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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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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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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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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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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2화 자전풍렬식(3)

DUMMY

우일신과 백문희의 대련은 수백 합이 넘게 이어졌다.


아무리 내력을 쓰지 않고 있다고 해도 신체 능력의 격차는 명백했다.


그런데도 백문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100번 이상 회귀했다는 말은 겉치레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경험과 기교로 격차를 메꾸었다.


백문희의 검술은 투박하고 기초에 충실했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었다.


특히 간격 재는 법과 수 싸움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만큼 사람 혹은 인간형의 적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다는 의미였다.


내력을 일으켜서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우일신은 그러지 않았다.


새로운 초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경험을 최대한 살려야 했다.


쾌검 특유의 빠른 수 교환은 압도적인 경험에 의해 막혀버렸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가 예상치 못한 수를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설픈 수는 도리어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회귀를 거듭하면서 얻은 경험을 뛰어넘는 한 수가 필요해.’


두근.

영성이 맥동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 높은 대인 전투가 상단전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개벽검을 통해서 익숙해진 심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심상은 이제까지 자각하지 못했던 무의식의 영역을 자극했다.


그러자 정신이 의식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는 감각을 느꼈다.


신공을 만들면서 느꼈던 무아지경과 닮은 감각이었다.


그 감각을 거스르지 않고, 무의식 아래로 침잠했다.


* * *


의식 속인데도 또렷한 형체와 함께 오감이 하나둘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청각이었다.


끈적이는 액체를 밟은 것 같은 질퍽한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맨발로 웅덩이 같은 곳에 발을 집어넣은 것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코를 찌르는 듯한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키자, 피 특유의 비릿한 맛이 입 안을 감돌았다.


마지막으로 눈을 뜨자, 핏물로 가득한 공간에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주변에는 시신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며, 피가 바다처럼 넘실거렸다.


시체의 산과 핏빛 바다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장검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시신이 어딘가 낯이 많이 익었다.


시신은 하나같이 뼈로 된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투구가 부서져 맨얼굴이 드러난 시신들에 시선이 갔다.


드러난 얼굴은 모두 같았다.


주변에 빼곡히 박혀 있는 무수히 많은 장검 역시 알고 있는 형태였다.


절삭검, 삭풍검, 환익검.


그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무기들이었다.


이 광경이 말하는 바는 명백했다.


이제까지 회귀를 거듭하면서 단 한 번도 종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곳은 무수히 반복된 시간 속에서 실패를 거듭한 우일신이라는 존재의 무덤이었다.


눈앞의 시산혈해(屍山血海) 도산검림(刀山劍林)은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이렇게 험난하고 피로 얼룩져 있다.


그런데도 정녕 이 가시밭길을 나아가겠느냐고.


“······.”


우일신은 말없이 사라진 시간의 흔적들을 바라보았다.


곱게 죽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지옥도가 무덤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우일신은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아니, 답은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


삼재심법을 완성하고, 삼재공을 깨달았던 그 순간부터.


시신과 피로 가득한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바닥에 꽂혀 있던 장검이 날아와 우일신의 몸에 꽂혔다.


‘······!’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을 정도의 격통과 함께 죽음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발걸음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전진할수록 몸에 꽂히는 장검의 수가 늘어갔다.


머릿속을 휘젓는 죽음의 기억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다.


모든 죽음이 저마다 다른 고통과 절망을 담고 있었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듯했다.


그럼에도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힘껏 들어, 의지로 가득한 눈으로 길의 끝을 바라보았다.


모든 아픔과 고뇌를 끌어안고서 길의 끝에 당도했다.


그곳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꽂혀 있었다.


밤하늘을 담은 것 같은 칠흑의 검신에 빛의 알갱이가 박혀 있는 익숙한 모습.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올라왔다.


눈앞의 개벽검에서 타인과의 인연이 느껴졌다.


연결은 다른 성질을 하나로 잇는 것이다.


이는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그는 수없이 많은 것들을 타인에게서 받아왔다.


기억, 영성, 경험, 심지어 생명까지도 타인에게서 받았다.


이제는 그가 보답할 차례였다.


떨리는 손을 뻗어서 개벽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있는 힘껏 이를 뽑아 들자, 개벽검이 있던 자리에서 별빛이 터져 나왔다.


별빛은 핏빛 공간을 가득 메우는 걸 넘어서 우일신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의념을 담을 수 있는 글귀가 떠올랐다.


