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81
추천수 :
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11 20:09
조회
5,687
추천
250
글자
12쪽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DUMMY

[「초보 주인공을 위한 99가지 조언」을 구매하였습니다.]

[본 상품은 더스트를 차감하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나 입문서요’ 싶은 제목이었다.

제목이 내 스타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짜라는 게 어딘가.

조언이 99개나 된다니, 적어도 한두 개 정도는 도움이 되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시끄럽게 떠들던 여자는 지쳤는지 이제 말이 없다.

하긴, 나라도 무과금 고객한테 신경 써 줄 여력은 없을 테니까.

곧이어 허공에서 가루가 뭉쳐지며 책 한 권이 나타났다.


「지금 이걸 읽고 있다는 것은 내 책을 찾았다는 거겠지. 제법이군, 그 여자 상술에 속지 않은 건가?」


기분 좋은 시작이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


「흠흠. 그런 자라면 충분히 내 비급을 읽을 자격이 있지. 더스트 샵에 있는 아이템들을 사용하면 에피소드 전개야 쉽겠지만, 어디 그래서야 진정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진짜 작가라면 무릇 자신의 필력만으로 정면 돌파가 가능해야 하는 거니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쓴 아저씨도 열혈 작가라는 건 알겠다.

혹시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몇몇 작가들이 있었던 걸까?


「혼란스럽겠지. 더스트는 뭐고, 별은 뭐고, 당신이 겪고 있는 상황은 또 뭐고. 우습지만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믿으라’라는 말 뿐이다.

당신의 상상력을 믿어라.

재능을 믿어라.

왜냐하면 이 세계는 당신의 ‘재능’이 만들어 낸 세계니까. 그리고 당신은 지금 그 ‘재능’의 실체를 보고 있는 것뿐이니까.」


뭔가 작법서 같은 조언인데.

어릴 적 읽었던 책들 중에 그런 게 많았지.

당신의 재능을 믿어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참고로 그런 조언을 믿고 열심히 글을 쓰면 대부분은 서울역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믿지 말아야 할 것도 있지. 가령 방금 당신에게 말을 걸었던 그 여자라든가.」


동의하는 바다. 과금은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지.


「······잡설이 길었군. 아무튼 지금부터는 시간이 없으니까 필요한 조언부터 하도록 하겠다. 내 첫 번째 조언은 더스트를 잘 모으라는 것이다. 별의 감정, 반응,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만이 당신이 살아남을 길이니까.」


알기 쉬운 조언이었다.

더스트는 내가 소설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별들이 주는 화폐다. 내가 개인방송 BJ고, 별들이 방청객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나는 쇼를 하고, 그들은 더스트를 지불한다.


그리고 나는 받은 더스트로 작품의 인지도를 구매한다.

이 망할 자본주의는 여기서 까지······ 아니 여기서는 더스티즘(Dustism)이라고 해야 하나.


「두 번째 조언은 가능하면 죽지 말라는 것이다. 이야기 레벨에 따라서 ‘죽음’에 대한 패널티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죽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더스트가 0일 때는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 세상에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이라······.

아마 ‘심연’이라는 것에 관한 이야기겠지. 그 촉수 괴물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그런데 들을수록 어째 목숨 걸고 글 쓰는 기분이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용어들도 많고. 특히 ‘이야기 레벨’이라는 말.


「음? 이야기 레벨이 뭐냐고? 아, 당신은 초보자였지. 쉽게 말하면 이것은 ‘게임 난이도’ 같은 것이다.


게임 난이도?


「부디 당신이 이야기 레벨을 적합하게 조절하고 진입했기를 바랄 따름이다. 뭐, 당신이 괜찮은 작가라면 자기 소설 난이도 정도는 알아서 잘 조절했겠지만.」


마침 이야기 레벨을 확인하는 방법이 적혀 있어서, 나는 시스템 창을 열어 난이도를 확인했다.


