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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12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26 17:26
조회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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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9쪽

해독하다 - 9.

DUMMY

인간을 먹었다.

그게 비록 시체에 불과할지언정,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았을지언정, 어떤 사정이 있던간에 자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을 먹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인간이었던 자신이 이제 인간을 포식했는데 그 감정이 희미하다.

안개처럼 옅고 모래사장의 물처럼 미지근하고 얕기만 하다.

인간을 먹었다는 사실이 거북하지가 않다.

비교해보자면 오히려 원한을 가지고 상대를 죽이는게 더욱 꺼림칙하다.

차라리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를 포식하는게 한결 더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킨은 챙의 의식을 집어삼켰다.

그 속에 담긴 부정적인 것이든 재능에 관련된 것이든 그게 무엇이든간에 챙이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과 기억, 능력은 지금 킨의 안으로 들어왔다.


고유한 스킬, 미래투자가 가능한 잠재적인 재능, 자연과 환경에 관한 이해도, 개인의 기억, 그리고 추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존재를, 전부를 집어삼켰을 때, 킨은 강렬한 악의를 가진 메세지를 받았다.


[동족포식에 의한 어빌리티가 추가되었습니다. : 카니발리즘 활성화]


동족포식? 동족포식.

그 단어가 이렇게나 생경스럽게 들리다니.

아직도 이 세계는, 그리고 시스템은 자신을 인간이라고 여긴다는건가?

우습다. 불쾌해질정도로 우습고 유쾌해질정도로 고독하다.


그런 감정들을 모두 소화시키기 전에 하나의 얼굴이 머릿 속에 잡혔다.

아직 어린 소녀의 얼굴.

긴 머리, 검은 피부, 잠든 표정, 다치지도 않았는데 둘둘 말려져 있는 붕대.

그게 누군지 킨은 모른다. 하지만 먹어버린 기억이 그 소녀가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 그랬던건가.


킨은 혼잣말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를.

그리고 챙이 무엇을 바라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 것인지를.

마지막으로 그 소녀가 어떤 존재인지를.

코룸의 지하에 안치되어있을 그 소녀를 찾기 위해 킨은 걸음을 옮겼다.



*



코룸은 너무도 손쉽게 함락되었다.

카라츄와 에그보가 어이없어할 정도의 낙승이었다.

하지만 킨은 이 승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오크의 가장 두려운 점은 그들의 힘과 잔학성이 아니다.

강철처럼 단단하면서도 고무처럼 부드러운 근육, 갑옷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신체야말로 오크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트롤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재생력은 인간에게 그리 두려운 무기가 아니다.

트롤의 무기는 그들의 긴 몸, 대나무처럼 길고 갈대처럼 휘어지는 몸이다.


인간은 그들의 강점을 가장 먼저 꿰뚫어봤다.

그리고 오크의 근육을 꿰뚫을 무기와 트롤의 긴 몸체를 공략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했다.

그 수단은 바로 무기의 제작이었다.


오크만이 들 수 있는 거대한 무기를 그들에게 쥐어주자.

방어를 포기할 정도로 공격력이 높은 거대한 무기를.

트롤의 긴 몸으로 끝이 뭉툭해서 쓰기 편한 나무곤봉을 만들어주자.

찌르기보다 휘두르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도록.

그들이 편리함에 젖어들도록. 타성에 젖어들도록.


그건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독이었다.

본래 숲에서, 황야에서 살아왔던 오크와 트롤이라는 종족에게 인간이 만들어낸 편의는 너무도 손쉽게 스며들어갔다.

그렇게 그들은 독에 침식되었고, 독에 걸린 채로 인간과 싸워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해독을 시켜주면 된다.

오크에게 방패를 들려주어서 전진시키고, 트롤에게 창을 쥐어주어서 그들의 긴 몸으로 공격하게끔 하면 된다.

애초에 인간이 편의라는 독을 퍼트린 이유도 자신들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 불리함을 더욱 강조한다면 전쟁은 너무도 손쉽게 뒤집혀버린다.

카라츄의 말에서도 그 의미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인간은."


전사인 카라츄는 패자의 시체를 능욕하는 취미가 없었다.

카라츄가 인간의 시체를 넘어서며 말했다.


"약하군. 터무니없을 정도로."

- 그래서 무기를 드는거지. 날카롭고 끝이 뾰족하게.

"하지만 그 무기조차도 약하기 그지없다."


카라츄는 목소리에 의구심이 담아내며 말했다.


"어째서지? 어째서 우리가 그동안 이렇게 약한 종족에게 밀렸던거지?"


카라츄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기를 버린 것만으로 이렇게 전황이 달라진다는건 이상하다.

하지만 킨은 이번 질문에 대답해주지 못했다.


인간이 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 짓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건 힘든 일이다.

다른 종족과 전쟁이 시작되면 그들을 생포한 후, 그들을 해부하며 근육을 찢어발기고 뼈의 위치를 파악하고 신경이 집중된 장소를 확인하는 생체실험을 자행했다는걸 언어로 설명한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무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마치 전리품인 것마냥, 공물인것마냥 오크에게 바쳤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들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듯이 대답했다.


