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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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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320
추천수 :
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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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9
추천
277
글자
9쪽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DUMMY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꿈을 꾸는 건가?

가위에라도 눌린 것인지 눈이 떠지지 않았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오류! 현재 다른 이가 해당 작품의 ‘주인공’과 링크 중입니다.]

[오류! 현재 다른 이가 해당 작품의 저작권을 계승 중입니다.]

[저작권 획득에 실패하였습니다.]

[현재 당신의 위치는 ‘엑스트라’입니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목소리는 노이즈가 되어 귓가를 맴돌았다.

주인공? 엑스트라?

아니, 이게 대체 뭔 소리야?


[별들이 당신의 존재를 눈치 챘습니다.]

[일부 별들이 당신의 존재에 흥미로워 합니다.]

[일부 별들이 당신의 과감한 선택에 300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목소리는 그게 끝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다.

돌연 공포가 찾아온다.

어떻게든 몸을 뒤틀어 본다.

뭐야, 움직여. 움직이라고.

그렇게 한참을 끙끙댔을까.


“란스, 뭐해?”


눈을 뜬 순간,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그곳에 있었다.

살을 찌르는 볕의 감각.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인 더위.

멍청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명의 사내들이 수상한 부르카로 온 몸을 휘감은 채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 중의 하나였다.


뭐야, 갑자기 테러리스트가 되는 꿈이라도 꾸는 건가?


시야가 조금 낮아졌고, 규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몸이 불편했다.

으, 뭐야. 몸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곁에 있던 남자가 내 어깨를 붙든 것은 그때였다.


“어이, 란스. 빨리 가자고. 두목이 기다린다니까.”


란스?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린가?

대뜸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놓는 사내였지만, 놀랍게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신에게 작가의 권한이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인물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를 바라본 순간, 사내의 ‘설정 값’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인물 정보]


인물 : 빈츠 래트

나이 : 23세

역할 : 엑스트라(도적 졸개1)

종합 전투력 : 20

잠재력 : 하

설명 : 모든 질문에 대답해야만 하는 심각한 강박이 있다.


뭐야 이거. 인물 정보? 설명?

웹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그런데······ 빈츠 래트, 어디선가 듣던 이름인데······ 어?


“란스, 어퍼 소울은 잘 가지고 있지? 그거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 일부러 제일 약해 보이는 너한테 숨긴 거니까, 잘 관리하라고.”


역시나 어딘가 익숙한 대사다.

극한의 더위 속에서도 오한 같은 것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왔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야, 왜 대답이 없어?”


설마설마 싶지만 아무래도 그 설마가 맞는 것 같다. 다만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


“빈츠. 여기가 어디지?”


내가 처음으로 뱉은 대사가 이렇게나 구려 터졌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내겐 꼭 필요한 대사다. 이제껏 웹 소설에 나왔던 주인공들의 심정도 나와 비슷했을까? 어쩐지 미안하군.


“뭔 소리야? 타마칸 사막이잖아.”


일단 하나는 확인.


“그랬지. 근데 지금 우리는 뭘 하는 중이었지?”

“두목님한테 줄 ‘어퍼 소울’을 운송하고 있었지.”


둘도 확인.


“두목님? 두목님이 누군데?”

“우리 발할라 도적단의 두목님이신 바츠라······ 젠장, 너 알면서 뭘 묻고 그래? 일사병 걸렸냐? 어이, 누가 물 좀 갖고 있으면······.”

“난 멀쩡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어퍼 소울’은 뭐지?”

“어퍼 소울은 영력을 상승시켜주는 비약이야. 아주 귀하고 값비싼······ 시발, 이거 뭐야? 왜 네놈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그거야 네 녀석 ‘설정 값’이 <대답 강박>이니까 그렇지. 나는 주어진 정보들을 종합하기 시작했다.


하나, 타마칸 사막.

둘, 발할라 도적단.

셋, 어퍼 소울.


믿을 수 없지만, 확신할 수밖에 없는 정보들.


“······맙소사, 소설 속이라고?”


유찬영이 썼고, 내가 고친 소설.

『회귀자로 살아가는 99가지 방법』.


[극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재빠른 판단에 감탄합니다.]

[극소수의 별들이 당신에게 5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뭐야? 나한테 뭘 지불한다고?

그러고 보니 아까도 이런 메시지가 들려 왔었다. 별들이 나를 보고 있느니 어쩌니······.

아, 혹시 이거 그런 설정인가?

최근 유행하는 소설들 중에서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신처럼 초월적인 존재들이 주인공을 지켜보고 몰래 도와주거나 후원을 한다거나 하는 설정들.

