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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10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27 22:54
조회
660
추천
30
글자
8쪽

인간을 먹다.

DUMMY

처음부터 이상했다.

가장 후미진 곳, 구석진 곳에 자리한 방의 위치.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둔 길. 마치 무언가 소중한걸 숨길 때. 혹은 다른 사람에게 숨긴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을때.

드래곤의 레어에서 보물이 숨겨진 장소처럼. 그런 곳에 만들어둔 저 작은 방.

그런 방 안에 있는건 대체 무얼까.


심지어 저 방엔 아무런 장치도 되어있지 않다.

자물쇠를 포함한 그 어떤 폐쇄장치도 없다.

이런 깊은 곳에 만들어뒀으면서 여기까지 왔으면 들어올테면 들어오라는 식이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왜 이런 이상한 구조로 만든 길에, 그 끝에 자리한 방에 이런 방을 만들어뒀는지.

이건 외부에서 접근을 막고자 하는 건축방식이 아니다.

그 반대였다.

내부에 있는 괴물이 밖으로 나가게끔 하지 못하는 구조.

이건 미노타우루스의 미궁이다.

저 방에 어떤 폐쇄장치도 해놓지 않은 이유는 저 방 안의 괴물에게 그런 장치따윈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있을 뿐인 작은 인간.

그런데도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죽음이란 글자를 형상화시킨 것과 같은 두려움. 저 소녀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만으로도 모든걸 부정당할 것만 같은 이질감.

이 흉흉함.

지금 카라츄가 바라는건 단 하나였다.

도망치고 싶다. 살고 싶다.


"키, 킨."

- 내 이름 말고.


킨은 두려움조차 느끼지 않는걸까.

바람이 일지 않는 호수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목소리로,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 페르세포네.

"하, 하지만 저건."

- 페르세포네.


두번째 말은 이름을 알려주는게 아니었다.

의자에 앉아있던 소녀가 두번째 말에 반응했다.


"... 응? 누구? 말하는 늑대.. 커다란 오크.."


소녀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배고파."


카라츄는 저 말이 공포스럽다는걸 오늘 처음 깨달았다.

도망치지 않은건 킨이 한 걸음 더 소녀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카라츄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한 걸음 도망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페르세포네. 오늘 아침엔 뭘 먹었지?


페르세포네가 대답했다.


"항상 먹던가."

- 항상 뭘 먹어왔지?

"고기."


페르세포네가 손가락으로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걸어다니는 고기들. 배고파."

-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오래전부터. 머리카락이 목에 닿지 않던 날부터. 배고파."

- 이곳에서 뭘 했지?

"먹는거. 자는거. 배고파."

- 네 이름은 누가 지어준거지?

"검은 머리. 씹으면 부드러울 것 같은 언니가. 배고파."

- 그 여자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어. 배고파."

- 페르세포네.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프다고!"


대체 뭘 묻고 있냐고, 무슨 대화를 하는거냐고 묻고 싶다.

하지만 카라츄에겐 저 대화에 끼어들만큼의 용기가 없었다.

차라리 무기를 들고 드래곤에게 덤비라면 덤빌테지만.

페르세포네의 외침에 카라츄는 아, 드디어 식사가 시작되는건가. 라는 감상을 느꼈다.

킨, 이제 지옥인거냐.


- 킨.

"배고프..! ... 응. 킨?"

- 그래, 나는 킨이다. 그리고 저 오크는.


킨이 고개를 돌렸다. 킨의 시선을 따라 페르세포네도 카라츄를 응시했다.

이제와 갑자기 자기 소개를? 하지만 이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카. 카라츄다! 카라츄!"

"알았어. 카라츄. 근데 난 배고파."

- 그래. 마침 질문도 다 떨어졌으니까. 슬슬 나가볼까. 길이라면 들어오면서 전부 외워뒀으니까 나가는건 힘들지 않을거야.

"고기를 주는거야? 배고파."

- 맞아. 그러고보니 밥먹을 시간이잖아. 이제부턴 얼마든지 먹어도 돼.



*



카라츄는 쉼없이 질문했다. 킨이 떨어트린 질문을 줍는 것처럼, 걸음걸음마다 질문이 쏟아져내렸다.


