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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do 님의 서재입니다.

늑대로 다시 태어난 SS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NooNoo
작품등록일 :
2018.06.28 13:53
최근연재일 :
2019.03.06 19:29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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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822
추천수 :
7,450
글자수 :
169,740

작성
19.02.09 20:00
조회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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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연참을 봉인당하다.

DUMMY

"뒤!"


킨의 지시에 에그보가 몸을 돌리며 상대와 마주했다.

피하기엔 너무 늦은 타이밍. 손을 들어 막을 수 밖에 없다. 무사할리 없겠지만.

콰작!

손과 팔이 부서지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머리가 부서지는 것보다 팔이 부서지는게 회복속도가 더 빠르니까.


지금 킨과 일행들은 사막의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데저트 아그라오스.

사막에 사는 몬스터의 일종이다.

외형은 뱀과 다를게 없지만 얕봐서는 안된다.

분류를 나누자면 아그라오스는 드래곤의 아종이다. 날개와 다리와 손이 없을 뿐. 드래곤이 할 수 있는 일은 웬만해선 다 할 수 있다.

방금 에그보가 당한 공격도 꼬리 후려치기였다.


- 실!

- 응!


이제 동생들과는 부르기만 해도 호흡이 맞아 떨어지는 단계까지 왔다.

실은 킨이 가리킨 위치를 선점하며 아그라오스의 퇴로를 차단했다.

당황한 아그라오스는 비늘을 바짝 세우고 자신을 방어한 뒤 두번째, 세번째 퇴로를 찾아 움직였다.


"샤아아!"


하지만 다른 퇴로는 이미 틴과 핀에게 막혀있다.

마치 유리병 속에 갇혀버린 뱀과 같은 모양새.

몸을 돌리거나 한 쪽을 강행돌파할 수도 없다.

그러면 다른 쪽에서 늑대가 달려들며 아그라오스의 꼬리를 물어버릴 테니까.

사막에서만큼은 최강이라 불리는 아그라오스지만, 이렇게 사방을 포위해버리면 아그라오스는 제 힘을 온전히 쓰지 못한다.

공격을 하기 위해선 몸을 비틀만큼의 공간이 필요한데, 지금은 늑대가 그 공간을 먼저 선점해버렸다.

대치가 아닌 포위.

그것이 바로 아그라오스를 잡는 방법이다.


핏!

킨이 허공을 향해 높이 뛰어오르며 마지막 일격을 가할 준비를 갖췄다.

연참 뇌절. 허공에서 내리치는 일격으로 아그라오스를 끝내기 위해.


- 연...!

"트로오올!"


젠장! 에그보! 비켜!

손발이 맞는건 동생들 뿐이었다.

에그보는 아그라오스가 잠시 머뭇거리는 틈에 달려들며 공격을 가했다.

나무몽둥이로 내리치는 일격. 하지만 그건 결코 치명적이라 할 수 없는 단순한 공격이다. 심지어 아그라오스는 에그보의 단순한 공격을 무시한 채, 에그보가 달려든 공간을 향해 빠져나갔다.


파팟.

허공에서 지면으로 안착하기 위해 점멸을 쓰는 순간, 몸 안의 촛불이 하나 꺾여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마나가 깎여나간다는 신호였다.

킨은 자신의 생체정보를 확인했다.


* Lv : 36

* Hp : 511/562

* Mp : 12/13


마나라는건 일종의 표식이다.

기술을 시전할 수 있는 한계. 그게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수치인 것이다.

지금같은 경우엔 점멸을 사용한 영향으로 1 의 마나가 깎여져 나갔다.

킨의 경우, 달빛을 받아야지만 마나를 회복시킬 수 있었기에 이런 식으로 의미없이 마나가 깎여져나가는건 크나큰 손실이었다. 사막에서 밤은 짧기 때문이다.


"샤샤샤샤!"


자세를 잡은 아그라오스가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자신들을 위협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이제는 꼬리도 양 사방으로 휘두르고 있다. 결코 뒤를 잡히지 않겠다는 방어행동이다.

비늘이 몇 장 벗겨지긴 했지만 치명상에 이르는 상처는 없었다.


"트로올!"


에그보는 아그라오스의 상처를 가리킨 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이번에도 카라츄가 에그보의 말을 통역해주었다.

사실 이미 어떤 의미인지 제스처만으로도 알겠지만.


"칭찬해달라고 한다."


