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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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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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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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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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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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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글자
10쪽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DUMMY

[당신의 영혼은 가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주변은 오직 캄캄한 어둠 뿐.

아마 사후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거야?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시선. 집요하게 나를 탐시(貪視)하는 무엇.


아래쪽인가.


서서히 암순응이 발생하며 주변 정경이 어슴푸레하게 드러났다.

이제 한결 덜 답답하려나 싶었는데······ 망할, 차라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다.


슈우우우우!


KTX라도 탑승한 것처럼 배경이 쏜살같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밑에서 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으아아아, 떨어진다!


[심연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맙소사, 저게 대체 뭐야?


추락의 종착점. 시커먼 어둠 속에서 거대한 촉수들이 산호초마냥 흔들리고 있었다.

체고와 몸피를 잴 수 없는 괴물. 아니, 차라리 ‘공간’ 그 자체라고 불러야 할 무엇.

촉수들의 끄트머리에는 사람의 머리 같은 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리와.

―어서.

―내게도 기회를.

―네놈을 죽이면.


저것이다. 바로 저것들이 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쩌어어억.


촉수들 사이로 공간이 찢어지며 거대한 아귀가 입을 벌린다.


[심연이 당신을 원합니다.]


입 속의 암흑을 보는 순간, 나는 내 운명을 깨달았다.

······먹힌다고? 진짜로?

영혼 전체가 하얗게 탈색되는 것 같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나는 비명을 지른다.


안 돼, 싫어. 싫다고.

꿈이라면 제발 깨라. 꿈이라면.


그 순간 강렬한 현실인식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마등처럼 과거가 흘러가고 있었다.


이건 꿈이 아냐. 정신 차려 이학현.

너는 정말 죽어가고 있는 거야.

너는 정말 죽는 거라고.


[작가 스킬 ‘상상력’이 발동합니다.]

[당신은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당신의 상식이 감당할 수 없는 세계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죽어도 괜찮아?

아직 아무것도 못 해봤잖아.

이렇게 끝나도 괜찮은 거냐고.


[작가 스킬 ‘열등감’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열등감이 생존력을 강화합니다. 당신의 정신력이 심연의 어둠을 이겨냈습니다.]


주변의 어둠이 갈라지더니 흐으업― 하고 차가운 공기가 폐부로 들어왔다. 공간이 형형색색으로 깨져 나가며 새로운 정경을 이루기 시작했다.


[당신은 자력으로 심연을 극복했습니다. 심연의 영향으로 인해 500 더스트가 차감됩니다.]

[세이브 지점으로부터 이야기가 재시작 됩니다.]

[보유 중인 더스트 : 2100]


천천히 숨을 몰아 내쉬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사막 위에 있었다.

따가운 볕에 어어,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의 그 타마칸 사막이라는 곳이었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어이, 란스. 빨리 가자고. 두목이 기다린다니까.”


익숙한 목소리.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우웨에엑!


“야! 왜 그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위액이 꼭 빈츠의 뇌수 같았다. 등을 두들기는 빈츠의 손길이 이어질 때마다 종전의 정경이 떠올랐다.

목이 날아간 도적단과, 머리가 깨진 채 쓰러진 빈츠의 사체.


“란스?”


한바탕 게워내고 난 후에야 정신이 돌아온다.

빈츠의 얼굴이 보인다.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험상궂은 도적단들의 모습도 보인다.

아까 그 상황으로 돌아온 것이다.


“란스, 인마!”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나는 왜 되돌아온 것일까?

왜 나는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일까?


―그건 이게 꿈이 아니니까.


그러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빈츠. 나는 빈츠를 본다. 곧 머리통이 깨진 채 뇌수를 흘리며 죽어갈, 빈츠를 본다.

모르겠다.

이게 정말 꿈인지 아닌지, 그런 것은 모르겠다.

다만.


[작가 스킬 ‘상상력’이 발동합니다.]

[당신은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당신의 상식이 감당할 수 없는 세계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죽고 싶지는 않다.


“란스, 뭐하는 거야? 갑자기 칼은 왜 뽑아?”

“닥치고 칼이나 뽑아. 또 죽기 싫으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는 것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했다.

반드시, 해야만 한다.


“또 죽어? 그게 뭔―”

“칼 뽑아!”


그 말과 동시에 빈츠의 머리가 날아간다.

이미 똑같은 장면을 보았기 때문일까, 아까처럼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 정도 사건은 이 세계에서는 흔한 일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일에 당황해서는 안 된다.


[작가 스킬 ‘상상력’이 발동합니다.]

[당신은 상상력을 발휘해 과도한 공포를 이겨냈습니다.]


망할 주인공 새끼.

이번에 또 당해줄 것 같냐?

이를 까드득 깨물었다.

