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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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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23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9.15 21:00
조회
701
추천
10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DUMMY

관영의 말을 들은 윤성은 비틀고 있던 형기의 손을 풀어주었고, 팔이 자유로워지자 형기는 다시 윤성에게 덤비려고 시도했지만, 관영이 그런 형기의 앞을 막아서면서 말했다.


“그만두게! 지금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가? 자네의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우리끼리 싸운다고 해서 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네! 저 두 사람이 밉다면 이 일이 끝난 뒤에 해결해도 될 일이야! 밖에 어떤 괴물이 있는지를 생각도 못 하고,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하는 대원은 필요 없네! 스스로 지원을 했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자네는 분풀이하기 위해서 이 원정에 지원했던 건가!”


관영의 말을 들은 형기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알았네. ···가서 열 좀 식히고 오게.”


관영의 말에 형기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축 처진 채로 정비소의 구석으로 향했고, 관영은 그런 형기를 잠시 바라본 후에 빈센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아무래도 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감정이 순간적으로 터져 나왔었나 봅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닐세. 괜찮네.”


빈센트는 괜찮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관영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관영은 원정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이곳을 벗어날지 궁리해 보자고···.”


정비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바질리스크를 피해 마굴을 빠져나갈 방법을 고민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일단 로스트 트레인을 가동시켜 보기로 결정했다.


정비소는 마치 지하철역처럼 양쪽으로 로스트 트레인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원정대가 올라온 계단의 반대쪽에 로스트 트레인을 움직이는 조작실이 있었다. 나머지 공간에는 휴식소와 크레인으로 보이는 거대한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원정대는 형기를 제외하고 모두 조작실로 향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와 함께 경계 임무를 섰던 종인은 안쓰러운 마음에 조작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형기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형기는 종인이 온 것을 눈치 챘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로 계속 머리를 무릎 사이에 처박고만 있었다.


“어때? 이제 열 좀 식혔어?”


종인이 말을 걸었지만, 형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그런 형기의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이 종인이 계속 말했다.


“형일이가 죽은 건···. 정말 안타깝고, 안됐다고 생각해. 네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가. 나도 혜진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으니까.”


종인의 위로에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형기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몰랐어. 이 임무에 지원하는 게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괴물이 살고 있을 줄은···.”

“그래···. 나도 그 괴물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어.”


형기는 무릎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종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네가 마굴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다시는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한 적이 있었지.”

“하하하.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지.”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와 형일이는 네가 겁쟁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냥 마굴에 내려가고 싶지 않아서 쇼를 부린다고, 그런 소리를 내는 게 마굴에 산다면 왜 아직까지 우리가 살아있을 수 있느냐면서 말이야.”


종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니겠냐? 실제로 나 말고는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중에 가서 나도 내가 공포에 질려서 헛것을 들었다고 생각했으니. 하하.”

“미안하다. 널 믿지 못해서···.”

“됐다. 됐어. 일단 이것부터 받아.”


말을 마친 종인은 바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서 형기에게 내밀었고, 형기는 지금 뭐하는 거냐는 듯이 어리둥절하면서 종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인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형기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형일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


종인의 말을 들은 형기는 천천히, 그리고 쓸쓸한 표정으로 종인에게서 담배를 받은 후에 한 모금을 깊게 들이켰다. 오랜만에 피워서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기침이 저절로 나왔지만, 두 사람은 필터가 드러날 때까지 담배를 피운 후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임무에 지원한 거야?”


종인은 형기가 슬픔에 잠겨있게 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금 말을 걸었고, 형기는 손가락으로 종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너랑 같은 이유.”


종인이 형기의 대답을 듣고,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형기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랑 형일이가 사람들과 어울리지를 못하니 너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우리 형제도 대장님과 마크형님께 쭉 감사하고 있었어.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쪽에 속해있었잖아. 까놓고 말하자면 똘마니였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사람들을 괴롭혀댄 못된 놈들이었는데, 대장님과 마크형님은 우리를 용서하고 받아주셨잖아. 사람들을 괴롭히던 자들을 거의 추방하셨으면서도 말이야.”


형기는 종인이 들고 있던 담뱃갑에서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낸 후 말을 이었다.


