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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07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07 21:37
조회
1,281
추천
41
글자
9쪽

목을 물리다.

DUMMY

조금씩 인간이 머문 흔적을 지워나가던 북쪽 숲에 손님이 찾아왔다.

흉측한 녹색의 괴물들과 거대한 푸른색의 괴물들이.

만일 킨이 인간이었을 때 그 손님을 마주했다면 잔뜩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문답무용으로 주먹을 치켜들고 싸웠을 것이다.

오크와 트롤. 그들은 킨이 인간일 때에 가장 증오하던 괴물이었다.


인간과 닮은 모습, 그러면서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괴력과 재생력을 가진 괴물.

심지어 여타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리 군중이라는 규모의 집단으로 움직이고 무기를 들고 싸운다.

그런 그들과의 싸움은 전투가 아닌, 전쟁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그들이 두렵다거나 싫지가 않다.

오히려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자신들의 영역을 잃어버린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다.

그들이 자신과 같은 적을 공유하기 때문이고, 그 싸움에 패해서 상처입은 모습으로 이곳까지 떠밀리듯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크와 트롤은 인간에게 패했다.

가장 큰 패인은 독이었다.

죽으면서 독을 품는 인간의 전략에 오크와 트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심지어 그들의 독은 한층 강화되었다.

인간의 시체를 먹지 않아도, 그 땅에 시체가 된 독을 남기면서 대지를 오염시켰다.

오크와 트롤이 영역을 포기한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북쪽숲에 온 것은 필연이었다.

북쪽숲의 늑대가 인간의 무리를 이겼다는 소식은 바람을 타고 전해졌고, 그들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길 바랬다.


"오크의 전사, 카라츄. 북쪽 숲의 늑대를 만나길 바란다."


인간일 때엔 전달받지 못하던 오크의 위엄있는 목소리에 킨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트롤의 목소리에선 인간일 때와 같은 느낌을 전달받았다.


"트로올!"

"또한 트롤의 투사. 에그보도 같이 바란다."


통역인건가.

아버지는 거리를 두고 무기를 내린 그들과 마주했다.


- 나를 만나길 바라는 이유가 뭐지.


아버지도 이미 이들이 찾아온 이유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묻는건, 그들의 의사를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우리와 싸워주길 바란다."

- 왜지.


대화를 끊어버리는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버지야말로 왜 그러시지. 이미 이유는 아실텐데.


"트로올!"

"에그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고 우리의 땅을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싸울 수 있다."

"트롤!"

"에그보도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

"트로롤!"

"우리는 당신과 같은 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같이 싸워주길 바란다."


아버지의 눈빛은 차가웠다.

도움을 청해 찾아온 그들을 멸시하는 눈빛이다.

그건 적의에 가까웠다.

카라츄는 아버지의 눈빛을 피하지않고, 그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는거지."

"트롤!"

"에그보가 말한다. 우리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고."

- 그럴테지.


아버지는 걸음을 돌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 하지만 우습군.

"우리를 우습게보는건가!"

- 그래. 대화가 통한다고 해서 나와 대화를 하려는 너희들이 우습게 보이는군. 킨.


아버지가 킨을 향해 말했다.


- 저들에게 늑대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거라.

- 아빠?!

- 아버지?! 왜 형이...!


아버지의 말에 동생들이 깜짝 놀라며 킨과 아버지를 번갈아보았다.

카라츄와 에그보도 마찬가지였다.

대화를 하기 위해 왔건만, 갑자기 싸움을 조장하려들다니.

하지만 킨은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뭘 말하고 싶으신지를.

처음엔 몰랐지만 저들의 실수를 보며 아버지가 왜 저들을 차갑게 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뜻대로 순순히 걸어나갔다.


- 네, 아버지.


킨이 아버지가 서있던 자리를 대신하며 카라츄를 응시했다.

카라츄가 소리쳤다.


"어째서지! 우리는 늑대와 싸우길 원하지 않는다!"

- 이봐, 아저씨.


킨은 카라츄와 마주보며 말했다.


- 우리가 인간인가?

"뭘 말하고 싶은거지!"

- 인간과 오랫동안 싸워서 그런가.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려고 하는군. 왜 대화를 하려고 하지? 여긴 우리의 영역이다.


크르릉. 어금니를 드러내고 꼬리를 지면에 붙였다.

언제라도 달려들 수 있도록.


- 무기를 들어. 죽기 싫으면.

"트로올!"


킨의 도발에 응한건 에그보였다.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던 에그보는 나무곤봉을 치켜들며 포효를 질렀다.


"트로오오올!"


콰쾅!

허공높이 들려진 나무곤봉이 지면을 후려치며 굉음을 냈다.

하지만 공격의 궤도가 너무 솔직하기만 하다.

킨은 몸을 숙여 곤봉을 피한 후, 빠르게 파고들었다.


"트로오올!?"


