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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88,804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11 19:56
조회
995
추천
30
글자
9쪽

조우하다.

DUMMY

"거시야!"

"마리다!"


신림지에서 나와 자신을 소개하는 두 정령을 향해 카라츄가 대답했다.


"카라츄다."

- 어? 혀, 형. 그러면 정령의 이름이..


킨은 고개를 슬쩍 돌리며 말했다.


- 맞아. 그게 이름이야.

- 거시랑 마리가 이름이라고?


정확히는 '것'과 '말'이 이름이다.

차마 그 이름의 유래만큼은 말할 수 없었다.


앞서 카라츄는 그렇게 말했다.

정령에게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두 명의 정령이 서로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서로를 믿고 존재성을 유지해나간 것이라고.

그런 유래가 어디서 퍼져나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틀린 이야기다.

정령에게 본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건 맞지만, 정령에게 이름을 지어준건 바로 킨, 자신이었다.


정령은 궁금증이 많다.

뭐든지 알고 싶어하고, 또 그 의미까지 파헤치려고 한다.

단지 질문이 많다는 정도가 아니다.

한 번 질문을 허락하면 그 질문이 결코 끊기는 법이 없다.

왜 그런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서 그게 어떻게 된거야? 이렇게하면 어떻게 되는거야? 누가 그런거야? 언제 그런거야? 이유가 뭐야?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받다가 지쳐버리고, 나중에는 질문을 받아도 대답을 회피해버린다.

하지만 킨은 끝까지 대답해줬다. 킨도 정령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만큼은 고독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킨과 정령의 대화는 정령의 궁금증과 킨의 고독의 교집합이었던 셈이다.

물론 분모를 따지자면 정령의 궁금증이 더욱 크다.

그래서인지 킨도 설명을 하고 대답을 해주다보면 마지막만큼은 이렇게 설명해야했다.

그런 것이다.

그런 말이다.

정령은 그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


"맞아! 나는 거시야!"

"그렇다! 나는 마리다!"

"트로올!"

"카라츄다!"


...

단지 자기소개일 뿐인데도 머리가 아파온다. 저들은 정말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킨은 잠시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게끔 걸음을 물렸다.

정령과 함께 하기로 한 여행.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킨은 폭풍 속에서 만난 친구와의 대화를 잠시 회상해보았다.



*



- 거시, 마리. 너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부탁인 거시야?"

- 그래, 지시나 요청, 명령이 아니야. 너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해줬으면 해.

"뭐냔 말이다."


킨은 인간의 독, 그리고 인간이 중독시킨 땅에 대해 설명했다.

그 땅을 해독시켜야 할 필요성까지.


- 인간을 이 세계에서 배제시키지 않는다면 해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겠지. 그러니 그 두 가지 작업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해.


인간을 먼저 배제하고 해독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험은 남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전장.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해독을 함으로써 인간들에게 유리한 전장을 축소시켜나가고, 동시에 배제하는 것이다.


"병행이 뭐인 거시야?"

- 함께 해나가는 것.

"거시야!"

- 물론 알고 있어.


킨은 정령의 약점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 너희의 힘은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너희를 믿지 않는 자들을 상대로는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고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령이 만들어낸 모래폭풍을 인간은 너무도 쉽게 피해버릴 것이다.

폭풍이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폭풍이 없다고 믿어버리면 결국 정령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신기루라고 불렸다.

그래서 신림지라 불렸다.


그런데 이제와 정령을 신기루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나와달라고 말한다.

그것이 정령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을 상대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정령에게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약속할 수 밖에 없다.


- 내가 너희를 지킬게.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게. 그러니 부디 날 믿...


말을 끝내기도 전에 거시와 마리의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단 거시야!"

"맡겨달란 말이다!"



*



"그러면 어디로 가냐는 거시야?"

"중앙도시 코룸. 그곳에서 개전이 시작될 것이다. 코룸에 거주하는 인간의 수는."

- 쉿.


타탓.

멀리서 망을 보고 있던 핀이 모래를 밟고 달려왔다.


- 형.


핀이 뭘 말하고 싶은지를 킨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령이 신기루 밖으로 나왔다.

그 힘의 파장은 인간들도 느꼈을 것이다.


- 형이 말한 대로야.


인간들의, 헌터들의 추적이 지척에 달했다는 보고였다.

언제냐고 묻는다면 처음부터라고 대답할 것이다.

냄새를 맡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발자취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신들을 쫓아오는 누군가가 있음을 킨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본능에 의해서가 아니다.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만일 자신이 인간이라면. 그리고 정령을 찾고자 한다면 사막에 걸어 들어온 몬스터의 뒤를 쫓을 것이다.

