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111,020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7.25 22:30
조회
575
추천
7
글자
13쪽

71화 자전풍렬식(2)

DUMMY

우일신과 독고민은 숙소로 쓰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졸리니까 이만 가본다.”


독고민은 하품하더니, 먼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던전을 10번이나 도는 강행군을 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평소라면 우일신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을 거다.


그런데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독고민에게 들었던 백문희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윤지우와 박철, 두 사람의 기억에서도 그녀는 철저한 서포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근접전이 가능한 걸 넘어서 잘한다니.


아무리 접점이 적다고 해도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지만, 머릿속 한구석에서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확인해 봐야겠어.’


계속되는 의심에 우일신은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던전창을 확인해 보니 이미 호텔에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박철과 백문희가 묵고 있는 방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쪽에서 백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누구세요.”

“우일신입니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문희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남편이라면 방금 막 잠들었어요.”

“벌써 주무십니까? 아직 밤 10시도 안 넘었는데.”

“인원수가 줄어든 만큼 능력을 많이 써야 했으니까요.”


광범위 공격을 담당하는 독고민이 빠진 만큼 박철이 이를 커버했다는 뜻이리라.


초능력의 사용은 정신력을 소모하며, 이는 자연히 정신적 피로로 이어지게 되니까.


“혹시 급한 일이라면 깨울까요?”

“괜찮습니다. 오늘은 형님이 아니라 형수님을 찾아온 거니까요.”

“저를요?”

“네, 독고민에게 듣기로는 칼솜씨가 뛰어나다고 들었거든요.”


우일신의 말에 백문희의 기색이 바뀌었다.


평소의 나긋나긋한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날카롭고 예리한 분위기.


처음으로 느끼는 백문희의 기백은 심증을 늘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대화하기는 그러니, 장소를 바꾸도록 할까요?”

“그거라면 괜찮은 곳이 하나 있습니다.”


우일신은 서버 관리창을 열었다.


두 사람이 전송된 장소는 서버 소유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영역이었다.


탑 이외에는 황무지뿐이었기에 공터로 쓰기 적당한 장소였다.


“어머, 여기일 줄은 몰랐네요.”

“여기라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문제 삼을 사람이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서버 소유자의 허락이 필요했다.


여기라면 상대가 도망칠 염려 없이 정보를 캐낼 수 있을 터.


우일신은 거리를 둔 채 백문희를 살폈다.


단정한 몸가짐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지금의 몸놀림은 숙련된 전사의 그것이었다.


어느 방향에서 공격해 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신체의 중심이 잡혀 있었다.


전위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보이는 습관이었다.


그러나 백문희는 본래 후위를 전문으로 하던 사람이다.


사주경계를 넘어서 직접 대응하는 걸 전제로 움직이는 건 건 이상했다.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하지만 서버 관리창으로 확인해 봐도 본인이라고 나온단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일신은 언제든지 발검(拔劍)할 수 있도록 경계를 유지한 채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백문희 형수님이 맞는 겁니까?”


직설적인 물음에 백문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 없이 이런 질문을 한 게 아니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영성의 직감이다.


직감이 만능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대답의 진위 정도는 판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문희의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풉, 아하하하.”


백문희는 웃음을 터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이 잦아들었다.


그녀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평소보다 딱딱하다 싶었는데,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군요.”

“그래서 대답은?”

“글쎄요. 무슨 말을 해도 의심을 걷어낼 수는 없을 것 같고.”


백문희는 말끝을 흐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우일신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이럴 때는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하는 게 빠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잠깐 대련해 보는 게 어떨까요?”

“대련, 말입니까?”

“네, 능력 사용은 최소한으로 하고 무기술의 기교를 겨루는 거죠.”

“······.”


우일신은 대련을 제안한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대련을 빌미로 기습을 감행하려는 걸까 싶었지만, 그건 너무 뻔한 술수였다.


무엇보다 기습은 상대가 예상치 못했을 때 의미를 가진다.


한껏 의심받는 상황에서 기습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거기에 느껴지는 기색으로 볼 때, 상대는 우일신보다 강하지 않았다.


