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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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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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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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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6.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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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48화 악마(3)

DUMMY

시기적절하게 떠오른 알림창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눈앞에 있는 건 윤지우가 아니다.

사수의 악마 레라지에다.


하지만 우일신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우랑 너무 똑같잖아.’


단순히 생김새만이 아니다.


몸놀림부터 시작해서 사용하는 전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윤지우와 동일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아는 윤지우보다 세련되고, 발전되어 있었다.


마치 성장한 윤지우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윤지우, 아니 악마 레라지에는 말없이 우일신을 내려다보았다.


탁한 눈동자는 생기가 없는 인형을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냉담한 얼굴은 적이 실력을 가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대로는 무리라고 판단한 걸까.


딱!

레라지에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검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형상을 갖추었다.


독수리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 새가 레라지에의 곁에 나타났다.


우일신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상급 정령.’


정령은 총 여섯 등급으로 나뉜다.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왕.


상급 정령이라면 영웅 등급에 해당하였다.


무공으로 치면 절정 무인과 동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한데?’


본래 정령은 자연의 권화이기에 보기만 해도 청명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눈앞의 정령은 그렇지 않았다.


바람이지만, 끈적거리고 어두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색은 레라지에가 품고 있는 이질감과 동일한 느낌이었다.


악마가 품은 기운, 마기(魔氣)라고 부를 만한 꺼림칙한 기색이었다.


‘저대로 두면 위험하다.’


우일신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풍류검결의 쾌검이 기습적으로 이중 경파를 날렸다.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공격이었다.


그러나 경파가 레라지에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이중 경파가 레라지에를 지나치더니 뒤쪽에 있는 건물에 충돌했다.


돌가루가 흩날리는 가운데, 레라지에는 유유히 허공에 서 있었다.


빗나간 게 아니다.

경파가 레라지에를 통과했다.


경파가 닿기 직전, 검은 바람의 정령이 레라지에게 녹아드는 듯싶더니 등 뒤에 정령의 날개가 돋아났다.


‘설마, 정령 합체?’


정령을 상급까지 키워낸 정령사는 교감을 넘어서 정령과 하나 되는 게 가능했다.


정령 합체를 하면 해당 정령과 동일한 상태가 된다.


즉 지금의 레라지에는 정령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중 경파의 위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공기를 지울 수는 없었다.


물리 공격에 면역이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정령은 자연의 요소가 형상화된 존재이지만, 실제 자연 현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실체가 있으면서도 없는, 영체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리고 우일신에게는 그러한 영체를 벨 수 있는 수단이 두 가지나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손잡이에서 서늘한 냉기가 타고 올라왔다.


삭풍검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진동했다.


칼날 위로 진기가 넘실거리며 푸른빛의 예기를 뽐냈다.


의지로 이루어진 칼날, 검기였다.


이 두 가지는 형체가 없는 영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걸 저 녀석이 모를 리 없어.’


삼재합일의 약점도 알고 있는 악마였다.


우일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알고 있다고 봐야 했다.


경파를 피하지 않은 것도 일종의 도발로 보였다.


아직 검기를 다루는 게 미숙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무언으로 말하는 듯했다.


‘초극일로를 쓴 이상 장기전은 무리야.’


진벽기를 극한까지 활용하는 경공은 금종조를 대성한 신체로도 오래 버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초극일로를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


상대는 말 그대로 바람이 되어버렸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요, 속도 역시 바람처럼 재빠를 게 분명했다.


‘이길 방법은 하나뿐.’


바람보다 빠르게 접근해 벤다.


그 수밖에 없었다.


콰릉!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우일신이 허공을 날았다.


풍류검결의 검격이 검기의 푸른 잔상을 남기며 짓쳐 들었다.


그러자 레라지에의 날개가 움직였다.


한 번 펄럭였을 뿐인데,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우일신은 신검합일의 감각으로 이를 포착했다.


정령 합체 상태에서는 주변 공기를 피부처럼 느낄 수 있는 듯했다.


바람으로 이루어진 신검합일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물러나는 레라지에의 활시위에 화살이 걸렸다.


자동 화기에 버금갈 정도의 속사로 화살이 쏘아졌다.


흩뿌리듯이 쏘아진 화살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우일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일신은 레라지에의 뒤를 쫓으며 화살을 모조리 베어 넘겼다.