발로 킨을 걷어차보려고 했지만 킨은 그것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쪽 다리를 꼬리로 휘감은 후, 그대로 잡아당겼다.

쿵!

거대한 몸이 괴상하게 꺾여나가며 쓰러졌다.

뼈가 어긋나며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트롤이 아니었다면.


"트롤!"


트롤의 강함은 끊임없는 재생에 있다.

상처만이 아니다. 뼈가 부러지고 부서져도 재생해버린다.

단 한 부위를 제외하면.


"트...롤!"


크르릉. 킨은 대답하지 않았다.

쓰러진 트롤를 짓누르고, 그 목을 입으로 움켜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어뜯을 필요는 없다. 이대로 질식을 시켜버리면 트롤은 죽어버린다.


"그만! 우리는 싸우고싶지 않다!"


카라츄의 말에 킨은 에그보의 목줄을 놓으며 물러났다.


- 맞아.

"마, 맞다니?!"

- 카라츄. 당신이 방금 한 그 말이 맞아. 싸우고 싶지 않아.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당신은 아버지에게 뭐라고 했지?


카라츄는 싸워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것이 카라츄의 실수였다.

늑대는 싸움을 즐기지 않는다. 먹기 위해, 그리고 지키기 위해서 싸울 뿐이다.

그렇기에 늑대의 싸움은 처절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겠다는건가! 저 인간들과!"

- 카라츄. 당신은 내 말을 듣지 않았군.


킨이 말했다.


- 무기를 들어.


그건 에그보와 싸우기 전에 한 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의미는 달랐다.

그제야 카라츄도 킨이 뭘 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생존을 위해 무기를 치켜들어라.

이유를 만들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아버지의 말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하겠다!"


카라츄는 자신의 실수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늑대여! 우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 허락하지.


*


- 오빠?


북쪽 숲을 떠날 채비를 하는 킨에게 실이 다가와 물었다.


- 나 아직 잘 이해가 안가는데. 뭐였던거야, 결국?

- 뭐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말해줘야 알려주지.

- 음. 그러니까 결국 싸우기로 한거잖아? 근데 아빠는 왜.

- 아아. 그거야, 그거.


킨은 실이 뭘 이해못하는지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실은 애교가 많고 누구와도 친해지려고 한다.

그래서 늑대의 본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쉽게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실, 무리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게 뭔지 알아?

- 난 잘 모르겠어.

- 그럼 이렇게 물어보지. 틴이랑 핀. 둘 중에 누가 더 좋아?

- 둘 다 좋은데?

- 내가 잘못 질문했군. 좋아. 날개송어와 벌꿀곰. 둘 중에 뭐가 더 좋아?

- 벌꿀곰!

- 자, 뭐가 더 좋은지가 정해졌지? 그것처럼 무리를 만들 때도 그런 순서를 정할 필요가 있어.


그것이 바로 서열이었다.

무리를 통제하기 위한 서열. 그것을 정하기 위해선 한 번은 싸워야 했다.

아버지가 킨에게 늑대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라는건 그런 의미였다.

함께 싸우기 위해선 함께 하는 자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단지 우열을 가리자는게 아닌거야. 서열을 정하고나서야 신뢰할 수 있으니까. 내 등을 지켜줄 수 있는 자의 힘을.

- 우응. 그래도 잘 모르겠지만.


실은 머리를 흔들어 고민을 날려버린 후, 킨의 등에 올라타며 목을 물었다.

킨이 에그보의 목을 물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다.


- 난 오빠가 제일 좋으니까! 그러니까 오빠랑도 서열정할래! 내가 오빠를 지켜줄테니까!


말은 달라졌지만 이상하게 그 의미는 엇비슷하다.

서열이 필요한 이유는 누가 누구를 지켜야하는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킨은 꼬리를 눕히며 말했다.


- 그래, 맘대로 해라, 맘대로.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술을 너무 마셔서 그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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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42 ri****
    작성일
    19.02.07 21:50
    No. 1

    재미를 위해 죽이는 자들과 달리 살기위해 죽이는 자들로 부탁하라는건가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NooNoo
    작성일
    19.02.09 20:03
    No. 2

    싸우기위해 싸우는게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싸우는걸 서술하고 싶었어요. 아직 여기서 한두줄, 혹은 문구 몇개정도를 더 넣어서 확실하게 하고 싶긴한데 그 추가될 문단이 아직도 잘 안잡히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술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미흡한 부분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탈퇴계정]
    작성일
    19.02.07 21:52
    No. 3

    쥔공이 무는사람 나중에 막 늑대인간되면 반전이겠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5 n3******..
    작성일
    19.02.08 04:11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세메크
    작성일
    19.02.08 04:21
    No. 5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천주(天主)
    작성일
    19.02.08 06:05
    No. 6

    아우 실 되게 귀요미 터지네 크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천주(天主)
    작성일
    19.02.08 06:07
    No. 7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35 NooNoo
    작성일
    19.02.09 20:05
    No. 8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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