- 맞아. 인간은 약해.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 그러니까 독해지지.


콰르르릉.

퍼즐 맞추듯이 지면의 대리석 조각을 밟자, 거대한 잔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갔다.

코룸의 중앙에 위치한 지하로 가는 비밀통로.

챙의 기억을 먹으며 알게된 지식이 킨을 그곳으로 안내했다.


"이런 곳이?"

- 문이다.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가 나는군.


킨이 악취를 쫓아 지하로 내려갔다.


"어디로 가는건가!"

- 카라츄, 따라와봐.


킨의 말이 이어졌다.


- 지옥이 어떤 곳인지를 보여줄테니까.



*



그건 어떤 의미로는 병원과 닮아있었다.

수많은 약품들. 격리된 방. 침대에 누워있는 인간들.

하지만 생기가 느껴지는 인간은 없다. 시체? 시체라면 저렇게 꿈틀대지는 않을테지.

본래 그들이 몸 안에 지녀야 할 장기는 약품과 유리병에 담겨져있고, 온 몸은 수액과 주사줄로 이어져있다.

그러니 실험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버그베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험체.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인간들.


"지독하군."


카라츄는 진절머리를 쳤다.


"그들은 왜 같은 종족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자행하는거지?"


그 이유는 킨도 대답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인간에게 묻고 싶다.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인간을 괴물로 만들고 싶었느냐고.

하지만 인간은 대답해주지 않거나, 자신들을 정당화시킨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런 대답을 들을거라면 차라리 묻지 않는게 나을테고.


- 여기다.


통로의 끝. 지하의 끝. 첫번째 버그베어를 내린 반대편 장소.

아무런 잠금장치가 없는 방 앞에서 킨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 카라츄.

"음."

- 이 전쟁을 가장 손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지?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 10년, 100년? 그때까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쟁이다."

- 난 말야.


킨은 자기 의견을 꺼냈다.

킨이 자기 주장을 담아 말하는건 흔치않은 일이었기에, 카라츄는 잠자코 킨의 이야기를 들었다.


- 전쟁이란건 아무래도 좋아. 목적이 있다면, 그리고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전쟁은 필요할테지. 하지만 전쟁을 수긍하기 위해선 단 한 가지 조건이 붙어야 돼.


킨이 걸음을 내딛으며 말했다.


- 후대까지 이어질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건 전쟁이 아니야. 괴롭힘일 뿐이지.


두번째 걸음.


- 이 전쟁도 마찬가지다. 내게 어떤 일이 있었든, 너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든, 인간이 어떤 존재든간에 최소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전쟁이 초원을 사막으로 만들고, 사막을 무덤으로 만드는 짓을 볼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나는 인간이 스스로 전쟁을 포기하게끔 하려고해.

"인간이 전쟁을 포기한다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건가?"

- 어제까진 불가능이었겠지만 이제는 가능해.


세번째 걸음. 그리고 마지막 걸음.

킨은 문을 잡아당겼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문은 너무도 손쉽게 열렸다.

마치 누군가가 열어주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거대한 의자. 그 위에 곰인형처럼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소녀.

그 소녀의 눈이 킨을 향했다.

킨은 소녀에게 자신들을 소개하기 전, 카라츄에게 먼저 그 소녀를 소개시켜주었다.


- 인사를 드려야할테지.


카라츄는 떨고 있었다.

강인한 전사인 카라츄가 두려움을 집어먹게 할 정도의 압도적인 존재감.

킨은 먹어버린 챙의 기억 속에서 떠올린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 페르세포네.


명계의 여왕을 이름을 가진 두번째 버그베어와 조우했다.


작가의말

저는 단 한 명의 독자가 있더라도 끝까지 연재하겠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그런 말을 하고서 지키는 사람도 보지 못했고요.

그래서 딱 숫자를 정했어요.

10명이면 적자고. ( ..)

그런데 조회수만으로는 그게 확인이 안되잖아요. 그냥 지나치다가 클릭한 사람도 있을테고. 그래서 추천수로 그 숫자를 세고 있었어요.

그게 어제까지 9명이었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어요 ( ..)

네; 단순하게 말하면 인기없어서 안적었습니다;;;

인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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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달려들다. +5 19.02.28 584 19 7쪽
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1 30 8쪽
» 해독하다 - 9. +11 19.02.26 600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2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33 해독하다 - 5. +3 19.02.18 675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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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해독하다 - 1. +5 19.02.13 876 26 8쪽
28 연참 - 이식을 쓰다. +8 19.02.12 897 22 7쪽
27 사막에서 싸우다. +2 19.02.12 914 28 10쪽
26 조우하다. +5 19.02.11 996 30 9쪽
25 시험받다. +8 19.02.10 1,030 29 7쪽
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2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0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2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8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16 다른 동물의 영역에 들어가다. +4 19.02.02 1,426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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