"킨. 뭐냐. 저 인간은."

- 말했잖아. 두번째 버그베어라고.

"버그베어라니. 무슨... 물론 네 동생들에게 듣기는 했지만 너는 저런 것과 싸우고 있었던건가."

- 아냐. 페르세포네보단 훨씬 더 약했지.

"넌 그러면 여기에 저런게 있다는걸 알고 들어온거냐!"

- 그래.


갑자기 질문이 막혀버렸다.

알고 있으면서 들어왔다고? 우연히가 아니라?


- 카라츄. 난 그 버그베어를. 아직 그 속에 의식이 남아있던 인간을 먹었다. 그 인간의 기억이 이곳을 알려주었지. 저것의 존재도.

"그렇다면 당장 여기에 산을 쌓아서 저게 나가지 못하게 해야...!"

- 왜?


킨이 되물었다.


- 그렇다면 그 기억이 의미가 없잖아. 아. 그렇군. 아직 이해를 못하고있는거구나. 카라츄.

"뭐냐."

- 그렇게 볼맨소리를 내봤자 전혀 귀엽지않잖아. 카라츄, 이 세계의 기본 룰은 뭐지? 살기 위해선 뭘 해야하지?

"먹는다. 먹기 위해선 싸워야 한다. 싸우기 위해선 강해야 한다. 강한 자가 더 많이 먹고, 강한 자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 인생이 전쟁인거군. 그런데 카라츄. 묻고 싶은게 있어.


이제와 뭘 허락을 받느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킨은 물어볼테니까 카라츄는 뭘 묻고싶은거냐고 묻지 않았다.


- 넌 같은 동족을, 오크를 먹은 적이 있어?

"무슨 질문을..!"


순간 카라츄는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 했다.

머리로 생각하는게 흘러넘쳐서 항상 걷던 발의 보폭까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 킨. 나는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한다. 너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묻겠다."

- 그래, 물어봐.

"저 인간은... 아니, 그러니까 인간인거지?"

- 그래. 보는대로.

"인간이라... 그렇다면 언제부터?"

- 아마도 처음부터.

"처음부터라면... 킨."

- 그냥 쉽게 물어봐. 아니, 어차피 뭘 질문하고 싶은건지 알고있으니까 내가 그냥 먼저 대답해줄게.


질문을 거치지 않은 대답이 킨의 입에서 나왔다.


- 이 세계의 기본은 포식. 포식을 하면 강해진다. 그런 룰이 주어졌을 때, 어떤 인간은 이렇게 생각했을거야.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또 얼마나 강해지는걸까.

"킨, 그건!"

- 맞아. 페르세포네는 인간이야. 인간을 먹으며 자라온 인간. 금기라는 벽 자체가 무너져버리고 윤리라는 선 자체가 지워져버린, 이 세계에 맞춰진 또 다른 괴물.


첫번째 버그베어, 챙은 인간의 시체를 녹여서 그 살을 더하며 만들어진 괴물이다.

그런데 그 첫번째라는건 어디까지나 킨이 조우한 순서대로다.

그러니 버그베어로써 첫번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챙이 아니라 저 페르세포네라고 알려줘야 할 것이다.

최초의 버그베어. 페르세포네.

그건 인간이 만든 또 다른 괴물이었고, 실패작이었다.


- 금기를 깨면서 만들어보니 이제는 인간만 먹으려드는 그런 실패작이 되어버린거지. 그래서 이런 미궁을 만든 것일테고. 그럼에도 금기를 깬 대가가 탐이 나서 두번째 버그베어를 만들어버린거다. 카라츄. 이 전쟁은 길어지지 않을거다. 왜냐면 우리가 벌하지 않아도 그들의 원죄가 인간을 향해 걸어갈테니까.

"킨..."

- 카라츄. 인간은 약하다는 말. 아직도 할 수 있어?

"나는 지금 공포를 느꼈다.


카라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상상을 하고, 그런 상상을 실현시키는 인간이 두려워졌다. 킨... 인간은 약하다. 인간은... 두려울 정도로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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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먹다. +5 19.02.27 661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599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2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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