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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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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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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86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7.27 22:30
조회
569
추천
8
글자
12쪽

74화 자전풍렬식(5)

DUMMY

“와, 이게 되네.”


누군가가 중얼거린 한 마디는 공략대 대다수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켄타우로스 무리와의 전투는 이제까지 경험한 그 어떤 전투와도 궤를 달리했다.


지금까지 공략대는 집단으로 싸운다기보다는 파티 단위나 개개인이 연계해서 싸우는 파편화된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전투는 공략대 전원이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였다.


혼자서 전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개인전만 하다가 팀전의 묘미를 알게 된 기분이었다.


동시에 고수들이 어떤 시선으로 전장을 보는지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수는 이런 시점에서 싸우는구나.’

‘어쩐지 무진장 잘 싸우더라.’

‘나도 강해지면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감탄, 인정, 경외.


비슷한 종류의 감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되듯이 퍼져나갔다.


공략대의 합주를 연출해 낸 지휘자에게 향하는 감정이었다.


그만큼 이번 전투가 그들에게 있어서 충격적이었다는 의미였다.


공략대가 집단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심통결을 만든 보람이 있었다.


우일신이 뿌듯해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독고민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도와준 거 잊은 건 아니지?”


그녀의 말대로 심통결을 만들 때 도움을 받기는 했다.


정신 연결의 경험이 있는 당사자가 있는 쪽이 무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심통결을 만들 때 도움을 받은 것은 독고민만이 아니었다.


“누가 도움을 줬다고?”


윤지우가 끼어들며, 독고민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독고민은 질색했지만, 신체 능력의 차이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함께 고생한 사람은 빼버리고 자기 몫만 주장하는 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겠지?”

“자, 잠깐만! 멈춰!”


독고민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윤지우는 멈추지 않았다.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독고민은 자지러지며 몸을 비틀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만담에 우일신은 웃음을 흘렸다.


저 둘이 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였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씩 긴장을 풀었다.


강철 배는 다른 장애물을 만나는 일 없이 강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수풀이 우거진 숲이 있었다.


어찌나 나무가 빽빽한지 숲 안쪽으로 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우일신은 숲을 보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불길해.’


상단전의 예지가 경종을 울렸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숲 전체가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특출한 감각이 있는 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태호 씨, 뭔가 보이는 거 없습니까?”

“없습니다. 정확히는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뿌옇게 보입니다.”

“숲 전체에 예지를 막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군요.”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숲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 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알림창이 떠올랐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119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시련의 탑 33층]

[던전의 두 번째 구역을 통과하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126000포인트]


알림창은 저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친절하게 화살표까지 띄워주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숲을 가로지르는 길이 있었다.


아무래도 저 기분 나쁜 숲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공략대는 강철 배에서 내려 길을 따라 숲 내부로 진입했다.


을씨년스러운 숲은 이상하게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동물은 물론, 벌레 같은 다른 생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나무만이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길이었지만, 공략대는 문제없이 숲을 헤쳐 나갔다.


심통결을 통해 공유받은 감응감각도의 공능 덕분이었다.


상단전의 예지는 여전히 위험하다고만 경고할 뿐.


감응감각도에도 숲 이외에 다른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변화가 생긴 건 숲에 진입하고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무줄기로 만들어진 밧줄 고리가 발견되었다.


도저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형상이었다.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밧줄 고리의 숫자는 점차 많아졌다.


“저거 꼭 교수형에서 쓰는 밧줄 매듭 같지 않아?”


누군가가 말했다.


대다수가 떠올렸으나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밧줄 고리에서 불길함을 느낀 공략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에는 멀리서 악취가 풍겨왔다.

코가 삐뚤어질 것 같은 썩은 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략대는 부패취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나무줄기로 만들어진 밧줄 고리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그건 사람의 시체였다.


눈을 몽롱하게 뜨고 혀를 길게 빼문 채 목만 고리에 걸려서 축 늘어져 있는 모습.


죽은 시체는 나무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공략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런 숲에 사람의 시체가 있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거기에 목매단 시체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밧줄 고리에 걸려 있는 시체의 수가 늘어만 갔다.


시체의 흐리멍덩한 시선은 공략대를 바라보며 말을 거는 듯했다.


-혼자서는 너무 외로워.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

-자아, 너도 이리로 와.


잠깐이라도 시신과 눈이 마주친 사람은 귓가에 환청이 들려왔다.


끊임없는 속삭이는 목소리는 사람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이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만이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설령 나무줄기로 만들어진 밧줄 고리에 목을 매다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의사를 눈치챈 건지, 나무에서 줄기가 내려왔다.


나무줄기로 다가가 밧줄 고리를 붙잡고 목을 걸려는 순간.


‘모두 정신 차려요!’


누군가의 외침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몽롱했던 정신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현실로 되돌아왔다.


“세상에 내가 뭘 하려고 한 거야.”

“미친, 자살할 뻔했잖아.”


정신을 되찾은 사람들은 황급히 밧줄 고리에서 멀어졌다.


공략대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린 것을 확인한 우일신은 숲을 노려보았다.


밧줄 고리에 매달린 시신은 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다행스럽게도 심통결의 힘은 공략대의 흐트러진 정신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숲의 정신 공격을 해제하는 후속 조치일 뿐.


정신 공격을 받지 않도록 예방까지는 불가능했다.


정신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했다.


“독고민.”

“왜.”

“남김없이 불태워 버려.”

“언제 말하는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우일신의 허가가 떨어지자, 독고민이 씩 웃어 보였다.


“어이, 윤지우! 그걸 하자!”

“그거라니, 설마 그거?”

“그래, 그거!”