+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

이야기 레벨 : 악몽

이야기 진행률 : 1%


+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쉬움’이라면 제일 좋고, ‘보통’도 나쁘지 않다. ‘어려움’도 열심히 하다 보면 엔딩까지 진행할 수 있을 거다. ‘불가능’이라면 그저 당신을 애도할 따름이다.」


잠깐만. 그러면 ‘악몽’은?


「혹시나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악몽’이라면······ 차라리 절필... 아니 자살을 권한다.」


······아니, 잠깐만. 이야기 레벨이 게임 난이도 같은 거라면, 조정하면 되는 거 아냐?


「참고로 이야기 레벨은 올릴 수는 있어도 낮출 수는 없다. 난이도를 올릴 때는 이를 반드시 명심하길 바라며······.」


······시발?!

그럼 난 어떡해?


「이것들 말고도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은 많다. 가령 이 글을 쓰는 나는 누구며, ‘별’이란 무엇인가? 더스트가 작품의 인지도로 바뀌는 원리는 또 무엇인가, 등등.

오오, 심오하다 심오해.

물론 나는 이 비밀들을 알려줄 수 있다.」


그래, 어서 알려달라고.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가령 이야기 레벨이 ‘악몽’인 경우의 해법도······.


「하지만 나는 알려 주지 않겠다.」


······불태워 버릴까?


「진실을 알려 주지 않는 것은 모두 당신을 위해서다. 내가 진실을 알려 주기 위해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면, 당신은 별들로부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명심하라.

별들은 세상에서 따분한 것을 제일 싫어한다는 것을.」


뭔가 핑계 같은데.


「그러니 내가 해 줄 가장 중요한 조언은 이것뿐이다. 지금 당장 책을 덮어라! 그리고 움직여라! 당장 사건을 만들란 말이다!」


다음 순간 책은 의지라도 가진 듯 자기 스스로 장정을 덮었다.

당황한 내가 아무리 책을 펼치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메시지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행동을 지루해합니다. 당신은 너무 오랫동안 한 장소에 머물렀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극소수의 별들이 인내를 포기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지, 나는 바로 뒤에 들려온 메시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1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어?


[1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뭐야? 잠깐만!


[1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의 조언에 곧 답이 있었다.


별들은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


만약 내 비유대로 별들이 정말 내 이야기의 방청객이라면, 그들은 내 행동을 모두 보고 있는 거다.

그렇게 이해하니 쉽다.

대체 누가 남이 책 읽는 광경 따위를 재미있게 보겠어?


―사건을 만들어라.


그래서 책도 그런 조언을 했던 거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사건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젠장, 뭔 소릴 하는 거야.

나 작가 맞아?


[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행동을 지루해합니다.]

[1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망할, 내 조회수!

지금은 그저 조회수가 떨어질 뿐이지만 저게 0이 되면 목숨까지 위험하다.

마음이 급해지자 사고가 조금씩 삐걱거리고 있었다.


사건(事件).


문창과를 다니면서 수도 없이 들어왔던 단어인데 막상 그게 뭔지를 떠올리려니까 어렵다. 그러니까 인물과 배경에······ 갈등 구조가······.

그러다 떠오른 것은 언젠가 지은유와 나누었던 대화였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애초에 사건은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안돼요.”

“그럼요?”

“그냥 인물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내버려 두세요. 두 사람이 같이 있기만 해도 사건은 자연스레 만들어 지는 법이에요.”


우습게도 나는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지은유의 그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사람, 사람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게 더스트의 차감을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제발, 제발 누구라도 나타나 줘!


[1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서 도시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시 주변을 둥글게 감싼 커다란 오아시스와, 전신을 하얀 부르카로 덮은 인파들.

전율적인 안도감이 전신을 관통한다. 됐다, 이제 됐어.

입구 쪽에 두런두런 선 경비병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 잘됐다.

가서 뭐라도 이야기 하다 보면 사건이 생기겠지. 어서 말을 걸어보자고.


“저기요!”


기쁨에 젖은 외침에 경비병들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경비병들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


스르릉!


