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15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3.04 17:14
조회
525
추천
16
글자
11쪽

투기장에 들어서다 - 1.

DUMMY

"... 이상으로 보고를 마칩니다."


태산의 목소리엔 비장함보다는 비참함이 조금 더 높은 비율로 섞여있었다.

코룸에서 보았던 것들은 그가 가진 인간의 존엄성을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몬스터들의 연합공격에 인간의 도시 하나가 단 하루만에 함락되어버릴 것이라고.

만일 그때 태산이 군 관계자와의 회동을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더라면, 태산도 그 희생자 중에서 한 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즉각...!"

"알고있네."


의자에 앉아 태산의 보고를 듣던 남자가 대답했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하얀 턱수염이 남자의 나이를 가늠케했다.

아마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코룸보다도 더 나이가 많을 것이다.

길드마스터 라우위 황. 사람들은 그를 길드 마스터라 부르기보단 황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건 태산도 마찬가지였다.


"황 선생님, 정말 제 말을 아시겠단 겁니까?"

"아무렴. 자네가 말한 것의 위급함과 그 중대함을 잘 이해했네."

"그렇다면.."

"즉각 토벌대를 보내지. A 급 이상의 헌터로만 구성해서 내일까지 파견준비를 마쳐두지."


그건 태산이 바란 대답이 아니다.


"헌터만으로 그 몬스터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네, 조금 쉬는게 좋겠군."


황의 말이 이어졌다.


"몬스터라고 하지 않았나. 몬스터를 잡는건 응당 헌터의 역할이지. 그게 아니면 자네는 헌터가 군과 협조라도 해야한다고 하는건가?"


그게 바로 태산이 바라던 대답이었다. 하지만 황의 말투로 보아 그건 들을 수 없는 대답인 듯 하다.


"물론 코룸이 함락된건 내게도 매우 슬픈 일이지.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일테고. 하지만 우린 그렇게 살아왔네. 언제 어느 때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르지. 오늘은 안전할거라 생각했던 도시가 불타 없어진게 비단 코룸의 이야기만은 아니란걸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슬픔따윈 사치일 뿐이야.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더 무기를 들고, 이 세계에 적응한 인간의 힘으로 몬스터와 싸워야 할 뿐일세."

"그 몬스터라는 것이...!"

"오크와 트롤, 그리고 몇 마리의 늑대가 보였다고 했었지? 그런 몬스터를 상대로 내가 친히 명령을 내려 A 급 이상의 헌터로만 토벌대를 구성하라고 하는걸세. 그런데도 불안이 남는다는건가?"


불안을 불만으로 바꿔들어도 될 것이다.

물론 불만이었다.


"물론 이제껏 수많은 도시들이 불탔고, 또 인간은 그만큼의 도시를 새로이 건설해왔죠. 하지만 황 선생님. 이제껏 한계저지선 안의 도시가 함락이 된 적이 있습니까?"


한계저지선이란 인간들의 첫번째 도시이지 최종도시 에리어 11 반경 300 Km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없지. 하지만 그게 우리가 겁을 먹어야 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황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어제 보지 못한 것을 오늘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보게되는 신비로우면서도 두려운 일들을 겪어왔지. 그런 일 중에 하나일 뿐이야."

"황 선생께선!"


이제는 태산의 말에서 님 자가 빠져버렸다.


"저 몬스터들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두렵지가 않으신 겁니까!"

"전혀. 두렵지않네."


황의 대답은 빨랐다.


"내가 두려움을 느낀건 단 한 번뿐. 그것도 몬스터가 아닌, 한 명의 인간 앞에서뿐이었네. 이제 그 인간은 죽어 없으니 내가 두려움을 느낄 일은 없군."


그게 누구냐고 묻지는 않았다.

과거, 헌터 랭킹 2위에 오른 남자가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면 그건 당연히 1위에 머물렀던 남자를 뜻하는 것일테니까.


"인간이 두려움을 느껴야하는 상대는 인간뿐이야. 몬스터따윈 아무래도 두려울 것이 없지."

