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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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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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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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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7.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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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DUMMY

드래곤 매니지먼트의 편집부.

신입사원 차진희는 아침부터 업무는 내팽개쳐두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지은유를 관찰하고 있었다.

자리가 떨어져 있어서 표정까지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평소보다 불안해 보이는 지은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 빠른 차진희가 모를 리 없었다.


“김 팀장님.”

“왜.”

“구대성 작가, 아직도 연락 안 되죠?”

“그 자식 얘긴 꺼내지도 마.”


김명훈 팀장이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일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차진희가 한숨을 쉬었다.


“요즘 신인 작가들이 이렇다니까요. 밥 퍼주고, 수저 쥐어주고, 먹여주기 까지 해도 받아먹을 줄을 몰라요. 그쵸?”

“······.”

“지은유 씨도 보는 눈 참 없죠. 어쩌다가 순문학 작가를 반년 씩이나 붙잡고 늘어져서는······.”


김명훈이 입술을 실룩거렸다.

그래도 역시 차진희다.

가려운 속을 잘 긁어주는 데가 있다.

아직 들어온 지 1년도 채 안 된 신입이 상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됐으니까 일이나 해.”

“넵.”


40여 평 남짓의 사무실에 내내 울려 퍼지는 소리는 오직 마우스와 키보드가 딸깍거리는 소음뿐이었다.

차진희도, 김명훈도, 지은유도 말없이 자신의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신입인 차진희의 일은 주로 플랫폼 별로 새로 올라오는 신작들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렀다.

오늘의 베스트 3위에 랭크된 『천억 번 회귀한 대마법사』를 읽던 차진희가 끄응, 하고 기지개를 켰다.


“가끔 이렇게 새로 올라오는 글들 모니터링 하고 있다 보면요.”

“······.”

“저도 웹 소설이나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차진희의 말에 사무실 안에 있던 몇몇 편집자들이 피식, 하고 작은 기척을 냈다.


“사실 그렇잖아요. 별 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맞춤법도 다 틀리고, 구성도 엉망이고. 근데 이게 뭐라고 수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보고 있고.”

“······.”

“하루 종일 교정교열보고 쥐꼬리만큼 월급 받는 것보다, 이참에 저도 작가나 해서 크게 한탕······.”

“차진희 씨.”

“네?”

“꼭 안 써본 것처럼 말한다? 벌써 몰래 연재도 해 봤으면서.”


김명훈의 말에 커다란 눈을 끔뻑이던 차진희가 대경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김 팀장님?!”

“폭삭 망했지?”

“제, 제 원고 몰래 보신 거죠? 그쵸?”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알아?”

“예?”

“여기 그런 짓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


뒤늦게 김명훈의 말을 이해한 차진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팀장님도 몰래 써 보셨던 거예요?”

“······.”

“잘 됐어요?”

“잘 됐으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냐?”

“······그건 그렇죠.”


장난스레 주먹을 드는 김명훈을 향해 차진희가 혀를 쏙 내밀었다.


“난 못해. 저거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니까.”


차진희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천억 번 회귀한 대마법사』.

제목만 봐도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글이었다.


“차진희 씨. 저 글들이 왜 뜨는지 알아?”

“그야 회귀물이니까······.”

“회귀물 좋지. 근데 그것뿐이야?”

“그리고 유행하는 클리셰들도 잘 섞었고, 또······.”


김명훈이 피식 웃었다.

그는 자리 뒤쪽의 캐비닛을 뒤지더니 두꺼운 파일철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툭 내려놓았다.

파일철 안에는 각종 그래프와 도표로 채워져 있는 자료집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뭐죠?”

“작년에 내가 만든 거야. 소재 별로 이게 왜 인기가 있었고, 왜 떴는지를 상세히 분석한 자료집이지.”


대충 넘겨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올 만큼 꼼꼼한 자료집이었다.

저 날라리 같은 김명훈 팀장이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퀄리티다.

회귀물, 귀환물, 재벌물, 이능물, 스포츠물, 레이드물, 먼치킨물, 전문가물, 거기다 마지막으로 무협과 정통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소재 별로 정리된 도표에는 어떤 시기에 어떤 작품이 흥행했고, 흥행 이유가 무엇이었는지까지 상세한 분석이 첨부되어 있었다.


“대표님 지시로 만든 거야. 헤츨링 프로젝트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만들었어. 작가들 키우는데 도움 좀 될까 해서.”

“이런 게 있었는데 왜 말을 안 하셨어요? 여기에서 분석된 것들만 잘 활용해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지?”

“네! 이것만 있으면 제가 당장 전업해서 써도―”

“안 돼.”


뜻밖의 단호함에 차진희의 얼굴이 구겨졌다.


“왜요? 제가 못 쓸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니. 차진희 씨뿐만 아니라, 누가 써도 마찬가지야.”

“네?”

“차진희 씨. 경제학에 대해 좀 알아?”

“······저 국문과 출신인 거 잘 아시면서.”


차진희가 토라진 표정을 짓자 김명훈이 씩 웃었다.


“대공황이 발생할 때마다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들이 있어. ‘이 사건은 케인즈 학파 이론으로 잘 설명 된다!’ 혹은 ‘아냐, 이건 시카고 학파 이론으로 잘 설명 된다!’”

“······그게 뭐 어쨌는데요?”

“어떤 현상이 일어난 뒤에는 누구나 마음대로 떠들 수 있다는 소리야. 실제로 어떤 분석들은 제법 그럴 듯해서, ‘와 이 이론만 제대로 적용하면 이제 앞으로는 문제없겠다’싶은 것들도 있지.”


