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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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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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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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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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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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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DUMMY

환익검에서 넘실거리는 빛의 정체는 영성에 의해 강화된 진기였다.


진기는 검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주위로 퍼져나가는 진기를 또 하나의 감각으로 삼았다.


이제까지 검을 거쳐서 인식하던 것을, 진기를 통해서 인지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기감의 운용이었다.


우일신이 이와 비슷한 감각의 사용법을 본 적이 있었다.


‘폭풍의 마수 라부.’


폭풍의 눈 전체를 신검합일의 영역처럼 다루던 용종.


차이가 있다면 녀석의 감각은 정해진 공간에 한정되어 있었다.


반면에 우일신이 사용하는 감각은 진기가 곧 오감이나 다름없었다.


영성의 영향을 받은 기감은 이제까지 어두웠던 공간을 환히 비추었다.


주저앉은 윤지우도, 분노하는 독고민도 사라졌다.


그 대신 허공을 향해 공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인지되었다.


공격 동작은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화살이나 마법이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그가 그랬던 것처럼 환영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림자로 된 늑대가 있던 자리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그림자의 얼굴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었는데, 그 밑에는 붉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강제로 눈을 뽑힌 것 같은 흔적이었다.


그림자의 발밑에는 새하얀 그림자가 존재했다.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새하얀 그림자는 길게 늘어나 세 사람에게 닿아 있었다.


저 인간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진짜 그림자 파수꾼이리라.


하얀 그림자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감각 정보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건, 텔레파시와 비슷한 방식이구나.’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했다.


환각이 연결을 통해 지속되고 있는 거라면 연결을 끊을 필요가 있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의기상인으로 베어내는 거였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기감의 확장을 유지하는데, 영성과 의념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일신은 다른 방식으로 일행을 깨우기로 했다.


무공 중에는 전음(傳音)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소리를 전달하는 음공(音功)의 일종이다.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우일신이 하려는 것은 혜광심어(慧光心語).


언어가 아니라 의지를 전달하는 고등의 전음술이었다.


‘마침 좋은 본보기가 눈앞에 있기도 하고 말이야.’


플루투스의 술수는 무공으로 따지면 혜광심어에 가까웠다.


평소라면 몰라도 영성을 통해 기감이 강화된 지금이라면 가능했다.


우일신은 진기의 가닥을 늘어뜨려 두 사람에게 직접 연결했다.


그리고 실전화기처럼 진기를 통해 자신의 의념을 전달했다.


‘그만 일어나!’


영성으로 증폭된 의념이 진기 가닥을 타고 두 사람의 정신에 닿았다.


그러자 그림자를 통한 연결이 크게 뒤흔들렸다.


그 틈을 파고들어서 플루투스가 하던 것을 흉내 냈다.


기감을 통해 얻은 감각 정보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것으로 감각 정보가 덮어씌워진다.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이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창 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 상황이 달라지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까까지 싸우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생각이 진기를 타고 전해졌다.


진기 연결로 쌍방향 통신이 가능했던 모양이다.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두 사람 다 정신이 들어?’

‘오빠, 이건 대체······?’

‘······큭, 정신 공격이었나! 호적수보다 늦게 알아차리다니!’


윤지우가 놀라는 사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독고민이 이를 벅벅 갈았다.


우일신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어지간히 분했던 모양이다.


세 사람의 연결이 끊기자, 플루투스의 새하얀 그림자가 되돌아갔다.


그리고 하얀 그림자가 플루투스의 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늑대와 인간의 형상을 동시에 가진 새하얀 늑대인간이었다.


으르렁거리며 이쪽을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낸다.


녀석의 손톱과 발톱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악령 아귀와 비슷한 녹아내리게 하는 독이 있는 듯했다.


그림자로 된 피부는 귀금속 골렘처럼 튼튼한 데다 마법 같은 신비에 내성이 있었다.


심지어 녀석은 영체와 실체를 자유롭게 전환하는 게 가능했다.


