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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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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824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03 18:00
조회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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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떠올리다.

DUMMY

킨은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저 멀리, 방황하듯이 같은 자리를 왕복하는 테트론베어에게 숨소리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틴은 숨까지 참고서 테트론베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관찰하던 킨과 틴의 눈이 마주쳤다.

틴의 말 대로다.

이 숲에는 생명이라고 부를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체가 되어버린 테트론베어는 좀비베어가 되어 숲을 방황하고 있었다.


*


눈이라고 불러야 할 구멍으로는 버섯의 포자가 튀어나와있고, 귀를 통해 흘러나온 뇌수는 그대로 굳어버린 고름이 되어버렸다.

손끝과 발끝도 온전치 않다. 끝이 헤집고 무너지며 뼈가 튀어나왔다.

내장은 이미 전부 썩어버린 모양이다. 배는 부패한 가스가 가득 찬 탓에 풍선처럼 부풀어있었다.

언제 죽은걸까.

그리고 왜 죽지 못하고 저렇게 시체가 되어 숲을 방황하는걸까.

조금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 틴, 너는 뒤에서 퇴로를 지켜. 나는 조금 더 앞으로 가서 봐야겠어. 테트론베어가 왜 죽었는지, 또 언제 죽었는지를 확인해야해.

- 혀, 형! 그러지...!


킨을 말리려던 틴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 무리하지마. 절대.


탓. 파팟!

들풀이 밟히는 소리가 났지만, 테트론베어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그보다는 등이 가려운지, 연신 바위에 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등의 가죽이 전부 벗겨져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겠다며 뾰족한 바위에 등을 긁어대기만 했다.

신경이 쏠린 틈을 이용하며, 킨은 테트론베어에게 들키지않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좀비가 된 기간을 구분하는 첫번째 방법.

좀비는 살아있는 고기를 먹으려고 하지만, 그것을 소화시키지는 못한다. 먹는 족족 그것을 배에 채워넣을 뿐이다.

배에 고기가 가득차면 그것들은 소화활동이 아닌, 무게에 의해 밖으로 배출된다.

소화활동이 멈춰버렸는데 배변을 컨트롤할 수 있을리가 없다. 좀비는 마치 그게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주변에 자신의 배변물을 흩뿌리고 다녔다.

그러니 좀비는 피부의 부패정도가 아닌, 배설물의 부패한 정도를 통해 좀비가 된 기간을 유추할 수 있다.


킨은 테트론베어의 주변을 살폈다.

굳어버린 배변물이 사방에 흩어져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먹어봐야 알 수 있는건 아니다. 소화가 되지 않은 배변물은 짓이겨놓은 시체와 같은 형상을 띄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간간히 소화가 된 배변물도 보인다.

그건 테트론베어가 좀비화가 진행된건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좀비가 된 기간을 구분하는 두번째 방법.

좀비는 신체를 제어하지 못한다. 걷는 것과 먹는 것 외의 모든 의식은 멈춰있다. 좀비가 살아있는 것을 공격하는 행위도 어디까지나 먹기 위한 행위에 속한다.

결국 신경의 제어를 받지 못하게 된 모든 근육은 점점 더 녹아내리고만다.


그렇다면 좀비가 되었을 때 가장 빠르게 부패하는 부위는 어디인가. 혹은 가장 먼저 제어할 수 없게되는 부위는 어디인가.

바로 관절이다.

관절의 사이에는 본래 관절끼리 부딪히지 않게끔 윤활액이 차있거나, 연골이 사이사이에 자리해있다.

좀비가 되면 가장 먼저 녹아내리는게 그와 같은 섬유액과 섬유형 근육이다. 흔히들 좀비가 녹아내린다고 생각하는건 바로 그런 근육들이 녹아내리는 모습때문이다.

당장에 관절 사이의 섬유형 근육을 잃는다고 해서 걷지 못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빨리 뛸 수는 없다. 게다가 뼈가 어긋나버리면 다시 맞출 수도 없다.


