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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16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21 20:30
조회
652
추천
20
글자
9쪽

해독하다 - 8.

DUMMY

엄밀히 말하자면 킨이 한 것은 자기자신을 최면으로 유도해 상태이상에 걸려든 것이다.

인간으로 비유하면 지금 킨은 스스로 광폭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방어를 생각하지 않는 오직 공격일변도의 전투태세.

전투에 한정해 사고의 속도와 신체의 반응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이 방법은, 극단적인 공격력과 터무니없을정도로 낮아지는 방어력때문에 인간은 더이상 쓰지 않는 수단이 되었다.

굳이 쓴다면 동귀어진을 각오해야 하거나, 혹은 너무 격차가 큰 상대, 도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두려운 상대일 경우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킨도 그런 이유때문에 스스로에게 광폭화 상태를 건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금 이 상태이상이야말로 킨이 본래 즐겨쓰던 전투태세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방법이야말로 버그베어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태세임을 킨은 확신하고 있었다.

증명은 전투를 통해 이뤄졌다.


콰지직! 콰작! 콰작!

버그베어의 동그란 몸체에서 살덩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이윽고 그것은 버그베어의 몸보다 더 큰 무언가의 형상을 갖췄다.

거대한 손. 시체로 얼기설기 묶어낸 손이다.

부우웅!

휘두르는 것만으로 풍압이 생겼다. 버그베어의 거대한 팔은 절벽이 무너지는 듯한 존재력을 과시하며 킨을 향했다.

콰쾅!

지면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 하지만 버그베어는 그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다.

늑대가 곤죽이 된 느낌도, 파리를 내리친 느낌조차도 없다.


"구우우?!"


늑대는 거대한 팔의 끝에 매달린 채, 그 줄기를 타고 버그베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후우웁!"


버그베어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그것을 내뱉었다.


"콰아아아아!"


에오르를 폭사시켜버린 소리의 압력, 버그베어의 하울링. 비록 자신의 손도 음폭의 범위에 말려들겠지만 버그베어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았다.

빠직! 빠직!

소리조차 갈라질 정도의 음폭.

동시에 킨도 숨을 모은 후, 하울링을 내질렀다.


- 아우우우!


버그베어의 음폭이 밀어붙이는 거대한 방패와도 같다면, 킨의 하울링은 끝이 날카로운 창과도 같다. 위력으로 따지자면 버그베어가 단연 높지만, 날카로움만큼은 킨이 우위였다.

쿠쿠쿠!

소리가 깨지며 틈이 생겼다. 그 틈 사이로 하얀 빛이 쇄도했다.

콰콱!

늑대의 어금니가 버그베어의 목덜미를 물었다. 썩은 살덩이가 뜯겨져 나간다. 피가 고름이 짜여지는 것처럼 뿜어져나왔다.


"그워우우!"


버그베어의 비명. 그건 통증에 의해서가 아닌, 분노에 의한 외침이다.

겨우 늑대따위에게 자신의 살점을 뜯기다니.

하지만 몸을 털어내도 늑대는 떨어지지 않는다. 몸을 흔들어도 마찬가지다.


"구워어억!"


버그베어는 쓰러졌다.

아니, 일부러다. 떨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물고 있는 상태로 짓눌러 죽이기 위해 몸체를 기울였다.

쿵!

버그베어의 몸이 지면과 부딪히며 흙먼지를 날렸다.

하지만 몸과 지면 사이의 1mm 사이에 남은건 아무 것도 없다. 흙먼지뿐이다.


"그우우...!"


늑대는 이미 몇 걸음은 물러난 것에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망친 것도 아니고 다시 물어뜯기 위해 저렇게 서있다고?

버그베어는 늑대의 존재는 용서할 수 없었다.


"쿠크으으으어어어!"


이제는 포식이 아닌, 학살을 위해 괴성을 내질렀다.


- 아우우우!


늑대의 울음이 버그베어의 괴성을 덮어버렸다.



*



수십분 후.

이제 이곳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뽑히지 않은 나무는 없고, 가루가 되지 않은 바위가 없다. 방금 전까지는 동굴과 숲이 이어지는 자연이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되어버렸다.

그 주위로 흩어진건 피와 고름, 살덩이, 그리고 버그베어의 몸에서 뜯겨져나간 시체들이다.

버그베어의 전투방식은 파괴적인 만큼 소모적이었다.

3,700 개체의 시체의 힘이 그 한계를 두지 않고 사용되었고, 사용된 시체는 다시 버그베어의 몸과 이어지지 않은 채 소모되었다.

검은 재가 피어올랐다.

시체가 내는 열기에 의한 탄화작용.

그것이 신호였다.

버그베어의 몸이 조금씩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애초에 살기 위해 만들어진 몸이 아니다. 탄생을 축복받은 몸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를 죽이고 죽이고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부수고 파괴하고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괴물.

그것이 버그베어의 본질이다.

무엇보다도 만드는 쪽에서도 시작품에 불과했던 만큼, 그 생명의 길이가 오랫동안 이어질리가 없다.


그 앞에는 붉은 눈의, 하얀 털의 늑대가 우뚝 서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오직 버그베어의 고름같은 피를 뒤집어 쓴 채로.

