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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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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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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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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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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DUMMY

오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생명체가 신체 외부나 환경의 변화, 상황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 감각이 하나라도 못 쓰게 된다면 사람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그런데 감각이 하나씩 사라진다니.


처음에는 시각이었고, 두 번째는 운 좋게도 미각이었다.


‘하지만 그다음은?’


만약 청각과 촉각을 잃은 다음에도 지금처럼 멀쩡하게 싸울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물러서기에는 짊어진 것이 너무도 많았고.


물러서면 잃게 될 목숨이 너무나 많았다.


우일신은 들끓는 동요를 자신만의 의념으로 잠재웠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곧은 의지를 담아 말했다.


“······가자, 앞으로.”


의념을 깃든 목소리가 윤지우와 독고민에게 닿았다.


두 사람은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저마다의 이유를 떠올리고 각오를 다졌다.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어둠 속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갔기 때문일까.


옥좌로 향하는 길에는 아귀 말고 새로운 방해자가 흉수를 드리웠다.


그건 살아 움직이는 식물이었다.


나무, 줄기, 이파리, 꽃 등이 뭉쳐서 인간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아귀와 달리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


시각과 미각이 사라진 탓인지 남은 감각들이 더 예민해진 듯했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주술의 기운은 식물인간이 주술사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


이형의 주술사는 삐걱거리는 움직임으로 수인을 맺었다.


명백히 주술을 쓰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를 막는 것보다 먼저 두통이 엄습했다.


세 사람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향기를 맡은 순간부터 이미 주술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향기가 머릿속을 헝클어뜨리며 감각을 뒤흔들었다.


여러 초감각마저 뒤흔들어 버리는 혼란 주술이었다.


그 순간 우일신과 독고민이 차고 있는 팔찌가 반짝였다.


아이템의 힘으로 정신 공격을 일으키는 주술에 저항한 것이다.


“나래야!”

-짹짹!


반면에 윤지우는 주술의 매개가 되는 꽃향기가 다가오지 못하게 바람으로 막아냈다.


나무 주술사들은 할 수 있는 게 혼란을 거는 게 전부였는지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일행은 주술사들을 토막 내고 불태워 버렸다.


“몸뚱이가 나무라서 그런가, 불에 타는 데도 좋은 향기가 나네.”


윤지우가 중얼거렸다.


실제로 불타고 있는 솔잎 비슷한 향기가 솔솔 났다.


이번에는 주술과는 관계없는 순수한 향기인 듯했다.


아까와 달리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38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시련의 탑 18층]

[밝힐 수 없는 어둠 속을 나아가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42000포인트]


세 번째로 사라진 감각이 후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냄새로 적들의 접근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되었다.


천천히 감각을 하나씩 잃어가는 과정은 없던 조바심을 만들어 내기 차고 넘쳤다.


일행은 한시라도 빨리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에 나타난 적은 온갖 금속이 뒤섞여 있는 골렘이었다.


녀석들은 물리 공격만이 통했다.

마법은 물론, 정령의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금속으로 되어 있는 만큼 상당히 튼튼한 축에 속했다.


그만큼 움직임도 둔했기에 전투 없이 지나치는 것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골렘들은 어떻게든 자신들과 싸우도록 술수를 부렸다.


끼이이익!


녀석들이 양팔을 비비자, 금속끼리 부딪치면서 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소름 돋게 만드는 기분 나쁜 소음에 일행은 골렘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일신은 검기로 베는 소리조차 나지 않게 골렘들을 파괴했다.


윤지우는 바람으로 화살을 최대한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독고민은 바닥에 기름을 뿌리거나 구멍을 파서 떨어뜨리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공격했다.


“이제 소음은 지긋지긋해.”


독고민이 중얼거렸다.


우일신과 윤지우도 내심 동의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42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시련의 탑 19층]

[밝힐 수 없는 어둠 속을 나아가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46000포인트]


그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청각이 사라졌다.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발소리, 말소리, 숨소리 같은 일상적인 소리는 물론, 전투의 소음까지 사라졌다.


그러자 바로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실감하기 어려웠다.


초감각을 통해 옆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혹시 주술에 걸려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는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니 자연히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다른 감각이 사라져서 그런 걸까, 유독 심장 박동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서서히 정신적으로 지쳐가는 걸 느꼈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귀, 주술사, 골렘.

이제까지 만난 모든 적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행은 어떻게든 초감각에 의지해 적들을 물리쳤다.


휘두르는 검의 무게가 느껴졌다.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졌다.


주문을 읊는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싸움 속에서 여러 감촉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레벨 업과 46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그리고 마침내 촉각마저 사라졌다.


더는 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더는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는 신체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 박동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초감각이 없었다면 존재 자체를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시련의 탑 20층]

[문을 지키는 보스 몬스터 그림자 파수꾼 플루투스를 처치하시오.]

[성공 보상 : 레벨 업, 50000포인트]


그런 가운데 알림창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일행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보스 몬스터가 그들의 앞에 있다는걸.


초감각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그림자로 만들어진 선명한 늑대의 형상.


시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늑대의 붉은 안광이 보였다.


청각이 없음에도 야수의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후각이 없음에도 짐승 특유의 구릿한 냄새가 났다.


미각이 없는데도 입 안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촉각이 없는데도 두려움에 떨리는 신체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세 사람은 뒤늦게 그 모든 감각이 플루투스가 내뿜는 사념이라는 걸 깨달았다.


초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선명한 감각 정보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우우우우!


플루투스가 울부짖자, 공간 전체가 울렁거렸다.


초감각에 잡음이 끼기 시작했다.