이 두 가지 정보를 통해 하나의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좀비가 되면 가장 먼저 부패하게 되는 부위가 어디냐는 것이다.

정답은 하악골. 턱과 머리뼈를 잇는 관절이다.

먹기 위해선 입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근육의 부패는 멈추지 않다보니 가장 먼저 하악골이 떨어져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좀비가 된 기간과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싶다면 좀비의 하악골을 확인하면 된다. 그것이 온전히 붙어있다면 좀비가 된 지 얼마되지 않은 것이고, 거의 떨어져나간 상태라면 최소한 좀비가 된 지 1주일 이상은 지났다는 의미다.


테트론베어의 하악골은 제대로 붙어있다.

군데군데 근육섬유가 찢겨져나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제대로 움직일 수는 있는 모양이다.

그 형태를 보건데, 좀비가 된지 2일. 내지는 3일 사이로 확인할 수 있다.


'날씨를 더해서 생각해보면 최대 5일이다. 테트론베어가 죽은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이 정보는 상당히 유용한 정보다.

테트론베어가 좀비가 되어버린 단서가 겨우 5일만에 사라질리는 없다.

틀림없이 저 몸 어딘가에 좀비가 된 이유가 남아있을 것이다.


좀비가 생기는 가장 가장 큰 이유는 테레아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그 외에도 좀비가 되는 방법은 존재한다.

다른 좀비로부터의 감염, 혹은 누군가로부터 기생을 당하며 몸을 빼앗기고 좀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미 죽어버린 시체 자체에 주술을 사용해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주술에 의해 의지를 가지게 된 좀비는 구울이라고 불린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위해선 그런 방법도 있음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킨은 잠시 인간일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


"진운! 야! 강진운!"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쫓아오며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야, 아무리 그래도 회의중에 이렇게 나오는 경우가 어딨어! 저 사람들도 전쟁을 끝내자고 그런 방법을 떠올린거 아냐.


킨은 자신이 이렇게 대답한걸로 기억한다.


"놔. 더 들을 필요도, 가치도 없는 이야기일 뿐이야."

"그게 그렇게 싫은거야? 하지만 실용성을 생각하자면..."

"실용성? 야, 김관. 넌 저 새끼들이 뭐라고 하는건지 모르는거야?"

"새끼가 뭐냐, 새끼가. 저 사람들도 자기 집단이 있는 대표들인데."

"그래서 하는 이야기야! 너도 최소한 대표로 나온거면 저 새끼들 말에 화를 내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렇기야 하지만 말야... 우리랑 쟤들만 있는게 아니잖아. 스물이다, 스물. 대표자만 스무명이야. 그만큼 뿔뿔히 흩어졌던 집단이 어떻게든 모여서 힘을 합치는 날까지 왔어. 그게 다 너 덕분이잖아. 그러면 너도 저 사람들 입장을 이해해주고 들어보려고 해야지."

"김관!"


타악! 진운은 김관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말했다. 들을 필요도,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김관이 알아듣질 못하는 것 같으니, 정확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시체를 사용하는 스킬, 독을 사용하는 스킬. 그 두가지만큼은 절대 써선 안돼."


김관은 이미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그 이야기의 메리트를 쉽게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난 디메리트보단 메리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건 전쟁이야. 그것도 살아남기 위한 전쟁. 우리가 살기 위해선 그런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는 있는거야."

"그래서."


진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기어코 독을 쓰겠다?"

"아주 어렵지만은..."

"그것도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독을 쓴다는 것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일찍이 독을 품은 무기를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쓰기는 어렵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전쟁을 더욱 쉽게 끝낼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의 주장은 그것과는 다르다.


이 세계의 기본은 포식.

승자는 패자를 포식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리고 포식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저들의 주장은 그것을 하나의 룰로 받아들이고, 그 룰을 이용하자는 의견이었다.


간단한 방법이다.