그래, 한 번 붙어보자.


[극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의지에 감탄하여 20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당신은 자유의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조연’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지금 두 사람을 대결시키자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이학현 대 구대성.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대결. 당신도 궁금하지 않아?”


김 팀장의 짓궂은 목소리에 지은유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하러 그런 짓을 하죠? 선례는 없다지만, 두 사람을 공동 저자로 하면······.”

“왜? 질 것 같아서 그래?”

“아뇨.”

“좋아. 그럼 승낙하는 거지? 물론 그냥 내기하면 재미없으니까, 조건을 걸자고.”

“······조건이요?”

“구대성과 이학현. 둘 중 패배한 쪽은 ‘헤츨링 프로젝트’에서 제명되는 거야.”


지은유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건······.”

“내기를 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돈도 안 되는 작가한테 언제까지 예산만 낭비할 수는 없잖아?”


‘헤츨링 프로젝트’는 드래곤 매니지먼트에서 줄곧 진행해온 신인 작가 양성 프로젝트였다.

신인 작가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급여를 주면서 웹 소설 창작을 지원하는 장기 프로젝트.

지은유의 담당 작가인 이학현은 현재 ‘헤츨링 프로젝트’의 지원 대상자였다.


“뭐, 당연히 구 작가가 이길 테니까 무의미한 내기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지은유는 상대인 구대성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유찬영 같은 거물에 비하면 풋내기지만, 구대성은 기본적으로 장르 작가였다. 웹 소설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종이책 단행본 A급 작가 반열에 들었던 작가.

시장 적응에 실패했다곤 해도, 그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사람한테 과연 이학현이 이길 수 있을까?


“좋아요. 그렇게 하시죠.”

“그래? 의외네. 물리기 없어.”

“대신 조건을 하나 더 걸었으면 해요.”

“조건을? 어떤?”

“이긴 쪽은 진 쪽의 지원금까지 합쳐서 두 배를 받는 걸로 하죠.”


자충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은유는 생각했다.

어차피 이학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그러니 나를 믿자.

내가 키운 작가를 믿자.

그 가능성을, 믿자.


“지은유, 아주 화끈한데? 좋아. 이래야 승부욕이 샘솟지.”


김명훈이 도발하듯 휘파람을 불었다.


“그럼 난 구 작가한테 전화나 해볼까? 지난주에 원고 넘겼으니까 이쪽은 슬슬 연재 준비 시동 거는 중일걸? 후후. 이거 승부가 너무 싱겁게 끝나는 거 아닌가 몰라.”

“······.”


지은유가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일주일은 긴 시간이다.

열심히만 쓴다면 연재용 비축분을 확보하기엔 충분한 시간.

김명훈의 손가락이 춤을 추듯 스마트폰 위에서 움직인다.

뚜, 뚜, 뚜.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구 작가님! 저 김 팀장입니다. 지난주에 드린 유찬영 작가 원고 때문에······ 어······ 이거 구 작가님 번호 아닌가요? 예? 아, 구 작가 어머님 되신다고요. 이런. 실례했습니다. 어머님, 그러니까. 예. 아, 구 작가님이······.”

김명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예? 뭐라고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근처의 직원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김명훈 쪽을 흘끗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김명훈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탁한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진희가 물었다.


“팀장님? 왜 그래요? 뭔 일이래요?”

“······.”

“팀장님?”


잠깐 유체이탈을 경험했던 김명훈이 제정신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1분이 더 경과한 후의 일이었다.


“튀었어.”

“네?”

“구대성 이 새끼, 튀었다고.”


김명훈의 동공에 빛이 돌아오고 있었다.


“구 작가 어머님이 오늘 아침에 실종 신고 넣었댄다. 사흘 전부터 연락이 안 돼서 자취방 가 봤더니 행방이 묘연하다네.”

“실종신고요? 그럼 큰일 난 거 아니에요?”

“큰일은 무슨 큰일! 보나마나 글 쓰기 싫어서 튄 거지! 하······ 미치겠네 진짜. 왜 구대성 이 자식까지······.”


순간 지은유 쪽을 일별한 김명훈은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사무실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차진희도 지은유에게 찡긋, 하고 윙크를 남기며 재빨리 김명훈의 뒤를 따라갔다.

홀로 남은 지은유는 문득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작가가 갑작스레 종적을 감추는 일이야 이 바닥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사례가 너무 많아서 굳이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니까.

정식 연재 중인 작가도 그러한데, 하물며 연재도 안 하는 작가라면 말 할 필요도 없겠지······.


그런데 왜일까.

지은유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뭔가를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이학현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학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작가의말
추천 글을 써주신 조상우님께 감사드립니다.
연재 편수가 많지 않아 추천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기뻤습니다.

금일 20시에 한 편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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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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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2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7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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