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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06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13 20:00
조회
875
추천
26
글자
8쪽

해독하다 - 1.

DUMMY

길을 헤메지만 않는다면 코룸까지의 거리는 10 일정도의 거리다.

사막을 벗어나는데 7일. 그곳에서 다시 코룸까지가 3일이다.

지금은 벌써 8일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코룸까지는 지척.

하지만 쉽게 걸음을 내딛지는 못하고 있다.

독의 정체를 아직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독은 가능하단 거시야. 하지만..."

"이 독은 조금 특이하단 마리다."

"설명을 하기가 힘들단 거시야."

"굳이 설명을 하자면 마리다. 이 독은."


마리가 말했다.


"증오스럽단 마리다."


증오. 정령의 입에서 나오기엔 부담스러운 단어다.

단지 의학적인 의미의 독이 아닌건 분명하다.

주술적인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독이다. 거기에 정령까지 전부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독. 이 독의 정체를 밝혀내는게 아마도 이 전쟁의 기간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다.

킨이 차분히 정리를 해보았다.


- 우선 독의 특징을 하나씩 정리해보자.

- 감염이 상당히 빠른 것 같아.


핀이 가장 먼저 독의 특징을 언급했다.


- 이제껏 독을 먹은 자는 순식간에 그 몸을 독화시켰어. 어떻게 처치할 방법도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야.


심지어 혈액을 통해 중독되는 독보다도 빠른 속도다.

그건 심장보다 더 빠른 장소를 찾아내 중독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심장이 아닌 다른 장소. 예를 들면...


'아니, 그건 최악의 경우겠지.'


본래 위험수위를 정할 땐 최악의 경우를 가장 먼저 상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킨의 머리 속에서 떠오른 최악의 경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올 정도의 최악.

우선은 다른 의견을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 중독증세는 보이지 않았지?

- 맞아.

"트롤."

"에그보가 말한다. 독을 먹은 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 그건 이상할 정도야. 고통이 없는 독이면서 치사율은 100%. 아니, 죽을걸 각오하고 먹었기에 치사율이 높을 뿐인건가. 가능하다면 독을 먹은 자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어.

- 어쩌면 고통을 상쇠하는 다른 요소가 있는건지도?

"그건 아니다. 독의 고통을 상쇠하기 위해선 마비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마비증상이 온 중독자는 없었다."


킨은 가만히 이야기를 들으며 두번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고통이 없다는 것. 그건 신경으로 연결되는 독이 아니라는 의미다.

세번째 단서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 질문. 에그보, 카라츄. 우리는 이 독에 대해서 경험이 부족해. 혹시 오크와 트롤 중에서도 이 독에 중독된 자가 있었나?

"트롤."

"없었다. 트롤 중에서도 없었다. 이 독은 인간에게만, 그리고 대지에만 영향을 미친다."

"트롤, 트롤."

"다만 대지의 독화가 상당히 심각하다. 중독이 되어버린 대지에서는 어떤 나무도 싹을 틔우지 못한다. 그리고 땅이 물렁해진다. 밟으면 움푹하고 들어가버릴 정도다."

- 깊이는?

"빠지면 죽는다."


그래서 그 땅에서 살 수 없었단건가.

동시에 세번째 단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대지의 독화는 아마도 저주에 의한 요소. 아마도 인간에게서 벌어진 중독증세를 다른 것에 부합시키는 저주가 합쳐진 것이리라.

그렇다는건 인간이 이 독에 중독되었을 때 아마도 뭔가가 부드러워지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타당했다.

네번째 단서를 위해선 조금 더 직접적인 질문을 해야했다.


- 중독된 인간의 시체를 먹은 자가 있나?

"먹지 못한다."


카라츄가 대답했다.


"손을 댈 땐 이미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 게다가 죽은 후에 빠르게 녹아내린다. 그러니 먹지 못한다."

- 녹아내린다는건 어떤 의미지?

"다른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말 그대로다. 녹는다. 얼음처럼."


네번째 단서, 녹아내린다.

단서를 조합하고 정답을 유추해본 킨은 어금니를 씹었다.


'젠장.'


최악의 경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결국은 처음 생각한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걸 차마 말할 수는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동생들에게도.


