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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03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05 18:14
조회
1,224
추천
32
글자
8쪽

늑대가 나타났다.

DUMMY

북쪽 숲의 임시 주둔지.

이곳의 안전을 책임지는 헌터, 최태산은 며칠전부터 느껴지는 불안함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숲은 너무도 이상하다.

짐승형 몬스터 중에서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테트론베어가 무리를 지어 산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가장 이상한건 테트론베어를 숲의 변경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태산이 알기로 숲이란건 짐승에게 있어 하나의 성채 도시다.

숲의 경계는 성벽이고, 그 안으로 들어갈수록 요새화된 성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렇다는건 경계에 사는 짐승일수록 더욱 권한이 없거나 약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테트론베어가 숲의 경계에서 영역을 주장하고 있었다고?

그 무슨 말도 안되는.

그렇다는건 저 숲의 안쪽엔 대체 어느 정도의 몬스터가 있다는건가.

드래곤? 아니면 악마형 몬스터가 있는건 아닐까? 어쩌면 신화급 괴수가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젠장, 이런 임무따위 맡는게 아니었어."


모든게 불만족스럽다.

정신나간 꼬맹이를 상대하는 것도, 스산하기만 한 숲을 지켜보는 일도, 좀비가 되어버린 몬스터가 주둔지의 주변에 모여있는 것도. 전부 싫기만 하다.

애초에 자신처럼 늙어버린 헌터가 맡을만한 임무가 아니었다.

어서 빨리 도시로 돌아가 여자를 끼고 술이나 마셨으면 좋겠다.

인간의 기술과 지식으로 성벽을 쌓아둔 도시 안에서라면, 저 흉흉해보이기만 하는 달도 훌륭한 안주거리가 되어줄테니까.


아우우우.


그때였다. 조금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최태산은 아주 잠시, 자신이 저 늑대의 울음소리가 귀를 기울이고 신경을 세운게 부끄러워졌다.

늑대라니, 겨우 늑대따위에 쫄다니.


지금 이 주둔지 안에는 A급의 헌터만 수백명이 있다.

게다가 자신과 같은 급의, S급 헌터도 다섯명이나 있다.

전력만을 따지자면 웬만한 고대종의 몬스터와도 싸울 수 있는 전력이다.

겁을 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


최태산은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기 위해 천막으로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무기를 들고 나올걸 그랬다.

하지만 그건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최태산에겐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건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나온 저 여자정도만 가능한 일이다.


"최태산씨? 태산씨도 지금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온건가요?"


에밀리아 렌버. S급의 헌터 중에서도 기대받는 젊은 유망주다.

무기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특히 원거리 무기라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명중률을 지닌 여자다.

태산은 이제껏 저 여자가 쓰레기통 가까이 가는걸 본 적이 없다. 던지기만 하면 던지는 족족 전부 쓰레기통에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어, 그래."


태산은 밥먹듯이 거짓말을 하며 천막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무기를 깜빡하고 안들고나왔네. 어차피 늑대니까 굳이 무기도 필요없겠지만."

"아뇨, 무기는 필요해요."


그녀는 자신의 무기인 발리스타 슈터를 흔들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몬스터는 불결하니까요."


태산은 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저게 저 여자의 본성이다. 정확도가 높은 슈팅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에밀리아가 쓰레기통에 가까이 가지 않는건 저 결벽증 때문이다.

아니, 굳이 결벽증때문인건 아니겠지.

그건 혐오에 가까웠다. 교육에 의해 생겨버린 혐오.


몬스터는 인간을 해치려고 하고, 인간의 것을 탐내고,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러니 몬스터는 무조건 처치해야만 한다라며, 아직 어린 아이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선민의식을 심어놓았다.

그건 어떤 의미로는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었다.

인간이야말로 옳다고 주장하기 위한. 인간의 행위야말로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교육.

그러기 위해선 공통된 목표가 필요하다. 공통의 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몬스터는 인간을 해치는 악이라고 가르쳤다.

그럼으로써 전 세대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덮을 수 있었다.

희망을 꺾어버렸던 자신들의 과오를.


교육의 무서운 점은 가르치는 자마저도 세뇌시킨다는 것이다.