물론 모종의 수단으로 실력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우일신보다 강하다면 이 시점에서 굳이 대련하자고 제안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직접 몸으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


우일신은 함정일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좋습니다. 그 조건 받아들이도록 하죠.”

“좋아요, 그러면 이쪽도 준비할게요.”


백문희가 허공에 손을 뻗자,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검의 형상을 취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얻은 새롭게 얻은 스킬인 듯했다.


아무래도 평범한 무기는 개벽검을 감당할 수 없기에 저런 선택을 한 듯싶다.


우일신은 소리조차 없는 자연스러운 발검으로 개벽검을 백문희에게 겨누었다.


“선공은 양보하겠습니다.”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선공을 양보받자, 백문희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


우일신이 알고 있는 백문희의 신체 능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성장 능력치를 모조리 마력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고로 백문희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에서 털 난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백문희가 보인 몸놀림은 도저히 일반인의 수준이 아니었다.


못해도 희귀 등급 능력자의 평균은 되는 듯했다.


‘강화 스킬을 사용했구나.’


백문희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광채.


강화 스킬을 사용한 흔적이었다.


마석으로 영웅 등급까지 성장시켰다더니, 저 정도 효용을 보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신체 능력이 올랐다고 해도 둘 사이의 격차는 명확했다.


내력을 쓰지 않은 단순 힘 싸움만으로 압도하는 게 가능할 정도였다.


우일신은 백문희가 휘두르는 일격을 살폈다.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는 말끔한 검격.

무게가 제대로 실린 공격이었다.


광검의 공격을 걷어내기 위해 개벽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개벽검은 광검을 맞추는 일 없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우일신은 100이 넘어가는 민첩 능력치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했다.


백문희가 광검을 옆으로 눕혔다가 바로 세우는 것으로 충돌을 피했다.


힘과 무기, 어느 쪽도 밀리는 걸 알기에 직접 부딪히는 걸 피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마치 마법처럼 개벽검을 지나친 광검이 날아들었다.


우일신은 발을 뒤로 움직이며, 몸을 옆으로 빼는 것으로 검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동격의 상대였다면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격이었다.


한 차례 궤도를 바꾸면서 위력이 약해질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만큼이나 힘의 조율이 완벽했다는 의미다.


그 뒤로 몇 차례 더 공격을 받아냈다.


광검이 닿는 일은 없었지만, 모두 방어하기 까다로운 공격이었다.


하루 이틀 단련해서 얻을 수 있는 무기술의 소양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우일신이 공격했다.


내력은 쓰지 않고, 순수하게 신체 능력만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마저도 시험 삼아 전체의 30% 정도의 힘만 사용했다.


이것만 해도 희귀 등급의 강화 능력자와 동급의 위력이었다.


쾌검식의 검격이 대기를 가르며 백문희에게 짓쳐 들었다.


백문희가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빠른 일격이었다.


피할만한 여유가 없었는지 광검을 방패 삼듯 내밀었다.


그리고 개벽검과 광검이 맞닿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개벽검이 광검의 검신을 타고 미끄러지는 것처럼 움직였다.


검이 부딪히는 순간.

검은 물론, 전신을 활용해 충격을 흘렸다.


검의 손잡이를 타고 허공을 베는 듯한 손맛이 전해졌다.


위력이 부족했던 건가 싶어서 서서히 힘을 높이며 공격해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초감각으로 반응하는 줄 알았지만, 이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호흡, 시선, 근육의 움직임, 신체 중심의 이동 등, 여러 정보를 토대로 공격의 전조를 눈치채고 대응하고 있었다.


이에 우일신은 확신했다.


백문희의 기교는 뛰어난 재능에 의한 재치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쌓아 올린 경험을 토대로 한 노련함이 느껴졌다.


마치 기억을 계승 받은 윤지우와 박철을 보는 듯했다.


우일신은 공격을 멈추고, 무언의 시선으로 물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시선의 의미를 읽은 백문희가 대답했다.