그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며,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게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킨은 그저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뿐이다.

만일 인간이라면 이 전쟁을 이기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까.

무엇을 하려고 할까.


'만일 나라면 제일 먼저 몬스터에 협력이 될 수단을 하나씩 제거하고 적을 고립시키려고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섬뜩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다.

인간의 전쟁은 결코 정의롭지만은 않다.

상대를 상처입히고, 상대를 죽이고, 상대의 입에서 항복이라는 말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딱히 증오할 필요가 없는 상대를 증오하며, 그 다음에 이유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당연한 수단과 목적이라고 받아들인다.


인간이 정령을 배척한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것. 모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

증오할 이유가 없는 그 이유때문에 인간은 정령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만 평등하지 않다는 이유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엇보다 독을 쓴다면 목적은 더욱 분명해지겠지. 독을 가진 사람이 가장 경계하는건 해독의 수단이니까. 그것만 막을 수 있다면 전쟁은 얼마든지 길어져도 상관없다. 중독시킨 땅을 내버려두기만 하면 돼. 그것만으로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어. 그러니 내가 만일 인간이라면...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정령을 죽이려고 했을테지.'


그것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정령을 먼저 찾아온 두번째 이유였다.

인간의 손길이 닿기 전에 정령을 먼저 보호하기 위해서.


물론 인간은 신기루를 넘지 못한다.

신림지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건 인간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몬스터를, 다른 짐승을, 다른 종족의 피를 이 사막에 흩뿌리는 것이다.

모두에게 평등한 정령은 상처입은 다른 종족을 치료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인간은 그런 정령을 사냥하기만 하면 된다.

헌터.

그 단어가 가진 의미는 이처럼 잔혹하기만 하다.


- 온다.

- 실, 너는 거시와 마리를 지켜.

- 알았어!

- 틴, 핀. 좌우로 흩어져. 카라츄는 틴을, 에그보는 핀을 쫓아. 상대가 결코 흩어지지 않도록 해.

- 응.

- 혀, 형은?

- 내가 상대한다. 너희는 녀석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해. 만일 도망친다면 절대로 뒤쫓지마.

- 함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 그럴린 없겠지. 사막에 들어온다면 소수. 적으면 둘, 많으면 다섯이다. 그 이상의 수는 불필요해. 소수로 오는만큼 함정같은 수단보다는 실력으로 돌파하려고 할게 분명해.


둘이라면 실력자라는 의미고, 다섯이라면 연계를 펼칠 줄 아는 집단일 것이다.

가능하면 상대가 다수였으면 했다.

연계는 한 축만 무너져도 쉽게 깨트릴 수 있을테니까.

에그보가 킨의 말에 하나씩 숫자를 세더니, 갑자기 카라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한숨을 쉬었다.


"트로올."

"왜 내가 여섯번째인거냐!"


꼭 다섯이 한계인건 아닌데.

꼭 여섯번째가 불필요하단건 아닌데 말야.


모래 언덕에서 내려다 본 인간의 수는 둘이었다.

까다롭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을 갖춘 헌터임이 분명할테니.


- 온다.

- 형, 그런데 왜 둘 다 사냥하지 않는거야?

- 그거야 한 명정도는 살려보내야, 이 전투와 내 존재를 저들에게 알릴 수 있잖아.


킨은 두 명의 남자의 실력을 가늠하며, 거시와 마리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회상했다.



*



- 거시, 마리. 가능하면 내가 인간의 환생이라는건 숨겨줬으면 좋겠어.

"왜인 거시야?"

"이유가 뭐냔 말이다."

- 그야...


킨이 대답했다.


- 인간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법이니까. 오히려 만만하게 보지. 하지만 늑대에게 사냥당하는건 공포스럽게 생각하지. 늑대라고 얕보면서 동시에 늑대이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거야. 사냥꾼에게 사냥당하는 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건 오직 하나. 늑대뿐이니까. 거시, 마리. 나는 늑대로 다시 태어났어. 나는...



*



늑대다.

사막에서 늑대가 울었다.


- 아오오오오오!


전투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55분에 수정을 끝내고 예약설정도 못하고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그나저나 내일 연참 어쩌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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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연참을 봉인당하다. +7 19.02.09 1,130 31 12쪽
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22 목을 물리다. +8 19.02.07 1,281 41 9쪽
21 바람에 담아내다. +7 19.02.06 1,290 39 8쪽
20 연참에 이름을 붙이다. +8 19.02.05 1,282 37 12쪽
19 늑대가 나타났다. +4 19.02.05 1,225 32 8쪽
18 굳히다. +7 19.02.04 1,308 38 12쪽
17 떠올리다. +4 19.02.03 1,366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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