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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908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9.22 21:00
조회
688
추천
10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DUMMY

빈센트를 제외한 사람들이 가게들을 뒤지는 중에도 관영은 아직도 대원들을 잃은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가끔씩 얼빠진 표정으로 계속 마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진아는 그런 관영을 보면서 안쓰러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관영을 내버려 두고, 마크와 함께 계속 가게를 뒤지고 있었다.


별로 남아있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다르게 가게에는 많은 음식과 물이 있었다. 아마도 로스트 킹덤에서 사는 괴물들에게는 이런 음식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음식들을 추린 진아와 마크는 확보한 음식들을 가지고 빈센트와 윤성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빈센트는 어느새 근처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왔는지 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관영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장님은 안 오셨어요?”


불을 준비하고 있는 빈센트에게 진아가 물었고, 빈센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깔고 잘 만한 것이 있는지 돌아보고 오겠다고 했네. 아무래도 대원들을 잃은 것 때문에 상심이 큰 모양이야. ···잠시 혼자 있게 내버려 두자고.”


진아는 빈센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마크에게 물었다.


“마크씨는 괜찮아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묻는 진아에게 마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슬픔이 베여있는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 진아는 그런 마크에게 말했다.


“그럼 식사 준비 좀 도와주세요.”


진아는 마크도 관영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람마다 슬픔을 추스르는 방법이 다를 것이고, 그것에 대해 자신이 간섭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에 평소처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마크의 도움을 받으며 식사준비를 하던 진아는 가게에서 찾은 기름을 나뭇가지에 부은 후에 라이터로 불을 지펴 모닥불을 만들어 냈고, 가게에서 찾은 통조림들을 윤성이 애지중지하던 도끼를 사용하여 조심스럽게 따기 시작했다.


도끼에 비해 크기가 상당히 작은 통조림들을 따는 건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는데, 통조림을 따고 있는 진아의 옆에 어느새 돌아온 관영이 작은 칼을 내밀었다.


“그 도끼보다는 이게 훨씬 더 편할 거야.”


말없이 관영이 내민 작은 칼을 받아들면서 진아는 관영의 표정을 살폈다. 로스트 트레인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할 때까지도 보였던 관영의 웃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에 진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표한 후 관영에게 받은 칼로 통조림들만 계속 따기 시작했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원정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자신들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음식이 준비되자 원정대는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는데, 간만에 먹는 식사다운 식사였지만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은 상태여서 그런지 음식이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려 했는지 진아가 빈센트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영감님. 이 동물원은 왜 이렇게 식물들에 둘러 쌓여있는 거예요? 꼭 몇 년이 지난 장소인 것처럼 말이에요.”


진아는 최대한 밝게 이야기해 보려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고, 빈센트는 진아의 질문에 별것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


“특별히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들어진 식물들이라 그런 걸세. 고대에서 복원된 생물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양이 워낙 엄청나니까. 초식 동물들의 식비라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만든 거지. 실제로 사육사들이 주는 먹이보다 자신들의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을 뜯어 먹는 걸 더 선호했다고 하더군.”

“아, 그렇군요.”


평소답지 않게 설명을 한 번에 끝내버리는 빈센트에게 진아는 말을 더 이어나갈 수 없었고, 다시 음식 먹는 소리만이 존재하는 침묵의 식사가 계속되었다.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아서 목이 메는지 원정대는 계속 물을 들이켜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끝낸 후에 관영은 쓸 만한 것이 있는지 둘러보고 오겠다면서 자리를 떴고, 빈센트는 로스트 킹덤을 바라보면서 계속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진아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윤성을 간호하고 있었고, 마크는 가끔 기계적으로 나뭇가지를 불에 던져 놓는 것 빼고는 거침없이 타오르는 모닥불만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크는 모닥불이 몸을 따스하게 감싸주면서, 로스트 킹덤으로 출발한 이후부터 자신을 휘감아 오고 있던 공포와 절망을 조금이나마 가시게 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크가 흥얼거리고 있는 콧노래만이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적막을 깨뜨려 주고 있었다.


진아는 마크가 부르는 노래가 귀에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고, 제목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영이 가게에서 벗겨온 천막을 가지고 오자 생각을 멈췄다. 진아는 관영을 도와서 바닥에 천막을 깔고, 윤성의 옆에 누운 후에 남은 천막으로 윤성의 몸을 감싸주면서 팔베개를 하고, 눈을 감았다.


날씨는 쌀쌀하지 않았지만, 진아는 아직 가시지 않은 공포 때문인지 계속 몸이 떨려오고 있었고, 불을 피우면서도 천막으로 몸을 덮고 있지만, 몸의 떨림이 가시지 않아서 잠시 후에 몸을 일으켜 야영지를 벗어났다.


진아가 야영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윤성은 눈을 떴다.


‘여, 여기는?’


힘겹게 고개를 든 윤성은 모닥불이 피어있고, 모닥불 주변에서 원정대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 후에 자신이 바질리스크를 죽인 다음에 이들에게 구조를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놓이는지 다시 몸을 뉘이려고 했다.


‘잠깐만, 진아씨가 없는데?’


주변을 둘러봤을 때 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윤성은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고, 그 소리에 빈센트가 잠에서 깨면서 윤성을 반겨주었다.


