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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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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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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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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7.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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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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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66화 저승의 강(3)

DUMMY

‘메두사의 명칭이 왜 고르곤의 막내인가 했는데 이래서였나.’


고르곤은 원래 스테노, 에우리알레, 메두사의 세 자매를 가리키는 말이다.


명칭에서부터 셋이 함께 나올 거라는 암시가 있었던 셈이다.


보스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감이 상당한 민감한 건지, 진기를 통해서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역추적해 왔다.


그러나 우일신은 당황하지 않았다.


도리어 찾아갈 수고를 덜었다는 생각마저 했다.


고르곤 세 자매가 접근하자, 그 외형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은 뱀을 닮은 하체와 인간 여성의 상체를 가지고 있었다.


양팔은 일반적인 피부가 아닌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머리카락 대신 뱀의 머리가 있었고, 입이 귀 옆까지 찢어져 있었다.


입에서는 뱀처럼 연신 얇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등 뒤에는 날개가 달려 있었고, 그걸로 비행하여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세 마리의 외형은 자매답게 흡사했으나 구별할 수 있는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눈동자의 색깔이었다.


장녀는 붉은색, 차녀는 푸른색, 막내는 보라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우일신은 인사 대신 기파의 이중나선을 선물로 주었다.


나선일식의 경파가 별빛과 함께 해일처럼 들이닥쳤다.


그러자 고르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서 몸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고르곤 세 자매의 장녀, 스테노였다.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튼튼한 건지, 삼중 경파를 정면에서 맞았는데도 이를 버텨냈다.


경천진벽기가 가진 붕괴의 공능도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버틸 뿐.

서서히 죽어가는 게 보였다.


스테노의 희생 덕분에 나머지는 경파에 노출되지 않았다.


남은 두 마리 중 하나가 분노하며 날개를 펼치더니 급격하게 가속했다.


고르곤 세 자매의 자녀, 에우리알레였다.


이제까지는 다른 자매의 속도에 맞추고 있었던 걸까.


에우리알레는 쏜살같이 우일신에게 날아들었다.


초극일로를 사용한 우일신과 동급의 속도였다.


그 속도에 맞추기 위해 경공 기파와 신법 경파를 일으켰다.


천둥소리와 홰치는 소리가 강 위에서 울려 퍼졌다.


소리를 뛰어넘은 속도의 세계에서 괴물과 기사는 시선을 마주쳤다.


칼날과 금속의 팔이 서로의 숨통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개벽검과 괴물의 팔이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며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그러나 합을 이어갈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에우리알레 쪽이었다.


개벽검의 칼날은 검기가 없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기충검으로 강화하면 자르지 못하는 걸 찾는 게 빠를 정도였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에우리알레의 눈에서 결의의 빛이 번뜩였다.


-샤아아악!


괴물이 위협과 함께 깊게 파고들었다.


자칫하면 팔이 잘려 나갈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에우리알레는 다음 일격을 허용해서는 안 됐다.


이제까지 합을 나누면서 내가중수법으로 진벽기를 충분히 스며들었으니까.


‘축진파쇄.’


개벽검이 에우리알레의 금속 팔을 때리자, 그대로 신체가 부풀어 오르더니 터져버렸다.


우일신은 에우리알레를 마무리하자마자, 검을 상단으로 치켜들었다.


검기가 검의 손잡이를 타고 내려와 전신을 감쌌다.


목표는 보스 몬스터, 메두사였다.


‘뇌성일섬!’


천둥 번개가 되어 마지막 괴물을 향해 날아들었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건지 눈의 움직임이 그를 쫓고 있었다.


그러나 볼 수 있을 뿐, 움직임을 따라잡을 정도로 잽싸지는 않았다.


빛살에 버금가는 칼날이 짓쳐 들었다.


그러나 중간에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뭣?!’


선명한 붉은색 눈동자.


경천진벽기에 신체가 붕괴하여 죽어버린 장녀 스테노였다.


스테노는 금속 팔을 교차하여 뇌성일섬의 검격을 틀어막았다.


손아귀에 느껴지는 압력이 상당했지만, 칼날은 괴물의 양팔을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보스 몬스터를 죽일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스테노가 공격을 막는 사이, 메두사가 공격해 왔다.


