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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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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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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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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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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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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2화 이유

DUMMY

사람들의 격한 환영이 끝나고, 우일신은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진이 빠져서 쉬고 있는 그에게 박철이 다가왔다.


입가에 머금은 장난스러운 미소는 이번 일을 계획한 장본인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수고했어, 동생.”

“이거 형님이 계획하신 거죠?”

“맞아, 사람들이랑 같이 준비해 봤지. 어때, 괜찮았어?”

“뭐랄까, 좋네요.”


그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라는 생각으로 임해왔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환영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마음속에서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 눈치챈 박철은 말없이 그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


우일신은 투구를 벗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투구가 없었다면 얼굴이 새빨갛게 된 게 고스란히 드러났을 테니까.


우일신은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가볍게 헛기침하며 노골적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크흠, 다른 불편한 점은 없답니까?”

“불편한 거야 한가득이지. 전파가 안 통한다던가, 전기를 쓰기 어렵다던가.”


지금까지는 살아남기 급급해서 불편함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투덜거린다고 정지된 인프라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럴 시간에 몬스터라도 더 잡는 게 생존에 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 서버를 수복한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인프라 문제는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버 소유자 권한 중에 인프라와 관련된 설정이 있거든요.”


우일신은 서버 관리창을 열어서 인프라 관련 설정을 고쳤다.


그러자 줄곧 통화권 이탈이라고 떠 있던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전파가 잡혔다.


“이걸로 인프라는 이전처럼 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한 달 넘게 정지되었던 만큼 정비가 필요하겠지만요.”


우일신은 인프라가 다시 개방되었다는 사실을 전체 알림으로 모두에게 알렸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박철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와아, 서버 소유자가 된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뭐든지 되는구나?”

“뭐든지 되는 건 아니에요. 삭제된 식량도 되돌리지 못하는걸요.”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이 와야 해결될 일이지.”


박철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구호물자 보낸 걸로 동생은 도리를 다한 거야. 그거라도 없어서 봐, 지금쯤 식량 구한다고 뛰어다니고 있었을걸?”


당장 오늘 먹을 식량조차 사라져 버렸으니,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을 거다.


“만약 식량을 구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박철은 상상도 하기 싫다며 진저리를 쳤다.


우일신은 말하지 않은 뒷말을 눈치챘다.


‘최악의 경우,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일도 생겼겠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설정으로 막아두었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을 거다.


가령 정신적 압박을 가해서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게 만든다던가.


지나친 굶주림은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하지만 구호물자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지.’


일주일 분의 식량은 약간이나마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그 여유는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막아줄 거다.


“하지만 식량 배급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어요.”


우일신이 한 건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에 불과했다.


일주일이라는 여유를 살려서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식량을 수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새롭게 생긴 던전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돌고 돌아서, 던전 공략이라는 거구만.”


박철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새로 생긴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또 얼마나 강할지 모르겠네.”


박철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희귀 등급이면서 왜 갑자기 앓는 소리를 하세요?”

“너희들이 싸우는 걸 보면 영웅 등급이 아닌 이상 누구나 주눅들 걸?”


희귀 등급이면 어디 가서 꿀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전선에서 활약하려면 못해도 영웅 등급이 되어야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박철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어디 만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기연 같은 거 어디 안 떨어지나.”

“기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에 우일신이 장비창에서 악마의 씨앗과 종말 대적자의 나침반을 꺼냈다.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적절한 대상을 발견했습니다.]

[기억 계승을 하시겠습니까?]

[Yes / No]


“힘을 원하는가.”


우일신은 일부러 낮게 깐 목소리로 클리셰를 입에 담았다.


박철은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힘을 원해!”


그 대답에 우일신은 Yes를 눌렀다.


그러자 나침반이 악마의 씨앗을 흡수하더니 박철을 향해 빛이 쏟아져 나왔다.


윤지우가 기억을 계승했을 때와 완전히 같은 반응이었다.


박철은 정신을 잃고 의자에 축 늘어졌다.


동시에 우일신 옆구리에 차고 있던 개벽검이 반응했다.


악마의 씨앗에 남겨진 영성에 반응한 공명이었다.


우일신의 머릿속에 악마 박철의 기억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악마 박철의 기억에서 미래가 달라진 분기점은 옥좌에서의 결전이었다.


옥좌에서 우일신은 윤지우, 독고민과 함께 악마 베리스와 싸웠다.


그리고 베리스를 이기기 위해 새로운 내공심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새롭게 만든 내공심법은 신공의 영역에 이르지 못했다.


그 결과, 우일신은 베리스와 동귀어진하고 말았다.


한국 서버의 옥좌가 비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비어 있는 옥좌를 차지하기 위해 악마들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본래 한국 서버에서 지내던 악마들은 물론이거니와.


외국 서버에 머물고 있던 악마들까지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녀석들은 몬스터는 물론, 인간까지 대전사로 내세워서 전쟁을 벌였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싸웠다.