굳이 먹혀야만 한다면 차라리 독을 몸에 품으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설령 져서 먹히더라도, 상대는 그 독까지 삼키게될테고 그럼으로써 상대를 죽일 수 있게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전쟁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약자라고 하더라도 전선에 투입시킬 수 있다는 것과, 약자일수록 그 효용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오히려 먹히는게 좋을 것이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이제껏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독을 먹인 후 전쟁터로 내몰기만 하면 된다.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인 머릿수를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말했잖아. 미리 독을 먹어두기만 하면 돼. 그것만으로 누구나 싸울 수 있게 돼. 심지어 부작용도 없다잖..."

"확인은 한거냐?"

"서류로 보여줬잖아, 임상실험을 했다라고."

"그런데 왜 그 서류엔 자기들 이름이 빠져있을까. 이상하지않아?"

"그거야... 뭐..."

"얼버무리지말고 똑바로 대답해. 인간의 몸에는 무해하지만 타종족에게는 유효한 독을 만들어냈다. 그러니 그 독을 먹고 싸우라고. 넌 그 말을 우리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어?"

"..."

"할 수 있냐고! 대답해! 김관!"

"그러면 어쩔건데!"


김관이 진운의 팔목을 붙잡았다.


"십년이 훨씬 넘었어! 그러고도 아직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요원하기만 해! 어쩔건데! 이길수만 있다면 뭔 짓을 못하겠어! 독? 내가 먼저 마실게! 내가 먼저 마시면 되잖아!"

"김관!"

"어떻게든 될거라고 말하지말고 너야말로 현실적인 대답을 해. 강진운. 너, 그건 아냐? 너도 벌써 늙기 시작했다는걸. 만일 너가 죽고나면 어쩔거지? 그동안 너 하나만 믿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어쩔거냐고. 희망이 없어졌으니 죽어라? 웃기지마. 희망이 없다면 절망이라도 품어야 해. 그게 독이라도 품어야 해!"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친구의 화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제 진운은 애원할 수 밖에 없었다.


"관아. 우리 최소한 인간답게 살자. 인간답기 위해 살기 위해 싸우는거잖아."

"인간다운게 뭔데."


김관이 모자를 다시 고쳐쓰며 말했다.


"회의장으로 돌아와. 그리고 넌 헌터지만, 난 지휘관이야. 안에서 말실수하지마라."


김관의 모자에 붙은 별이 반짝하며 빛을 반사시켰다.


"여긴 군대야."


*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독을 먹으면서까지 싸우는 사람은 늘어났고, 먹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그럴수록 진운은 발버둥쳤다.

최소한 인간다움만큼은 잃고 싶지 않았던 진운은 마지막까지 독을 먹지 않았다.

그럴수록 주변의 사람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그 독의 부작용 중 한 가지가 바로 사고능력의 저하. 인지능력의 상실, 감각기능의 퇴화였지. 일명 좀비화라고 불리우는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간은 이 세계에 너무도 빠르게 적응해버렸다.

심지어 테레아라 불리우는 환경이 만들어낸 좀비마저도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그건 다른 의미로 너무도 인간다운 일이었다.


킨은 감았던 눈을 뜨며 눈 앞의 현실을 직시했다.

테트론베어의 몸에서 중독에 의한 부패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인간일 때의 일이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걸까.

그리고 저 테트론베어를 좀비화시킨게 인간의 짓이라고 생각되는걸까.

억측해선 안되지만, 불안함은 커져만 갔다.


'그래도 테트론베어가 왜 좀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있었어.'


열매만을 확인한 채, 수확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무리할 필요는 없다.

좀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트론베어는 아직도 강하기만 하다.

그것은 종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 힘의 차이다.

그러니 굳이 분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분하기만 하다.

등을 보이고 도망쳐야만 한다는 사실이.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욱 강해져야만 한다.

아직은 미완성에 불과한 연참을 완성시키는 날, 연참의 칼로 눈 앞의 불안을 베어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늑대는 자신이 머물렀다는 발자국만을 남긴채 다시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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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사막에서 싸우다. +2 19.02.12 915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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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시험받다. +8 19.02.10 1,030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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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2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1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3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9 38 12쪽
» 떠올리다. +4 19.02.03 1,367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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