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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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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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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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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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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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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7.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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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DUMMY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그 뒤는 정확히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의 앞뒤가 선명하지 않다.

정신을 잃은 구대성을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달려갔고, 백귀와 파천우에게 뒤를 부탁했다.

지은유와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모든 것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난 후, 한밤이 되어서야 지은유에게 전화가 왔다.


―작가님, 뭐 하나만 여쭤 봐도 될까요?

“뭔데요?”

―혹시······ 뭔가 색다른 직업에 종사하신 적 있으세요?


하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지.

배트를 쥔 거한이 날 보고 겁먹은 것도 모자라 요실금을 지리고 기절을 해 버렸으니.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저 완전 착하게 살았는데요.”

―하긴······ 그럼 구 작가님이랑 따로 알고 계셨던 것도 아니시죠?


이건 알아도 모른다고 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사실 몰랐던 것도 맞고.


―아무튼 오늘은 고마웠어요. 정말로요. 빚은 꼭 갚을게요.

“빚은 무슨. 됐습니다. 나중에 커피나 한 잔 사세요.”

―꼭 갚을 거예요.


말이라도 고맙네요.

하지만 저도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작가 구대성.


나와 함께 유찬영의 소설을 대필했던 작가.

나를 본 순간 공포에 질리던 그의 눈빛을 나는 똑똑히 기억했다.


―사, 살려줘!


그것은 기절한 구대성이 나를 처음 본 순간 내뱉은 말이었다.

간신히 진정시킨 후 여러 가지 질문을 해보았지만, 구대성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으으······ 무슨 소리야! 당신들 누구야? 내가 누구 작품을 대필했다고?


심지어는 자신이 유찬영의 작품을 대필했다는 사실까지도 잊은 듯 했다.

그렇다면 말할 필요도 없이 ‘페힐트 룬’이었던 기억까지 잊었겠지.

그는 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일까?

나는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하나, 그는 더스트가 부족한 상태로 심연에 빠졌다.

둘,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던 작품의 저작권을 상실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복잡해졌다.


만약 구대성이 계속 저 상태라면, 나는 한 작가의 생을 망쳐버린 것 아닐까?


만약 나도 심연에 먹히거나 저작권을 상실하면, 저렇게 되어버리는 걸까?


두려워진다.

내가 괴물이 되어가는 것일까 봐.

결코 발을 내딛으면 안 되는 세계에 발을 들이민 것일까 봐.


세상이 어지러웠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목소리들은 사실일까, 아니면 환청일까.


[의식의 균형이 불안해집니다.]

[작가 스킬 ‘열등감’이 발동합니다.]

[‘열등감’이 당신이 느끼는 죄책감을 합리화하고 창작 의욕을 부추깁니다.]

[작가 스킬 ‘상상력’이 발동합니다!]

[‘상상력’이 당신의 비정상적인 정신 충격을 상쇄하고 적응력을 높입니다.]


어쩌면······ 나는 이미 괴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


마음이 진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그저 특별한 능력이 하나 생긴 것뿐이잖아.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환청처럼 들려온 스킬 메시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확실히 나아졌다.


나는 소설을 계속 써야 한다.


내가 계속 살아남을 방법도 글쓰기뿐이고, 이 상황에 대해 알아갈 방법도 오직 글쓰기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리고 잠시 후, 란스는 다시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


······지금 이 전개부터 어떻게든 바꿔야 하는데.

업로드 된 6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며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달변을 토해냈는데도 설마 구치소에 갇힐 줄은 몰랐다.

대체 구치소에서 뭔 얘길 어떻게 이어가야 하지?

아니 그보다, 그 경비대장 자식은 스킬에 설득이 됐는데도 왜 나를 가둔 거야?


―전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고요?


결국 지은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 이럴 때 믿을 건 편집자밖에 없다.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감옥에 가셨던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만.”

―그럼 감옥에서 바로 나와야겠네요.


명쾌한 답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네? 왜요?

“좀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벽을 부수고 탈출하자니 전투력 측정불가의 경비대장에게 맞아 죽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어떻게든 탈출해 버렸습니다’라고 대충 써갈기고 지나갈 수도 없다.

본래라면 그렇게 넘어갔겠지만······ 젠장, 지금은 내가 주인공의 몸으로 직접 뛰는 상황이니까.


―흐음, 무력으로 탈출하긴 싫고, 개연성은 지키고 싶다. 이런 말씀이시죠?


역시 지은유다. 개떡같이 설명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네요.

“예? 방법이 있습니까?”

―있죠. 직접 탈출할 수 없다면 누군가가 탈출을 도와주면 되니까요.


외부의 조력?

하지만 누구에게?


―하아, 이번 작품은 유독 쓰기가 어려우신가 보네요. 하나부터 열 까지 다 알려달라고 하시고······.


갑자기 정곡을 찔리니 할 말이 없다.


―작가님, 설정 짜 두신 거 없으세요?

“예? 무슨 설정요?”

―이거 작가님 소설이잖아요.

“······예?”

―란스 필그림 말이에요.


바보가 된 기분이다.


―란스 필그림은, 대체 어떤 인물이에요?


*


그로부터 잠시 후, 나는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의 설정 파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은유는 천재가 틀림없다.

아니면 진짜로 내가 바보거나.


······그건 그렇고, 이 파일은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최근엔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보니―이렇게 말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바탕화면에 이런 파일이 생긴 줄도 몰랐다.