뭘.

손발이 안맞는 동료와 싸운다는게 이렇게나 힘이 든지 몰랐다.

아니, 너무 오랜만이라서 까먹은 것이다.

과거에는 누구와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어떤 인간도 킨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늑대로 다시 태어난 후, 킨은 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 자라왔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손쉽게 연계를 맞출 수 있었다.

그랬기에 아직 어린 늑대면서 강한 상대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카라츄와 에그보. 이 에부른 짐덩이들을 어찌 처리할까. 한숨만 나왔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위력이 큰 기술을 쓸 수 없다. 멋대로 나아간 동료가 연참의 위력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킨은 연참을 봉인당해버렸다.


*


어렵게 아그라오스를 잡고나자 벌써 저녁이 됐다.

사막에서 맞이하는 네번째 밤. 이제는 점점 지치기 시작한다.

방금 전 아그라오스가 처음으로 조우한 몬스터인건 아니다.

이 사막에 들어서며 벌써 다섯번이나 몬스터와 조우했다.

다행히 위험도가 높은 몬스터와 만난건 아니지만, 매번 손발이 맞지 않아서 위험도와 상관없이 고생을 해야했다.

특히나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녀석이 아직 전부 성장하지 않은 새끼라서 다행이었지, 만일 성체 아그라오스였다면 누군가 한 명은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친게 킨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떼어내는 것이다.

카라츄와 에그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서, 본래 그들이 가야할 곳으로. 전장으로 보내는 것이다.


카라츄와 에그보가 약한건 절대 아니다.

상처입는걸 두려워하지 않는 투사가 본래 있어야 할 곳은 전장이다.

전장에서 필요한건 적의 갑옷을 분쇄할 파괴력과 상처입어도 물러나지 않는 용기다. 그러니 전장에서라면 카라츄와 에그보도 크나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전장의 영웅으로 불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험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모험에선 상처입는 전투따위는 방해만 될 뿐이다.

상처를 입지 않고 모험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선 파괴력보다는 기동력이 요구된다.

어쩔 수 없이 전투를 한다고 하더라도, 긴 전투를 피하기 위해선 암살자의 일격과 같은 날카로운 공격수단이 필요하다.

킨의 경우에는 그것이 연참이었다.


결국 카라츄와 에그보는 모험과 맞지 않는 것이다.

킨은 짐덩이나 다름없는 두 종족의 투사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두둑!

킨은 사냥한 아그라오스의 고기를 뜯어 카라츄와 에그보 앞에 한 덩이씩 놔뒀다.


- 먹어.

"먹을 수 없다."


카라츄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그라오스와의 전투에서 크나큰 실책을 저질렀다. 마지막 순간에 내가 제대로 꼬리를 붙잡고 기다렸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전투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내 힘이 부족했다. 그 결과, 이미 끝났어야 할 전투가 길어져버렸다. 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니 굶겠다."


아까부터 조용하다 싶더니만, 낮에 있었던 전투를 반성하고 다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던 것이었나.

에그보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트로올!"

"에그보도 사냥에서 짐이 된 자는 굶어야 한다고 한다. 사냥이 곧 숨쉬는 것이나 다름없는 트롤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다."


구르륵. 구르륵. 에그보의 배에서 통나무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배는 고픈 모양이다.

사실 어제도 같은 이유로 굶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우격다짐으로라도 먹일 것이다.


- 그래. 그러니까 먹어.

"트로올?"

"에그보가 묻는다."


카라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우리가 짐이 되는 것이냐고. 그러니까 이 고기를 먹고 돌아가라는 것이냐고 묻는다."

"트로올..."

"짐이 된다고 하면 돌아가겠다고 한다."

"트로올..."

"미안하다고 한..."

- 웃기지마!


제 멋대로 계산하고, 제 멋대로 자기 본심만 말하고, 제 멋대로 정해버리고.

그런건 진절머리가 난다.

킨이 소리쳤다.


- 짐? 그런건 얼마든지 질 수 있어! 짐을 질 때 제일 싫은게 뭔지 알아? 등에 업힌 사람이 무겁냐며 나를 걱정하는거야! 그런건 신경쓰지도 마! 무거우면 내려놓을테니까! 먹어! 먹고!


짐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혼자 걸어가느니, 그리고 멋대로 지쳤다고 등에서 내리고, 멋대로 배신하느니.

차라리 같이 걸어갈 것이다.