진벽기를 머금은 검기가 번뜩이자, 화살에 머금은 바람째로 잘려 나갔다.


영체마저 베어내는 의념이다.

정령의 바람을 베어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콰릉!

천둥소리가 좀 전보다 크게 메아리쳤다.


동시에 레라지에가 날개짓했다.


아까의 반복인 듯했으나, 결과는 완전히 같지 않았다.


바람으로 이루어진 날개 끝이 베어져 흩어졌다.


“······!”


악마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탁한 눈동자가 흩어진 바람과 우일신을 곁눈질했다.


초극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고 강해지는 경공이었다.


여기에 신법의 보조가 더해지면 이동 속도가 곧 검격의 속도가 되었다.


자멸이 빠를지, 아니면 베는 게 빠를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악마와 기사는 영역 내를 종횡무진 움직였다.


천둥소리는 점차 커지고, 그때마다 바람이 뜯겨나갔다.


바람을 베어낼수록 악마의 힘이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안 돼, 이걸로는 부족해.’


우일신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이대로 가다간 간발의 차이로 이쪽이 먼저 나가떨어진다.


언뜻 보면 이쪽이 상대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악마의 날개를 벨 때마다 흩뿌려지는 마기가 문제였다.


마기는 즉효 독이나 저주나 다름없었다.


조금이라도 들이마시는 순간, 신체를 망가뜨리려 들었다.


저항력의 공능으로 이를 밀어내지 않았다면 도중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거다.


무엇보다 상대는 인간이 아닌 악마.


힘을 소모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었다.


‘판을 뒤집을 한 수가 필요해.’


판을 뒤엎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절기를 사용하는 거였다.


문제는 어느 절기도 상대에게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삼재합일은 안 돼. 중첩하는 과정에서 빈틈을 찌를 거야.’


삼재합일은 초면인 상대에게 기습적으로 날렸을 때 큰 효용을 보이는 절기였다.


그러나 상대는 삼재합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폭풍의 아룡에게 향하던 삼재합일의 취약점을 노리지 않았던가.


이런 상대에게 삼재합일이 통하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었다.


‘축진파쇄는 진벽기를 체내에 축적해야지 의미가 있어.’


진벽기를 축적하려면 접촉을 통해 내가중수법을 펼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를 따라잡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내가중수법까지 펼치기는 어려웠다.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면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결국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절기를 만들어야 했다.


‘거리 자체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야. 신법과 경공을 극성으로 활용해야 해.’


초극일로는 신체와 내공을 동시에 갉아먹는 부담이 큰 무공이었다.


지나친 남용은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지만, 여유를 남기고 싸울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필요한 건 오로지 속도뿐이다.’


속도만으로 이기기 위해서 쾌검 특유의 호흡을 가져가는 수 싸움조차 포기했다.


오로지 일격.


단 합에 모든 승패를 걸었다.


삭풍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상단세,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삼재합일을 몸으로 재현하는 것처럼 단숨에 가속해야 해.’


몸이 버틸 수 있느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초극일로의 진벽기가 맥동하며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꿈틀거렸다.


전신을 휘감는 질풍일도의 바람에는 검기의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첩진경의 이중 경파가 양발과 등허리에 장전되었다.


모든 것을 내던져 찰나를 붙잡기 위해서.


“······!”


위험을 감지한 악마는 발악하듯 공격을 쏟아냈다.


화살과 바람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일신이 안광을 번뜩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보.

진벽기가 크게 진동하며 공간을 크게 밀어냈다.


이보.

의지로 만들어 낸 검광이 바람과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혔다.


삼보.

장전해 둔 중첩 경파가 터지며 진기를 도화선 삼아 불을 댕겼다.


그것은 빠르기(快)를 넘어선 찰나의 반짝임(閃)이었다.


우일신의 신체가 길게 잔상을 만들며 악마의 코앞에 당도했다.


한 자루의 칼처럼 전신에 두른 검기가 모든 방해를 찢어발겼다.


머리 위로 치켜든 삭풍검이 벼락이 되어 악마를 향해 떨어졌다.


악마가 반으로 베어 갈라지는 소리조차 느리게 느껴졌다.