“여. 이제 정신이 좀 드나? 생각보다 빨리 정신을 찾았군.”

“진아씨는? 진아씨는 어디 갔죠? 무슨 사고라도 당했나요?”


빈센트는 윤성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보지 뭐. 확실히 여기에 있었으니 걱정하지 말게.”


하지만 윤성은 빈센트의 말을 들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안절부절못하면서 말했다.


“진아씨 좀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응? 그래. 마음대로 하게. 하암···. 난 그럼 더 자겠네.”


빈센트는 심드렁한 말투로 하품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고, 윤성은 진아를 찾아서 야영지를 벗어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잠을 잔다고 말했던 빈센트는 그런 윤성의 모습을 보면서 흡족하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윤성은 마침내 분수대에 앉아있는 진아를 발견했다. 분수대의 천장은 유리처럼 되어있었는데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들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진아는 분수대에 걸터앉은 채로 천장을 통해서 보이는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진아를 발견하고 안도감이 들었던 윤성은 갑자기 장난기가 들었는지, 진아의 등 뒤로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자세를 잡는 윤성에게 진아가 말했다.


“정신이 좀 들었어요?”


윤성은 진아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다가, 자신이 등 뒤에 있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거는 진아를 향해 허탈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진아의 옆에 앉은 후에 진아가 보고 있는 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달빛이 비치고 있는 분수대의 연못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잔잔하게 연못에서 움직이던 달빛이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즈음에 진아가 윤성에게 말했다.


“윤성씨는 두려운 게 없나 봐요?”

“네?”

“그런 괴물을 향해서 서슴없이 돌진하는 걸 보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아 그건···.”

“남겨지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말이죠.”


화가 난 듯이 자신을 쏘아붙이는 진아의 말에 윤성은 자연스럽게 긴장을 하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그때는 진아씨가 공격을 당한 걸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아서···.”


윤성은 갑자기 입을 맞춰오는 진아 때문에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짧은 입맞춤 후에 진아는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이 약속··· 잊어버리지 말아요.”


잠시 황홀감에 젖어있던 윤성은 진아의 말을 듣고, 서로 살아남자고 약속했던 것을 떠올렸고, 진아에게 미안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이제 더는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진아는 윤성을 용서하겠다는 듯이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줬고, 윤성은 그런 진아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정체를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라면 나를 용서해주고, 보듬어주지 않을까?’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윤성은 진아가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여 주길 원했다. 그리고 진아에게 더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싶지 않았다.


충동을 이기지 못한 윤성은 결국 진아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두려운 게 있어요.”

“그게 뭔데요?”


진아가 궁금하다는 듯이 윤성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윤성은 그런 진아의 눈을 왠지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고, 자신이 이제부터 말하는 것을 진아가 경멸하게 될까 봐 두려워지면서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이런 멍청한 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윤성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진아를 바라보며 침을 크게 꿀꺽 삼킨 후에 그녀의 눈을 피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기억을 잃은 채로 진아씨를 만나고, 같이 행동하면서 악몽을 몇 번 꿨어요. 마치 제 과거인 것으로 보이는 악몽이었어요. 왕국을 벗어나서 휴게소에 있었을 때 제가 갑자기 로스트 킹덤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진아는 여전히 대답 없이 윤성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윤성은 여전히 진아의 눈을 피한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악몽은 제가 뭔가를 지시하고 있는 모습과 어떤 사람들과 컴퓨터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용이었어요. 왠지 그때부터 제가 이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어요. 아니면···.”


윤성은 진아와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마음을 다잡고 고백했다.


“제가 이 사태를 일으킨 원흉이던가요.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삶의 희망을 잃게 한 원흉이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 너무 두려워요. 만약에 로스트 킹덤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럼 저는 대체 어떻게···.”


진아는 윤성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윤성은 자신을 안아주는 진아의 품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두려움이자 추악함일지도 모르는 과거를 받아들여 주는 진아의 말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져서,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기 시작했고, 진아는 그런 윤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연신 괜찮다고 말해줬다.


잠시 후에 울음을 그치고, 진정이 된 윤성은 진아와 서로 마주 보았고, 윤성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진아가 말했다.


“윤성씨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더는 생각하지 마시고, 현재의 윤성씨를 생각하세요. 어떤 과거가 있다고 해도, 흔들리지 말아요. 과거가 어땠든 지금의 윤성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만약 다른 사람들이 윤성씨한테 욕을 하고 침을 뱉어도 적어도 저한테는 윤성씨는 무척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리고···.”


윤성과 진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시선의 간격이 좁아지기 시작했고, 진아는 자신과 가까워지는 윤성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요.”


두 사람은 눈을 감고, 열정적으로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서 하늘에서 내리는 달빛이 그런 두 사람을 축복하는 듯이 비춰주고 있었고, 그렇게 로스트 킹덤의 밤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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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6) +1 16.10.13 608 11 13쪽
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8 11 13쪽
6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80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7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1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41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6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1 11 14쪽
5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601 9 12쪽
»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9 10 12쪽
5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6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4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46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4 11 12쪽
44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5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7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9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2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8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2 12 13쪽
3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7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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