‘일념통천(一念通天).’


온 마음을 기울이면 하늘마저 감동한다.


한 줄기 의지가 법칙을 넘어서 지워진 시간과 현재를 하나로 이었다.


무의식의 영역에 가라앉은 의지를 고스란히 넘겨받은 순간이었다.


새로운 심상을 얻으면서 상단전이 크게 성장했다.


세 개의 심상을 얻자, 심상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나로 뭉쳐진 심상이 빛을 발하며 영성으로 이루어진 꽃을 피웠다.


그러자 이에 호응하듯이 하단전과 중단전이 빛을 발했다.


세 단전이 균형을 이루자, 정기신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이 만들어졌다.


신체와 진기 그리고 의념의 합일, 삼화취정(三花聚頂)이었다.


우일신의 정신이 무의식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무의식의 영역으로 침잠한 뒤로 시간이 그다지 흐르지 않은 상태였다.


상단전의 각성으로 인해 사고가 한계까지 가속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균형을 이룬 정기신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신체와 진기의 움직임이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단순히 사고가 빨라진 것을 넘어서 정지된 시간 속을 혼자 움직이는 듯했다.


생각하는 즉시 신체와 진기가 움직이는 심즉동(心卽動)의 경지였다.


삼화취정을 이루면서 얻은 공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더는 심상과 영성을 다루는 데 있어서 한계가 없었다.


여러 심상을 동시에 다루더라도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우일신은 연결의 심상을 일으켰다.


진기를 감각으로 쓰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오감, 기감, 진기를 통한 감각을 하나로 묶어서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그것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그만의 시점을 손에 넣었다.


세상을 느끼고 이에 답하는 감각도의 무공.


‘감응감각도(感應感覺途).’


우일신은 새로운 시점에 이름을 붙였다.


이에 호응하듯이 감각도가 신체와 정신에 새겨둔 검로(劍路)를 잔상처럼 그려냈다.


동시에 백문희의 움직임에서 읽어낸 검로 역시 생겨났다.


허공에 만들어진 검로가 실타래처럼 얽혀들었다.


우일신에게서 뻗어나간 검로는 백문희의 검로에 의해 차단되었다.


과연 100번이 넘게 회귀를 거듭해 온 만큼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러나 모든 수가 막힌 것은 아니었다.


활로가 보인 순간, 무의식에 새겨진 움직임을 실현하기 위해 진기가 움직였다.


의념을 담아 유형화된 진기가 또 하나의 근육처럼 신체를 움직이게 했다.


연결의 심상을 이용한 의념 기예, 허공섭물(虛空攝物)이었다.


염동력처럼 멀리 있는 물체마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힘이 신체에 작용했다.


사고가 가속된 우일신조차 인지하지 못한 무자각의 대응이었다.


전조도 없이 날아든 기습에 가까운 반격이 잔뜩 얽혀 있는 수 싸움의 실타래를 단숨에 끊어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균형이 흐트러진 백문희의 목에 칼끝이 드리웠다.


누가 보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초식 이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만검망라(萬劍網羅)입니다.”

“모든 검로를 담아낸 그물망이라.”


백문희는 이름에 어려 있는 의념을 통해 그 뜻을 읽어냈다.


모든 검로를 신체와 정신에 새겨 넣어 허공섭물을 통해 자동으로 방어하고 반격한다.


부족했던 방어와 경험을 해갈하기 위한 초식이었다.


이것으로 새로운 검공의 기반이 되는 초식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초식이 네 개가 되었는데도 아직 검공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경천진벽기를 완성은 전투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영향을 짙게 받은 검공 역시 전투 속에서 완성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영성의 예지로 추측해 볼 때, 페이즈 3 막바지에 완성될 것으로 보였다.


“다른 건 다 문제없지만, 호신기공 쪽이 부족해 보이더군요.”


백문희가 대련하면서 느낀 점을 말해주었다.


회귀자가 지적할 정도로 다른 무공에 비해 호신기공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호신기공 철포삼의 경지는 9성으로 10성 대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성장이 부진한 이유는 호신기공을 쓸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게 컸다.


공격을 막아내는 것보다는 선공을 취하는 쪽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격을 막는 것 이외에 다른 쓰임새가 없을까?’


우일신은 철포삼을 양식 삼아 새로운 호신기공을 구상하였다.


