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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09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1.22 17:26
조회
2,936
추천
51
글자
8쪽

다시 태어나다.

DUMMY

"쿨럭."


입에서 피섞인 기침이 튀어나왔다.

시야는 어둡고 기울어지기까지 했다.

두 발로 제대로 서있을 수 없을만큼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온 몸에 박혀버린 무기. 뜯겨져나간 살점. 굳어버린 핏자국.

이제는 몸 전체가 하나의 무기고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두 다리엔 금제를 가하는 뤼오겔의 단검이 박혀있고 어깨엔 그 무게를 변화시켜 과녁이 된 상대를 압사시켜 죽이는 피오류나의 화살이 수십다발은 박혀져 있었다.

테페로의 철로 만든 사슬은 양 손과 몸을 휘감았고 모닝스타에 의해 찢겨져나간 배에선 거품이 낀 녹색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케이라의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큰 상처는 목을 관통한 단검, 여울령의 어금니다.

표적이 무엇이든간에 꿰뚫어버리고, 체내의 피와 반작용을 해서 상대에게 가장 유효한 독을 만들어내는 무기.

원래 이 무기는 괴수에게만 써야했던 물건이다.

몬스터 이상의 생명체. 거대한 몸집, 혹은 다른 생물을 압도하는 위력을 가지는 최상위급 포식자. 그들로부터 인간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하지만 그 무기는 본래 쓰여야 할 곳을 벗어나 최강의 헌터, 부동의 랭커였던 진운의 목에 박혀있었다.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 너희들이 왜..."


목에 박힌 어금니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만큼은 확실히 전해졌을 것이다.

물론 의사가 전해지는 것과 대화를 하는건 별개의 이야기다.

진운을 둘러싸고 있던 인간들은 오히려 저만큼의 상처를 입고도 말을 하는 진운을 두려워하며 수걸음씩 물러나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실소가 나와버린다.

겁쟁이들같으니.


무리에서 한 사람이 진운을 향해 걸어나왔다.

랭커 2위, 정인아.

검으로 만든 풍압만으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검의 천사였다.

그녀가 어째서 자신의 반대편에 섰는지 이제는 그 이유가 더 궁금해졌다.


"우, 우리는... 더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요! 당신처럼 미쳐날뛰고 싶지 않아요!"


미쳐 날뛰었다.

진운은 눈을 감고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게 틀린 표현인 것만은 아니다.

본래 인간들의 세계가 다른 차원의 세계와 합쳐지게 되며 발생한 혼돈.

그 틈바구니 속에서 인간이라는 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정말 미친듯이 싸워야만 했다.

무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싸워왔다.

인생의 절반을 인간이라는 종으로, 하나의 종족으로써 살아남기 위해 싸워왔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그랬던건가.

씁쓸함이 쓴 맛이 되어 입에 맴돌았다.

하지만 잊어선 안된다.

싸워온 이유를. 그 끝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론 믿어요! 어딘가에 우리가 다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차원의 틈이 있다는걸! 하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서 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거죠!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거죠!"


그건 단순한 희망고문이 아니다.

살아남기위한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건 실력만이 아니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도 얻을 수 있었다.

단서가 가리키는건 차원이 합쳐진 틈. 그곳을 통해 간다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 멍청한 여자는 그것마저 버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와 전쟁을 멈추고 싶다고해서 과연 그들이 인간과 약속을 지킬거라고 생각하나."


인간만 이 세계에 동떨어진건 아니다.

합쳐진 차원은 총 4곳.

다른 차원의 주인이었던 자들도 마찬가지로 인간처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중 최약체였던건 다름아닌 인간이다.

그런데 이제와 인간이 싸움을 멈추겠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검을 내려놓을 것인가.

그럴리가 없다.

오히려 무기를 내려놓은 인간을 핍박하고 짓밟고 억누르고 침을 뱉고 겁탈하고 노예로 쓸 것이다.

그런데도 인아는 그들이 약속을 지켜줄거라고 말했다.


"그 대가로 그들이 원한게 바로 당신의 목숨이에요. 만일 당신을 죽이고 그 증거를 가져와준다면.. 평화를 도모해보겠다고 약속했어요. 흄과 레더. 다이크란. 세 종족이 모두 동의한거에요."


어리석음이 이정도면 가여이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이제라도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목숨을 구걸하는 말처럼 전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스릉.

인아가 검을 빼드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 들어도 믿음직했던 저 소리가 지금은 진운을 표적으로 삼는 소리가 되어버렸다.


"미안... 미안해요."


인아의 그 말을 들으며 진운은 눈을 감았다.

미안하다는 그 말 외엔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한채로.


푸슉. 서걱. 쾅쾅! 콰직. 으드득.

살점이 뜯겨나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미 진운의 숨이 끊겼는데도 사람들은 계속해 진운의 시체를 내리쳤다.


그만큼 진운의 강함이 무서웠기 때문일까.

그만큼 진운의 강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진운의 형체가 인간이 아니라 짓이겨져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면 그만큼 죄의식이 없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랬기에 진운의 시체를 형태도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만들어버렸고, 그것을 무덤도 없는 평원에 뿌려버렸다.


네 개의 차원이 합해지며 생긴 하나의 세계, 그리고 인간의 전쟁.

그것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


몇년이 흐른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부터 의식을 다시 찾은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의식을 다시 차렸을 땐 포대에 싸인 아기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감옥에 갇힌 죄인처럼.

60일이라는 시간동안 진운은 무언가의 안에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최소 둘. 혹은 넷 이상의 누군가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마침내 그 안에서 나올 시간이 됐다.

피와 물, 그리고 무언가를 온 몸에 뒤집어쓴채로 진운은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왜일까, 태양이 너무 밝아서인지 눈이 잘 떠지지가 않는다.

마치 태양이란걸 처음 본 것만 같다.

하나씩 자신의 신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눈.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몸.

심장이 뛰는건 느껴지지만 자유롭지만은 않다.

입.

허기가 느껴져 날숨이 절로 나온다.

무언가를 먹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간에.

기왕이면 마실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손.

...손?


손이 있어야 할 곳에 손이 있다는게 느껴지지 않는다.

없어진게 아니다.

대신에 그것을 대신할 무언가가 그 자리에 달려져있었다.

그건 발이었다.


정신을 차린 순간,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핥았다.

진운은 핥았다는 것보다도, 그것을 피부가 아닌, 털 너머로 느꼈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내가 이렇게 털이 많았나?

흠칫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 진운은 자신과 가장 닮은 생물을 보게 되었다.

외양적인 닮음이 아니라 내면의 공통성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날렵하며, 무리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두려움을 잊을 수 있는 동물.

그건 늑대였다.


늑대가 울었다.

아우우우우울!

진운도 흠칫 놀라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건 똑같은 늑대의 울음소리였다.

하휴우우우.

어린 늑대의 첫 트림소리에 어미늑대가 만족해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진운은 다시 태어났다.

늑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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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0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599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2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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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시험받다. +8 19.02.10 1,030 29 7쪽
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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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굳히다. +7 19.02.04 1,308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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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다른 동물의 영역에 들어가다. +4 19.02.02 1,426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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