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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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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30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9.21 06:00
조회
725
추천
10
글자
13쪽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DUMMY

원정대가 목표로 하고 있던 로스트 킹덤이라는 고대 동물원의 입구는 관리를 받지 못해서인지 사람의 허리를 넘어설 정도로 무성한 풀들이 온 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태였다.


길게 자란 풀들 사이로 공룡이나 매머드 같은 고생물들의 실제 크기의 모형들이 로스트 킹덤의 입구까지 전시되어 있었지만, 무엇에 의해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게 파손되어 있었다.


로스트 킹덤은 파손된 모형들에 앉아서 쉬고 있는 새들이나 벌레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생명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새들과 벌레들은 자신들의 노래로 듣는 사람들이 마음이 평온해지는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비록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그 장소에 한 명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평온함을 깨고, 로스트 트레인의 출구로부터 새들과 벌레들을 도망치게 할 정도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어요! 이제 로스트 트레인을 멈춰야 합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이게···.”


로스트 트레인에 탑승해 있던 관영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빈센트에게 이제 멈춰야 한다고 경고를 하고 있었고, 빈센트는 알고 있다는 듯이 브레이크 스틱을 온 힘을 다해서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힘이 부족한 듯 브레이크 스틱이 끝까지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마크는 로스트 트레인의 속도가 줄어들지 않자, 빈센트를 대신해서 브레이크 스틱을 당기기 시작했고, 브레이크 스틱은 빈센트가 잡아당길 때보다는 더 수월하게 움직이면서, ‘끼긱’거리는 듣는 사람의 온몸을 소름 돋게 하는 소리를 외치며 급정거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힘내 봐!”


빈센트는 마굴의 끝을 막고 있는 벽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마크를 닦달하기 시작했고, 마크는 이를 악물면서 결국 브레이크 스틱을 끝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벽을 얼마 남기지 않고, 무사히 멈추는 데 성공한 로스트 트레인의 안에서 원정대는 천만다행이라는 듯이 일제히 긴 한숨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진아는 로스트 트레인이 멈춰 서자마자 총을 들고, 로스트 트레인에서 내려서 자신들이 온 길을 되돌아가려고 시도했다.


“어딜 가는 건가?”


진아가 다시 마굴로 향하자 관영은 기겁하면서 그녀를 붙잡았고, 진아는 자신을 붙잡는 관영의 손을 거칠게 쳐내면서 대답했다.


“윤성씨를 찾으러 가요.”

“자네의 마음은 알겠지만···.”


관영은 진아가 어떤 마음으로 마굴로 되돌아가려고 하는지 짐작하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바질리스크에게 덤벼든 윤성이 무사히 살아남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관영의 말과 표정을 통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진아는 차갑게 말했다.


“저는 재앙을 막겠다는 사명감으로 여기 온 게 아니에요. 그저···그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온 거라고요.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위험에 처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그 동물원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진아의 말에 관영은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했고, 진아는 그런 관영에게 짧게 인사를 건넨 후에 마굴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크의 도움으로 로스트 트레인에서 내려온 빈센트는 마굴로 향하는 진아를 쳐다보고 있던 관영에게 다가와 그의 옆구리를 치면서 말했다.


“뭐하나? 우리도 따라가야지.”


관영은 어이없다는 듯이 빈센트에게 말했다.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겨우 로스트 킹덤에 도착했는데, 바질리스크가 있는 곳으로 다시 가자고요?”


마크 역시 관영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빈센트에게 말했다.


“로스트 트레인 덕분에 이곳에 도착한 거지, 지금 상태로 바질리스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면 저흰 100% 죽게 될 겁니다.”


빈센트는 그런 두 사람에게 너무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매정하면 쓰나? 쯧쯧.”

“매정하다고요?”


관영은 빈센트의 말에 욱하면서 그의 의견에 반박하려고 했지만, 빈센트는 차가운 얼굴로 손을 들어 올려 관영의 행동을 저지하면서 말했다.


“지금 내 의견에 반박하겠다는 건가?”


빈센트의 차가운 얼굴과 경고성이 물씬 풍기는 질문에 관영은 입을 다물었고, 마크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빈센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하던 빈센트는 손뼉을 친 후에 자기 딴에는 분위기를 전환했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말했다.


“결정됐지? 어서 진아를 따라서 윤성을 찾으러 가도록 하지.”

“···이런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 그를 구하는 것에 가치가 있습니까?”


아직 빈센트에 대한 반발심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관영이 조용히 빈센트에게 물었고, 빈센트는 아직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은 진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물론이지. 그가 없으면 의미가 없거든···.”


빈센트는 말을 마친 후에 앞장서서 진아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관영과 마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쉬고, 빈센트를 따라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원정대는 자신들이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던 마굴로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바질리스크를 비롯한 다른 괴물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행 모두 주의를 기울이며 걷고 있었지만, 관영과 마크는 다시 사지로 향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불만이었기 때문에 진아나 빈센트와는 다르게 발걸음이 빠르지 않았다.


마굴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원정대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언제 바질리스크가 튀어나와 자신들을 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정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들이 두려워하던 바질리스크가 선로에 뻗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기 시작했다.


“···저 녀석. 죽은 건가?”

“···이번에도 우릴 속이려고 쇼하는 게 아닐까요?”


관영과 마크는 바질리스크가 죽었다는 것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워낙 영악한 녀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윤성이 저 거대한 괴물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였다.


“왜 그러나? 어서 가보자고.”