“그게 너무나 고맙더라고, 어릴 때부터 맞고만 자라서 삐뚤어지게 자란 우리 형제를, 괴물들이 나타나니까 부모가 버렸던 우리 형제를 용서하고 받아줬던 게···. 그래서 은혜를 갚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지원한 거야. 그래도 너무 무서워서 바로 지원하진 못했었지만.”


담배를 입에 문후에 불을 붙이고, 곧이어 연기를 내뿜으면서 형기는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형일이가 죽는 것을 보니까. 괜한 짓을 한 것 같기도 하지만···. 하하하···.”


종인은 말없이 형기의 어깨를 감싸며 그를 위로해주려 했지만, 형기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종인의 배려를 거부하면서 말했다.


“징그럽게 굴지 말고, 이제 난 괜찮으니까. 대장님한테 가봐. 그 전에 부조금으로 담배는 주고 가라.”


종인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작게 웃으며 형기에게 담뱃갑을 쥐여 주고,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준 후에 조작실을 향해 이동했다. 그런 종인에게 시선을 거둔 형기는 담배 연기를 연신 뿜어대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눈물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형일아···.”


종인이 조작실에 도착하니 관영과 마크가 수고했다는 듯이 말없이 종인에게 주먹을 내밀어 주었고, 종인은 살며시 웃으면서 그들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가져다 댔다.


빈센트는 다행히도 조작실에 남아있는 매뉴얼을 살펴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고, 윤성과 진아도 빈센트처럼 매뉴얼을 살피고 있었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매뉴얼을 다 읽어본 빈센트가 관영에게 말했다.


“일단 어떻게 가동하면 되는지 알 것 같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네.”

“···심각한 겁니까?”


빈센트의 말에 관영은 이 이상 더 일이 꼬이면 안 된다는 듯이 절박한 마음으로 질문했고, 다행히 빈센트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가동하는 건 어렵지 않아. 단지 저기에 있는 크레인으로 로스트 트레인을 격납고에서 옮겨와야 한다는 게 문제지.”

“그렇다면 밑에 있는 괴물 놈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그게 심각한 게 아니란 겁니까?”

“어차피 바질리스크가 정비소에 있는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없을 거야. 이런 곳으로 들어오기엔 덩치가 너무 크니까. 여러 개 달린 발도 물건을 쥘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녀석은 우릴 여기서 끄집어낼 수단이 없어. 크레인으로 로스트 트레인을 선로에 안착시키기고, 녀석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만 한다면 도주하는 데 어려움을 없을 걸세.”

“그런데 어떻게 저 괴물이 있는데 탑승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움직이기 위해서는 누군가 한 명이 여기에 남아서 작동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진아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반박하자, 빈센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조작실의 사람들은 모두 침묵 속에 빠졌다.


“일단 바깥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지. 아직 놈이 밑에 있는지 확인부터 해보자고.”


마크의 의견에 빈센트를 제외한 사람들은 조작실에서 CCTV의 스위치를 찾기 시작했고, 빈센트가 한숨을 쉬면서 조작실의 컴퓨터 전원 버튼을 찾아 눌렀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조작실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빈센트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나?”


빈센트의 말에 조작실에 있는 모든 사람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빈센트의 시선을 외면했지만, 진아만 유일하게 빈센트를 째려보며 말했다.


“작동시킬 줄 아시면, 그냥 누르셔서 작동시키면 되지. 꼭 다른 사람들한테 핀잔을 줘야 직성이 풀리세요? 하여간 성격 꼬인 영감님이야.”


빈센트는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진아를 힐끗 노려본 후에 다른 버튼을 눌러 CCTV를 작동시켰고, 원정대는 작은 CCTV의 모니터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굴의 상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중에 일부는 고장이 났는지 깜깜하기만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비소의 바깥을 보여주는 CCTV는 무사한 것 같았다. 빈센트가 컴퓨터를 조작하여 화면을 적외선 모드로 전환하자, 모니터에서는 밖을 지키고 있는 바질리스크가 보이기 시작했고, 바질리스크는 여전히 아래층에서 원정대가 올라간 계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끈질긴 놈이네. 아직도 바깥에 있다니.”


