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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36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9.02 21:30
조회
866
추천
10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DUMMY

마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었다.


“아마 내부는 대략 이렇게 되어 있을 걸세. 기억나는 대로 그려본 거야.”


관영은 바닥에 로스트 트레인의 단면도를 간단하게 그려내었고, 안식처가 되어 있는 백룡역을 가리키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보기에는 짧아 보일지 모르지만, 로스트 킹덤이 백룡시의 외곽에 있고, 백룡역은 백룡시의 중간쯤에 있네. 워낙 백룡시 자체가 커서, 로스트 트레인의 지하도를 통해서 로스트 킹덤으로 간다고 한다면···.”


관영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잠시 계산을 한 후 말했다.


“빨라도 10시간 정도? 내부에 스케빈저들이 넘쳐 나고 있는 상황이니. 최대한 교전을 피한다고 가정하면 그 정도 걸리겠지만, 교전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지.”


종인은 관영의 설명을 들은 후 혀를 차면서 말했다.


“너무 오래 걸려요. 지하라서 공기도 좋지 않을 테고,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서 걸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금방 피로가 몰려올 겁니다.”

“···그렇군. 아무리 봐도 쉽지는 않겠네.”


막막하다는 듯이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한숨을 쉬었고, 그때 진아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이 건물은 건전지 같은 게 없나요?”


마크는 진아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웬 건전지? 건전지가 이 상황에서 무슨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마크의 대답에 진아는 자신의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질문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저희가 아는 단어로 질문했네요. 저희가 이곳에 오면서 영감님이 설명을 해주신 게 있는데···. 건물 중에 번개를 담아두는 건전지 같은 게 있는 곳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생추어리에서 만든 거라고 하시던데, 그게 이 건물에도 있는지 궁금해서요.”


진아의 상세한 이야기를 들은 마크가 손뼉을 치면서 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 ‘볼트 룸’을 이야기하는 거였군. 그걸 건전지라고 하다니···. 그러니까 못 알아듣지.”


마크의 핀잔에 진아는 억울하다는 듯이 빈센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영감님이 그렇게 설명해준 거거든요?”


빈센트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외면하며, 관영이 그린 로스트 트레인의 단면도에만 집중하면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관영은 그런 빈센트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여전히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면 관심을 가지시지 않는군.”


진아가 말한 볼트 룸이 백룡역에 있는지 관영을 비롯한 마크와 종인이 한참을 생각했지만, 세 명 모두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고, 관영이 대표로 말했다.


“모르겠네. 그게 있는지 확실하게 살펴보지 않았거든. 당연히 검은 성벽이 깔려있으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들은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었거든. 그런데 볼트 룸이 있는 게 중요한가?”


진아는 관영의 질문에 로스트 트레인의 단면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지금 이 로스트 트레인이라는 게 백룡역과 로스트 킹덤을 연결하고 있잖아요? 저희는 지금 거기까지 뚫린 지하도만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렇지.”


관영과 마크는 당연한 것을 재차 설명하는 진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맥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진아는 개의치 않은 채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지하도를 걸어서 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괴물로 변한 쥐들 말고도 다른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종인씨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도 했고요. 제가 영감님께 듣기로는 로스트 킹덤이라는 곳은 볼트 룸이 설치되어 있어서 컴퓨터들이 계속 작동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영감님 맞죠?”

“아하. 진아가 말하려는 게 뭔지 알겠네.”


진아의 말을 들으면서 빈센트는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냈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진아에게 물었다.


“로스트 트레인을 가동하자는 생각이지?”

“네. 맞아요. 이걸 작동시킬 수 있으면 걸어가지 않아도 순식간에 로스트 킹덤에 도착할 수 있잖아요?”


진아와 빈센트의 설명에 종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아의 생각에 동조했다.


“맞아···. 그걸 이용한다면 로스트 킹덤까지 도착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렇군요. 시간을 단축시킴과 동시에 위협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으니. 일석이조군요.”


마크 역시 진아의 의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럼. 어서 볼트 룸을 찾아보도록 하지. 대게 그것이 설치된 장소가 지하니까. 그곳으로 움직이세. 혹시 모르니 박사님과 진아양은 옥상을 좀 살펴주십시오.”

“그럼 제 장비도 가져오겠습니다.”


관영의 말이 끝나자 마크는 장비를 가지러 관영의 방을 나섰고, 종인은 자신의 총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 윤성이 질문했다.


“이 건물 지하에 뭔가 있습니까?”

“백룡역 지하가 로스트 트레인이니까 그렇지. 걱정하지 말게 후딱 다녀올 테니.”


관영의 말에 윤성은 잠시 망설이더니 종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들어오기 전에 가져가신 제 도끼를 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윤성의 부탁에 종인은 놀란 듯이 물었다.


“윤성씨도 내려가시려고요?”

“네. 기다리기만 하는 건 왠지 싫어서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몸 하나는 잘 지킬 수 있으니까.”


종인은 관영을 바라보며 허락을 구하는 듯했고, 관영은 잠시 윤성을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가져다주게. 어차피 그도 우리와 함께 로스트 킹덤으로 가야 하는 사람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종인은 윤성을 데리고 관영의 방을 나와서 윤성과 대치를 했던 버스로 만든 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말없이 걸어가던 종인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채 허리를 굽혀 바닥을 바라보며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윤성은 놀라서 종인에게 다가갔지만, 종인은 손을 들어 올려 윤성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후 입을 닦으면서 윤성에게 물었다.


