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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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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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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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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DUMMY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문학이란 무엇인가?

내가 문창과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들었던 전공 수업의 이름이다.

어차피 점수에 맞춰서 들어온 과였고, 또 문학인지 나발인지 내가 알게 뭔가 싶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그 수업을 듣고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문학이 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도 우리는 문학을 하지. 너를 몰라도 너를 사랑하고, 내일을 몰라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와, 씨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내 뒤통수를 세게 갈겨 주고 싶다.

어떻게 그딴 말을 듣고 글을 계속 쓸 생각을 했냐?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어렸고, 보다 열정적이었다.

문학이 뭔지 몰라도 우리는 문학을 한다!

무슨 불가의 경전에나 나올 법한 헛소리에 꽂혀서 나는 글을 썼다.


“그래! 문학이다!”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고, 문장이 구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썼다. 쓰고 쓰고 또 썼다.

그리고 운이 조금 좋았다.


신인상 단편 소설 부문 당선자

이학현(23)


나는 모 문예지에서 주최하는 신인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동기들 중에서 첫 번째로 등단 작가가 되었다. 그것도 재학생의 신분으로.


바야흐로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이었다.


부러워하던 동기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연하다.

특히 영환이 그 자식이랑 유나 그 계집애가 아주 극성이었지. 진심으로 축하해줬던 사람은 성국이 뿐이었다.

동기들이 나를 얼마나 부러워했던지, 나는 내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알았다.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나도 이제 어디 가서 글 좀 쓴다는 이야기 좀 할 수 있겠구만―


······라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에 나 같은 작가가 2만명 쯤 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첫 번째 청탁을 받지 못하며, 남은 절반도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운이 조금 좋은 편이어서 세 번째 소설 까지는 청탁을 받았지만, 역시나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되고 보니 문학이란 대체 뭘까 싶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학이 뭔진 모르겠다. 8년이 지나도 모르는 것이라면 어쩌면 평생 모르는 것일지도.

그래서일까.

나는 이제 문학을 하지 않는다.


「...여긴 어디지?

그는 생각했다.

‘설마, 또 회귀한 건가?’

전혀 낯선 배경에 낯선 땅.

첫 번째 생에는 소드마스터 살았고.

두 번째 생에는 10서클 대마법사로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회귀.

“이번에는 재벌집이냐?!”」


대신 나는 웹 소설을 쓴다.

아직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


문창과에 막 입학했을 무렵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혀끝에서 찌든 소주 냄새가 나던 선배들은 내 글을 보는 족족 그런 말을 했다.


“이렇게 쓰면 안 돼.”


“잘 쓴 글”도 “못 쓴 글”도 아니라,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글”이라니.

그런 글은 대체 어떤 글일까.

아니, 글이기는 한 것일까?


“작가님. 이렇게 쓰면 안돼요.”


그리고 8년 전의 그날과 똑같은 말을, 이제 편집자의 입을 통해 듣고 있었다.

그래도 술 냄새 나는 선배한테 듣는 것보단 예쁜 편집자한테 듣는 편이 낫지.

머리를 상큼하게 뒤로 묶은 이지적인 미인. 그녀는 드래곤 매니지먼트의 편집자 지은유다.


“뭐가 문제죠?”

“문장이 너무 예스러워요.”

“······지난번에 주문하신대로 의성어 의태어도 많이 넣었는데요. 여기 보세요. ‘슈파파팟!’이라든가, ‘쿠콰콰콰쾅!’이라든가.”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인물들 대사를 좀 보라고요. 작가님이 무슨 셰익스피어에요?”


난데없이 영국의 대문호가 되었다. 비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비교된 게 셰익스피어라 기분은 좋다.


“가령 여기. 주인공이 부하들과 전장에 나가는 장면을 봐요. 보통 웹 소설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가자.’”


맞다. 보통은 그렇지.


“그런데 작가님은 그걸 이렇게 써요. ‘사자들이여, 발꿈치에 날개를 달고 적들을 나에게 데려오시오.’”


그래, 그게 나고.


“생각해 봐요. 누가 이딴 대사를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읽고 싶겠어요?”

“하지만 배경이 중세 아닙니까?”

“작가님.”


이젠 저 ‘작가님’이라는 말이 무섭다.


“읽는 사람은 한국인이라고요. 제가 처음에 뭐라고 했어요. 글을 쓸 때 제일 먼저 누굴 생각하라고 했죠?”

“독자요.”

“잘 아시는 분이 글을 이렇게 써와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여기. 처음 시작부분도 그래요. 1화에서는 회귀를 하든가, 아이템을 줍든가, 능력을 얻든가. 아무튼 뭐 하나를 하라고 지난번에 분명 말씀 드렸잖아요.”

“그치만 개연성이······.”

“개연성은 무슨 개연성이에요?”

“독자가 충분히 주인공의 불행에 공감을 해야······.”

