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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18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28 22:46
조회
584
추천
19
글자
7쪽

달려들다.

DUMMY

카라츄는 널부러진 에그보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저 꼴이 나기까지 과연 얼마나 걸릴까.

아마 오래 걸리진 않을 듯 하다.

드물게도 킨이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까.


카라츄는 생각했다.

왜 자신이 킨과 이렇게 싸워야 하는지를.

그건 카라츄가 한 말때문이다.

30분 전,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피를 보면서까지 싸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카라츄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



30분 전.

킨이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왔을 때, 가장 크게 적개심을 보인건 다름아닌 실이었다.


- 그르르르.


본능이 경고하는 그녀의 위험성.

만일 페르세포네와 실의 사이에 킨이 서있지 않았더라면 실은 당장 어금니를 드러내고 페르세포네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 멈춰.

- 오빠, 그 암컷은.

- 실. 거기 서있어.


페르세포네는 이 늑대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고양이처럼 쪼그려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고 하더라도 같은 자세를 취했을 것이다.

태어나 처음 맞이한 태양은 페르세포네에겐 너무 자극적이기만 했다.


- 지금부터 들어갈 인간의 도시는 결코 만만하지 않아.


킨은 무너진 집터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코룸처럼 평화에 찌들었다거나, 혹은 스스로 자멸해버리는 바보같은 짓은 없을거다. 싸워오며 살아온 인간들, 그리고 몬스터와 싸워온 인간들이 지키기 위해 만든 도시니까 말야.


킨은 어느 시체를 발견하고, 그 시체의 얼굴을 깨물었다.

아니,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얉은 철사와 유리알로 만들어진 물건. 안경이었다.


- 게다가 이제부터 싸울 인간들은 지금까지 싸운 인간과는 다르다. 인간의 개성에 의해 개발된 인간만의 고유한 스킬. 그런게 널렸을테지. 쉽게 비유하자면. 그래, 테트론 베어를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스킬이 잔뜩 있다고 생각하면 돼.


킨은 안경알을 바닥에 비빈 후, 그것을 페르세포네의 얼굴에 씌워주었다.

긁힌 유리알이 어느정도 반사경 역할을 하는지, 페르세포네의 표정이 방금 전보단 훨씬 나아졌다.

보는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눈 밑에 드리운 죽음은 안경 덕분에 피곤에 찌든 멍울로 보여졌다.

킨은 안경이 귀에 제대로 걸리도록 고쳐준 후, 계속해 말했다.


- 그러면 앞으로 뭘 해야할까. 지금처럼 대규모로 움직여봤자 대규모로 움직일 뿐이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사냥을 가야할테지. 장비도 필요할테고.

- 장비?

- 그래, 틴. 인간처럼 무기를 들면 좋을거라고 생각했어.

- 그러면 형 말은..

- 그녀를 무기라고 생각해. 인간으로 비유하면 마검정도일까. 말썽많고 베어버린 상대에게 저주를 거는 장비에다가 자칫하다간 소유자조차 그 저주에도 침식당할 수 있는 무기. 마검치고는 말도 하고 눈도 있긴 하지만, 그런 마검이 어딘가엔 분명 있을걸. 아차. 다리가 있는 마검은 없겠지만.

- 하지만 오빠. 결코 좋지는 않을거야.

- 무기로서 평가를 다시 해보련?

- ... 무기치곤 좋겠지만.


카라츄는 그 대화를 들으며 얼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지상으로 올라 올 때, 최소한 지금 이상의 사달은 벌어질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틀림없이 페르세포네를 보고 공격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기를 바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킨의 말에 다른 늑대들은 꼬리를 말고 코를 킁킁거리기만 했다. 페르세포네의 냄새를 기억하려는 것이다.

페르세포네도 마찬가지로 코를 킁킁거렸다. 그저 흉내만 내는 것에 불과했다.


"킨, 정말로 저 인간을 데리고 가겠단건가!"

- 아까 올라오면서 전부 다 말했잖아.

"하지만 저 여자를 과연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그건 자만이다! 오만이다! 죽음을 다스릴 수 있는 생명은 없다! 킨!"

- ... 아, 그렇지.


킨은 더이상의 말은 귀찮은지, 별다른 수식어는 붙이지 않고 말했다.


- 카라츄, 에그보. 너희는 더이상 따라와주지 않아도 돼.

"트로롤!"

"에그보가 묻는다! 왜냐고! 왜냐! 킨! 우리가 방해가 되는거냐!"


킨은 그 말을 기다린 것처럼 대답했다.


- 맞아. 방해돼. 코룸은 너희가 어떻게 써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 도시부터 이어질 인간들의 도시는 너희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킨!"

"트롤!"

- 짐이다.


겨울이 걸어온 것 같은 차가움.

거기에 카라츄는 여름날의 더위처럼 화를 내며 소리쳤다.


"우리는 약하지 않다! 실력으로 증명하겠다!"


이번에도 킨은 기다렸단 것처럼 카라츄의 말에 대꾸했다.


- 좋을대로. 마리. 영역을 쳐줘. 이 싸움에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도록. 거시. 카라츄에게 붙어라.

"왜인 거시야?"

- 내가 실수로라도 죽여버리면 안되니까.



*



먼저 싸운건 에그보였다.

그 싸움은 길지 않았다.

시간을 재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채 3분이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목을 물린 후 질식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딱 그정도였다.


- 카라츄, 네겐 특별히 맞춰주지.


킨은 주인잃은 검 한 자루를 가져와 입에 물었다.


- 인간처럼 무기를 들고 싸워줄테니까. 마음껏 휘둘러도 돼.


인간처럼 싸운다. 그건 도구를 들고 싸운다는 의미다.

늑대가 검을 든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의문은 바로 풀렸다.

입으로 검을 물어 손을 대신한 것이다.

그걸 보며 카라츄는 더욱 분개해했다.

익숙하지 않은 무기를 쓸 정도로 자신이 얕보였단건가?

킨, 너는 정말로 우리가 가엽기만 해서 함께 싸워줬던건가.


"크우워어어어!"


외침이 곧 물결이 되고, 물결이 붉은 빛이 되며 카라츄의 몸을 감쌌다.

전사의 함성, 워크라이. 오크만의 고유한 기술이자, 족장의 자질을 이어받은 전사만이 쓸 수 있는 기술.

흔히 볼 수 있는 스킬은 아니다.

분노를 쌓아야만 쓸 수 있는 제한적인 조건에, 분노를 모두 소진해버리면 한동안 심한 무기력증에 빠져버리고 만다. 단순한 감정소모가 아닌, 감정 자체를 에너지로 쓰이는 기술이기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라고 전해진다.

다만 그만큼의 효과는 분명하다.


정교해지는 손끝, 넘쳐나는 힘, 약점을 꿰뚫는 안력, 약간의 상처정도는 바로 아물어버리는 회복력.

킨의 광폭화에 비교한다면 그보다 더 높은 상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흐읍! 흐읍! 흡!"


카라츄는 황소처럼 거친 호흡을 몰아붙인 뒤, 무기를 들어 킨을 향해 돌격했다.

단순한 몸통박치기지만, 워크라이에 의해 상승된 신체능력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사의 차지.

카라츄가 킨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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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베어내다. +4 19.03.02 538 15 7쪽
» 달려들다. +5 19.02.28 585 19 7쪽
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1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600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3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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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조우하다. +5 19.02.11 996 30 9쪽
25 시험받다. +8 19.02.10 1,030 29 7쪽
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2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0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3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9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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