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86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9.23 06:00
조회
599
추천
9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DUMMY

해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어둠이 도망치듯이 몸을 숨기기 시작했고, 곧 온 사방에 빛이 뻗어 나가면서 눈을 뜬 새들이 노랫소리를 지저귀기 시작했다.


윤성과 진아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분수대 밑에서 잠이 들어있었는데, 그런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윤성은 자신들에게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재빨리 눈을 뜨고 돌아보았고, 그런 윤성의 눈앞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빈센트가 있었다.


“밤새 어딜 가서 안 돌아오나 했더니. 이런 데서 일을 치르고 있던 건가?”

“네? 아, 아닙니다. 박사님. 일을 치르다니요.”


빈센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직 자고 있는 진아를 바라보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윤성에게 말했다.


“진아를 데리고 야영지로 오게. 슬슬 출발해야 하니까.”


작은 소리로 구시렁대면서 빈센트는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고, 민망스러운지 윤성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조심스럽게 진아를 깨웠다. 아직 더 자고 싶었는지 진아는 약간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다.


“하암. 윤성씨 잘 잤어요?”

“아, 네. 잘 잤어요.”


진아는 아직도 졸린다는 듯이 눈을 감은 채로 윤성에게 인사했고, 윤성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진아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잠이 어느 정도 가시자 진아도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부끄러워했고, 잠시 어색한 순간이 이어지자 윤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진아에게 말했다.


“아, 맞다. 박사님이 이제 출발한다고 하시던데요. 얼른 가보도록 하죠.”


말을 마친 윤성은 급하게 움직이다가 발이 꼬여서 넘어졌고, 진아는 그런 윤성을 보고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풋. 윤성씨 괜찮아요?”


윤성은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한 마음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고, 진아는 그런 윤성의 앞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윤성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얼굴을 마주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곧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다시 한 번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햇빛이 반사되는 빛나는 분수대에서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윤성과 진아가 상기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오자, 야영지의 사람들은 모두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서로 손을 꼭 잡고 오는 두 사람을 보며 관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청춘남녀가 데이트를 하고 왔나 보군.”


관영의 말에 윤성과 진아는 얼굴을 나란히 붉히면서, 허둥지둥 자신들의 무기를 챙겼고, 서둘러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관영은 로스트 킹덤으로 출발하기 전에 원정대를 돌아보며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 앞에 어떤 괴물들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도록 하세. 특별한 경우에는 수신호를 이용해서 지시하겠네. 몇 가지 사인을 정하고 가도록 하지.”


원정대는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하여 수신호를 정한 후에 식물들로 뒤덮여있는 로스트 킹덤으로 향했다. 선두는 관영이 맡기로 했고, 빈센트가 가운데, 마크는 왼쪽을 진아는 오른쪽을 맡기로 했다. 윤성은 이번에도 후방을 담당하게 됐다.


진영을 유지하면서 입구를 향해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원정대는 로스트 킹덤의 입구에 도착했지만, 거대한 식물들로 인해 입구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자, 관영은 한숨을 쉬면서 원정대에게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칼은 너무 짧아서 안 되겠고, 윤성과 마크가 앞장서서 도끼와 정글도로 식물들을 좀 치우면서 이동해야겠군. 우리가 식물들을 처리하는 소리가 이 안에 있는 괴물들을 자극할지 모르니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지.”


관영의 지시에 윤성과 마크는 각각 도끼와 정글도를 꺼내서 입구를 막고 있는 식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팔뚝만큼 자라있는 거대한 넝쿨들은 윤성의 도끼와 마크의 정글도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입구가 어느 정도 드러나자 관영은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제지한 후 말했다.


“그만. 그 정도면 됐네.”


두 사람을 제지한 후에 로스트 킹덤의 입구에 몸을 반쯤 내민 관영은 주변을 주의 깊게 살핀 후 고개를 까닥거리면서 원정대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내렸다.


“아우우우!”


원정대가 로스트 킹덤으로 드디어 발을 들이민 그때, 어디에선가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원정대는 모두 긴장하면서 처음의 진영대로 서로 몸을 바짝 붙인 채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소리일까요?”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소리에 윤성이 긴장한 목소리로 빈센트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빈센트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관영이 대신 대답하듯이 중얼거렸다.


“울음소리는 늑대랑 비슷한 것 같은데···. 이 동물원에 늑대가 있던가?”

“다이어 울프. 아마 그게 있었을 겁니다.”


관영의 중얼거림에 마크가 기억이 난다는 듯 대답했고, 이에 빈센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글쎄? 다이어 울프의 소리 같지는 않았는데···.”


원정대는 소리가 들린 쪽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관영이 경계태세를 푸는 신호를 보낸 후에 말했다.


“당장 우리를 공격해 오진 않지만, 이 동물원에 뭔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으니까. 이 진영을 유지하면서 이동하도록 하지. 자신이 맡은 쪽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게.”


관영은 로스트 킹덤을 훑어보면서 말을 이었다.