- 먹고 강해져! 등에서 내려올만큼! 날 따라오는게 아니라 내 옆에 설 만큼!

"트로올?"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한다. 나도 확실하게 듣고 싶다. 오크에게 애매한 물음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 애매하지 않아. 나는 절대 한 번 잡은 손을 놓지 않을거야. 더이상은 그러지않을거야. 그러니까 날 따라올거라면 먹어. 그리고 강해져. 너희들이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버리지 않는다.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강해지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가."


카라츄는 눈 앞에 놓여진 아그라오스의 고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우왁스럽게 뜯어먹으며 말했다.


"알겠다. 강해지겠다."

"트롤!"


에그보도 짧게 소리치며 아그라오스의 고기를 뜯어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킨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이 솔직하기만 한 녀석들이라서.

그리고 자신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서.



*



2일 뒤. 킨과 카라츄들이 야영을 한 장소에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봐! 봐! 불을 붙인 흔적이야. 모래가 녹아있어."

"밤 중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단거군. 낮에는 사막의 몬스터와 격렬하게 싸웠단거겠지."

"응! 응! 아마도? 어디 보자. 그렇다면... 그렇지! 늑대로군. 여기 아그라오스의 뼈에 늑대의 털이 붙어있어."

"이빨의 크기와 베어문 흔적을 보건데, 오크와 트롤도 함께 하는걸로 보인다."

"그렇지. 그렇지. 좋아. 그러면."

"제대로 가고 있단거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버릇을 가진 남자는 광대의 분장을 하고 있었다.

한 손으론 또 다른 버릇인 것마냥 연신 저글링을 돌리고 있다.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뿔은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러워보였고, 신발은 불편하다싶을 정도로 굽이 높아보였다. 그런데도 굽은 모래에 파묻혀있지 않다. 몸놀림이 가볍다는걸 의미했다.

또 다른 남자는 언듯 보아도 무사라는 느낌을 전하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 소매가 넓은 옷, 그리고 허리에 찬 장검.

단순하게 멋으로 그렇게 입은건 아니다. 오히려 실용적인 복장이다. 머리를 내리면 시야를 가릴 수 있고, 소매가 넓으면 검을 잡는 방향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장웅. 우리 목적은 늑대를 쫓아다니는게 아니잖아?"

"그렇지. 데우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우리와 같다는건 분명하다."

"맞아. 맞아. 녀석들은 틀림없이 우리와 목적이 같아."

"그렇다면 녀석들을 쫓다보면 그곳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래. 신림지로."


무사풍의 남자, 장웅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검을 잡고서 자세를 취했다.

푸슈우우우욱!

모래 속에서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저트 아그라오스. 하지만 킨이 상대했던 아그라오스와는 다르다.

성체. 완전하게 자란 아그라오스였다.

장웅이 자세를 취한건 아그라오스의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그라오스."

"크네. 크다."


아그라오스가 장웅과 데우스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장웅은 피하지 않았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서걱.

보인 것은 한 줄기의 섬광뿐이다.

지익. 아그라오스의 입 끝에서 빨간 선이 보였다.

지이이이익! 한 번 잘려진 선이 지진으로 갈려져버린 대지처럼 찢겨져나갔다.


"슈에에에에엑!"


아그라오스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반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건 데우스였다.


"쇼! 쇼타임!"


데우스는 저글링하던 공을 아그라오스의 입에 던져넣은 후, 회전돌기를 하며 아그라우스의 입을 내리찍었다.

꿀꺽.

입 안에 들어온게 뭔지도 모른채 강제로 입이 닫혀져버렸다.

그것이 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퍼펑! 펑! 펑!

몸 안에서 터져버린 폭탄은 화약의 잔향을 남기며 전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장웅은 아그라오스의 시체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걸어나갔다.


"가자."

"아아. 재미없어. 정말 재미없어. 그러니까 늑대는. 늑대는 재밌었으면 좋겠다. 그치?"

"재밌단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딸깍.

장웅이 검집의 끝을 튕기며 말했다.


"이것처럼 시시하진 않았으면 좋겠군."


SSS급 헌터 서열 17위. 폭탄마 데우스.

SSS급 헌터 서열 11위. 일도양단 장웅.

두 명의 헌터가 사막에서 늑대를 뒤쫓았다.

목적은 하나.


"이번에야말로 죽인다."

"응. 응. 정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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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환영받다. +3 19.02.08 1,174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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