뒤늦게 공기를 찢는 폭음과 함께 후폭풍이 휘몰아쳤다.


건물의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고, 건물에 금이 가면서 돌가루로 흩날렸다.


악마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우일신 역시 멀쩡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신체 제어로 억지로 움직이며 떨어진 악마를 뒤쫓았다.


바닥에 널브러진 악마 레라지에는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의 일부뿐이었다.


재생은 불가능했다.


삭풍검이 품은 겨울바람의 냉기가 벤 부위를 얼어붙게 했다.


이 순간 악마의 죽음이 확장되었다.


그것을 우일신도 알았고, 악마 본인도 알았다.


“······이름.”


처음으로 악마의 눈에서 생기가 돌아왔다.


알고 있는 목소리로 레라지에, 아니 윤지우가 물었다.


“그 기술 이름이 뭐예요?”

“아직 없어. 방금 만들었거든.”

“그러면 내가 지어도 돼요?”


죽어가는 와중에 한다는 말이 그거라니.


우일신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뇌성일섬(雷聲一閃).”


벼락 치는 소리처럼 들이닥치는 단 한 번의 번뜩임.


“천둥소리랑 함께 번쩍이더니 어느새 베였으니까요. 이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악마 윤지우가 배시시 웃었다.


죽어가는 데도 뭐가 그리 즐거운 걸까.


“······.”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자신이 아는 윤지우가 맞는지, 왜 악마가 되었는지.


정작 죽음을 눈앞에 두니 차마 입술이 떨어지질 않았다.


우일신의 침묵에 윤지우는 그저 웃었다.


“어디를 가든, 오빠는 오빠네요.”


서서히 숨이 옅어지고 있었다.


악마가 가진 끈질긴 생명력으로도 버틸 수 없는 상처였다.


즉사해도 이상치 않은 부상이었으니 지금까지 버틴 게 용했다.


“나를 죽인 게 오빠라서 다행이에요.”


악마 윤지우가 떨리는 손을 우일신의 손 위에 얹었다.


우일신은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나래야.”


그 부름에 윤지우에게 스며들었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의 기운에 침식되었던 정령이 제 색을 찾았다.


-짹?


무언가를 묻는 정령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령이 바람으로 흩어지더니 삭풍검에 스며들었다.


[삭풍검(희귀)이 강화됩니다.]

[환익검(영웅)을 획득하였습니다.]


[환익검(영웅)]

[한철, 마법, 정령이 하나가 된 명검. 정령에 의해 영성이 깃들었다.

마법으로 절삭력과 내구력이 강화되었다.

한철의 냉기가 회복을 막고 영체를 타격할 수 있다.

영성에 의해 신체 치유 능력과 파손 복구 능력을 얻었다.

악마로 타락한 정령사가 남긴 마지막 선물.

뛰어난 검사에게 빛나는 날개(奐翼)가 되어줄 수 있는 일품.]


한철 장검의 푸른색 칼날 위로 새하얀 무늬가 더해졌다.


파랑과 하양이 뒤섞인 칼날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이 신체에 녹아들자, 서서히 몸이 회복되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요.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


우일신은 환익검을 보다가 이내 윤지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묻고 싶은 게 많은 건 알아요. 하지만 시간이 없네요. 남은 건 나래가 알려줄 거예요.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기뻤어요.”


윤지우는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검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악마 레라지에를 처치했습니다.]

[레벨 업!]

······


그녀가 죽자, 일곱 번의 레벨 업 알림이 떠올랐다.


그러나 우일신은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장검에서 무언가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건······?’


바람의 정령 나래가 품고 있었던 악마 윤지우의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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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악마 추적 +1 23.07.13 646 11 12쪽
67 67화 책임 +1 23.07.12 632 12 11쪽
66 66화 저승의 강(3) +1 23.07.11 659 13 12쪽
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8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6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8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7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6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3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1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20 15 12쪽
55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6 14 12쪽
54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2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1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6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5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2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6 18 12쪽
» 48화 악마(3) +1 23.06.23 962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2 15 12쪽
45 45화 소문 +2 23.06.20 1,026 20 12쪽
44 44화 죽음 +1 23.06.19 1,042 18 12쪽
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6 20 11쪽
42 42화 용종 라부(3) +1 23.06.17 1,07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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