몬스터와 악마만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사람이 죽어 나갔다.


박철은 공략대의 새로운 구심점으로서 사람들을 이끌고 이에 맞섰다.


그 과정에서 아내 백문희를 잃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에 박철은 복수를 위해 철지부심 끝에 유일 등급이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복수를 끝마치지 못하고 악마와 싸움에서 패배하고 만다.


나머지는 악마 윤지우와 똑같이 악마로 타락하는 것으로 기억은 끝이 났다.


우일신은 박철의 기억을 보면서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나는 어떻게 신공을 완성할 방법을 떠올린 거지?’


영성의 직감으로 알게 된 것은 이대로는 완성하지 못한다는 쪽이었다.


반면에 전투를 통해서 신공을 완성한다는 발상은 온전히 그의 생각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박철의 기억을 보고 나니, 자신의 선택에 위화감을 느꼈다.


‘나는 전투만이 그 자리에서 신공을 완성할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어.’


그 확신은 영성을 통한 직감이나 예지와는 갈래가 달랐다.


그건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된 직관에 가까웠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상단전에서 느껴지는 간질거리는 감각이 단서를 주었다.


‘이 위화감과 기시감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영성을 키워야 해.’


영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공심법의 수련이었다.


‘그리고 경천진벽기의 수행법은 전투지.’


이는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邪道)나 마도(魔道)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그러나 사도 무공이나 마도 무공과 다르게 부작용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괜히 경천진벽기를 두고 신공절학이라고 말한 게 아니다.


‘던전 공략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우일신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기억 계승을 끝낸 박철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여기는 호텔 다목적실. ······설마 지우가 겪었던 거랑 같은 건가?”


이미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상황 파악이 빨랐다.


박철은 윤지우처럼 기억의 통합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유일 등급 능력자답게 영성을 통해 이를 조율한 모양이었다.


“회귀를 경험하신 기분은 어떠세요?”

“어떤 기분이냐고? 당연히 최고지!”


우일신의 물음에 박철이 껄껄 웃으며 답했다.


암울했던 미래와 달리 아직 모든 것을 읽기 전의 과거 아닌가.


심지어 이 세계선은 그가 겪은 미래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에 도달했다.


즉 그가 겪은 지옥도가 그대로 벌어질 일이 낮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우일신이 멀쩡히 살아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그러니까 동생, 이번에는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야 해.”

“죽을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능력 쪽은 어떻게 됐어요?”

“초능력이 유일 등급으로 성장했는데, 쓸 수 있는 능력은 영웅 등급까지가 한계야.”


높아진 경지에 비해 능력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였다.


아무리 초능력이 다른 능력에 비해 효율이 높더라도 기반이 부실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레벨을 올리고 영약을 챙겨 먹으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었다.


지금의 박철은 유일 등급으로 올라가 본 경험자였으니까.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도 되지, 동생?”

“뭔가 급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급한 일이고말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박철은 잽싸게 자리를 떴다.


그가 향한 곳은 아내 백문희가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윤지우, 독고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박철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낀 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박철의 기색이 이상한 걸 느낀 백문희가 물었다.


그러자 박철은 대답 대신 백문희를 껴안았다.


“어머 어머.”

“남들 다 보는데서 뭐하는 건지.”


윤지우는 깜짝 놀라서 입을 가렸고.

독고민은 혀를 끌끌 찼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 역시 쏠렸다.


시선이 모인 게 부끄러웠는지 백문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뭔가를 눈치챘는지 박철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등을 두드려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저 어디 안 가니까.”

“······.”


박철은 말없이 백문희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박철의 눈에서 물기가 아른거렸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내가 살아있다는 걸 재차 확인하자, 안심했는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백문희는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광경을 본 독고민은 우일신에게 말했다.


“윤지우처럼 아재도 기억 계승한 거야?”

“응, 전력 증강도 겸해서.”

“그래······.”


독고민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평소라면 기억 계승에 대해서 투덜거렸을 텐데 말이다.


아무리 그녀라도 저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눈치가 없던 건 아니었다.


그 대신 독고민이 다른 걸 물었다.


“박철 아재가 본 미래에서는 아줌마가 죽었던 거지?”

“응.”

“너도 죽었던 거고.”

“응.”

“······죽지 마라.”


독고민이 가볍게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적어도 내가 따라잡을 때까지는 죽지 마. 알겠어?”


우일신은 고개를 돌려 독고민을 보았다.


그녀는 모자의 챙을 잡아당겨서 자기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붉어진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귀찮은 성격답게 돌려 말하는 걱정이었다.


이에 우일신은 대답했다.


“죽을 생각 없어. 종말을 끝낼 때까지는.”

“······그거 사망 플래그거든?”

“플래그는 꺾으라고 있는 거니까.”


두 사람은 별거 없는 대화를 하며, 시공간을 뛰어넘은 부부의 재회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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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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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5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1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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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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