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21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3.02 16:32
조회
527
추천
19
글자
8쪽

결론짓다.

DUMMY

오크. 언제부터 자신들이 그 이름으로 불렸던걸까.

오래되지는 않았다. 원래 자신들은 오크가 아닌, 그보다 더 성스러운 이름으로 불렸다.

숲을 지배하는 자. 숲을 먹는 자. 숲을 이어받은 자.

분명 그런 이름을 가졌던걸로 기억한다.


숲에서 살아온 그들의 피부색은 자연스레 숲과 동화되었고, 그 피부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외침은 폭포와도 같았고 목소리엔 묵직한 바람의 울림이 담겨있었다.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포악해지지만, 화를 낼 일은 많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왔다.


인간은 그런 자신들을 오크라고 불렀다.

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숲이 스스로 이름을 붙이지 않듯, 자신들도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았다.

카라츄는 그 기억을 떠올렸다.

숲에서보다 전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카라츄였지만, 그의 피에 남은 기억이 그를 숲의 종족으로 회귀시켜주었다.


"그워어어어!"


워 크라이. 전투를 고양시키는 그 외침은 때로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소리는 진동. 그렇다면 힘을 담아낸 외침은 대기를 흔들 수도 있을 것이다.

쿠르르르!

마리가 펼쳐놓은 영역조차도 그 떨림에 흔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의 검은 위력을 잃지않고 곧장 카라츄를 베기 위한 궤적을 그려냈다.

방금 전과 같은 반 걸음 앞의 궤적.

카라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확실히 보고 끝까지 보았다. 검을 휘두르며 생겨난 공압의 흔적.

그 공압이 밀려드는 순간, 카라츄의 피부가 채찍에라도 맞은 것처럼 깊게 파였다.


"그우우우어어어!"


참는게 아니다. 고통스러워 신음을 내뱉는게 아니다.

숲은 폭풍에 휩쓸려도 아파하지 않는다. 그것을 그대로 품을 뿐이다.

두 손을 그대로 치켜들고 양 손을 모았다. 그리고는 망치를 휘두르듯이 내리쳤다.

콰앙!

공압이 부서져나간다.

공기가 밀려나간 공간에 다시 공기가 채워지며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아래에 있는 것은 검을 휘두른 킨의 머리.

쾅!

머리가 지면에 파묻힐 정도의 위력.

손에 남은 감각이 말해주고 있다.

이겼다. 저 킨을. 하얀 털의 늑대를 이겼노라고!


"우워어어어어어!"


늑대의 포효처럼, 카라츄도 목을 길게 빼고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 그러면 이제 나 좀 꺼내줄래.

"킨!"


카라츄는 서둘러 킨을 꺼낸 후, 킨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이건 정당한 싸움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 만일 킨이 고개를 꺾었더라면, 머리를 뒤틀고 꼬리를 당기며 몸을 피했더라면, 혹은 검을 버리고 그대로 목을 물기 위해 달려들었더라면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똑똑히 보았기에 알 수 있다.

킨은 정말로 인간처럼 싸웠다.

인간의 수준으로 싸웠던 것이다.


- 젠장. 아직도 머리가 멍하네.


카라츄는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할 마음도 없거니와, 지금은 그보다 먼저 전해야 할 말이 있다.


"알겠다."

- 뭘?


킨은 뒷다리를 들어 귀에 들어간 흙을 털어내며 물어보았다.

이 전투를 통해 뭘 알게되었냐고.

카라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알게된 것이 너무 많은 전투였기 때문이다.

우선은 킨과 싸우게 된 이유를 가장 먼저 말하는게 순서일 것이다.


"동정하지 않겠다. 인간을."


이 싸움은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가겠다고 한 킨의 주장에 반대하며 시작된 싸움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대한 카라츄의 마음 속엔 그런 마음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저 죽음이라는 존재와 마주해야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자신들이 저지른 그 대가를 마주하고, 이제 죽음과 마주해야하는 인간들이 조금은 가엽게만 여겨졌다.

그런 마음이 없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

결국 킨이 페르세포네를 제어할 수 없다고 말한건 핑계에 불과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인간이 돌려받아야 할 일이다.

그들이 저지른 일을 변명할 수 없다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그들, 인간이어야 한다.

그것을 가엽다고 말했던 것이 자신의 약함이었다. 마음의 나약함.


킨은 이 전투를 통해 카라츄의 나약함을 알려주었다.

아니, 인간의 강함을 알려주었다.

결국 무엇으로든 그 환경에 적응하고 마는 인간의 강인함을.

그런 인간을 동정했다는게 바로 카라츄의 약함이었다.


- 뿐만이 아니지.


킨이 말했다.


-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든지 비굴해질 수 있어. 자식이 있다. 지켜야 할 동료가 있다. 죽어선 안될 이유가 있다. 살고 싶다.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면서 매달릴거야. 그 말엔 거짓도 있겠지만 사실도 있을테고. 하지만 그게 싸움을 멈춰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아. 시작된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필요한건 누가 옳냐가 아니니까.


