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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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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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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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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5화 소문

DUMMY

‘탑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등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주제다.


동시에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고 회피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죽은 뒤를 생각할 시간에 살기 위해서 움직이는 게 나으니까.’


등반자들은 탑을 오르면서 수많은 죽음을 마주해 왔다.


1층과 2층에서 살기 위해 좀비와 싸웠다.


3층과 4층에서 평행세계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봤다.


5층에서는 등반자들끼리 힘을 합쳐서 보스 몬스터와 맞섰다.


이렇듯 여러 사선을 넘어오면서 죽은 뒤를 생각하며 심력을 소모하는 걸 낭비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탑에서 죽었는데도 죽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등반자들에게도 충격적인 정보였다.


우일신은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진정시킨 다음, 남자에게 말했다.


“몸에 이상은 없으십니까?”

“네, 멀쩡합니다.”

“혹시 모르니 이 모임이 끝나는 대로 의사에게 진찰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네, 저는······.”


남자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탑의 공략 도중 몬스터에게 죽었다.


종말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눈을 떠보니 방 안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탑의 접속 권한을 잃었다는 알림창이 떴습니다.”

“기능을 모두 못 쓰게 된 겁니까?”

“아니요, 확인해 보니 기존 기능들은 그대로 쓸 수 있었습니다. 다만 탑으로 복귀하는 기능만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건, 공략 레벨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등반자만이 가지고 있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


종말에서 무력은 생존권이나 다름없었다.


‘별달리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남자의 사인에서는 특별한 요소를 찾을 수 없었다.


“······실은 저도 죽었습니다.”

“저도 죽었어요.”


처음이 어렵다고, 총대를 멘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뒤늦게 밝히는 사람들이 나왔다.


전원이 탑으로 복귀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탑에서 죽을 경우, 정말로 죽는 건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미션에서 실패 페널티가 보이지 않기는 했어.’


5층 너머까지 공략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전 같은 걸까.


아니면 모든 등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인 걸까.


지금에 이르러서는 확인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탑에서 죽어도 추방될 뿐이라는 건 다행인 일이지만.’


적어도 탑을 공략하다가 죽어서 시체조차 찾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우일신은 가볍게 손뼉을 쳐서 시선을 모은 뒤 말했다.


“먼저 사실을 숨기지 않고 말해주신 분들의 용기에 감사를 표합니다.”


만약 이들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을 겪었으리라.


“탑의 접속 권한을 잃은 것은 안타깝지만, 싸워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접속 권한을 잃은 등반자들의 대우는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등반자가 아니었던 각성자들도 멀쩡히 함께 싸우고 있지 않은가.


단결해도 모자랄 상황에 접속 권한을 잃었다고 차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접속 권한을 잃은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높아진 능력치를 감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 능력치나 영약을 사용한 성장은 다분히 인위적이다.


수련을 통해 자연스레 성장하는 것과 달리 위화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일신 역시 어느 정도 성장한 뒤로는 위화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이 문제는 접속 권한을 잃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른 등반자들도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 능력치 성장 후에는 반드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으로 특이사항에 대한 처리는 끝났다.


남은 건 예정대로 공략대의 다음 일정을 정하는 것뿐이었다.


“저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 부산 전체를 해방하는 것을 목표로 할 생각입니다.”


우일신은 장비창에서 마석을 쏟아냈다.


천 개가 넘어가는 마석이 탑처럼 쌓였다.


마석을 전부 팔지 않은 것은 이때를 위해서였다.


“저게 전부 다 마석이야?”

“감정해 보니까 전부 마석 맞는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몬스터를 사냥했으면 저만한 숫자의 마석을 가지고 있는 거지?”


사람들은 얼이 빠져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는 이 마석 전부를 공략대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우일신은 당당히 선언했다.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공략대를 압도적인 금력으로 휘어잡는 순간이었다.


* * *


우일신의 선언 이후, 공략대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석은 공략대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가리지 않고 분배되었다.


등반자들은 고급 등급 아이템을 구매했고, 각성자는 마석을 스킬 성장에 사용했다.


전력 향상을 마친 공략대는 동부산을 목표로 움직였다.


해운대에 자리한 종말의 운명을 막기 위해서였다.


해운대로 향하는 길은 이동이 전부가 아니었다.


가는 길에 있는 몬스터 무리를 뿌리 뽑은 것은 물론, 생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간혹 공략대에 합류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새롭게 합류한 이들은 기존 공략대 참가자들에게서 여러 가지를 배워나갔다.


“대장은 얼마나 강한 겁니까?”


공략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각성자가 의문을 표했다.


“너 스컬맨이 싸우는 거 본 적 없어?”

“예, 같은 파티라는 사람들은 봤습니다. 무지 세던데요?”


윤지우, 박철, 백문희.

세 사람은 공략대 내에서도 특히 강한 축에 속했다.


윤지우는 바람의 정령을 중급까지 성장시킨 정령사였다.


본인도 뛰어난 궁수이지만, 중급 정령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중급 정령의 바람이 실린 화살은 몬스터들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뚫어버릴 정도였다.


박철은 강철화 초능력자답게 입고 있는 장비는 물론, 지형지물까지 강철로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바꾼 강철은 형체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게 가능해서 갑자기 바닥에서 철 기둥이 솟아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다.


백문희는 회복과 버프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각성자였다.


포인트와 마석을 아낌없이 투자한 만큼 모든 스킬이 최대 레벨까지 올려둔 상황.


가뜩이나 희귀한 서포터가 유능하기까지 하니, 여기저기서 부러움을 샀다.


