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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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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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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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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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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DUMMY

대낮부터 드래곤 매니지먼트의 편집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최상석에 자리를 잡은 편집장 구영환을 필두로, 회의실에는 편집 1팀, 2팀, 3팀의 팀장들과 각 팀의 대리급 인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한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편집장 구영환.


무협지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한국의 4대 무협 작가 반열에 들기도 했던 사람.

그는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장르 바닥에서는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통하는 존재였다.

입사한지 3년 차인 지은유조차 편집장과 일대일로 이야기해 본 건 열 번도 되지 않았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편집장의 말을 시작으로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지은유의 얼굴만 흘끗흘끗 살필 뿐이었다.

지은유는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인 세 개의 보고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학현의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과 유찬영의 원작 『회귀자로 살아가는 99가지 방법』의 조회수 증감 비교분석」

「안티 클리셰의 사용과 조회수의 상관관계」

「업계 별 ‘각색’ 기준의 동향 보고」


모두 그녀가 쓴 보고서였다.


“아쉽게 됐군, 지 대리. 기껏 열심히 썼는데 말이지.”


김명훈 팀장의 입 꼬리가 실룩거리며 올라가자, 지은유의 표정은 굳어졌다.

본래 회의의 안건은 이학현의 작품을 ‘각색 계약’이 아닌 ‘정식 계약’으로 체결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틀어졌다.


4천 가도를 달리던 조회수가 300대로 뚝 떨어졌다. 무슨 짓을 해도 회생할 수 없는 수치. 정식 계약은커녕 연재 종료를 고려해 보아야 할 조회수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미안해요, 이 작가님.’


지은유는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 여겼다. 만약 그녀가 과욕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과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보고서는 잘 읽어 봤네. 기획 의도는 좋았어.”


짧으면서도 간결한 어조. 침묵하던 편집장의 한 마디는 마치 발도를 생략하고 들어오는 검 같았다.

지은유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용은 훌륭했고, 근거도 충분했지. 유찬영의 원작에 비교해 이학현의 작품이 가진 특색도 충분히 알았고. 가능성이 있는 보고서였네. 결과만 충족했다면 말이지.”

“······죄송합니다.”


이 시장의 모든 것은 조회수로 판가름 난다. 아무리 가능성이 있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끝이다.

슬며시 깨문 지은유의 입술에 힘이 들어간다. 분했다. 억울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분명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징계는 달게 받겠습니다.”


편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안건으로 넘겨도 좋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그때.


“하지만,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뭔가?”

“제가 왜 실패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작가와의 의사소통에 실패한 것일까요? 아니면 시류를 오판한 걸까요?”

“지 대리!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김명훈 팀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사표 쓰고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무슨―!”

“김 팀장.”


가볍게 김명훈을 제지한 구영환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는 지은유의 모습에 구영환은 모처럼 신선한 기분이 되었다.

저런 눈빛을 본 게 얼마만이던가.

80년대 무협지에 등장하던 후기지수처럼 지은유의 눈은 호연지기로 들끓고 있었다.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 구영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트렌드의 문제겠지. ‘안티 회귀’는 지금껏 먹힌 적이 없는 소재니까.”

“트렌드는 충분히 분석했습니다. 회귀물은 이미 충분히 나왔고, 슬슬 ‘안티 회귀’의 시류가 나타날 때도 됐습니다.”


구영환이 희미하게 웃었다.

제법 하는군. 과연 보고서는 허투루 쓴 게 아닌 모양이지?

하지만 이건 어떨까?


“이미 원작이 있던 소설이야. 작가가 원작의 설정을 감당하지 못했을 수도 있네. 아마 ‘유찬영’이라는 이름값이 그에게는 너무 무거웠겠지.”

“이학현 작가는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가 이번에 쓴 소설은 오리지널의 ‘개작’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품입니다. 유찬영의 고유 설정은 이야기 전개에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합니다.”


구영환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작가 필력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지.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이야기의 전개력이나 속도감이 떨어진다면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니까.”

“그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지?”

“제가 키운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구영환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네, 지금 자멸하는 거야.”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편집장님께서 이 작가의 원고를 직접 봐 주셨으면 합니다.”

“왜지?”

“제 눈이 틀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지은유!”


결국 김명훈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데.


“김 팀장, 자네 노트북 좀 빌려 주게.”

“······편집장님?”

“저 친구가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겠지.”


구영환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도를 넘은 발언이었지만, 그래도 후배의 용기에 보답할 필요가 있었다. 김명훈이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넘겨주었다.


‘이건가.’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


구영환이 연재된 글을 모두 읽기까지는 채 5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글을 읽으며, 구영환은 조금 놀랐다.


“딱히 소설에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놀랍게도 글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고작 감옥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이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써내다니······ 사건이라는 것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작가야.”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던 구영환이 흠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전개가 느린 것이 살짝 흠이긴 하지만, 몰입감이 엄청나군. 이 정도면 최근 읽은 것 중에선 가장 나은 편인데.”

“그렇습니까?”


지은유의 말 꼬리가 떨렸다.

하지만 희망을 관측하기엔 일렀다.


“이래서 이 바닥이 신비한 거겠지. 삼십 년을 이 바닥에 있었던 나도 아직 독자들의 심리를 잘 모르겠으니 말이야.”


지은유는 침묵했다.

구차하지만, 이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님, 우린 열심히 했어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최소한 편집장의 인정을 받았다. 자신의 작가가 좋은 작가라고,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그 말이 그녀의 눈물까지 막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흠. 이거······ 뭔가 이상한데.”


작품을 읽던 편집장 구영환의 표정이 변한 것은 그때였다.


“김 팀장. 이 작품 분명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예.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평균 4천이었던 조회수가 최근 화에서 십분의 일로 줄어들어서······.”

“이리 와 보게.”


의아한 눈길로 다가온 김명훈을 향해, 구영환이 노트북 모니터를 돌려주었다. 안경을 곧추세운 김명훈이 뭔가 싶은 얼굴로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김명훈 팀장의 눈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이럴 리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닥을 치던 작품의 조회수가 바뀌어 있었다.

아니, 심지어는 전편의 조회수까지 더 올라갔다.


.

.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


6화. 사건을 만들어라 (2) (수정) [61] / 조회수 : 4812

5화. 사건을 만들어라 (1) (수정) [23] / 조회수 : 5002

.

.


4천에서 5천으로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1화부터 6화까지 줄곧 유지되는 조회수.


“김 팀장. 실패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하, 하지만 오늘 아침 까지만 해도······!”

“보통 연독률 95%인 작품을 보고 실패했다고 말하지는 않지. 역시 내 눈이 틀릴 리가 없어.”


구영환이 말을 이었다.


“회의는 잠시 보류하지. 우선 이 작가에게 연락부터 취하게.”


상황이 변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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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7 216 16쪽
»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8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0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19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88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4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6 269 11쪽
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3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7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8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2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5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4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0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2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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