이제 대다수의 인간들은 몬스터는 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몬스터를 이용하는 짓에 거리낌을 두지 않았다.

몬스터를 증오했고, 또 몬스터를 전쟁에 끌여들였다.


이게 그들과 다른 점이 뭐야.


최태산은 과거, 본래의 세계에 있었던 사건을 떠올렸다.

전쟁을 일으킨 어느 전범국가가 군대를 비롯한 모든 권한을 다 내주면서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교육이었다.

과거의 전쟁을 미화시키고, 과거의 죄를 덮으려고 하고, 그 죄를 다른 자들에게 전가시켰다. 수십년이 지난 후, 새롭게 태어난 그들의 후손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나라는 권력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들이 가르친 가상의 적과의 사건을 만들며 민심을 하나로 응집시켰다.


젠장. 갑자기 기분 더럽네.


최태산은 무기를 잡으며 자신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줄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그건 아직 최태산이 새내기 헌터였을 무렵, 최강의 헌터와 있었던 일이다.

최태산은 그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어떡하면 망설임을 손에서 놓을 수 있죠?


그때의 최태산은 무기를 들기만 하면 손이 떨려왔고, 싸움을 하고나면 지독한 후회가 밀려들었었다.

가장 앞에서 싸우는 헌터와 자신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것을 묻자, 최강의 헌터였던 그가 대답해주었다.


"간단해.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우리가 악이라고요? 인간이 악이라고요?"

"싸울 때만은 그렇게 생각하란거야. 다른건 생각할 필요없어. 괜히 내가 정의니, 내가 옳다느니 라고 생각해버리면 나중에 후회만 남거든. 그럴거라면 차라리 철저한 악이 되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최소한 손떨림만큼은 멈출 수 있을거야."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 헌터처럼 자신있게 나는 악이다. 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위장한 정의야말로 사람을 망치는게 없다는걸.


무기를 들고 천막을 나오던 최태산은 예의 그 소년을 만났다.

소년의 옆에는 세 명의 헌터가 함께하고 있었다.


"어? 왜?"


세 명의 헌터가 경례를 하며 말했다.


"아.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서 말입니다. 꼭 늑대에게 하고 싶은 실험이 있다면서..."


실험이라는 말에 최태산은 얼굴을 찡그렸다.

설마 같은 종족끼리 싸우게하면서 절대적인 우위를 맛보는, 그런 실험을 다시 재개하려는건 아니겠지.

아닌게 아니었다.

소년은 벌써부터 손 안에 이질의 기운을 흉흉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할 셈이군.'

"꼭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그 마음은 알겠는데... 몬스터가 나타났다잖아? 그러면 차라리 주둔지 안 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편이 낫지 않아? 늑대는 우리가 쫓아낼테니까."

"쫓아내면 안되요!"


소년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꼭이에요!"


심지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의 의미로 웃었다.


"하하. 기껏해야 늑대인걸요. 잠시동안의 심심풀이는 되겠죠."

"게다가 이 아이의 스킬은 몬스터를 지배하는 스킬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든든한걸요."

"챙, 해줄 수 있겠지?"

"물론이죠!"


그 소년, 챙은 한 올의 의심도 품지않고 대답했다.


"몬스터가 나쁜거니까요!"


최태산은 지독한 피로감을 느꼈다.

이젠 어찌되든 상관없다.

그런 일에 관여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더이상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말릴 수 없다면 차라리 방관자가 되는게 나을 것이다.

최태산은 다시 자신의 천막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알아서 해. 나는 피곤해서 쉴테니까."

"괜찮으십니까?"

"별거 아냐. 나이들면 원래 걷기만 해도 피곤한 법이거든."


아우우우.

다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보다 훨씬 더 가깝다.

최태산은 가까워진만큼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서둘렀다.

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최태산은 걸음을 멈췄다.

그건 분명 에밀리아의 비명소리다.

땡땡땡땡!

경계초소에 세워진 타종이 울렸다.

누군가 소리쳤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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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0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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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2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7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3 15 9쪽
33 해독하다 - 5. +3 19.02.18 675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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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1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0 3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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