“파티 멤버가 강한 걸 보면 대장도 강할 것 같기는 한데 얼마나 강한지 감이 오질 않더라고요.”

“거기 앉아 봐라. 이 형이 개 쩌는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신참의 물음에 입이 근질근질했던 등반자가 입을 열었다.


“스컬맨이 얼마나 강한지 아주 심플하게 알려줄게. 저 사람, 오크 만 마리를 혼자서 치워버렸어.”

“마, 만 마리?”

“그래, 만 마리. 그것도 일격으로.”

“일격으로?!”


신참이 믿기질 않아서 소리쳤다.


만이라는 숫자는 얼핏 보면 작은 수처럼 들린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화폐가 만원이나 오만 원이지 않던가.


그러나 실제로 만이라는 숫자를 인원수로 치환해 보면 절대 작지 않았다.


당장 육군의 편제에서 만이라는 인원은 못 해도 사단급에 해당하였다.


전쟁에서 사단 하나를 일격에 처리하려면 독가스 같은 대량 학살 병기가 필요했다.


“대장은 무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만을 한 번에 치운 거래요?”

“안 믿기지? 눈앞에서 본 우리도 안 믿겨.”


하지만 스컬맨은 진짜로 해버렸다.


직접 본 사람들은 없던 경외심이 절로 샘솟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순순히 그를 따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한데 대장님은 왜 직접 안 싸우는 겁니까?”

“거꾸로야, 너무 세니까 안 나서는 거지.”

“거꾸로요?”

“그래, 생각해 봐. 절정 고수가 이 판에 끼면 어떻게 되겠냐?”

“그거야, 별로 어렵지 않게 몬스터를 잡을 수 있겠죠?”

“그래, 검기를 쓸 것도 없이 칼질 몇 번이면 싹 쓸어버릴 수 있겠지. 그런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성장하냐.”

“아······.”


신참은 그제야 우일신이 일부러 자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스컬맨이 움직이는 경우는 딱 두 가지뿐이야.”


하나는 전투 도중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의 구조.


다른 하나는 능력자들이 잡기에는 너무 강한 몬스터의 처리였다.


“대장님이 하시는 일은 그게 전부가 아니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무인이 입을 열었다.


“대장님이 사람들한테 여러 가지 가르쳐 주는 거 알지?”

“예,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능력치와 감각이 어긋난 사람들을 도와줬던 게 발단이었다.


하는 김에 능력치에 비해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이기에 별생각 없이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주고 해결 방법도 가르쳐주었다.


그랬더니 실력이 늘어났다며 너도나도 가르쳐달라고 찾아오게 된 것이다.


우일신으로서는 사람들이 강해져서 죽는 사람이 줄어들면 좋은 일이었기에 흔쾌히 이를 받아주었다.


“대장님이 가르치는 방식은 크게 둘이야. 하나는 일대일 개별 교육, 나머지 하나는 보스 레이드 형식의 실전 훈련이지.”

“전자는 이해가 가는데, 후자는 보스 몬스터를 어떻게 대체했대?”

“대장님이 보스 몬스터 역할을 직접 맡으셔. 열 명이 넘는 인원이랑 파티를 맺고 싸우는데도 상대가 안 되더라.”


상대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반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열 명이 넘는 인원을 여유롭게 상대할 정도라니.


“대체 능력치 합계가 어느 정도이기에.”

“글쎄다. 못해도 200은 넘지 않을까?”


능력자의 강함을 나타내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치화된 능력치였다.


이 때문에 능력치의 합계는 능력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기준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가령 능력치의 합계가 100을 넘기면 고급 등급의 보스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150을 넘기면 단독으로 고급 등급 몬스터와 싸우는 게 허가되었다.


200을 넘기면 단신으로 희귀 등급과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추측되었다.


맨 마지막이 추측인 이유는 200을 넘긴 사람이 무척 드물었기 때문이다.


“150을 넘긴 사람도 찾기 힘든데, 200을 넘는다니. 상상이 안 가네.”

“하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지 설명이 돼.”

“절정 무인이면 200은 좀 낮아 보이는데, 못해도 300은 되지 않을까요?”

“에이, 아무리 영약이 있어도 300은 너무 하지.”


신입의 말에 사람들은 무리수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우일신의 합계 능력치는 320으로 신입의 추측이 올발랐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경우였다.


공략대 사람들이 떠드는 잡담은 자연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들렸다.


그중에는 공략대에게 보호되어 안전한 장소로 이송 중인 생존자들도 끼어 있었다.


“공략대 대장이라는 사람, 능력치가 합계가 300이라는 것 같은데?”

“절정 고수라는 말은 들었는데 그렇게까지 높다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SNS 같은 정보 확산 수단이 사라졌지만, 입소문을 막을 수는 없는 법.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와전되거나 과장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진실과는 상관없는 악의적인 소문도 섞여 있었다.


“여자 둘을 끼고 다니는 쓰레기라던데?”

“내가 듣기로는 전 여친이랑 현 여친 사이에 끼였다고 들었어.”

“전 여친이 참다못해 서부산 쪽으로 가버렸다던데?”


여자 손도 잡아본 적 없는 숫총각이 순식간에 여자 둘의 순정을 희롱한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당사자가 들었다면 유언비어라며 통곡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소문을 퍼트리거나 듣는 이들은 진실 여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씹을 만한 가십거리였으니까.


세상이 망해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자극적인 가십거리를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골 기사 스컬맨과 그가 이끄는 공략대의 소문은 부산 전역으로 서서히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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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5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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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1 15 12쪽
» 45화 소문 +2 23.06.20 1,026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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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5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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