옥좌로 향하는 길에서 정령의 바람과 마법의 불꽃을 둘렀던 게 떠올랐다.


이 발상을 이용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호신기공을 만들 수 있을 듯했다.


생각의 정리를 끝마친 우일신은 백문희에게 말했다.


“대련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많은 걸 얻어갑니다.”

“아니에요. 기사님의 성장은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니까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두 사람은 훈훈한 대화를 나누며, 호텔로 돌아갔다.


돌발적으로 진행된 대련은 별 탈 없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 * *


일주일 동안 공략대는 바쁘게 움직였다.


우일신와 파티 멤버들은 매일 악마를 추적해 사냥했다.


한국 서버에 서식하는 총 15마리의 악마를 모두 척살했다.


악마를 잡을 때마다 추적 시간이 줄어든 게 컸다.


이것으로 도중에 악마가 개입해 뒤통수 맞을 염려가 사라졌다.


물론 외부에서 다른 악마가 들어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 서버만 신경 써야 했던 악마들과 달리, 외부의 악마는 본인의 서버와 채널을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한국 서버에 서식하던 악마들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식량 던전의 공략은 간신히 70%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일반 등급과 고급 등급 던전이 모조리 공략된 뒤로는 진행률 오르는 속도가 팍 꺾인 게 문제였다.


고급 등급 이하의 던전과 달리, 희귀 등급 이상부터는 공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식량이 어느 정도 수급된 뒤로는 사람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략대를 비롯한 일부 능력자들이 고생했다.


그래도 그 고생을 한 덕분에 공략대의 능력치 합계 평균이 300을 넘겼다.


그렇게 격동의 일주일이 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페이즈 3 진행 10일 경과]

[신규 던전의 공략 진행률 50% 초과]


[조건을 만족하여 새로운 요소가 업데이트됩니다.]

[던전 합병이 시작됩니다.]


예견된 변화가 찾아왔다.


작가의말

사죄의 2연참.


변명을 하자면, 노트북 고장에 이어서 코로나에 걸리고, 개인 사정까지 겹치면서 일요일까지 글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전처럼 매일 연재가 이어질 예정이니, 독자 분들은 안심하시고 소설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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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자전풍렬식 23.07.15 662 12 11쪽
69 69화 악마 추적(2) +1 23.07.14 630 10 12쪽
68 68화 악마 추적 +1 23.07.13 646 11 12쪽
67 67화 책임 +1 23.07.12 632 12 11쪽
66 66화 저승의 강(3) +1 23.07.11 660 13 12쪽
65 65화 저승의 강(2) +1 23.07.10 699 9 12쪽
64 64화 저승의 강 +1 23.07.09 707 11 12쪽
63 63화 청소 +1 23.07.08 778 13 11쪽
62 62화 이유 +1 23.07.07 758 12 12쪽
61 61화 종말의 대적자(2) +1 23.07.06 797 13 12쪽
60 60화 종말의 대적자 +2 23.07.05 797 16 12쪽
59 59화 경천진벽기(2) +1 23.07.04 795 16 12쪽
58 58화 경천진벽기 +1 23.07.03 813 13 13쪽
57 57화 수철의 옥좌(2) +1 23.07.02 821 12 12쪽
56 56화 수철의 옥좌 +3 23.07.01 820 15 12쪽
55 55화 옥좌로 향하는 길(3) +1 23.06.30 846 14 12쪽
54 54화 옥좌로 향하는 길(2) +1 23.06.29 842 14 12쪽
53 53화 옥좌로 향하는 길 +1 23.06.28 861 16 13쪽
52 52화 왕위 쟁탈전(2) +2 23.06.27 877 16 12쪽
51 51화 왕위 쟁탈전 +2 23.06.26 906 19 13쪽
50 50화 채널 소유자(2) (수정) +2 23.06.25 972 17 14쪽
49 49화 채널 소유자 +1 23.06.24 956 18 12쪽
48 48화 악마(3) +1 23.06.23 962 16 12쪽
47 47화 악마(2) +1 23.06.22 979 15 12쪽
46 46화 악마 +1 23.06.21 1,022 15 12쪽
45 45화 소문 +2 23.06.20 1,027 20 12쪽
44 44화 죽음 +1 23.06.19 1,042 18 12쪽
43 43화 우일신 +1 23.06.18 1,056 20 11쪽
42 42화 용종 라부(3) +1 23.06.17 1,07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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