차진희가 자료집을 내려다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완벽하게 정리된 자료였다.


“실제로는 아니라는 건가요?”

“아니지. 아무리 과거에 대해 그럴 듯하게 설명할 수 있어도, 그 이론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거의 도움이 안 돼. 그러니까 세계 경제가 이 모양인 거고.”


차진희는 김명훈의 말을 이해했다.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거군요.”

“맞아. 아무리 분기별로 흥행 실적을 분석해서 다음 분기를 예상해내도, 정작 그걸 기획해서 성공시킬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 1년 전이었나. 헤츨링 프로젝트 1기 때 ‘안티 회귀물’ 기획했던 거 생각나? 그때 작가들한테 전부 안티 회귀물 써오라고 했었는데. 아, 이건 차진희씨 입사하기 전인가?”

“아뇨, 기억나요. 그때 한 작품 빼고 다 망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맞아. 총 스무 작품을 기획해서 연재했었는데, 한 작품 빼고는 죄다 쪽박 찼지. 그나마 그 한 작품도 제대로 된 ‘안티 회귀물’이 아니라 그냥 발만 살짝 걸친 거였고. 시장 분석에 따르면 회귀물이 너무 과잉되어 있었기 때문에 분명 그에 반발하는 새로운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지.”

“아······.”

“어떤 소재가 유행할 거라는 분석이 나와도, 막상 그걸 기획해서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어. 그렇다고 시류에 맞춰서 후발주자로 출발해도 중박이나 나면 다행이고, 대부분은 쪽박이거나 아예 유료로 넘어가지도 못해.”


김명훈은 차진희의 모니터에 떠 있는 『천억 번 회귀한 대마법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와중에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작품들이 베스트에 올라오는데, 우습게도 우린 저게 왜 뜨고 있는 건지 절대로 알 수가 없고.”

“그럼 이 분석은 왜 하신 거예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런 거라도 하니까 가끔 기획으로도 대박이 터지는 거지. 오거가 뒷걸음질 치다가 고블린 잡는 격이긴 하지만 말이야.”

“······팀장님은 참 비유를 해도 판타지 같네요.”


차진희는 황망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갑자기 허탈해지는데요? 이렇게 매일 소설을 보는데도 왜 이 소설이 뜨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니.”

“뭐, 그렇지.”

“······팀장님은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보기보다 직업의식이 희박하신데요.”


김명훈 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면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유 때문에 특정 소설들이 뜨는 건지도 모르지. 가령 소설의 신 같은 게 있어서 뜰만한 소설들을 미리미리 점지해 둔다든가.”

“······그걸로 연재나 해보시지 그래요? 제목도 딱 나왔네. 『소설의 신』. 재밌겠네요.”

“재미는 개뿔. 알았으면 다시 일이나 해. 괜히 한탕주의에 젖어서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예에.”


시시덕거리던 차진희가 다시 무료 연재란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새 새로운 작품이 연재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어디, 소설의 신이 점지한 작품이 없나 한 번 살펴볼까?


“어?”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한편의 소설이 있었다.

그렇게 3분쯤 지났을까.

차진희가 살짝 격앙된 표정으로 김명훈을 돌아보았다.


“팀장님.”

“······또 왜.”

“잠깐 이것 좀 보셔야겠어요.”

“뭔데?”


캐비닛에 파일철을 끙끙거리며 구겨 넣던 김명훈 팀장이 투덜거리며 다가왔다.


“응? 이거 이학현 작가 필명 아냐?”

“맞아요.”

“벌써 새 작품 연재 시작한 거야?”

“그런 것 같은데요. 벌써 5편이나 연재했어요.”


흥미롭다는 듯 다가온 김명훈이 차진희로부터 마우스를 넘겨받았다.


“뭐야, 이 자식! 이거 유찬영 작품 이어 쓴 거 아냐? 이렇게 허락도 없이 연재를 시작해버리면―”

“잘 보면 제목이 달라요. 그리고 내용도······.”

“달라?”

“네.”


살짝 미간을 좁힌 김명훈이 다시 차근차근 프롤로그부터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회귀물······ 어? 잠깐. 이거 안티 회귀물이잖아?”

“그러네요.”

“순문학도들 객기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다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

“이거 봐 이거 봐. 이딴 게 성공할 리가 없다고! 이걸 독자들이 볼 거 같아? 아무리 회귀 싫니 어쩌니 투덜대도 결국 유행하는 건 회귀뿐이라고. 이거 보나마나······.”

“팀장님.”

“왜?”

“진짜로 미래는 아무도 모르나 봐요. 그쵸?”

“갑자기 뭔 소리야?”

“이거 조회수 좀 보시겠어요?”

“뭐하러? 이제 겨우 5편 연재된 소설인데.”

“그냥 보세요.”


김명훈은 목록 버튼을 눌러 작품의 조회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김명훈은 멍청한 얼굴로 차진희를 마주 보았다.


“이, 이거······!”


박차 오르듯 일어난 여파로 드르륵, 하며 의자가 밀려났다. 그런데 뒤쪽에 뭔가가 걸렸다.


“김 팀장님.”


상기된 얼굴의 지은유가 서 있었다.

그녀 또한 방금 이학현의 소설을 읽은 것이다.

잠깐 얼이 빠졌던 김명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빨리 이학현 작가한테 연락해요. 빨리!”


작가의말

... 주인공이 안 나왔네요.

5분 안에 한편 더 연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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