독고민은 근처에 있던 윤지우를 부르더니 숲을 바라보았다.


“산불이 거하게 나도록 불장난이다!”


독고민이 마법으로 불꽃을 일으켜 근처에 있던 나무를 불태워 버렸다.


이에 윤지우가 바람의 정령으로 불길이 다른 곳으로 번지도록 유도했다.


마법의 불꽃은 나무를 불태우는 것은 물론, 매달려 있는 시체까지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끼에엑!”


그러자 매달려 있던 시체가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어 댔다.


나무에 매달린 시체는 진짜가 아니었다.


식충식물이 먹잇감을 유도하듯이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덫이다.


“진짜 사람이 아니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모조리 불태워 버려!”


이를 깨달은 공략대는 독고민과 윤지우를 도와 적극적으로 숲을 불태웠다.


먹이들이 덫에 걸리지 않고 반항하자, 숲이 본격적으로 마수를 드러냈다.


“우어어어!”


나무에 매달린 시체 모양의 덫들이 일행을 향해 덮쳐들었다.


“막아!”


우일신이 덫들을 베어내면서 소리쳤다.


동시에 근접계 능력자들이 불태우기 요원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방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컹컹!”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곰만 한 크기의 개들이 나무 사이를 달려왔다.


“끼에에엑!”


동시에 머리 위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여성의 상태를 가지고 있으나, 팔과 다리가 새의 형상을 한 괴물, 하피였다.


이제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괴물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런 숫자의 몬스터가 이제까지 감응감각도에 걸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니, 달라. 은신하고 있었던 게 아니야.’


어째서 상단전의 감각이 숲 전체가 위험하다고 알렸는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자살을 유도하는 나무, 거대한 몸집의 개, 하늘에서 공격해 오는 하피.


저 괴물들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 끔찍한 숲을 구성하는 요소였던 거다.


숲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나 다름없었다.


만약 숲을 불태우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숲과 동화된 괴물들에게 기습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들킨 이상, 대응이 가능하다.’


숲과 동화되어서 파악할 수 없다?


그러면 숨을 수 없도록 숲 전체를 불태워 버리면 그만이었다.


“전위는 나무와 개들을 방어, 사수들은 하피들의 요격, 불태우기 요원들은 멈추지 않고 화재 확산!”


우일신은 공략대에게 지시를 내리며, 개벽검을 휘둘렀다.


단 한 번의 검격으로 나무 괴물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옆에서 덮쳐든 괴물 개 세 마리는 역으로 목이 날아가 버렸다.


뒤이어 불태우기 요원들을 공격하려는 하피 두 마리를 검풍으로 베어버렸다.


각 괴물의 수준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검기를 쓸 것도 없이, 단순한 검격이나 검풍만으로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었다.


아무리 높게 쳐줘도 희귀 등급을 넘지 못했다.


숲이 가진 최대의 위험성은 유기적인 대응이었다.


그러나 녀석들이 가진 이점은 산불과 감응감각도에 의해 상쇄되었다.


‘그렇다고 이쪽이 유리한 것도 아니지만.’


공략대는 피의 강에서 켄타우로스와 싸우며 소모된 게 있었다.


당장 박철을 비롯한 일부 능력자가 능력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할 정도였다.


‘가장 여유가 있는 내가 한쪽 면을 맡는 수밖에 없어.’


개벽검의 칼날 위로 두 줄기의 기파가 소용돌이쳤다.


기이이잉.

장검에 맺힌 이중 나선이 부딪치며 불길한 소음을 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힘의 균형을 잃고 터져버릴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진기 운용.


그러나 우일신의 천부적인 감각은 그 불안정함을 위력으로 바꾸었다.


‘나선일식!’


휘둘러지는 검격에 이중 나선의 경계가 무너지며 삼중 경파가 만들어졌다.


별빛의 와류(渦流)가 확산되며, 숲의 일부를 집어삼켜 버렸다.


마치 거인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숲의 일부가 초토화되었다.


개벽검의 칼날 위로 진기의 파편이 별 가루처럼 흩날렸다.


그 광경을 본 공략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칼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공략대 전원이 달라붙은 것과 맞먹는 성과를 내다니.


“저 사람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공략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였다.


“저 녀석 혼자 좋은 장면을 독차지하게 둘까 보냐!”


그러나 꺾이기는커녕 도리어 열의를 불태우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마법사 독고민이었다.


그녀는 거대한 화염 폭풍을 일으켜서 지속적으로 숲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한 방 위력은 부족하다면, 지속력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지!”


독고민이 경박한 웃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사람과 자연, 양측의 생존을 건 싸움이 어느 순간 고수들의 경쟁이 되어 버렸다.


양쪽에서 나무와 개들을 쓸어버리다보니, 공략대는 하늘에서 덮쳐오는 하피만 조심하면 됐다.


일방적인 학살의 현장에 공략대는 살며시 숲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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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자전풍렬식 23.07.15 662 12 11쪽
69 69화 악마 추적(2) +1 23.07.14 631 10 12쪽
68 68화 악마 추적 +1 23.07.13 647 11 12쪽
67 67화 책임 +1 23.07.12 633 12 11쪽
66 66화 저승의 강(3) +1 23.07.11 661 13 12쪽
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9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7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8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8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7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4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2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20 15 12쪽
55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8 14 12쪽
54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2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1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7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6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2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6 18 12쪽
48 48화 악마(3) +1 23.06.23 962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2 15 12쪽
45 45화 소문 +2 23.06.20 1,027 20 12쪽
44 44화 죽음 +1 23.06.19 1,043 18 12쪽
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7 20 11쪽
42 42화 용종 라부(3) +1 23.06.17 1,080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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