동시에 장비하고 있던 아이템들이 스파크가 튀었다.


두르고 있던 뼈 갑옷이 풀리더니, 그대로 평범한 투구가 되었다.


모든 아이템이 하나둘씩 빛을 잃더니 이내 평범한 물건이 되었다.


플루투스가 아이템이 가진 특수 능력들을 모조리 막아버린 것이다.


여기에 저항한 것은 단 하나, 영성을 품고 있는 환익검뿐이었다.


플루투스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시험받는 것은 장비의 힘이 아니라 온전히 도전자의 역량이라고.


동시에 플루투스가 어둠 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저마다 대응에 들어갔다.


모든 감각이 차단된 만큼 신호를 주고받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함께 싸워온 경험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윤지우가 바람을 담긴 화살을 쏟아냈다.


감각이 없는 탓에 평소보다 조준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을 정령이 받쳐주었다.


정령의 바람을 두른 화살이 그림자로 된 늑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초감각에 노이즈가 일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플루투스가 화살 세례를 지나 윤지우에게 도달했다.


마치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플루투스의 발톱이 윤지우를 크게 할퀴었다.


윤지우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그런데 윤지우의 몸에 상처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그 대신 윤지우의 몸에서 플루투스와 비슷한 기색이 느껴졌다.


눈동자가 검게 빛나며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모든 의욕을 상실한 것처럼 침울한 분위기가 초감각을 타고 전해졌다.


‘정신 공격?!’


아이템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정신 공격은 위험했다.


같은 걸 생각했는지 독고민이 그림자로 된 늑대를 향해 화염 광선을 쏴 갈겼다.


그러나 플루투스는 네 줄기의 열선이 훌훌 피해냈다.


“뒤야!”


우일신이 소리쳤다.


어느새 플루투스는 독고민의 등 뒤로 이동한 상태였다.


당연히 소리가 들릴 리 없는 독고민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림자로 된 늑대의 이빨이 마법사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독고민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우일신을 향해 분노의 기색을 드러냈다.


마치 원수라도 만난 것 같은 강렬한 감정의 반응이었다.


독고민이 우일신에게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착란에 빠져서 그런지 섬세함을 찾아볼 수 없는 난잡한 마법 운용이었다.


‘이번에는 아군끼리 싸우게 만드는 건가?!’


윤지우는 무력화.


독고민은 적으로 돌변.


아무리 감각이 차단되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은 영웅 등급의 실력자였다.


그런 두 사람이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무력화되다니.


우일신은 독고민의 마법을 피하면서 플루투스의 기척을 쫓았다.


녀석은 어느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늑대는 세 사람을 둘러보더니 낮게 으르렁거렸다.


마치 고작 이 정도냐고 내려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일신은 그런 플루투스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꼈다.


‘왜 나를 공격하지 않는 거지?’


녀석의 움직임이라면 충분히 우일신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둔 것일까.


두 사람과 달리 채널 소유자로서 옥좌에 도전하는 자여서?


‘아니야, 다른 이유가 있어.’


머릿속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직감의 전조였다.


‘이건 굳이 따지자면 시련에 가까워.’


힌트는 분명 지금까지 길을 걸어오면서 체험한 경험 속에 있을 터.


우일신은 기억을 되짚으며 옥좌로 향하는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초감각마저 속이는 나무 주술사의 주술.’


만약 녀석의 능력이 주술의 강화판이라고 한다면?


그림자로 된 늑대를 본 순간부터 정신 공격을 받은 거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설을 쏟아낸다.


그러나 어째서 그를 공격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웅!

그때 환익검이 진동했다.


‘환익검은 분명 녀석의 아이템 금지 능력에 저항했어.’


환익검이 가진 영성(靈性) 때문이었다.


영성은 일반적인 의념과는 다른 신묘한 성질을 띠고 있다.


짙은 의념이 내공을 강하게 하듯이, 영성은 온갖 현상을 강화하는 게 가능했다.


당장 환익검에 깃든 영성으로 무기의 등급을 올라가고 특수한 기능이 생기지 않았던가.


만약 이 영성이 녀석의 약점이라서 접근하지 않는 거라면?


‘도전해 볼 가치는 있어.’


우일신은 환익검과의 연결을 더욱 깊게 궁구했다.


영성의 성질을 이해하고 응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환익검의 영성에 호응하듯이 체내에서 반응이 돌아왔다.


위치는 정수리 쪽에 위치한 혈도, 백회혈이었다.


상단전이라고도 불리는 자리에서 영성이 느껴졌다.


그건 그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의념이었다.


영성이라고 해도 고작해야 쌀알 한 톨만 한 크기, 씨앗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너무 작아서 지금까지 인식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감각이 차단되고 남은 감각이 오로지 기감(氣感)뿐이었기에 때문일까.


평소라면 알 수 없는 작은 기운조차 인지할 수 있었다.


‘영성의 공명, 이걸 이용한다면 가능할지도 몰라.’


우일신은 상단전의 영성과 환익검의 영성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자 환익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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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책임 +1 23.07.12 632 12 11쪽
66 66화 저승의 강(3) +1 23.07.11 659 13 12쪽
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8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6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8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6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6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2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1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19 15 12쪽
55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5 14 12쪽
»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2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0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6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5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1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5 18 12쪽
48 48화 악마(3) +1 23.06.23 961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2 15 12쪽
45 45화 소문 +2 23.06.20 1,026 20 12쪽
44 44화 죽음 +1 23.06.19 1,042 18 12쪽
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6 20 11쪽
42 42화 용종 라부(3) +1 23.06.17 1,07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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