진아가 모니터에 비친 바질리스크를 보면서 질린다는 듯이 말했고, 다른 사람들도 진아와 같은 심정이었다. 모니터에 비친 바질리스크는 빈센트의 설명대로 거대한 뱀 같은 몸통을 가지고 있었고, 머리에는 단단해 보이는 거대한 투구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조작실의 모든 사람은 모니터로 바질리스크의 실체를 보게 되니, 거대한 몸집 때문에 바질리스크가 정비소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그때 빈센트가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자, 사람들은 전원 화들짝 놀라면서 빈센트를 쳐다봤고, 빈센트는 매뉴얼의 한 페이지를 일행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여기 있네. 로스트 트레인의 수동 조작법. 다행스럽게도 이곳 조작실에서 설정할 수 있군. 자. 잘 보게나. 이 버튼을 이렇게 누르고, 여기를 이렇게 돌리고 하면···.”


빈센트는 매뉴얼을 보면서 버튼을 조작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메인 모니터에 ‘수동 조작 설정 완료’라는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빈센트는 뿌듯해하면서 일행에게 설명했다.


“이제 로스트 트레인을 선로에 놓기만 하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네. 출발하고자 할 때 출발할 수 있다는 거지.”


빈센트의 말을 들은 관영은 허리에 매고 있던 가방에서 연막탄을 몇 개 꺼낸 후에 일행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제 저기에 안전하게 탈 방법만 찾으면 되겠군.”


한 줄기의 희망이 보인 원정대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정비소의 창고로 가서 자물쇠를 때려 부순 윤성과 진아는 쇠파이프를 비롯한 갖가지 자재를 가지고 왔고, 마크와 종인은 파이프를 줄로 이으면서 단단히 동여매고, 윤성이 들고 있는 총을 파이프로 만든 거치대에 고정시켰다. 거치대에 고정시킨 총의 방아쇠에 줄을 통과시킨 종인은 그 줄을 고리로 만든 후 당겨보았고, 총은 굉음을 내면서 발사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관영은 형기를 부른 후에 조작실 쪽의 계단으로 내려가 보았고, 윤성과 종인은 자신들이 도망칠 때에 사용했던 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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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5) 16.10.12 605 11 13쪽
6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4) 16.10.11 579 13 12쪽
6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3) 16.10.10 615 9 14쪽
6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2) 16.10.07 547 12 13쪽
6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1) 16.10.06 713 10 14쪽
5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0) 16.10.05 600 10 12쪽
5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9) 16.10.04 688 12 13쪽
5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8) 16.09.30 639 11 13쪽
56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7) 16.09.29 664 11 13쪽
5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6) 16.09.28 821 9 13쪽
5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5) 16.09.27 639 10 14쪽
5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4) 16.09.26 680 11 14쪽
5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3) 16.09.23 599 9 12쪽
5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 16.09.22 688 10 12쪽
5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 16.09.21 725 10 13쪽
49 1부 검은 성벽 - 마굴 (23) 16.09.20 803 10 13쪽
4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2) 16.09.19 617 10 12쪽
47 1부 검은 성벽 - 마굴 (21) 16.09.16 741 9 12쪽
» 1부 검은 성벽 - 마굴 (20) 16.09.15 702 10 12쪽
45 1부 검은 성벽 - 마굴 (19) 16.09.14 672 11 12쪽
44 1부 검은 성벽 - 마굴 (18) 16.09.13 684 10 12쪽
43 1부 검은 성벽 - 마굴 (17) 16.09.12 665 12 13쪽
42 1부 검은 성벽 - 마굴 (16) 16.09.09 650 11 12쪽
41 1부 검은 성벽 - 마굴 (15) 16.09.08 655 10 13쪽
40 1부 검은 성벽 - 마굴 (14) 16.09.07 651 12 13쪽
39 1부 검은 성벽 - 마굴 (13) +1 16.09.06 697 12 13쪽
38 1부 검은 성벽 - 마굴 (12) 16.09.06 690 12 13쪽
3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1) 16.09.02 866 10 12쪽
36 1부 검은 성벽 - 마굴 (10) 16.09.02 7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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