그 모습을 보며 버그베어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신은 먹기 위해 존재하고 먹을 수록 강해지는 이형의 괴물.

하지만 저 늑대는 그렇지 않다.

싸울 수록 강해진다. 그 싸움이 길어질수록 터무니없이 강해진다.

제대로 싸운 것도 처음 순간뿐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유린이었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데리고 노는 듯한 놀이.

물고, 뜯기고, 먹히고, 밟히고.

그것이 반복되기만 했다.

본능에 따라 학습하는 광폭화.

그것이 킨의 본질이었고, 킨의 본 모습이었다.

3,700의 시체는 이제 500 개도 남지 않았다.


시체의 수가 줄어든 만큼 자아의 수도 줄어들었다.

그중에 가장 강한 자아를 가진, 그리고 버그베어의 모토가 된 자아는 아직 남아있었다.

버그베어의 몸에서 소년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부풀어오르고, 상처 투성이에, 심지어 불에 탄 흔적도 남아있지만 그건 분명 아직은 어른이라 할 수 없는 소년의 얼굴이었다.

버그베어의, 괴물의 몸에서 나온 소년의 얼굴이 말했다.


"왜.. 왜애.. 왜 자후 나우 괴로히후어데..."


그 목소리는 킨에게 와닿았다.

어눌하지만 언젠가 들어봤던 목소리, 말투, 이야기.

챙이었다.


"흑... 흐흑... 아.. 아파.. 마이 아파... 어마.. 아파.. 아바.. 아파..."


버그베어는, 그 안의 시체는 말했다. 울었다. 고통스러워했다.

이제와서 갑자기 그렇게된건 아니다.

사실 전투가 이어지는 내내 버그베어는 울부짖고 있었다.

괴성이나 다름없었던 그 외침은, 사실 시체가 되어버린 인간들의 절규, 탄식, 울부짖음이 합쳐진 목소리였다.


살려줘. 괴로워. 힘들어. 도와줘. 날 꺼내줘. 누르지마. 싫어. 히힉. 흐히힉. 저 자식을 죽여! 늑대다! 도망쳐야해. 죽여버리자. 먹고싶어. 배고파. 꺼져. 싫어. 싫어. 싫어!


이제 그 시체들의 목소리가 챙을 향해 전달되었다.


"제송..합니다... 제송해혀... 그러니아... 그러니아.. 요서해.. 용서해주세혀..."


패자의, 약자의, 시체의 반성.

그 말이 이어졌다.


"엄마가.. 엄마가..."


조금씩 목소리가 본래의 말투를 찾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짓눌리는 생명이, 시체가 진정한 의미의 시체가 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가아! 몬스터는 전부 나쁘니까아! 그러니까 죽이라고 했는데에!"


챙의 얼굴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그러다 한 순간, 챙의 시선이 자신의 몸으로 향했다.


"여기..있네. 몬스터?!"


쾅! 쾅! 콰직! 콰자작! 우드득!

자신의 몸을, 살을, 시체를 잡아 뜯기 시작한 버그베어.

그 앞에서 킨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는 언제든 저 버그베어를 죽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켜볼 뿐이다.


"죽어! 죽어! 몬스터는 전부 죽어! 죽으라고! 아파! 아파! 아프니까 죽어!"


자해하던 버그베어의 얼굴이, 챙의 목소리가, 그 시선이 킨에게 와닿았다.


"그러니까! 이제 좀! 좀! 좀! 제발!"


챙이 말했다.


"... 죽어.. 죽여... 주세요오..."


챙의 얼굴에서 흘러내린 한 줄기의 눈물.

그제야 킨이 걸음을 내딛었다.

이제는 스스로 죽일 가치조차 없는, 혼자 자멸해버릴 저 괴물.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세뇌당했을 저 소년을 구원할 방법은 이제는 하나.


콱!

킨의 몸이 버그베어를 덮치며 챙의 목을, 버그베어의 마지막 생명을 잡아뜯었다. 물어뜯었다. 집어삼켰다.

인간이 몬스터를 증오한다면, 그렇게 살아왔다면. 그 끝도 그렇게 끝을 낼 뿐이다.

몬스터로써, 늑대로써 챙을 죽였다.


"고마..."


그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버그베어의 죽음. 챙의 죽음. 썩기 시작한 시체와 살덩이의 위에 남은 생명은 오직 하나. 늑대였다.

챙이 전하지 못한 마지막 두 글자의 목소리는 메세지를 통해 전달되었다.


『포식을 통해 다음의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 Lv 1. 플랜트리 네크로맨싱

- Lv 1. 부두교의 고취

- Lv 1. 부두교의 심취

- Lv 1. 시체먹기의 특성화

- Lv 1. 부패가속화

- Lv 1. 부패저항

- Lv 1. 독 저항

- Lv 1. 죽음 저항

- Lv 1. 오염 저항

- Lv 1. 스펠 브레이커 하울링

- ...


그 메세지를 받아든 킨이 고개를 치켜들고 울부짖었다.


- 아우우우!


늑대가 승전의 외침을 저 하늘 위로 쏘아올렸다.

저 멀리, 인간들의 도시 코룸에서도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해독하다는 아직 끝이 안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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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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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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