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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29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1.22 17:38
조회
2,280
추천
60
글자
7쪽

먹다.

DUMMY

다시 태어난 진운에게 가장 모자랐던건 잠이었다.

이상하게 자도 자도 잠이 모자랐다.

눈만 감으면 졸렸고, 심지어 걷다가도 졸려서 그 자리에서 자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자다 깨어나면 어느새 어미의 품이었다.

어디서 잤건간에 다시 일어나면 꼭 어미가 자신의 털을 핥아주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지켜준다는 느낌.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

그건 가족이 없었던 진운에게는 상당히 생경스러운 것이었고, 동시에 그만큼이나 그리운 감정이었다.


젖을 빠는 행위도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이 세계로 처음 넘어왔을 무렵엔 무엇이라도 먹어야 했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 했고, 나중에는 강해지기 위해서 뭐든지 먹어야 했다.

그러니 이제 새끼늑대가 되어 어미의 젖을 빤다는 행위가 유치하다거나 부끄럽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하지만 움직이는건 아직 부자연스럽기만한 걸.


처음에는 인간이었던 감각으로 늑대의 몸을 움직여서 생겨나는 부자연스러움인줄 알았다.

하지만 몇 걸음정도는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아직 힘이 없다는걸.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약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한다.

바짝 설려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버린다.

왜 그렇게 졸린지도 알게 되었다.

폐호흡기능이 딸리다보니 숨이 금방 차버려 잠이 오는 것이다.

보호받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몸이었다.


그것때문일까.

어미는 동굴 틈만이 아니라 몇 곳에나 서식지를 만들어두었다.

그리고는 수시로 새끼들을 옮기며 주변을 경계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아비 또한 근처에서 상시로 경계하는 듯 하다.

밤이면 울려오는 늑대 울음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


같이 태어난 형제는 진운을 포함해 총 4남매였다.

같은 날에 태어났으니 위 아래를 나눌 이유는 없었지만, 굳이 필요에 의해 나누자면 (예를 들어 먼저 젖을 빤다던지) 진운이 가장 맏이였다.

그 아래로 여동생이 하나. 남동생이 둘이었다.


진운이 맏이가 된 이유는 가장 먼저 네 다리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이후에 안 일이지만, 늑대의 사회에서는 강자에게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부과되며 동시에 그에 따른 권리(무리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권리 혹은 의사결정권)도 자연스럽게 얻어낼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가장 싹수가 있어보였기에 맏이가 된거였다.


일어나 걷는 것도 진운이 가장 먼저였다.

몇 번이나 쓰러지다보니 요령이 생긴 것이다.

비법은 꼬리였다.

꼬리를 낮춰 무게의 중심을 잡고나니 사슴처럼 바들바들떠는 일 없이 곧잘 일어날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꼬리는 무게추임과 동시에 하반신의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셈이다.


여동생도 진운이 움직이는걸 보고 어떻게든 흉내내려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리에 힘을 주려 애썼다.

다행히 요령이 좋아서인지 진운의 다음으로 일어나 어미의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남동생은 그렇게 요령이 좋지만은 않았다.

진운이 어느정도 뛸 수 있을 무렵에나 겨우 걸으며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넷, 모두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자 먹이도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어미의 젖을 빠는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아비가 사냥해온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동물의 내장이었다.


비릿하기도 하고 물컹하기도해 그리 식감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영양만큼은 상당하다.

게다가 심장이나 간의 경우에는 특유의 향과 식감이 있다.

영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진미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생간의 경우에는 피냄새도 그리 심하지만은 않다.

대개 피가 냄새가 나는건 그것이 공기와 접촉하며 생긴 화학적인 이유때문.

그러니 막 잡아 꺼낸 생간의 경우에는 비릿함보다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심장의 식감은 각별했다.

심장이라는 것 자체가 근육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근육은 특별한 식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코 쉬지 않는 근육.

동시에 굳지 않도록 결코 단단해지지 않는 근육.

상반되는 그 두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닌 심장의 식감이 특별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초식동물의 경우에는 심장의 최대 박동수와 최저 박동수의 차이가 상당하다.

자동차로 따지자면 RPM의 수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최대 RPM만 따지자면 육식동물이 더 높겠지만, 초식동물은 그 갭을 무시할만큼 최저 RPM의 수가 낮았다.

그만큼 더 부드러운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이 세계에서 웬만한 음식은 전부 먹어본 진운에겐 방금 죽은 동물의 내장을 먹는다는게 그렇게까지 곤혹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선 '포식'이 곧 '강해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모든 것엔 특성이 주어진다.

언어, 생활양식, 특기, 신체적 특징.

설령 그것이 무기질이라도 마찬가지다.

바위엔 단단함. 깃털엔 가벼움. 물엔 집합성. 바람에는 자유. 불에는 연소.

그 특성이 물질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이다.


그 특성이 개발되어 스킬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특성을 발현시키거나 얻기 위한 가장 손쉬운,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포식'이었다.


『벨만드 사슴의 심장을 포식함으로 다음의 특성을 획득하였습니다.』

- Lv 1. 사슴의 발자취 추적

- Lv 1. 사슴의 체취 추적

『추가적으로 다음의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 Lv 1. 후각 강화

- LV 1. 시야 확보

- Lv 1. 야간시야 확보


이제와 새삼 놀랍지도 않다.

과거 이 세계에 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먹었을때 이미 그 놀라움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먹을수록 강해진다.

그건 이 세계의 룰이었다.

먹기 위해선 사냥을 해야한다.

그랬기에 이 세계에서 인간들은 스스로를 헌터라 칭했다.


진운은 먹었다.

먹고, 또 먹었다.

이해하고, 알고, 경험하는건 강해진 뒤에 해도 괜찮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건 강해지는 것이다.

설령 그 삶의 목적이 어떻든간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선 먹어야 했다.

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탐식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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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베어내다. +4 19.03.02 538 15 7쪽
39 달려들다. +5 19.02.28 586 19 7쪽
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1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600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3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4 15 9쪽
33 해독하다 - 5. +3 19.02.18 675 17 11쪽
32 해독하다 - 4. +5 19.02.17 724 16 7쪽
31 해독하다 - 3. +4 19.02.16 793 23 8쪽
30 해독하다 - 2. +5 19.02.14 846 25 7쪽
29 해독하다 - 1. +5 19.02.13 876 26 8쪽
28 연참 - 이식을 쓰다. +8 19.02.12 897 22 7쪽
27 사막에서 싸우다. +2 19.02.12 915 28 10쪽
26 조우하다. +5 19.02.11 997 30 9쪽
25 시험받다. +8 19.02.10 1,031 29 7쪽
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1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2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1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3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9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7 38 12쪽
16 다른 동물의 영역에 들어가다. +4 19.02.02 1,427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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