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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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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87
추천수 :
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06 20:02
조회
7,003
추천
297
글자
8쪽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DUMMY

빈츠의 목이 날아간다.

도적단이 전멸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당신은 죽었습니다.]


라는 메시지.

······젠장, 몇 번이나 죽은 거야?

이젠 피가 낭자한 광경을 보아도 “시발 또냐?” 하는 생각만 든다.

앞으로 소설 쓰면 전투 장면 하나는 박진감 넘치게 그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이 죽는 장면 하나는 제대로 그릴 수······.


[당신은 죽었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가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심연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촉수들. 절규하듯 울부짖는 목소리들.


―이리와. 이곳으로.

―너도. 곧. 이렇게.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질 수 없는 장면.

이 빌어먹을 죽음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이다.


[간신히 심연에서 탈출했습니다. 500 더스트가 차감됩니다.]

[이야기가 재시작 됩니다.]

[보유 중인 더스트 : 900]


힘겹게 숨을 몰아 내쉬고 고개를 들자 다시금 사막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죽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눈앞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더스트 어쩌구 하는 창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역시 이것 때문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별’이란 놈들로부터 ‘더스트’라는 것을 받게 된다.

정황상으로는 BJ들이 받는 ‘별사탕’과 비슷한 느낌이다.

확실한 것은 죽을 때마다 이 ‘더스트’가 감소한다는 것, 그리고 죽기 직전의 시각으로 회귀하게 된다는 것인데······ 영 기분이 찝찝하다. 꼭 돈으로 목숨을 사는 기분이랄까.


“어이, 란스. 빨리 가자고. 두목이 기다린다니까.”


요약하자면, 더스트가 있는 한 나는 몇 번이든 되살아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계속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야아아! 어딜 가는 거야!”


당황한 빈츠의 얼굴이 저만치 멀어진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중이었다.

미안하다, 도적 졸개1. 하지만 어쩌겠냐?

거기 있으면 머리가 날아간다고.


[당신의 비겁함에 일부 별들이 실망합니다.]

[300 더스트가 차감됩니다.]


실망하든 말든 맘대로 해라.

내가 또 죽을 것 같냐?


설정 값에 따르면 주인공은 칼 한 번 휘둘러 도적단 전체를 몰살시킬 수 있는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전의 회차에서 주인공 놈의 전투력를 확인한 이상, 나는 더 이상 그곳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놈의 종합 전투력은 2281.

그리고 내 종합 전투력은 5.


그런 상황에서 내가 놈을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쉬이익!

푸각!


[당신은 죽었습니다.]


······시발.


[간신히 심연에서 탈출했습니다. 500 더스트가 차감됩니다.]

[보유 중인 더스트 : 100]


끔찍한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다시금 드넓은 사막이 펼쳐졌다. 망연히 서있는 나를 향해 눈치 없는 빈츠가 또 말을 건다.


“어이, 란스. 빨리 가자고. 두목이 기다린다니까.”

“와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아아!”

“뭐, 뭐야! 미쳤어?”


······무한 루프다.

무엇을 해도 벗어날 수가 없다.

달아나도, 맞서 싸워도, 결국은 죽게 된다.

왜냐하면 이건 그런 ‘이야기’니까. 녀석은 소설의 주인공이고, 나는 한낱 엑스트라다.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이제 남은 더스트는 100.


더스트가 부족한 상태로 심연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역시 그 괴물한테 먹히는 건가?

문단에서도 망하고, 플랫폼에서도 망하고, 마땅한 작품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이런 판타스틱한 곳에서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건데?


[작가 스킬 ‘열등감’이 발동합니다.]

[자기비하로 인해 정신력이 감소합니다.]


이 와중에 스킬까지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열등감이라니.

스킬 이름은 또 왜 이 모양이냐.


[당신의 자기 비하에 극소수의 별들이 즐거워하며 10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당신의 자기 비하에 일부 별들이 답답해합니다.]

[100 더스트가 차감됩니다.]


지들끼리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도 아니다.

게다가 줬다가 뺏어가는 건 또 뭐냐?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멍청한 얼굴의 빈츠와 몇몇 도적단이 자신의 미래를 모르는 채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해결책을 찾아내야 했다.


적은 너무 강하고, 여기서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주인공 놈은 미저리처럼 나를 따라와 칼로 내 머리를 날려 버린다.


생각해라, 이학현.

뭔가 방법이 있을 거다.


나는 유찬영의 소설 내용을 떠올렸다.

내 머리통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이 장면은 분명 유찬영이 쓴 소설의 프롤로그였다.

회귀자가 지나가던 도적단을 죽이고 그들이 가진 아티팩트를 갈취해 영력을 증폭시킨다는 먼치킨의 도입부······ 어? 잠깐만.


“란스, 어퍼 소울은 잘 가지고 있지? 그거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 일부러 제일 약해 보이는 너한테 숨긴 거니까, 잘 관리하라고.”


······나한테 뭐가 있다고?

무의식중에 품속을 더듬었다. 곧이어 오색영롱한 빛을 내뿜는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티팩트 정보]


이름 : 어퍼 소울

등급 : S

종류 : 소비형

설명 : 고대 마도사들이 개발한 희귀한 영혼의 비약. 섭취자의 영력을 크게 증강시켜 준다.

대륙 4대 비약의 하나이며, 상승하는 능력치가 고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이템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이 쨍-하고 울린다.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모래바람을 속에서 형형한 눈빛의 주인공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 이걸 주인공만 처먹으란 법 있냐?


“야 이 자식! 지금 뭐하는 거야!”


빈츠의 목소리와 함께 내 입속에서 휘황한 오색 빛깔이 터져 나왔다. 뜨끈한 기운이 목울대를 넘어가더니, 전신으로 자글자글한 알갱이가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벌써 뭔가 강해진 느낌이다.


하하하하, 어떠냐?


그러나 좋았던 기분도 잠시, 아랫배 언저리가 뜨끈하더니 이내 전신의 혈관으로 용암이 흘러가는 듯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끄, 끄아아아아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혈류가 파도칠 때마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철판 같은 것이 뿌각, 뿌각, 뿌각 하며 박살나고 있었다.


이거 싸워 보기도 전에 약 먹고 죽는 거 아냐?


이윽고 전신혈을 모두 순회한 뜨거운 기운이 다시 아랫배로 모여들었다.


[당신의 영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당황한 도적단들의 욕설이 들려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협 소설에서 보던 ‘임독양맥 타통’이 바로 이러한 느낌일까?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넘쳐흐르고 있다.


[종합 전투력이 상승했습니다.]

[당신의 판단력에 만족한 소수의 별들이 당신에게 50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시야가 넓어진다.

오감이 확장되자 이제껏 감각되지 않았던 것들이 느껴진다.

빈츠의 숨소리.

칼을 뽑는 도적단들의 움직임.

바람의 말소리와 사막 곤충의 기척.

그리고―


쉬이익!


멀리서 날아드는 비수의 움직임까지.

빈츠의 머리가 깨지고, 도적단의 목이 날아가고, 분노한 주인공의 칼날이 나를 향한다.


까가강!


깜짝 놀란 주인공의 표정이 보인다.


그래 자식아, 놀랐지?

이번에는 뭔가 다를 거다.


작가의말

당분간 연재 시간은 오후 8시 전후로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 따로 공지하겠습니다.

고마운 댓글들에 모두 답댓글들 달아 드리지는 못 하였으나, 하나하나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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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3) +50 17.07.19 9,769 274 11쪽
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4 253 12쪽
20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2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7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8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0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19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88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4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6 269 11쪽
»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4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7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8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2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5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4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0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2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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