이를 뚫으려면 양쪽 방식의 공격을 동시에 때려 박을 필요가 있었다.


우일신은 이 사실을 두 사람에게 전달했다.


‘이 감각,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거야?’

‘신기하네요.’

‘아니 놀랄 게 아니라 해결 방법을 생각하자고.’


그 이상 대화를 기다려 주지 않겠다는 듯이 플루투스가 달려들었다.


강화된 만큼 녀석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그러나 환상에서 봤던 순간이동 같은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우일신은 물론, 기감으로 연결된 두 사람도 대응할 수 있었다.


윤지우가 연달아 화살을 쐈다.


정령의 힘과 화살의 물리력이 합쳐진 이중 속성의 공격.


늑대인간은 화살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바람 화살에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그림자라서 그런지 금세 회복하는 게 보였다.


‘가속, 황소의 괴력, 곰의 신체!’


그때 독고민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순수 마법사인 그녀는 상성이 나빴다.


그렇기에 지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걸 선호한다고 해서 지원을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사는 본디 익히고 있는 주문에 따라서 얼마든지 만능이 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독고민은 5서클 마법사로서 만능에 한없이 가까운 이였다.


가속 마법으로 우일신의 몸이 가벼워졌다.


황소의 괴력과 곰의 신체 마법이 근력과 체력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에 검기까지 더하고 싶지만.’


그래도 한철이 가진 영체 타격과 회복 저해라면 충분히 통용될 게 분명했다.


환익검에 풍류검결의 바람이 휘감겼다.


바람을 타고 휘둘러진 검격이 검광을 번뜩였다.


겨울바람을 담긴 궤적이 플루투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우일신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내가중수법이 통하지 않았어.’


내공과 물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절기, 축진파쇄.


이를 사용하기 위한 밑 준비를 위해 타격하는 순간 내가중수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녀석이 금종조처럼 진동과 진기를 바깥으로 배출해 버렸다.


이래서야 한철이 특징을 최대한 살린 난타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장기전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지금이야 문제없지만, 과연 기감의 확장이 언제까지 버텨줄지가 미지수였다.


‘절정의 고수까지 되어서 공격력 부족을 고민하게 될 줄이야.’


경공과 신법의 속도가 그대로 실린 풍류검결은 괜찮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검기를 더한 검격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첩진경으로 이중 경파를 더한다고 해도 부족했다.


삼재합일은 절기가 완성하는 것보다 녀석이 반격하는 게 더 빠르다.


뇌성일섬은 검기를 못 쓰는 이상 반쪽짜리에 가까웠다.


뭔가 다른 돌파구가 없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뭘 혼자서 고민하고 자빠졌어.’


독고민이 말했다.


기감의 연결을 통해서 우일신의 생각이 전부 흘러 들어간 거다.


‘미니 말이 맞아요.’


윤지우가 거들었다.


‘오빠는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


우일신은 뒤늦게 깨달았다.


어째서 자신은 혼자서 이길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걸까.


그는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니었는데.


이전처럼 반드시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필요는 없었다.


합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동료가 있지 않은가.


그 작은 깨달음에 반응하듯 진기 가닥을 타고 영성이 크게 울렸다.


기감을 통한 의견 교환은 즉각적이고 직관적이었기에 전투 중에도 대화가 가능했다.


‘요는 화력을 보충하면 된다는 거지?’


독고민이 자신이 떠올린 작전을 두 사람에게 전달했다.


작전의 내용을 본 우일신과 윤지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전의 핵심이 독고민 본인이 아니라 우일신이었기 때문이다.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 난 인정욕구의 몬스터가 주연의 자리를 양보하다니!


‘너 진짜 독고민이야?’

‘아무리 나라도 사리 분별은 하거든!’


플루투스와의 싸움에서 독고민이 할 수 있는 건 보조와 방어 정도가 한계였다.


‘여기서 저 그림자 괴물을 쓰러뜨리는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 너잖아.’


독고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한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줄 테니까. 반드시 이겨!’