"황 선생은.."


태산의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그 늑대를 보지 못해서 그런겁니다."

"늑대라..."


황은 깍지를 낀 손을 가슴까지 내리며 말했다.


"미안하네. 도저히 두려움이 들지 않네."


태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A급 이상의 헌터로만. 거기에 내 직속의 황룡대를 토벌대에 추가시키지. 그것으로 자네를 안심시킬 수 있다면 좋겠군."


쾅!

태산은 대답하지 않고 집무실 문을 부수듯이 밀며 나가버렸다.

그런 태산을 보며 황이 중얼거렸다.


"쯧. 어린 놈이 싸가지하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말투였다.


"기껏해야 군의 개로 살아왔던 녀석이 몬스터에 겁을 먹고 저리 비루해지다니. 클클. 역시 군이란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군. 찬. 네 생각은 어떠냐."


대답은 황의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거사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너라면 내 뜻을 알 터인데?"

"제가 판단하기론..."


그제야 찬이라 불린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껏 숨어있었다고 생각하기엔 상당히 큰 거구다.

특히 등에 짊어진 두 개의 장도는 숨길래야 숨길수가 없는 예리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거사께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게 아니신지 합니다."

"클클. 그리 생각하느냐?"


황은 아이처럼 키득거리며 웃었다.


"과거, 이 세계로 넘어온건 기껏해야 본래 세계의 반에 불과했지. 그 반 중에서 가장 크나큰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건 대국이라 불려 마땅한 나의 나라가 아닌, 속국에 불과할뿐인 한국이라는 나라였다."


찬은 고개를 숙였다.

이미 수십번은 들었던 이야기.

덕분에 이 이야기를 할 때의 황의 기분이 그리 좋지않은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이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쾅!


"그것이 가능했던게 바로 에리어 11! 그 군사지역이 통째로 전이되었기 때문이지! 그 탓에 대국의 우리가 저 작은 나라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여야했고, 그들에게 보호를 받는다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황의 몸이 작게 떨렸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이 치욕스럽기라도 하단 것처럼.


"그래서 만들었던거지. 헌터라는 시스템을. 이 세계의 힘을 받아들이고 그 규칙을 이해한 자들의 집단을."


그것을 만들기까지의 수고와 시간은 감히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의 톱 자리마저도 저 소국민에게 빼앗겨버렸다! 찬! 너는 내 수모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

"이해하지 못합니다."


찬이 답했다.


"저는 이제껏 지금의 자리를 빼앗겨본 적이 없기에."


현 헌터의 1위 찬의 대답이었다.


"클클. 그렇지.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아들. 네 녀석이야말로 나의 기쁨이구나."

"해야할 바를 할 따름입니다."

"너라면 내가 이제 무엇을 바라는지 알 것이다."


황이 말했다.


"소잡는데 닭잡는 칼을 쓰지는 않는다지. 하지만 그 몬스터들이 인간의 도시를 침범해 들쑤셔놓았고, 이제는 그 소식이 모든 인간들에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기회다. 그 몬스터를 우리가 잡아서 그것을 우리의 역사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헌터의 선별은 네게 직접 맡기마. 너는 직접 그 몬스터들의 존재여부를 확인한 후, 그들의 목을 베어 내게 가지고 오거라."

"그 외에 바라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찬의 말에 황이 한껏 여유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늑대라 했지. 그래, 그 늑대의 가죽이라도 가져오면 좋겠구나."



*



망할 영감탱이!

태산은 욕지기를 느끼면서도 그 말을 쉽게 내뱉지 못했다.

비난만 하기엔 확실히 황이 이뤄놓은 것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헌터라는 직업이 확실히 구분되도록 그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시스템이 가장 제대로 구체화된게 바로 지금 머무른 이 도시, 울란이었다.


동양풍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오는 건축물들.

그래서인지 오가는 사람들의 복장도 대부분 옛스런 느낌을 담고 있다.

태산은 대로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넋놓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도시의 사람들에겐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 또한 황의 업적이었다.