동시에 칼을 뽑은 경비병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나를 향해 마주 달려오고 있었다.

어리둥절해 있던 내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갔다. 나는 내 몰골을 내려다보았다.


······아, 나 도적이었지.


욕설을 내뱉으며 도로 등을 돌려 달아나려는데.


[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궁금해 합니다.]


······젠장.

나는 울면서 경비병들을 향해 달려갔다.


*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경비병들에게 잡히기 직전이었다.


[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고난에 즐거워합니다.]

[별들이 당신에게 500 더스트를 지불했습니다.]


이제야 한시름 놨다 싶다.

다만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어이, 똑바로 걸어!”


등 뒤로 결박된 손목이 아프다.

어릴 적 동네 문방구에서 샤프 훔치다가 걸린 걸 빼면 범죄라고는 단 한 번도 저지른 적 없는 깨끗한 인생인데, 어째 소설 속에서 범죄자가 되어 있다.


[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대책을 궁금해 합니다.]


그래, 궁금하겠지.

나도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궁금하니까. 그런데.


[별들의 궁금증으로 인해 해당 회차의 저장 분기에 도달했습니다.]


······뭐?

이어서 들려온 메시지에 나는 깜짝 놀랐다.


[에피소드 2-1이 자동 저장됩니다. 이야기를 종료하고 귀환하시겠습니까?]


그런가, 이딴 식이었군.

이제야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을 좀 알 것 같다.

들어올 때는 술 먹고 글을 쓰면 되는 거고, 나갈 때는 별들을 궁금하게 만들면 되는 건가?

실제로 한 편의 마지막 부분은 반드시 궁금증을 유발시켜야 하니까, 어쩐지 납득이 가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거, 언젠가 본 수목드라마랑 좀 비슷한데?

사실 그 드라마 작가도 똑같은 거 겪었던 거 아냐?


[‘아니오’를 선택하셨습니다.]

[에피소드 2-2를 진행합니다.]


본래라면 망설임 없이 ‘예’를 택하고 밖으로 나갔겠지.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


[보유 중인 더스트: 1380]


더스트가 충분치 않았다.

이거라도 가지고 나가면 조회수가 오르기는 하겠지만, 연독률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내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당신의 창작혼에 별들이 감탄합니다.]

[300 더스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역시 별들도 연참은 좋아하는 모양이군. 좋아, 이대로 계속 달려 보자고.


“······도적놈이 잡히고서 이렇게 기뻐하는 건 또 처음 보는구만.”

“그러게나 말이야.”


실실 웃는 나를 보며 경비병들이 수상한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극소수의 별들이 10 더스트를 후원합니다.]

[극소수의 별들이 10 더스트를 후원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더스트가 조금씩 오르고 있거든.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 정도면 이야기 레벨 ‘악몽’치고는 꽤나 할 만한 거 아닐까?

이렇게 사건들을 하나하나 겪어 나가다 보면 더스트도 자연히 쌓일 거고.

지금이야 100, 200 수준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10000, 20000에 달하는 수치도 가능할 것이다.


일단 첫 목표는 1만 더스트다.


왜 하필 1만이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조회수 1만은 되어야 편집부랑 딜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를 위해 나는 이곳에서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별들의 주목을 끌만한 사건을.


작가의말

글의 제목을 변경하였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성원에 따라 ‘연중 이후의 세계’로 바꾸고 싶었으나...

심사 숙고한 결과 그 제목을 선택하면 자칫 독자님들께 진짜 ‘연중 이후의 세계’를 보여드리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싱숑 노사정이 모두 모여 이틀 밤낮으로 토론을 벌인 결과 결국 ‘스타 작가 되는 법’이라는 어정쩡한 대타협에 도달했습니다.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더 재미있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타 작가 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90 17.07.21 58,916 0 -
22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3) +50 17.07.19 9,769 274 11쪽
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4 253 12쪽
20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2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7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4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0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8 251 9쪽
»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0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19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88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2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5 269 11쪽
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3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7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8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2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5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4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0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2 40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