“윤성씨는 두렵지 않으세요?”


종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윤성에게 질문하면서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움켜쥔 채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두려워요. 저 지하로 가는 것이 너무 무서워요. 그때 들었던 그 소름 끼치던 소리도 그렇지만,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끝없이 이어져 있는 그 어둠이 정말 두려워요.”

“그렇다면 무리해서 가실 필요는···.”


윤성이 자신을 걱정하면서 하는 말에 종인은 몸이 떨리고 있었지만,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대장님과 마크 형님께 큰 은혜를 입었어요. 괴물들이 갑자기 출몰해서 정신이 없었을 때, 저희 남매와 제호의 부모님들은 저희를 살리고자 대신 희생하셨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종인의 몸은 더욱 크게 떨리기 시작했고, 종인은 자신의 몸의 떨림을 진정시키고자 양손으로 몸을 움켜쥐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부모님을 잃은 저희는 피난민들에 휩쓸려 이곳에 도착했죠.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들이 갈라져서 싸우던 시절이었고, 저희는 그 안에서 어떻게든 셋이서 버텼어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것도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죠.”


종인은 몸의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자, 윤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대장님과 마크 형님이 오셔서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규합하셨어요. 그동안에 사람들을 못살게 굴던 패거리들은 다 쫓아버리셨죠. 그다음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면서 저희를 훈련시켜 주셨어요. 이제 그때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힘을 얻게 되었죠.”


종인의 몸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윤성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표정은 굳은 결심과 함께 강인한 의지가 샘솟고 있었다.


“그런 은인 두 분을 위험한 곳으로 그냥 보낼 수는 없어요.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전 그분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기회라고 생각해요. 비록 그곳으로 간다고 생각만 하는 걸로도 몸이 떨리지만···.”


종인은 이제 몸의 떨림을 가라앉힌 채 주먹을 불끈 쥐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로스트 킹덤으로 갈 겁니다! 두 분만 보내고, 그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바랄 수는 없어요! 이번에는 제가 지켜드릴 차례입니다!”


윤성은 그런 종인의 어깨를 움켜쥐면서 미소를 띠운 채 말했다.


“용기가 있으시네요.”


윤성은 몸을 돌려 버스의 벽으로 향하면서 종인에게 말했다.


“저는 처음에 그곳에 가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사님의 부탁도 처음에는 거절했고요.”


윤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종인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저도 두렵습니다. 안 두렵다면 그거야말로 거짓말 아니겠습니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 도망만치는 게 지겹더군요.”


윤성은 자신의 진심을 철저하게 숨긴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끝나던···. 안 좋은 결과로 끝나던 말이죠···.”


종인은 윤성의 말을 계속 듣고 있었지만, 전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윤성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속죄와 책임감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종인은 윤성의 말에서 전혀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


종인은 윤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공감은 할 수 없었지만, 로스트 킹덤으로 향하겠다는 굳은 결심은 느껴지고 있었기에 별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지만 자신과 달리 윤성은 로스트 킹덤으로 가겠다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인은 윤성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뭔가를 숨기고 있군···.'


이후 두 사람은 말없이 버스의 벽에 도착했고, 종인은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버스에 있던 윤성의 도끼와 진아의 총을 들고 나왔다. 종인은 윤성이 도끼를 건네받고, 흡족한 표정을 짓자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 도끼가 중요한 물건인가 봅니다?”


윤성은 도끼를 허공에 몇 번 휘두른 후 어깨에 걸치면서 말했다.


“제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녀석이니까요.”


윤성의 대답에 종인은 알만하다는 듯이 자신의 총을 쓰다듬으며 윤성과 다시 안식처로 향했다.


안식처로 향하던 종인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광장을 가리고 있는 무너진 건물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윤성은 광장과 종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로스트 트레인은 백룡역에 있는 것 아닙니까?”


종인은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윤성에게 대답했다.


“죄송해요. 설명을 해드렸어야 했는데···. 백룡역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로스트 트레인으로 향하는 곳은 전부 막아놨습니다. 지금 저희가 향하는 곳이 이 주변에서 로스트 트레인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입구입니다.”


설명을 마친 종인은 안심하고 따라오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고, 윤성은 종인의 설명에 납득했다는 듯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로 인해 이동하기가 상당히 힘이 들었지만, 윤성은 군말 없이 종인의 뒤를 따라 무너진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고, 4층 정도 내려오니 윤성은 철문 앞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관영과 마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던 물건은 찾았나? 그럼 이제 출발하도록 하세.”


관영은 종인이 온 것을 보고 잠시 놀랐지만, 별말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마크와 함께 철문을 열고 마굴의 안으로 향했고, 윤성과 종인도 그들의 뒤를 따라 마굴 안에 펼쳐진 어둠 속으로 향했다. 그들은 어두워서 미쳐보지 못했던 것 같지만, 그들이 들어가고 있는 철문의 안쪽 주변에는 피 묻은 뼈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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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6) +1 16.10.13 608 11 13쪽
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5 11 13쪽
6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79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5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0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39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4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0 11 14쪽
5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599 9 12쪽
5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8 10 12쪽
5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6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3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46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2 11 12쪽
44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5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5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5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1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8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0 12 13쪽
»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7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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