황은 인간이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바로 몬스터를 인간의 유희로 쓰는 것이었다.


울란의 오른 쪽엔 몬스터들이 서로 싸우도록 마련해놓은 투기장이 자리해있다.

인간들은 몬스터를 잡아와, 그 투기장에서 서로 싸우게끔 만들었다.

그 방법이란 것이 치졸하기 그지없다.

몬스터를 가족단위로 잡아와 협박하는 것이다.

이긴다면 가족을 살려주겠노라고.

물론 그 약속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른 몬스터와 싸워 이긴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과 싸우며 죽기 때문이다.

그 어떤 몬스터라 하더라도 결과는 같았다.

당연하다. 한 쪽은 계속된 싸움으로 인해 상처입은 짐승.

그에 반해 인간은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 거기에 약과 주술로 신체능력을 한계까지 강화시켜 투기장에 나섰다.

준비된 싸움에서 인간이 이기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은 몬스터끼리의 싸움을 보며 자신들의 안전을 확인받았다.

조금 강해보이는 몬스터가 투기장에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인간이 이기는 극적인 드라마를 보며 안심할 수 있었다.

짜집기나 다름없는 그 드라마를 굳이 보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더 나아가 울란의 왼쪽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 도시에 왜 왔나, 하는 자책감 뿐이다.


일명 홍휘루. 인간의 성욕을 풀기 위해 존재하는 상업구역이다.

성욕을 푼다고 하지만, 우습게도 홍휘루엔 여성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형의 몬스터만이 존재한다.

인간과 유사한 하피, 라미아, 인어.

더 나아가 아라크네라던지 여성형 수인도 있다.


몬스터를 상대로 성욕을 푸는건 상당히 비싼 값이 들었다.

그런데도 인기는 상당했다.

인간과는 다른 엄청난 쾌락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싶지만 그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타종족을 유린하고 정복하는 쾌감이었다.

심지어 돈이 별로 없다면 슬라임을 상대로 성욕을 풀 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인간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둔 것이다.


이 도시는 추하다.

오른 편에 자리하는 살육, 왼 편에 존재하는 성욕.

그 두 가지는 인간이 타종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기반에 두고 있었다.

이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에 안심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들의 천국. 다른 의미로는 몬스터의 지옥.

그게 바로 이 도시가 헌터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이젠 어찌되든 상관없다.

태산은 간절히 바랬다.

황의 말대로 그 몬스터를 확실히 처리해줬으면 싶은 마음 뿐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이 도시의 성벽이 무너져버리고 인간의 진실을 몬스터에 보여줘버린다면.

그렇게 되버리면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할 자신이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숨길거라면 차라리 끝까지 숨기고 싶은 비겁한 마음.

그 마음과 더는 대면할 수 없어 태산은 더욱 깊숙히 자리한 인간들의 또 다른 도시로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 강한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6 19.02.06 901 0 -
공지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35 19.01.22 1,935 0 -
43 투기장에 들어서다 - 2. +12 19.03.06 739 17 8쪽
» 투기장에 들어서다 - 1. +5 19.03.04 526 16 11쪽
41 결론짓다. +4 19.03.02 527 19 8쪽
40 베어내다. +4 19.03.02 538 15 7쪽
39 달려들다. +5 19.02.28 584 19 7쪽
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1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600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2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33 해독하다 - 5. +3 19.02.18 675 17 11쪽
32 해독하다 - 4. +5 19.02.17 724 16 7쪽
31 해독하다 - 3. +4 19.02.16 793 23 8쪽
30 해독하다 - 2. +5 19.02.14 846 25 7쪽
29 해독하다 - 1. +5 19.02.13 876 26 8쪽
28 연참 - 이식을 쓰다. +8 19.02.12 897 22 7쪽
27 사막에서 싸우다. +2 19.02.12 914 28 10쪽
26 조우하다. +5 19.02.11 996 30 9쪽
25 시험받다. +8 19.02.10 1,030 29 7쪽
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2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0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3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9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16 다른 동물의 영역에 들어가다. +4 19.02.02 1,426 4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