누가 먼저 죽느냐다.


- 우리가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간에게 데려간다고 해서 그게 비겁한건 아니지. 어차피 그들의 수단이었을 뿐이었잖아.


자신이 정당하다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건 아니다.

가식이나 거짓이 담겨져 있지 않은 목소리.

오직 중립에 선 자의 울림. 숲과 인간의 경계에 선 늑대의 메세지였다.


"킨, 너는 인간은 전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거냐."

- 그렇진 않아. 인간 중에서도 착한 인간, 살아도 좋을 인간은 있겠지. 하지만 그건 우리가 정하는게 아냐. 살기 위한 수단은 그들이 스스로 정하는거야. 그들이 어떻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누가 살아야 한다고 정하는건 오만이지.


앞서 카라츄는 말했다.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간다는건, 죽음을 제어한다는건 오만이고 자만이라고.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삶을 제어하고 속이는 것이야말로 오만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 카라츄. 만일 네가 네 앞에 목숨을 구걸하는 인간이 있고, 그 인간을 죽이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면 지금 여기서 멈춰. 싸우지 않아도 돼. 싸워선 안돼.


킨의 말이 이어졌다.


- 각오가 없다면 짐일 뿐이다.

"알겠다."


카라츄가 가슴을 북치는 것마냥 두드리며 외쳤다.


"전사 카라츄! 맹세하겠다. 나는 망설이지 않겠다! 약해지지 않겠다! 물러서지 않겠다!"

- 그래, 날 내려칠때처럼 말야.



*



에그보는 결국 따라오지 못했다.

킨과 카라츄의 말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한 번의 싸움으로 죽음이니, 삶이니 하는 무거운 이야기를 이해할 정도로 영민하지 않아서였다.


아버지에겐 코룸에 남아달라고 전했다.

과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그들의 무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선,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힘이 필요하다.

결국 아버지의 힘이 필요한건 마지막 싸움. 인간의 문명이 가장 짙게 깔린 최종결전에서 쓰여야 한다. 그때까지는 아버지가 힘을 소모하지 않기를 바랬다.


킨, 그리고 틴과 핀, 실. 페르세포네. 그리고 카라츄.

인간과 오크, 그리고 네 마리의 늑대는 코룸에서 더욱 더 깊은 인간의 도시로 향했다.


- 인간처럼 싸우진 않겠지만.


킨이 가장 먼저 걸으며 말했다.


- 싸우는 방식만큼은 인간의 룰을 따라야할테지.


그것이 그들의 영역에서 싸우게 되는, 그럼으로써 지불하게 되는 대가였다.

카라츄가 킨의 걸음을 쫓으며 생각했다.

그 싸움에 대해서. 마지막에 내려친 일격에 대해서.


그때 카라츄는 정말로 킨을 죽일 생각으로 내려쳤다.

자신의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건 고작해야 지면 깊숙히 쳐박는 것 뿐이었다.


- 무슨 생각하는거야.

"아니다."


결론은 하나다.

두려운건 죽음, 페르세포네가 아니었다.

하얀 털을 가진 늑대. 사냥하는 자야말로 이제부터 시작될 인간의 새로운 두려움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 강한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6 19.02.06 901 0 -
공지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35 19.01.22 1,936 0 -
43 투기장에 들어서다 - 2. +12 19.03.06 739 17 8쪽
42 투기장에 들어서다 - 1. +5 19.03.04 526 16 11쪽
» 결론짓다. +4 19.03.02 528 19 8쪽
40 베어내다. +4 19.03.02 538 15 7쪽
39 달려들다. +5 19.02.28 585 19 7쪽
38 인간을 먹다. +5 19.02.27 661 30 8쪽
37 해독하다 - 9. +11 19.02.26 600 32 9쪽
36 해독하다 - 8. +9 19.02.21 653 20 9쪽
35 해독하다 - 7. +3 19.02.20 638 17 8쪽
34 해독하다 - 6. +1 19.02.20 604 15 9쪽
33 해독하다 - 5. +3 19.02.18 675 17 11쪽
32 해독하다 - 4. +5 19.02.17 724 16 7쪽
31 해독하다 - 3. +4 19.02.16 793 23 8쪽
30 해독하다 - 2. +5 19.02.14 846 25 7쪽
29 해독하다 - 1. +5 19.02.13 876 26 8쪽
28 연참 - 이식을 쓰다. +8 19.02.12 897 22 7쪽
27 사막에서 싸우다. +2 19.02.12 915 28 10쪽
26 조우하다. +5 19.02.11 996 30 9쪽
25 시험받다. +8 19.02.10 1,030 29 7쪽
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2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1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3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9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16 다른 동물의 영역에 들어가다. +4 19.02.02 1,426 4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