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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19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20 20:00
조회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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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9쪽

해독하다 - 6.

DUMMY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의식을 살린 채로 육체를 먼저 죽여버리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의식이 끊어지지 않을 강한 계기, 혹은 원동력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강렬하게 소망하는 마음.

예를 들면 증오라던지.


물론 과학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의 세계는 다르다.

주술적인 요소가 더해지며 좀비를 실재하는 몬스터로 만들어버렸다.

본래는 이 세계에 없었던 몬스터를 인간은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발상은 너무도 위험하기만 하다.

좀비를 만드는 방법을 거꾸로 되돌려보면 그 발상이 왜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의식을 잡기 위해 심어놓는 주술. 증오라는 원동력. 육체를 먼저 죽이고 의식을 살려두는 방법.

즉, 이와 같은 과정은 인간이 '살아있을 때' 행해야 한다.


"그래서 버그베어는 어떻게 완성되었나요?"


킨이 동굴에서 나온 버그베어를 발견하기 2시간 전.

중앙의회장의 지하에서 미마녀 에오르가 물었다.

사실 에오르도 방법 자체는 알고 있으니 지금의 질문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었냐.

테페로가 대답했다.


"저희가 바라는 모습대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무려 3700구의 시체가 들어갔으니까요."

"오오.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기란 쉽지가 않았을텐데."

"결국은 의식 자체의 문제였죠.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버그베어의 제작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일정수 이상을 넘어서면 의식이 계속 갈라지며 다른 시체를 흡수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됐었죠. 그래서 발상을 바꿔봤습니다."


테페로가 가슴을 내밀고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강한 자아를 가진 의식을 심어서 다른 의식을 통일시켜버리면 어떨까. 라고요."

"과연. 그렇지. 시체들의 왕을 만들기 위해선 왕이 될 의식을 심어줘야한다는거군."


과연 이들이 말하는 버그베어란 무엇인가. 또 강한 자아란 누구를 말하는걸까.

우선 버그베어에 대해서 고찰을 할 필요가 있다.

본래 버그베어는 시체가 결집되어 만들어진 몬스터다.

다른 이름으로는 '걸어다니는 무덤', 혹은 '묘비의 주인'이 있다.

시체의 결집이니만큼 외형은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하고 또 분열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난폭하다.

그리고 강하다.

베이스로 삼은 시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버그베어의 완력은 테트론베어와도 맞먹을 정도다.

다만 시체의 군집인만큼, 분할된 의식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또한 시체의 수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폭주해버리고, 시체만으로 합성된 탓에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단점을 극복해냈다.

시체를 녹임으로써 부피와 궤적을 줄였고, 그럼으로써 합성할 수 있는 시체의 수를 극단적으로 높였다.

문제는 분할되어버리는 의식이었다.

자아유지가 안되는 몬스터는 오히려 문제만 될 뿐이다.


"처음에는 자아가 유지되지않고 흩어져버리니 기껏 녹여낸 시체도 흘러내리더군요. 분열됨과 동시에 유지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합쳐내기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린대로 거꾸로 생각해보았죠. 차라리 하나의 의식이 다른 모든 의식을 지배하도록 하자. 그만큼 강한 자아를 심어보자고. 그때 마침 좋은 의식체가 들어왔었습니다.

"궁금하군. 자아가 강하다는건 목적성이 강하고 뚜렷하다는건데. 게다가 유지가 되기 위해선 상당히 젊은 시체였어야 했을거야. 대체 누구지?"


시체로 삼은 자의 이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테페로가 대답했다.


"여러분도 알고 계실겁니다. 젊고 유능한 플랜트 네크로맨서. 챙이 바로 소재가 되어주었죠."

"챙?"


로젤란이 되물었다.


"그는 북쪽에서 부여받은 임무가 실패하고 몬스터에 급습당해 불에 타 죽었을텐데?"

"맞아요. 분명히 그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헌터 태산이 불에 탄 챙의 시체를 가지고 와주었죠. 저희는 챙의 시체를 안치하겠다는 조건으로 인수받았고요. 헌데 챙은 아직 죽지 않았더군요. 의식적으로는 말입니다. 아마도 약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결과적으로 챙은 반신이 재가 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뇌에 반응이 남아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이 되는군. 네크로맨서의 소양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시체를 종속시키기란 쉬웠겠지. 게다가 젊고 유능하기까지해."

