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82,018
추천수 :
3,622
글자수 :
957,680

작성
23.03.26 18:31
조회
756
추천
18
글자
12쪽

명예 회복

DUMMY

“황녀가 22년 전에 약혼했다니.”


상식적으로 22년 전에 죽은 자와의 약혼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황제가 게오르그와 혼사를 맺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대는 것이었다.


“게다가 알렉세이1세의 반역죄를 무효화하고 복권한다고?”


편지에는 알렉세이1세에게 황제가 게오르그 후작의 도시로 진군하라고 명령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것은 황제가 게오르그 후작의 역모를 일으킬 사람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아슬라프가 이걸 공개했다고? 그리고 황제는 그게 진짜라고 인정하고?”


간접적으로 게오르그를 국가에 위협적인 존재로 지목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이마의 핏대를 세우며 편지를 갈기갈기 찢었다.


“법원이 이 말도 안 되는 약혼을 인정한 건가?”


“황제가 보낸 약혼 문서까지 존재하니까 형식상으로는 하자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황녀는 여러 번 약혼하고 파혼했었잖나. 그래놓고 이제 예전에 약혼상태였다는 게 말이 돼?”


“에, 그러니까 법원에서는 그 이후에 성립한 약혼들도 모두 무효라고 선언했습니다. 어차피 파혼된 약혼들이니 무효화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전령의 설명에 게오르그는 어처구니가 없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황궁의 법관과 귀족들은 다 황제 편이겠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서 허공을 보고 중얼거렸다.


“헤르만 황제. 아슬라프 후작. 이것들이 짜고 치고 있군. 나를 바보로 만들어?”


황제의 선언 이전에 아슬라프의 편지 공개가 있었으니, 둘이 말을 맞춘 것이 분명했다.


“황제여. 나를 절대로 황실의 일원으로 받아줄 수 없다 이건가?”


그는 숨을 씨근덕거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슬라프. 어디 두고 보자. 우선 네놈부터 손봐주겠다.”


고개를 기울이고 신들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내 앞길을 가로막는 자는 절대 살려두지 않는다. 그게 누구이든 말이다.”


그는 부하를 불러서 군대를 동원하도록 지시했다.


“당장 모든 봉신 영주들에게 출정 준비를 하도록 하라. 각자 최대한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오도록 명령한다. 명령을 어긴 자는 군법으로 다스리겠다고 전하라.”


게오르그는 당장 아슬라프를 끝장내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도 아슬라프의 세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황제의 지지까지 얻으면 자신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슬라프도 갤리온 공국에 살고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게오르그의 움직임을 낱낱이 전해듣고 있었다.


게오르그와의 결전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것 같았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게오르그는 지금이 아니면 아슬라프를 꺾을 수 없다고 결단을 내린 듯했다.


‘와라. 게오르그. 기다리고 있으마.’


아슬라프도 병사를 충원해서 군대를 정비하고, 봉신 영주들에게 언제 동원령이 내리더라도 즉시 출정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전쟁의 명분을 가져가고 민심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여론전에도 박차를 가했다.

우선 황제의 비밀 칙서 내용을 필사해서 각 도시마다 시청 문 앞에 공고했다.


황제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밝혀진 사실은 2가지였다.

첫째는 황녀의 약혼이었다.

사람들은 황녀의 약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여러 차례 약혼했던 황녀가 22년 전 죽은 자와의 약혼이 하나 더 밝혀진들 놀랄 것도 없었다.


반면에 두 번째 사실에는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알렉세이1세가 황제의 명령을 따랐고, 황제가 역심을 품은 것으로 의심한 자는 오히려 게오르그 후작이었다는 것.

알렉세이1세와 게오르그 후작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그러니까 당시에 황제폐하는 알렉세이1세를 믿고 게오르그 후작이 반란을 일으킬까봐 걱정했다는 거지?”


“와, 이런 반전이. 반역자라고 선포했던 알렉세이1세가 실은 황제의 충신이었다고?”


“황제폐하의 본심이 뭐야? 진짜로 알렉세이1세를 충신으로 여겼으면 반역죄까지 선고한 건 너무 심했잖아.”


“그땐 게오르그 후작이 전쟁에서 이겼으니까 게오르그 후작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지.”