‘······우리 미니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그러니까 너는 왜 계속 나를 애 취급하는 건데!’


윤지우의 감동에 찬 말에 독고민이 참지 못하고 태클을 걸었다.


두 사람의 만담에 지나치게 팽팽했던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좋아, 독고민의 작전대로 해보자.’


시작을 알린 것은 독고민의 마법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마력으로 별빛처럼 반짝였다.


‘멸각의 화염!’


바닥에서 불꽃이 치솟으며 주변 일대를 전부 화염으로 뒤엎어버렸다.


플루투스는 잽싸게 실체를 갖추어 마법 내성을 극도로 높였다.


그러나 독고민은 미소 지었다.


그 정도는 예상했다.


애초에 이 5서클 화염은 저 늑대인간을 향한 공격이 아니었다.


녀석이 실체화할 수밖에 없도록 붙잡아 두는 것이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이 마법의 진짜 진가는 마법사가 원하는 것을 태우는 것에 있었다.


새빨간 불꽃이 마법사의 의지에 따라서 아군 이외의 모든 것을 불태워 버렸다.


거기에는 범위 내에는 주변 일대의 공기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불사르는 마법의 불꽃이 공간 전체를 의사적인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무대는 갖추어졌다.


그러나 주연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주연을 치장하는 것은 윤지우의 몫이었다.


‘나래야!’

-짹짹!


불꽃 속에서 윤지우가 바람의 정령을 우일신에게 날려 보냈다.


정령의 바람이 우일신의 주위를 맴돌면서 휘감겼다.


정령이 바람이 마법으로 사라진 공기를 공급해 주면서 움직임을 보조해 주었다.


마법의 불꽃이 공기를 불사르는 도중에도 바람을 만든다.


바람의 상급 정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묘기였다.


‘공기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어서 오래는 못 버텨요!’

‘다음 간다! 환염(奐炎)의 칼날!’


독고민이 마지막을 장식할 소품을 꺼냈다.


새하얀 불꽃이 환익검에 깃들었다.


검기를 대체하는 영체 특공 주문.


‘판은 다 깔았다. 확실히 마무리해!’

‘고마워.’


우일신은 그렇게 답하며 진공이 된 화염 속을 내달렸다.


평소와 달리 움직이는데 저항감이 없었다.


불꽃과 바람이 그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이거라면, 할 수 있다.’


그런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영성이 가져다준 예지의 일종이었다.


경공의 기파와 신법의 경파가 어우러지며 바람과 화염이 일렁거렸다.


환익검을 상단세로 치켜든 채 눈 깜빡할 사이에 거리를 좁혔다.


-으라아아아아!


플루투스가 울부짖으며 바닥을 후려쳤다.


그러자 그림자가 융기하며 우일신에게 덮쳐들었다.


그건 녀석의 마지막 발악이었고, 이대로 얌전히 죽어줄 수 없다는 오기였다.


불꽃마저 뚫고서 해일처럼 덮쳐드는 어둠을 마주했다.


그대로 있으면 휩쓸릴 게 분명했다.


그러나 우일신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단전과 환익검의 영성이 공명했다.


이에 호응하듯이 마법의 불꽃과 정령의 바람이 전신에 휘감겼다.


‘가라!’

‘가세요!’


동료들의 응원이 들렸다.


그 성원에 응답하기 위해 우일신은 힘껏 바닥을 박찼다.


불꽃과 바람을 두른 기사가 어둠을 뚫고 내달렸다.


잔상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재빨랐다.


늑대인간의 붉은 안광과 해골 기사의 푸른 안광이 마주쳤다.


바람과 화염이 휘감긴 검격이 빛살처럼 짓쳐 들었다.


허공에 그려진 염풍(炎風)의 궤적이 어둠과 그림자를 불살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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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8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6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8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7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6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3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1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20 15 12쪽
»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6 14 12쪽
54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2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1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6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5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2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6 18 12쪽
48 48화 악마(3) +1 23.06.23 961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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