"게다가 몬스터를 증오해온 충성스러운 헌터였으니까요. 의식만 제대로 붙잡는다면 제격이었네요."

"잘해주었구만."

"축하드려요."


다른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받으며 테페로는 지하로 통하는 문을 닫았다.


"그러면 이제 더 큰 박수로 그를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체들의 왕을! 우리들의 새로운...!"


퍼억!

테페로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날아온 해골이 테페로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꺄아아악!"


에오르가 소리쳤다.

다른 남자들도 소리쳤다.

절규. 아수라장. 혼란.

몇몇은 다시 위로 올라가려고 해보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이 지하통로는 안전을 위해 위에서 아래로만 내려올 수 있을 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는 없다. 키를 사용한다면 가능할테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키가 바로 테페로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쿠크으으으."


어둠 속에서 스산한 괴성이 들려왔다.

버그베어. 3700 구의 시체가 모인 신종 몬스터. 인간이 만들어낸 악몽.

악몽을 맞이한 인간들의 절규가 지하를 가득 메웠다.



*



에오르는 도망치고 도망쳤다.

의장은 죽었다. 로젤란은 죽었다. 모두가 테페로와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쳐맞아죽든, 압사당해죽든, 어차피 결과는 같다.

모두가 저 버그베어에게 흡수당해버렸다.


버그베어의 몸체에서 삐죽 튀어나온 시체 중엔 머리가 없는 테페로와 온 몸이 부서진 로젤란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에오르를 향해 말했다.

괴로워. 도와줘. 살려줘.

그러니까 너도 이리로 와.

다른 시체들의 울부짖음과 탄성, 괴성까지 합쳐졌다.

그건 더이상 언어가 아니었다.


"쿠워어어어어!"


에오르는 마구 달렸다.

테페로와 몇 번 이 길을 다녀본게 다행이었다. 덕분에 에오르는 동굴로 나가는 길을 헤메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버그베어를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었다.

심지어 밖으로 나온 순간, 어둠에 적응했던 시야와 타이트한 옷차림이 방해가 되었다.

콰당!

열 걸음 뒤에 버그베어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에오르는 넘어져버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더이상은 도망칠 수 없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한계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에오르는 선택해야만 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콰직!

에오르는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 피로 바닥에 도형을, 수식을, 문자를 써내려갔다.

마법진. 피로 그려진 원과 도형이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마법진을 붙잡으며 에오르가 소리쳤다.


"에오르의 종복! 선택을 받을 자! 대가를 원하는 자!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내어 목적을 다하라!"


에오르는 소환물의 이름을 외치지 못했다.

애시당초 무엇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리고 제물로 바칠 대가만 충분하다면 원하는 것을 선택해 소환해낼테지만 지금 가능한건 랜덤에 맡긴 소환뿐이다.

무엇보다도 에오르의 특기는 소환이 아닌, 주술이다.

소환은 어디까지나 주술을 위한 보조장치.

가능하다면 10초. 최소한 7초 이상은 버텨줄 무언가가 소환되기를 바래야했다.


쿠쿠쿠쿠.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흙이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에오르의 피가 흙 사이로 들어가며 생명을 띄고 모습을 드러냈다.

형태는 인간. 골격은 성벽. 소환수 중에서도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몬스터.

골렘이다.

최상의 결과다.


"골렘! 너의 새로운 주인을 수호해!"


뭣하면 끌어안고 같이 죽어도 좋다.

하지만 그것까지 바라는건 사치.

에오르는 최상의 결과에 이은 최선의 수를 택했다.


"덴. 엔. 브리. 덴. 로우. 마크. 로우."


반복적인 단어의 나열. 정답을 찾기 위한 수식과 같은 나열.

에오르의 특기인 주술이 발동되었다.


"로크. 나. 로크. 로우!"


천겹의 화살비. 허공에서 만들어진 화살이 버그베어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작가의말

쿠크으으으... 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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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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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9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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