반면 빈센트는 연신 싱글벙글 웃으면서, 긴장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서 가자며 손짓을 하고 있었지만, 윤성을 찾으러 가겠다고 앞장서고 있던 진아조차도 바질리스크를 향해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빈센트는 자신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보증하지. 저놈은 죽었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진아가 빈센트에게 긴장된 목소리로 질문했지만,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나 정도 되는 과학자가 저 괴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분간 못 할 것 같아?”


얼토당토않은 이유였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니 설득력이 느껴지긴 했다. 그렇지만 관영과 마크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일단 바질리스크의 시체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에이. 그러면 총알 낭비인데···.”


빈센트는 팔짱을 낀 채로 관영과 마크의 행동을 조롱하듯이 중얼거렸고, 진아는 그런 빈센트에게 말했다.


“영감님. 뭔가···너무 여유로우신데요?”

“응? 그렇게 보이나? 아하하! 아무래도 목표한 곳에 무사히 도착해서 기뻐서 그런 것 같군.”


빈센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진아에게 대답했고, 진아는 왠지 빈센트의 그런 미소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지만, 바질리스크의 시체에 윤성이 매달려있는 것을 발견한 후에 놀라서 관영과 마크에게 외쳤다.


“저기 윤성씨가 있어요! 사격 중지하세요!”


진아의 외침에 관영과 마크는 총을 쏘는 것을 멈췄고, 진아는 언제 바질리스크를 두려워했냐는 듯이 한걸음에 윤성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윤성씨? 윤성씨! 제발 정신 좀 차려 봐요!”


진아는 바질리스크의 눈에 손이 넣어진 상태로 정신을 잃고 있는 윤성의 뺨을 때리면서 간절하게 외쳤고, 조금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으···으···.”


다행히 윤성은 진아의 목소리에 대답하듯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진아는 기뻐하면서 아직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관영과 마크를 돌아보면서 외쳤다.


“좀 도와주세요! 아직 살아있어요!”


진아의 외침에 관영과 마크 역시 한걸음에 윤성에게 다가왔고, 마크는 바질리스크의 눈에 꽂혀있는 자신의 정글도를 빼낸 후에 쇠파이프와 윤성의 팔을 연결하고 있던 줄을 잘라내 떨어지는 윤성을 받았다.


관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바질리스크의 시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설마 사람이 이런 괴물을 죽이는 데 성공하다니.”


진아와 마크가 윤성을 추스르는 사이에 일행에게 다가온 빈센트는 방금 전 과는 다르게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서 싸늘하게 변하더니 정신을 잃은 윤성을 바라보며,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만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질기군.”


다행스럽게도 원정대와 합류하게 된 윤성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마크의 등에 업혀서 원정대와 함께 로스트 킹덤으로 향할 수 있었고, 원정대가 자리를 떠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의 스케빈저들이 냄새를 맡으면서 바질리스크의 시체에 다가왔다.


잠시 멈춰서 상황을 살피던 그들은 곧바로 힘을 합쳐서 바질리스크의 시체에 코를 박고, 마굴의 주인의 시체를 게걸스럽게 뜯어먹기 시작했고, 마굴은 여전히 바람의 힘을 빌려 바질리스크의 시체 주변에서 ‘윙윙’거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관영은 마크의 등에 업힌 윤성을 계속 바라보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고, 빈센트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관영은 바질리스크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듯이 빈센트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 바질리스크가 이 마굴에 들어와 있던 걸까요?”


빈센트는 자신의 생각을 방해하는 관영을 잠시 쏘아보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놈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먹이를 찾으러 들어갔거나 아니면···.”


빈센트는 로스트 킹덤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다른 놈에게 밀려 도망쳤거나.”


빈센트의 말을 들은 관영은 자연스럽게 긴장감으로 온몸이 휩싸였다. 바질리스크가 만약에 다른 괴물 때문에 마굴로 도망쳐 온 것이라면, 스컬지를 총괄하는 컴퓨터실로 향하는 길은 더 고난하기만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 관영은 더는 빈센트에게 질문하지 않았고, 이에 빈센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다시 조그맣게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관영은 자신도 모르게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생각했다.


‘나의 사랑 비올라. 나의 보물 레이첼. 제발 이 임무가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다시 너희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나에게 힘과 용기를 다오.’


원정대는 무사히 로스트 트레인의 출구에 도착했고, 작동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원정대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했는지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귀여운 공룡 캐릭터가 나타나 발랄한 목소리로 원정대에게 말했다.


“로스트 트레인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악의는 없었겠지만, 공룡 캐릭터가 말하는 것이 아니꼬웠고, 마굴에서 죽어간 대원들이 생각난 관영은 화를 내면서 총으로 그 공룡 캐릭터를 쏴버렸다. 그리고 그의 행동을 원정대 중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모두 관영과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로스트 트레인의 출구는 호화롭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통로는 나무로 만든 것 같은 덮개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양옆에 일렬로 기념품 및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가게들이 줄지어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곳에는 커다란 공룡 모형이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공룡 모형의 양옆에는 대리석을 거칠게 만들어서 성벽처럼 쌓아놓았고, 얼핏 보이는 바깥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잠시 바깥을 살펴본 관영은 총을 내려놓으면서 원정대에게 말했다.


“일단 지쳤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출발하는 것으로 하죠.”


관영의 의견에 원정대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흩어져서 가게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 가운데에서 빈센트는 계속 윤성만을 노려보면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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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6) +1 16.10.13 608 11 13쪽
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5 11 13쪽
6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79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5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0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39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4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0 11 14쪽
5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599 9 12쪽
5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8 10 12쪽
»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6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3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46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2 11 12쪽
44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4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5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5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1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8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0 12 13쪽
3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6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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