- 내일은 계곡을 끼고 들어가야 해. 그래야 코룸 평원에 닿을테니까. 정리는 여기까지. 다들 일찍 자둬. 불침번은 내가 가장 먼저 설테니까.


킨은 달이 머리 위에 올랐다는걸 핑계로 논의를 잠시 멈추기를 제안했다.

거기에 불침번도 자청했다.

이대로는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



처음 인간이 만든 독은 인간 자체를 독으로 만드는 독이었다.

그럼으로써 인간을 먹은 포식자를 사망하게끔 만들었다.

상당히 유효한 수단임과 동시에 스스로 패자임을 시인하는 꼴이다.

그래서 킨은 인간일 당시에 그 독을 먹지 않았다.


지금 인간이 먹는 독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하긴, 포식자를 중독시키는 발상을 떠올린건 아주 먼 옛날의 일이다.

심지어 늑대가 되고 난 후에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모르고 있다.

적게 잡아도 수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 터.

그렇다면 인간이 먹는 독도 다른 방향으로 개발이 되었다고 보는게 타당했다.


"고민이 있는 거시야?"


거시가 다가와 킨의 털을 잡고 등반을 시도했다.

영차. 영차.

털을 붙잡고 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허리까지 오르는데 성공했다.

허리에서 다시 머리까지 기어온 후, 거시는 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뭐인 거시야?"


이번엔 반대쪽 옆구리에서 털을 당기는 감각이 전해져온다.

콱! 콱!

발길질도 해오고 있다. 마리는 쉽게 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킨은 슬쩍 고개를 돌려 마리의 목덜미를 물어 허리에 올렸다.


"잘했단 마리다."


마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이며 거시의 옆자리를 찾아 앉았다.

머리 위에 두 명의 정령이 앉아있으니 괜히 무거운 느낌만 든다.


"말해보란 마리다."

- 그냥.


거시와 마리에게만큼은 솔직할 수 있다.

그래서 킨은 아까와는 달리 쉽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 어떤 독인지 알 수 있어서.

"우리는 모르겠단 마리다."

"말해달란 거시야?"


정령이 해독을 한다고 해서 독의 성질을 아는건 아니다.

단지 그것이 원래 있어야 할 상태로 회귀를 시킬 뿐이다.

그래서 킨은 지금 하는 말을 정령도 쉽게 이해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 심장부터 중독이 되지 않는다. 그건 머리를 중독시킨다는 의미일테지. 그런 부작용은 옛날의 독에도 있었어. 인지능력의 저하, 감각능력의 상실. 아마 지금의 독은 그 부작용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시킨거겠지.


첫번째 단서와 두번째 단서를 통해 결론을 찾게된 답.

그것은 바로 뇌의 중독이었다.

킨은 세번째 단서를 떠올리며 말했다.


- 거기에 인간이 먹은 독이 대지에 흡수되면 대지가 부드러워진다고 했지. 중독된 인간의 시체는 얼음처럼 녹아내린다고 했고.


인간의 몸이 녹아내린다는건 인간의 몸을 이루는 요소가 녹아내린다는 의미다.

그 요소의 이름은 단백질.

인간의 몸에서 단백질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독.

그리고 그 독을 대지로 전염시키는 저주.

지금 인간이 먹는 독은 그 두가지가 결합된 독이다.

아니. 이건 병이다.

vCJD.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

인간은 그 병을 독으로 만들어냈다.


- 거시.. 아까 말했었지. 증오스럽다고. 맞아. 그 병은 증오스럽지. 그 독은 너무나도 증오스럽지.


자세한 화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 독을 어떻게 만드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주술적 요소가 들어간 부분은 더더욱 알 수 없고.

하지만 그 독을 만드는 재료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그 병의 원인, 그리고 그 독을 전염시키는 방법, 마지막으로 중독증상이 어떤건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어.


킨의 말이 이어졌다.


- 그 독의 재료는 인간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재료로 새로운 독을 만들어낸거야. 세계를 저주할 독을.


마리가 킨의 머리털을 잡아뜯으며 소리쳤다.


"증오스럽다고 한건 나란 마리다! 거시가 아니란 마리다!"


작가의말

장편에피소드들어가면 연독률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이제껏 단편단편으로만 이야기를 서술해나갔습니다만, 그래도 장편의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겠죠.

독을 주제로 한 이야기, 해독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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