“제가 얻은 스킬은 총 네 가지입니다.”


회복, 강화, 광령 병기, 강령.


게임의 직업으로 비유하자면 샤먼, 주술사에 가까운 스킬 구성이었다.


“그리고 강령 능력으로 제가 불러온 것은 평행세계의 저입니다.”


위화감의 정체가 밝혀졌다.


어째서 세월의 노련함이 느껴졌고, 기억을 계승 받은 윤지우와 박철을 연상케 했을까.


두 사람처럼 평행세계의 기억을 넘겨받았기 때문이었다.


영성의 직감이 그녀가 한 말이 진실이라고 알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우일신의 의심은 단순한 지레짐작이었다.


그러나 백문희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실 평행세계도 틀린 말이지만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직감과는 별개로 알 리가 없는 해답을 알고 있던 경험이 없나요?”

“그걸 어떻게······?!”

“그 기억들은 회귀 전에 당신이 겪은 경험이에요.”


백문희가 밝힌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인류가 종말을 이겨내지 못하고 멸망할 때마다 시련의 탑은 시간을 되돌렸다.


시련의 탑이 처음으로 사람들을 초대했을 때의 시점으로 말이다.


“회귀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시련의 탑이었던 거군요.”

“그래요. 그것도 못해도 100번 이상 반복되었죠.”


그렇다면 백문희는 어째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우일신은 그 이유를 금방 알아차렸다.


“형수님은 회귀가 일어날 때까지 살아남았던 거군요.”

“매번 살아남은 건 아니지만요.”


백문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스킬을 이용해 회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기억을 영체의 형태로 보존했다.


물론 이것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기억 보존 스킬을 얻을 때까지 살아남지 못한다면 회귀고 뭐고 없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생존 특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백문희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러면 저는 어째서 회귀 전의 기억이 있는 거죠?”


우일신의 물음에 백문희가 대답했다.


“그건 저도 알 수 없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당신의 영혼이 특별하다는 것뿐이에요.”

“영혼이 특별하다고요?”

“네, 그렇지 않다면 회귀의 영향에서 일부 벗어나 무의식에 기억이 남기는 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요.”


백문희가 기억하는 우일신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끊임없이 성장했다.


그 정점이 바로 이번 회차였다.


“페이즈 3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은 2년입니다. 그런데 이번 회차는 고작 2개월 만에 도달해 버렸죠.”


그녀가 아는 한 이만큼 모든 게 잘 풀린 적이 없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우일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실력으로는 부족합니다. 페이즈 3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어요.”


강령 스킬의 한계로 백문희의 기억에는 제한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페이즈 3에 대한 기억은 모두 열람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전설 등급의 적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전설 등급을 상대하려면 우일신이 못해도 유일 등급은 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영성을 성장시켜 삼화취정을 이룰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대련을 이어가 볼까요?”


백문희가 다시 한번 광검을 들어 올렸다.


우일신은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


동시에 그녀가 대련에서 기교를 겨루자고 제안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이제까지 그는 제대로 된 대인전을 경험할 일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문희와의 대련은 대인전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일신은 개벽검을 들어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련의 탑이 황무지를 내려다보는 가운데, 두 검사가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71화 자전풍렬식(2) 23.07.25 576 7 13쪽
70 70화 자전풍렬식 23.07.15 662 12 11쪽
69 69화 악마 추적(2) +1 23.07.14 629 10 12쪽
68 68화 악마 추적 +1 23.07.13 646 11 12쪽
67 67화 책임 +1 23.07.12 631 12 11쪽
66 66화 저승의 강(3) +1 23.07.11 659 13 12쪽
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8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6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7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6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6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2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1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19 15 12쪽
55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5 14 12쪽
54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1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0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5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5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1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5 18 12쪽
48 48화 악마(3) +1 23.06.23 961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1 15 12쪽
45 45화 소문 +2 23.06.20 1,026 20 12쪽
44 44화 죽음 +1 23.06.19 1,042 18 12쪽
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5 20 11쪽
42 42화 용종 라부(3) +1 23.06.17 1,077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