“···한순간에 당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관영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로스트 킹덤의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원정대가 모두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이 들어온 입구는 빠르게 자라나는 식물들로 덮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모습은 로스트 킹덤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온 먹이들을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식물들이 많이 자란 로스트 킹덤의 내부는 마치 밀림과도 같았다. 숨이 틀어 막힐 정도의 폭염이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습도가 높아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땀을 닦으면서 윤성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았다. 나무 사이로 강렬한 빛이 내리쬐고 있었는데, 그 틈 사이로 하늘을 덮고 있는 구조물이 얼핏 보이고 있었다.


그 구조물을 따라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밖에서 볼 때는 거대한 숲으로 보였던 로스트 킹덤이 본래는 돔 형태로 되어 있는 구조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렇게 습한 건가?”


윤성은 아직도 구조물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중얼거렸고, 그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관영이 윤성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 네. 죄송합니다. 대장님.”


윤성은 관영의 말에 다시 일행의 후방을 경계하는 임무로 돌아왔다.


생각과는 다르게 로스트 킹덤은 스컬지 감염체나 바질리스크같은 거대한 괴물들이 우글거리지는 않았다.


“생각보다는 조용한데요?”


마크가 의외라는 듯이 관영에게 말하자, 관영은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군. 괴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앞쪽에 뭔가 있습니다.”


윤성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자신의 감각에 걸려든 무언가에 대해서 경고를 했고, 원정대는 윤성의 말에 전투태세를 갖춘 후에 윤성이 가리킨 방향에서 풀숲 사이로 황갈색의 벽이 원정대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정대는 긴장하면서 일제히 총을 겨눈 채로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이동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윤성은 뭔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거대한 괴물로 보이는 황갈색의 벽 주변에 시체에 꼬이는 것처럼 파리 떼가 너무나 많았다.


잠시 파리 떼를 유심히 지켜보던 윤성은 몸을 일으키고, 황갈색의 벽을 향해 나아갔다. 윤성의 돌발행동에 다른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관영도 윤성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총을 내리면서 윤성의 뒤를 쫓아갔다.


윤성은 황갈색의 벽에 가까이 다가간 후에 벽을 따라 이동하면서 벽의 정체를 확인했다. 커다란 괴물의 시체였는데, 무언가에 당해서 뜯어 먹혔는지 벽으로 생각됐던 쪽을 제외하고는 뼈와 땅에 스며든 피, 그리고 시체에 꼬여 든 파리 떼들이 가득했다.


윤성을 따라온 원정대는 눈앞에 펼쳐진 시체를 보면서 경악했다. 이제까지 본 괴물 중에 제일 덩치가 커 보이는 괴물이었지만, 원정대가 경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런 괴물이 시체 상태로 있다는 것은 이 괴물을 죽인 존재가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원정대는 그 존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때, 빈센트가 담담한 표정으로 시체에 다가가 뭔가를 살피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빈센트는 원정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건 본래 크기의 절반 정도로 줄인 ‘브라키오사우르스’네. 살펴보니 스컬지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군.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세.”


윤성과 진아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대충 설명하는 빈센트의 모습이 왠지 미심쩍었지만, 계속 이동할 것을 독촉하는 빈센트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원정대가 자리를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근처 수풀에 숨어있던 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그림자는 원정대가 향한 방향을 바라본 후에 그들이 가는 곳을 알겠다는 듯이 빠르게 반대쪽 풀숲으로 사라졌다.


목적지인 실험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하도 긴장을 하면서 움직여서인지 금방 지친 원정대는 그늘에서 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런 휴식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안절부절못하면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런 데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니. 쯧.”


윤성은 빈센트가 로스트 킹덤에 들어온 이후부터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설명할 때마다 제일 신난듯하던 모습도 없어졌고, 진영을 자기 마음대로 이탈하여 대범하게 움직이면서 관영을 대신하여 원정대를 이끌고 있었다. 이상한 건 관영도 그런 빈센트에게 주의를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목적지에 다 왔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시는 건가?’


윤성이 진아를 바라보니, 진아도 빈센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그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윤성은 자신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실험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거대한 식물들 사이로 로스트 킹덤의 풍경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윤성은 뒤쪽을 경계하면서도 로스트 킹덤의 풍경을 신기하다는 듯이 둘러보았다.


다른 일반 동물원에 비해서 이곳에 있는 동물들이 워낙 거대해서인지 로스트 킹덤은 엄청나게 넓었고, 곳곳에 우리의 잔해로 보이는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우리가 대부분 부서져 있는 것을 보니 안에 있던 동물들은 다 탈출을 한 것 같았지만, 이제까지 브라키오사우르스의 시체 외에는 한 마리의 동물도, 심지어 도시에도 그렇게 넘쳐나던 괴물들도 발견하지 못한 윤성은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곳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거대한 밀림밖에 없었다.


“됐다! 드디어 도착했군!”


윤성이 로스트 킹덤의 풍경을 구경하며, 의문에 빠져있었을 때, 나머지 원정대는 목표로 하던 실험실에 도착했는지 빈센트의 환희에 찬 외침이 들려왔고, 이에 윤성은 잠시 의문을 접어두고, 원정대가 발견한 실험실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컬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6) +1 16.10.13 608 11 13쪽
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6 11 13쪽
6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80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5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0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40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4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0 11 14쪽
»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600 9 12쪽
5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8 10 12쪽
5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6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4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46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3 11 12쪽
44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5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6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6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2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8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0 12 13쪽
3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7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