······그런데 『회귀자로 살아가는 99가지 방법』에도 그런 존재들이 나왔던가?


[극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재빠른 판단에 만족합니다.]

[극소수의 별들이 당신에게 50 더스트를 추가로 지불합니다.]


뭘 자꾸 주니까 고맙긴 한데, 어쩐지 상황이 우습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자면서도 공부하는 꿈을 꾼다던데, 웹 소설을 열심히 쓰면 자면서도 웹 소설 꿈을 꾸는 건가?

여기서 경험한 것들을 소설로 쓰면 그럴 듯한 현실감을 자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과연,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무의식 만세.

프로이트 선생 만세다.


“그래봤자 깨어나면 이불킥이나 하겠지만.”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작가들에겐 흔히 있는 일이다.

꿈속에서는 ‘이거 글로 쓰면 대박이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막상 일어나서 글로 쓰기 시작하면 얼마나 개연성 없는 이야기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분명 이 꿈도 그렇겠지.

나는 투덜거리며 부츠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냈다.

빌어먹을, 꿈 한번 더럽게 리얼하네.

발바닥은 뜨거워 미칠 것 같고, 등에서는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혹시 전기장판 켜 놓고 잠든 건가?

큰일났네, 전기세 많이 나올 텐데.

멀리서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모래먼지와 함께 뭔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뭐야, 저건?”


인상을 찌푸린 빈츠가 손으로 차양막을 쳤다.


쉬이익!


무언가가 날아온 것이 먼저인지, 빈츠의 머리가 으깨진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푸가각, 하며 내 얼굴 위로 튀어 오르는 파편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뇌수를 쏟아내는 빈츠의 몸이 나를 향해 기울고 있었다.


“어떤 놈이냐!”


도적단 패거리들이 동시에 병장기를 뽑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검이 절반도 뽑혀 나오기 전에, 이미 도적단 전원의 목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뻗어 나온 핏줄기가 사막을 적셨다.


무겁다. 몸이 무거워.


생애 처음으로 마주친 죽음의 무게. 자꾸만 입으로 들어오려는 빈츠의 뇌수를 뱉어내며, 나는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이건 꿈이야.

금방 깰 거라고.


간신히 빈츠의 시체를 밀어 내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막을 짚었다. 엉금엉금 기었다.

그러나 몇 걸음 채 기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 목덜미를 잡아챘다.


“어퍼 소울은 어디 있지?”


강인한 눈동자에 탄탄한 근육질.

나는 한눈에 그가 도적단을 몰살 시킨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흔들리는 시야 아래로 상대방의 정보가 내 눈앞에 떠올랐다.


[인물 정보]


인물 : 페힐트 룬

나이 : 17세

역할 : 주인공(회귀자)

종합 전투력 : 2281

잠재력 : 상

설명 :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전율과 함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

이놈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빌어먹을 회귀자 자식인 것이다.

순간 익숙한 문장들이 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되살아났다.


······프롤로그?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 이 장면은 『회귀자로 살아가는 99가지 방법』의 프롤로그였다.

그리고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이 아티팩트를 얻기 위해 근처에 있던 도적들을 죽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잠깐, 근데 난 무슨 역할이지?

내 설정 값이 뭐더라?


[인물 정보]


인물 : 란스 필그림

나이 : 17세

역할 : 엑스트라(도적 졸개2)

종합 전투력 : 5

잠재력 : 최하

설명 : 당신은 이 세계에서 가장 약한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모든 별들이 당신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봅니다.


시발, 이건 또 뭐야―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르는 모양이군. 그럼 죽어라.”


칼날이 번뜩이며 끔찍한 고통이 목을 타고 퍼져 나갔다.

불끈, 하고 목 아래쪽으로 피가 고이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팽글팽글 돌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머리 전체가 녹는 듯 했다.

사고가 부서지고 있었다.


이거.

꿈.

아닌. 건. 아닐까.


나. 진짜.

죽는.

건.


[소수의 별들이 당신에게 실망합니다.]

[50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지독한 통증 속에서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빌어먹게도 이게 꿈이라서 다행이라고.

분명 깨어나면 다시 내가 사는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것이 꿈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준 프로이트 선생에게 감사하다고.


이것은 분명 꿈이다.

순진하게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공모전 규정 때문에 첫날은 프롤로그 포함 6회 밖에 올려드릴 수가 없네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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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3) +50 17.07.19 9,770 274 11쪽
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5 253 12쪽
20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3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8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9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9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1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20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90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5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7 269 11쪽
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5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9 279 10쪽
»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60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4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7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6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2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8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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