“작가님. 한국 사람들이 제일 쉽게 공감하는 감정이 뭐라고 생각해요?”


내가 답을 못 찾고 침음하자 지은유가 힌트를 주었다.


“작가님은 인생이 쉬우신가 봐요. 전 맨날 야근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정답을 알 것 같았다.


“······‘불행’입니까?”

“그래요. 그러니 주인공의 전사에 3화나 낭비할 필요 없어요. 그냥 ‘난 삼류대 나왔고, 편의점 알바를 한다’라고만 써도 한국 사람들은 슬퍼서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어 있다고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아닌 것 같아도, 아니라고 반박할 수가 없다.

적어도 ‘웹 소설’에 관한한, 지은유는 나보다 무조건 옳으니까.


『문단 작가들을 위한 웹 소설 설명회』


10개월 전. 그 행사에 참가했던 나는 문단 관계자를 통해 처음으로 드래곤 매니지먼트를 소개 받았다.

문단 관계자는 성질 나쁜 비글을 입양시키려는 브로커 같은 말투로 나를 소개했다.


“하하, 그래도 우리 이 작가님이 문단에선 알아주는 유망주입니다. 나이도 아주 젊으시고요.”

“필력 좋은 문단 작가님이야 언제든 환영이지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드래곤 매니지먼트의 편집장은 내 자존심을 지켜 주려는 듯 깍듯이 나를 대해주었다.

무려 ‘문단 작가님’이라니.

평소 같았다면 그런 환대에 허리라도 숙였겠지만, 그때는 왜인지 호승심이 일었다. 나도 미쳤지.


“그러니까 조앤 롤링이나 스티븐 킹, 아니면 이영도. 뭐 그런 작가들처럼 쓰면 되는 겁니까?”


······또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이것은 내 인생의 흑역사다.

누가 들었다면 내가 한국 문학의 태두라도 되는 줄 알았을 거다.


“음, 작가님. 이제 곧 설명회가 있을 테니 그걸 들어보시면―”

“저 이학현입니다. 그냥 믿고 맡겨주세요.”

“예?”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이 알레고리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알레고리요?”

“하지만 그 정도는 타협해야겠죠? 어차피 판타지가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

“아니, 작가님. 음, 일단 설명회를······.”

“드래곤 라자 정도면 되죠? 삼주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잠깐 돌았었구나 싶을 뿐이다.

문단 관계자가 “역시 우리 작가님”하며 내 어깨를 두들기던 것과, 멍하니 나를 보던 편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것이 생각난다.


그 양반들, 속으로는 즐기고 있었겠지. 젠장.


하여간 그 길로 삼 주 동안 잠수를 탄 끝에 나는 첫 작품의 1권을 완성했다.

요즘도 가끔 그때 쓴 소설이 나오는 악몽을 꾼다.


+


『오크 철학자』 ― 이학현


[회귀X] [시스템X] [사이다X]


+


뭐 주저리주저리 내용을 떠들고 싶지도 않다. 제목만 봐도 예상했겠지만, 참고로 그 작품의 조회수는 오크들의 평균 IQ 수치보다 낮게 나왔다.


조회수가······ 두 자리도 안 된다고? 아니, 대체 왜!


맞춤법도 모르는 작가들도 조회수 2만이 넘는데 대체 내가 왜!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한 것은 이어서 써재낀 두 번째와 세 번째 작품이 조금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뒤였다.


“무지몽매한 독자놈들!”


아니, 대체 어떤 글들이 유행하기에 내 글을 읽지 않는단 말이냐?

나는 글쓰기를 그만두고 한동안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어딘가 비범한 회귀』라든가.

『환생검성』이라든가.

『조연이 아이큐를 숨김』이라든가.

『멸망 이후의 세계』라든가.


인정할 수 없었다.

문장이든 주제의식이든 블랙유머든 모든 면에서 내 작품보다 뒤처지는 쓰레기들이었다.

어떻게 이딴 소설이 흥행하는데!

어떻게 내가!

그러던 와중 내가 쓴 소설 프롤로그에 첫 댓글이 달렸다. 반가운 마음에 눌러본 첫 댓글의 내용은 바로―


―문창충이냐?


그 말이 ‘문창과+蟲’의 합성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조금 후의 일이었다.


시발 어떻게 알았지?


나는 키보드 배틀을 시작했고 그 길로 웹 소설 커뮤니티의 회원이 되었다.

그곳에는 나처럼 웹 소설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나는 보다 손쉽게 현실을 부정할 수 있었다.


―ㅋㅋㅋ 멸망 이후의 세계 완결 봤냐? 씨발 지금까지 돈 주고 사본게 아깝다!!!

―요즘 웹소설 다 쓰레기인 듯 ㅇㅈ?

―ㅇㅈㅇㅈㅇㅈ

―저딴 게 어떻게 순위권이지?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일주일 쯤 지났을 무렵.

누군가가 집으로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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