“그럼 지금은 뭐 달라?”


“지금은 아슬라프 렌케 후작이 있잖아. 갤리온 공국의 남동쪽에서 렌케 후작의 군대가 등에 칼끝을 들이대고 있으니 꼼짝 못하지. 그래서 황제폐하도 게오르그 후작의 군대 걱정을 덜 수 있는 거고.”


아주르 공국의 사람들은 알렉세이1세의 복권을 반겼다.

알렉세이1세의 명예가 복원됨에 따라, 동시에 그를 죽이고 누명씌운 게오르그에 대한 반감은 커졌다.


여론을 이끌기 위한 다음 작업은 상세한 역사서 출간이었다.


“알렉세이1세가 복권되었으니 이제는 전기를 출판할 시기가 되었다.”


아슬라프는 상티누스에게 그가 쓴 책에 황제의 칙서로 밝혀진 내용을 추가해서 출판하도록 했다.


“알렉세이1세께서 황제폐하의 명을 받아서 출정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상티누스는 놀라워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이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가장 가까운 측근이면서, 알렉세이1세께서 그런 깊은 뜻으로 출정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추가로 알려진 내용을 보완해서 상티누스는 알렉세이1세 전기와 아주르 공국 연대기를 정식으로 출판했다.

당시의 정황을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알렉세이1세가 죽은 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알렉세이1세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고, 때마침 상티누스가 쓴 잘 정리된 역사서가 출판되면서 저절로 그가 남긴 업적을 알게 되었다.


“아, 저 다리도 알렉세이1세가 지은 거였어? 몰랐네.”


“에셀부르와 아주르의 도로를 2배로 넓히고 돌로 포장한 사람도 알렉세이1세라네.”


“에셀부르하고 아주르만이 아니고, 아주르 공국의 도로들을 모두 일정한 넓이와 높이로 고르게 정비한 사람이 알렉세이1세였대.”


“아주르 수도원과 종탑도 알렉세이1세가 지었잖아.”


“아, 거기 벽화와 성자상이 기가 막히던데. 그럼 그것도? 문화 예술에도 일가견이 있었네.”


알렉세이1세가 남긴 풍부한 건축물과 조각품 등 예술작품도 새삼스럽게 조명을 받았다. 주변의 건물과 예술품이 알렉세이1세가 조성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아주르 공국 연대기도 탐독하게 되었다. 알렉세이1세의 대외 업적과 당시의 전쟁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었다.


“룽족하고도 싸워서 이겼고, 연족하고도 4번 짜워서 4번 다 이겼대.”


“그런데 어떻게 야만족하고 그렇게 사이가 좋았지? 전쟁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전쟁만 한 게 아니라 이기고 나서 귀화도 허용하고 무역도 허용해주고 했으니까.”


“힘으로 평화를 유지한 거로구나. 힘이 있으니까 가능했지.”


“와, 어떻게 알렉세이1세처럼 대단한 사람을 그동안 그렇게 무시했던 거지?”


학자들에게는 알렉세이1세 시대의 성공 요인을 연구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상티누스가 출판한 알렉세이1세 전기를 읽지 않으면 이야기에 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동안 백성이 연족에게 약탈 당하던 말던,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황제와 귀족 때문에 답답했는데, 알렉세이1세의 행적을 살펴보니까 그 사람은 다르더라고.”


“맞아. 알렉세이1세 전기를 읽어보니까 왜 그때가 살기 좋았다고 하는지 알겠더라고.”


“아슬라프님이 알렉세이1세의 정책 중에 좋은 걸 되살리고 계시니, 우리도 아슬라프님을 잘 따르면 될거야.”


알렉세이1세의 인기는 무능한 황제의 혼란한 제국 치세에 대한 반발로 급격히 높아졌다.

그동안 황제가 신하들을 견제하느라 알렉세이1세처럼 실력있고 인기있는 자를 숙청하니 아무도 나서서 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능하고 자비로운 지도자에 대한 백성의 열망은 컸지만, 오히려 게오르그처럼 잔인하고 야망에 넘치는 자들만 마각을 드러냈다.


누군가 그들을 구원해 줄 지도자를 찾던 상황에서 알렉세이1세의 복권으로 그의 시대에 대한 향수가 몰려왔다. 그와 비견되며 아슬라프의 명성은 저절로 높아졌다.