아마 내 소설이 업로드 되면서 같이 만들어진 파일이 아닐까, 하고 짐작만 할 뿐.

일단은 파일을 열어보기로 했다.


찌릿―


순간 대뇌를 관통하는 욱신거리는 통증.


[작가의 권한으로 설정집을 ‘읽기 모드’로 열었습니다.]


현실감 없는 목소리가 한차례 지나가자, 설정집이 펼쳐졌다.

설정집을 읽어 나가는 동안 내 턱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이건 뭐, 정말 하나의 ‘세계’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이 설정들이 정말 내가 다 상상한 거라고? 아, 물론 나만 상상한 건 아니겠지. 유찬영도 있고, 그리고······.


『그룬시아드 연대기 설정집』

―By 팀 「어둑시니」


무엇보다 이 ‘오픈 소스’에서 따온 게 상당하니까.

참고로 팀 「어둑시니」의 『그룬시아드 연대기 설정집』은 지은유가 준 파일철에 들어있던 자료였다.

유찬영이 이 오픈 소스 데이터에서 세계관을 빌려왔다더니,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이건 빌려온 수준이 아니었다.

그냥 다 가져다 썼다고 해야지.

애초부터 유찬영의 독자적인 설정은 없었던 것이다.

뭐······ 팀 「어둑시니」의 멤버 중에 유찬영도 있긴 하니까 조금 애매한 방식으로 독창성을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본격적으로 내 소설의 설정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국가와 지명들, 기록된 인명들을 파악하고.

내 소설에서 드러난 것들과,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추려냈다.

무의식의 영향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설정집은 두터운 만큼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이 공백지로 남아 있었다.


[아직 당신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 설정입니다.]


아직 상세한 설정이 잡히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나는 설정집을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원하는 정보를 찾은 것은 그로부터 30분 쯤 뒤였다.


[인물 정보]


인물 : 란스 필그림

설명 :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의 주인공. 현재 도적 졸개2로 활동 중.


란스 필그림.

유찬영의 원작이나, 팀 어둑시니의 그룬시아드 연대기에는 나오지 않는 나의 창조물.

설명은 간략했고, 기타 참조 사항들도 내가 소설 속에서 [인물 정보]를 통해 모두 확인한 것들이었다.

나는 [인물 연혁]을 눌러 보았다.


―해당 인물의 연혁이 없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니까 당연히 아무 역사도 없는 게 당연하겠지.

바라던 바다.

자, 그럼 어떻게 요리를 해줄까?


[설정집을 ‘수정 모드’로 바꾸시겠습니까?]


바꾼다.


[‘수정 모드’로 전환하였습니다.]


나는 손이 가는대로 설정을 써 넣기 시작했다.


[란스 필그림 연혁]


633년. 필그림 대공작가의 둘째 아들로 출생.

643년. 대륙 10강 소드마스터 엔터하임의 수제자가 됨.

645년. 대륙 4대 상단의 후계자와 절친한 친구가 됨.


······.


도적 졸개 2의 과거가 이렇게까지 화려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수저에.

대륙 최강 스승님에.

재벌집 친구에.


한눈에 봐도 먼치킨 중의 먼치킨이라 살짝 불쾌할 정도다.

이건 너무 반칙인가 싶기도 했지만 모두 후일을 위한 안배였다.


잊었을까봐 다시 말해주지만, 내 이야기 레벨은 지금 ‘악몽’이다.


초장부터 만난 경비대장이 전투력 측정 불가의 괴물인데, 앞으로는 또 얼마나 강한 놈들이 나타나겠어?

······이게 만약 소설 속이었다면 지금쯤 ‘별들이 당신의 자기합리화에 감탄하여 50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따위의 메시지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한 시간 후.

수정이 끝났다.

나는 준비해 둔 소주를 꺼냈다.

자, 이제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해당 설정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응?


드드드드드드드-


컴퓨터가 지 맘대로 움직이더니 내가 한 시간 동안 쓴 설정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있었다.


“뭐야?!”


[개연성에 위배되는 설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개연성을 무시하고 강제로 설정을 변경할 시 획득하는 더스트의 양이 영구적으로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영구적으로’, ‘크게’?

망할, 협박 한 번 겁나게 하네.

나는 황급히 설정 중 몇 개의 등급을 조심스레 조절해 보았다.

가령 집안인 대공작가를 후작가로 바꾼다든가.


[해당 설정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후작가를 백작가로 바꾼다든가.


[해당 설정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백작가를 남작가로······.


[해당 설정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이건······?


[해당 설정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다이아몬드 수저도.

대륙 최강의 스승도.

재벌집 친구도.

모두 내 곁을 떠나갔다.


······그래, 인생이란 게 죄다 이딴 식이지. 한 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라 이거야.

결국 나는 아무 설정이나 하나씩 기입해 보며 바꿀 수 있는 설정을 찾기 시작했다.


[해당 설정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처음으로 귓가를 간질이는 메시지의 내용이 바뀌었다.


[해당 설정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설정 개연성 적합도 100%!]

[해당 설정 사용 시 별들로부터 보너스 더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뭐야, 이게 된다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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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3) +50 17.07.19 9,770 274 11쪽
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5 253 12쪽
»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3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8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9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9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1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20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90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5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7 269 11쪽
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5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9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9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4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7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6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2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8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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