뱀의 하반신을 채찍처럼 휘두른 공격이 음속의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다.


마치 공격이 막힐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우일신은 몸을 뒤로 빼는 것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꼬리 채찍은 때린다기보다는 베어내는 느낌에 가까웠다.


갑옷에 두른 내공 방벽에 날카로운 상흔이 생겼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우일신은 의아했다.


분명 진기의 감각으로 스테노는 신체가 붕괴해 죽은 걸 확인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척이 생기더니 스테노가 나타나 공격을 받아냈다.


‘경천진벽기의 붕괴를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난 재생 능력이 있는 건가?’


그런 것치고는 베인 팔이 재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검기로 잘린 부위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우일신은 등 뒤의 기습을 재빠르게 피해내며 몸을 돌렸다.


푸른색 눈동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축진파쇄로 인해 신체가 터져버린 에우리알레가 멀쩡한 모습으로 그곳에 있었다.


그제야 우일신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건 재생이나 회복이 아니야. 환각은 더더욱 아니고.’


영성으로 강화된 진기의 감각을 진실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르곤 자매의 장녀와 차녀는 분명 죽었다.


‘저 둘은 죽었다가 부활한 거야.’


게임으로 치자면 몬스터 리스폰에 가까운 현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갑자기 나타날 리가 없었다.


죽여도 부활하다니, 이거야말로 불사(不死)의 괴물이 아닌가.


‘어쩐지 유일 등급 던전인데 부하 몬스터들이 약하다 싶었는데.’


보스 몬스터에 모든 자원을 몰아넣은 모양이었다.


우일신은 전투가 길어지리라는 예감을 느끼며 개벽검에 검기를 피워냈다.


* * *


예상대로 전투는 길어졌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먼저 각 보스 몬스터의 특색을 알 수 있었다.


고르곤의 장녀 스테노는 강력한 힘과 튼튼한 신체가 특징이었다.


고르곤의 차녀 에우리알레는 재빠른 몸놀림과 그에 걸맞은 반응 속도를 가졌다.


고르곤의 막내 메두사는 둘을 더해서 나눈 것 같은 존재였다.


스테노만큼 강하거나 에우리알레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다음 정도는 되었다.


여기에 석화 능력까지 있다는 걸 감안하면 가장 균형이 뛰어난 개체였다.


부활의 경우,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를 여러 번 죽이면서 검증을 거쳤다.


부활은 죽은 뒤 3초 이내에 이루어졌다.


거꾸로 말하면 죽지 않을 경우 부활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양팔, 꼬리, 나를 베어서 무력화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다.


그랬더니 스스로 자결하는 걸로 부활하여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부활하는 장소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지 순간이동처럼 써먹기까지 했다.


스테노와 에우리알레의 부활을 막을 방법은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짐작 가는 게 있었다.


‘녀석들은 메두사에게 공격하면 발작하면서 틀어막았지.’


그 때문에 지금까지 메두사는 상처 하나 없었다.


메두사가 중간 보스의 부활에 필요한 매개체가 아닌가 추측되었다.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고르곤 세 자매를 잡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한 호흡에 세 마리를 동시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돼.’


문제는 어떻게 세 마리를 단숨에 처리하느냐였다.


당장 세 마리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영성의 성장으로 영성 공명과 함께 검기 같은 의념 기예를 쓸 수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무한 부활과 수적 열세에 압도되었을 거다.


‘절기 하나로 전부 쓸어버리는 건 무리야.’


환골탈태를 거치면서 절기의 반동을 이겨내고 연달아 쓸 수 있게 된 건 맞다.


하지만 절기들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건 별개의 영역이었다.


초식의 연계를 위해서는 한 호흡에 경력과 내력을 조율하여 공력을 전환해야 했다.


그러나 절기는 하나같이 위력만큼이나 반동과 버릇이 강한 검공이었다.


고수의 초식 연환처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으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나의 절기만 연달아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녀석들에게 익숙해진 만큼, 녀석들도 이쪽에 익숙해져 있을 테니까.’


같은 절기를 연달아 펼치면 분명 부활로 대응해 올 게 분명했다.


그러니 녀석들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풍류검결의 경지를 끌어올려야 해.’


