 진아가 발끈하여 두 사람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윤성이 진아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그녀를 제지했다. 진아는 자신을 말리는 윤성에게 따지기 위해서 그를 돌아봤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윤성의 슬픈 표정이 눈에 들어오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애꿎은 벽만 발로 찼다.


“이제 들어가도록 하세.”


관영이 일행의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고, 그의 뒤를 따라 로스트 킹덤으로 향하는 원정대들은 각자의 생각을 품은 채로 입을 벌리고 있는 마굴로 하나 둘씩 들어가기 시작했고, 남겨진 사람들은 함성을 질러 원정대를 격려하면서 그들을 배웅했다.


일부 지역에 빛이 들어와 있는 로스트 트레인은 여러 가지 그림들이 벽에 그려져 있었는데, 대부분은 색이 바래 진 모습을 하고 있었고, 특히 원정대의 정면에 보이는 로스트 트레인을 타고 즐거워하는 가족들이 그려진 그림의 훼손이 제일 심했다. 그리고 윤성은 그 그림을 지나치면서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계속 느껴지고 있었다.


마굴에 들어선 후에 관영은 원정대를 살피면서 각자 서야 하는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식량을 담은 배낭은 윤성이 지고 가기로 했다. 빈센트 같은 노인이 들기에는 배낭의 무게가 제법 나가는 편이었고, 원정대 중에서 윤성이 총을 제일 못 다루는 것도 컸다. 하지만 비록 잘 다루지 못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기에 윤성도 총을 지급받은 상태였는데, 윤성은 총을 오른쪽 어깨에 아무렇게나 걸치고, 배낭을 왼쪽 어깨에 멘 채로 종인과 함께 일행의 제일 뒤에서 이동하기로 했다.


다른 일행들은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여 단단해 보이는 방탄재질의 옷을 입고 있었다. 관영은 형기 형제에게 일행의 전방을 책임지도록 지시했고, 빈센트와 진아는 가운데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양옆은 자신과 마크가 각각 담당하도록 위치를 정한 관영은 원정대들에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일단 이 마굴 안에 스케빈저들 외에 어떤 놈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해서 이동하도록 하겠네. 일직선으로 뚫려 있는 동굴이니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거고, 부디 모두 살아서 로스트 킹덤에 도착하도록 하세.”


일행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원정대는 형기 형제를 선두로 로스트 킹덤을 향해 마굴 안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빛이 들어와 있는 마굴의 내부는 굉장히 화려해 보였다. 그냥 로스트 킹덤으로 이동하는 놀이기구의 내부라고 하기엔 꽤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였다.


고생물에 대한 그림이나 뼈를 벽에 전시해놓았고, 홀로그램 텔레비전들이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면서 일부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인지 원정대가 지나갈 때마다 홀로그램 텔레비전에서는 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하여 로스트 킹덤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원정대에게는 그것도 나름대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윤성은 빈센트와 혜진의 뒤에 자리를 잡고, 그들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짐 때문에 후방에 대해 경계를 하기 힘든 것이 이유였는데, 대신 종인이 계속 뒤를 살피고 있어서 괜찮은 듯 보였다. 이윽고 원정대가 로스트 트레인이 움직이는 선로에 도달하자, 관영은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로스트 트레인을 가동시키는 정비소로 향한다. 계속해서 주변 경계를 철저하게 해.”


관영은 긴장한 얼굴로 원정대에게 지시했고, 원정대의 모든 사람들은 말없이 관영의 의견에 수긍하면서, 점점 더 깊숙이 마굴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편, 원정대가 마굴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들을 느끼고, 눈을 뜬 존재가 있었다. 어둠과 일체화되어있는 듯이 보이는 검은색의 몸을 서서히 일으킨 마굴의 주인은 거대한 몸에서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며, 자신의 기척을 죽인 채로 서서히 동굴의 천장에 매달려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굴의 주인은 그토록 기다리던 사냥감들이 도착한 것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그들을 기다리면서 텅텅 빈 자신의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흡족하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쉿쉿’거리기 시작했다.


마굴의 안쪽은 원정대의 생각과는 다르게 일직선으로 설계되지 않았었다. 그래도 딴에는 놀이기구라서 롤러코스터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려고 한 것인지 왼쪽과 오른쪽으로 이리저리 휘어져 있었고, 마굴 안을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원정대는 쓸데없이 체력이 소모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원정대의 짜증은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통로가 이리저리 휘어진 건 둘째 치더라도 군데군데 깊은 물웅덩이가 있어서 이동하는 데 더 힘이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짜증이 극에 달했던 원정대가 구불구불한 구간을 거의 벗어날 때쯤에 그들의 앞에 빛이 끊기고, 어둠이 내려앉은 지역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일단 모두 벽에 붙은 채로 조심스럽게 그 지역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젠장. 저기는 전등이 부서졌나 보군.”


관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크는 허리띠에서 여러 개의 둥근 기둥을 꺼내 그것들을 꺾었고, 둥근 기둥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윤성은 마치 아이처럼 그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마크는 자신이 꺼낸 기둥들을 어두운 지역을 향해 던져댔다. 바닥에 깔린 빛 기둥들 덕분에 어둠이 어느 정도 걷히면서 기계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크가 말했다.


“정비소로군. 드디어 도착했어.”


원정대는 마크의 말에 기뻐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원정대 중에 유일하게 형일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형일은 아까 마크가 빛을 내는 둥근 기둥을 던지던 순간, 자신의 눈에 보였던 이상한 광경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빛이 닿으면서 어둠이 물러날 때에 마치 어둠의 일부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던 형일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해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한 편, 정비소의 근처에 몸을 숨긴 마굴의 주인은 자신의 거대한 외눈을 닫은 채로 열 감지로 정비소를 향해 걸어오는 원정대를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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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6) +1 16.10.13 608 11 13쪽
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5 11 13쪽
6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79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5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0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39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4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0 11 14쪽
5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599 9 12쪽
5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8 10 12쪽
5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6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3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46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2 11 12쪽
»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5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5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5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1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8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0 12 13쪽
3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6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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