“사실 그동안 나까지 반역죄로 몰릴까 봐 말을 못 했지만, 알렉세이1세만큼 훌륭한 지도자를 본 적이 없어.”


“맞아. 그땐 진짜로 태평성대였고 살기 좋았지.”


“지금도 아슬라프님이 다스린 다음부터는 점점 예전처럼 좋아지는 것 같아.”


“알렉세이1세와 아슬라프님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자네도 그렇게 느꼈군. 나도 두 분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너무 똑같아서 가끔 놀란다니까.”


알렉세이1세 치하를 겪었던 백성들은 그의 정책을 계승하는 아슬라프에게 열광하며 진심으로 그를 따랐다. 전에는 알렉세이1세가 반역죄인인지라, 아슬라프가 알렉세이1세와 비슷하다고 말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그들이 닮았다고 말했다.


“지금 노헨그라드 공국의 영토도 아주르 공국의 영토와 비슷하잖아. 아주르 공국에서 갤리온 공국으로 할양된 도시 말고는 거의 회복했지.”


“그래. 야만족에 대한 정책도, 종교에 대한 정책도, 세금과 무역 정책도 거의 유사해.”


“아슬라프 후작님만 잘 따르면 아주르 공국 때처럼 평화롭게 잘 살 수 있겠네.”


백성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아슬라프에게로 똘똘 뭉쳐서 협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경으로부터 전령이 도착했다.


“국경에 갤리온 공국의 병력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훈련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아슬라프가 전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상티누스에게 건네주자, 편지를 읽은 그가 고개를 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게오르그 후작이 곧 쳐들어올 것 같습니다.”


“그래. 아마 준비하면서 공격할 명분을 찾는 중일 거다.”


아슬라프는 이미 갤리온 공국 내부 정보를 여러 경로로 수집하고 있었다. 병사를 동원한 공식 정보 외에도 집시 사촌인 프랑케가 갤리온 공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밀리에 각종 정보를 꾸준히 알려오고 있었다.


[

각 도시와 성의 부대가 갤리온 공국으로 이동하는 걸 목격한 사람이 많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게오르그 후작이 봉신귀족들에게 군대 동원령을 내린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각 도시별 병력 규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

]


그의 정보에 의하면 대부분의 봉신들이 지원군을 보냈는데, 몇몇 도시들은 병력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계약에 의하면 봉신들은 병력 동원의 의무가 있긴 했지만,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내지 않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길 가능성이 많은 전쟁에는 배상금도 두둑이 챙길 수 있으니 자발적 참여자가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전쟁에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염병이 도는 도시의 경우에는 군대를 보내지 않는 편이 도와주는 셈이다.

흉년이나 수해를 입어 사정이 어려워도 병력을 보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핑계를 대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봉신의 군대 동원력은 평상시의 결속력과 충성심에 상당히 많이 좌우되는 면이 있다.


“우리도 대응해야지요?”


상티누스의 말에 아슬라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각 영주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당장 동원 가능한 군대 규모를 집계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상티누스가 물러가고, 아슬라프는 프랑케가 보내온 편지에 나타난 갤리온 공국에서 이동 중인 병력의 규모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정도면 쥐어 짜낸 수준인데.’


아슬라프의 실력을 알고 있는 게오르그는 봉신영주들을 닦달해서 가능한 많은 병력을 동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게오르그의 동원령을 거부하는 영주가 있다는 것이었다.


[

......

빌라로스 성주인 타라스 자작은 병을 핑계로 이번 동원령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오르그 후작이 역정을 냈고, 군법으로 다스리겠다며 빌라로스 성을 공격하려고 한답니다.

]


‘빌라로스의 타라스 자작?’


오랜만에 듣는 낯익은 이름에 아슬라프는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자라면 그런 배짱을 부리고도 남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여 년 전이었지만,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1 신관 이사벨 23.04.15 538 13 12쪽
110 상속 전쟁(2) 23.04.14 557 13 12쪽
109 상속 전쟁 23.04.13 564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6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5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8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9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1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7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50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1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7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6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5 21 13쪽
» 명예 회복 +1 23.03.26 757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2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7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5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5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50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20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8 1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