절기의 기반은 풍류검결이다.


어느 것도 풍류검결을 거치지 않는 게 없었다.


결국 절기를 초식으로 만드는 것도 풍류검결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풍류검결은 경천진벽기를 제대로 담지 못했을까.’


신법 질풍일도는 문제없이 경천진벽기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신법의 움직임으로 펼치는 검의 요결은 그러지 못했다.


우일신은 풍류검결과 경천진벽기만으로 고르곤 자매를 상대하며 해답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구나.’


경천진벽기의 별빛이 풍류검결의 바람보다 드높았다.


그런데 바람으로 별빛을 다루려고 하니, 제대로 안 되는 게 당연했다.


‘진기에 맞춰서 더 넓고, 더 자유롭게 움직이면 돼.’


기존의 틀을 깨부쉈다.


그러자 검에서 바람 대신 별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춤추듯이 이어지는 검격은 춤사위를 보는 듯했다.


별빛을 담은 검의 잔영이 구름처럼 흐르며 은하수를 그려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고르곤 자매는 당황하여 피해를 입었다.


별빛이 흐드러진 가운데, 우일신은 눈을 번뜩였다.


‘이제는 할 수 있어.’


상단전의 직감이 알려주었다.


아직 이름 짓지 않은 검식의 기반을 다졌다.


지금이라면 절기의 연계가 가능하다.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가슴의 샛별이 맥동하며 별빛을 뿜어냈다.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건.’


속도가 빠른 에우리알레부터.


내쉬는 호흡과 함께 검공을 펼쳤다.


찰나를 베어 가르는 칼날이 푸른 눈의 고르곤에게 날아들었다.


고르곤 세 자매 중 가장 빠른 괴물의 목이 날아갔다.


‘하나.’


아직 호흡은 끊어지지 않았다.


지체 없이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내리친 개벽검을 고쳐 쥐며 아래에서 대각선 위로 휘두른다.


휘두른 칼끝이 향하는 곳은 뒤늦게 반응하는 스테노였다.


간절함을 담은 경파가 공간을 뛰어넘어 붉은 눈의 고르곤에게 닿았다.


그것으로 지금껏 체내에 축적시켜 둔 진기가 격발했다.


고르곤 세 자매 중 가장 강력한 괴물의 몸이 터져나갔다.


‘둘.’


깊었던 호흡도 끝나간다.


그러나 아직 여유가 남아있다.


남은 여유를 쥐어 짜내며 자세를 고친다.


전력을 다한 찌르기 자세다.


목표물은 혼자 남은 메두사.


검은 칼날 위로 별빛이 소용돌이치며 이중 나선을 그렸다.


내딛는 걸음과 함께 발끝에서 손끝에 이르기까지 전신의 회전을 담아 내질렀다.


이중 나선에 새로운 회전이 더해지며 경계가 무너졌다.


빛의 와류(渦流)가 보랏빛 눈의 괴물에게 쏟아졌다.


고르곤 세 자매의 막내가 눈을 부릅떴다.


흔들리는 시선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럴 리 없어.


그러나 이를 부정하듯 삼라만상을 파괴하는 빛이 메두사를 집어삼켰다.


우일신은 호흡을 고르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기척이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승리를 확정 짓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고르곤 세 자매를 처치하였습니다!]


우일신이 가볍게 개벽검을 털어내자, 검에 맺혔던 별빛이 아롱거리며 반짝였다.


저승의 강에 남은 것은 죽음을 나르는 뱃사공도 불사의 괴물도 아니었다.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극성(極星)으로 삼은 인간의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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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악마 추적 +1 23.07.13 646 11 12쪽
67 67화 책임 +1 23.07.12 632 12 11쪽
» 66화 저승의 강(3) +1 23.07.11 660 13 12쪽
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8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6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8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7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7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3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1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20 15 12쪽
55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6 14 12쪽
54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2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1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6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6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2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6 18 12쪽
48 48화 악마(3) +1 23.06.23 962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2 15 12쪽
45 45화 소문 +2 23.06.20 1,026 20 12쪽
44 44화 죽음 +1 23.06.19 1,042 18 12쪽
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6 20 11쪽
42 42화 용종 라부(3) +1 23.06.17 1,07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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