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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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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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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
추천수 :
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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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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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글자
10쪽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DUMMY

개자식, 너도 한 번 죽어봐라.


중력의 가속도가 실린 장검이 푹, 하고 박혀들었다.

부우우욱,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칼날에 불쾌한 살덩이의 감촉이 감겨들었다. 나는 이를 꽉 깨문 채 그대로 칼날을 바닥까지 내리 찍었다.


까가가가각!


발목 주변으로 커다란 모래 폭발이 일어났다.

낙하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 정강이 아래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일어서야 했다.

확인해야 했다.


뚝, 뚝.


몸의 반절이 찢겨 나간 주인공이 경악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해냈다. 내가 해낸 것이다.

이 빌어먹을 운명을 바꾼 것이다.


<일반 스킬 – 슈퍼점프(일회용)>

―이 불행한 스킬은 빈약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아주 높이 점프할 수 있게 해 준다.


우습게도 내가 만들어 낸 스킬은 고작 ‘슈퍼점프’였다.

아주 높이 뛸 수 있는 스킬.

그러나 지금의 내겐 쓰기에 따라 유용한 스킬일 수 있었다.

전면전에서 승부를 걸 수 없는 내가 주인공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기습뿐.

그럴 듯한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내게, 기습할 만한 방향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하늘.


나는 적당한 시간을 계산한 후, 영력을 가득 실어서 점프했다.

높이. 그것도 아주 높이.

정확히 주인공이 내 아래에 올 때 놈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릴 수 있도록.


“대체 어떻게······.”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불신 가득한 주인공의 눈빛. 녀석이 천천히 쓰러지고 있었다.


“네, 네 녀석은 대체 누구냐? 대체 어디서······?”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인가?

작가 이학현인가.

아니면 도적 졸개 란스 필그림인가.


“어째서, 그럴 리가. 이 이야기는······ 이래서는 안 되는······.”


피를 쏟는 주인공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허우적거린다. 그러더니 이내,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향해 몸을 꺾는다.


[당신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죽였습니다.]

[이야기의 타이틀이 수정되었습니다.]

[별들이 당신의 믿을 수 없는 업적에 감탄합니다.]


회한 가득한 그의 동공이 탁해지고 있었다.

목표를 이루자 온몸에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지독한 피로가 머릿속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끝났다.

내가 모두 끝낸 거야.


[일부 별들이 당신의 놀라운 이야기에 4000 더스트를 지불하였습니다.]

[보유 중인 더스트: 4000]


더스트고 자시고, 이제 그만 쉬고 싶다.

천천히 눈을 감자, 하늘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전경이 깨어져 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는데, 도저히 들을 계제가 아니었다.


[······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선택하지 않을 시······]


그렇게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 내가 들은 목소리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해당 작품의 저작권을 계승합니다.]

[당신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개방되었습니다.]



*



눈을 떴을 때는 밤이었다.

희붐한 사위가 서서히 맑아진다.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자 까슬한 턱과, 젖은 뺨이 느껴진다.

얼굴을 만진다. 서늘한 목덜미를 만지고, 두툼한 어깨와 물렁한 뱃살을 만진다. 나는 그것들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다.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내 못생긴 신체를 쥐고 있었다.


꿈이었구나.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구나.


울음을 터뜨렸던 것도 같고, 아니었던 것도 같다.

이상한 점은 일련의 감정들이 지나간 후에는 나답지 않을 정도로 침착해졌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진동 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고 있었다.


지금이 몇 시지?


황급히 스마트폰을 열어 보았다.

새벽 두시.

정확히는 내가 원고를 고치던 다음 날의 새벽 두시였다.

무려 24시간을 내리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부재 중 전화가 열일곱 통이나 와 있었다.


두 통은 엄마.

열통은 편집자 지은유.

다섯 통은 드래곤 매니지먼트의 김 팀장이었다.


아니, 엄마나 지은유는 그렇다고 쳐도······.

김 팀장은 또 왜?

다시 진동이 울렸다.

지은유였다.


―작가님,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거예요?


지은유의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격앙되어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깜빡 잠드는 바람에······.”

―아니······ 그런 일을 벌이시고 잠들어 버리시면 어떡해요?

“무슨 짓이요?”

―작품 연재 하셨잖아요?

“연재요? 제가요?”

―텍스트피아에 몰래 연재하셨잖아요? 저한테 언질도 안 주시고······ 정말 너무하시네요. 그래도 제가 담당 편집자인데.


내가 작품을 연재했다고?

그런 기억은 없었다.

혹시 필름이 끊긴 사이 내 멋대로 글을 연재했던 걸까? 설마.


“자, 잠깐만요.”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텍스트피아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뭐야 이거?”

―지금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아뇨, 그게 아니라······.”


정말로 내 아이디로 작품이 업로드 되어 있었다.

프롤로그 포함 총 5편.

그런데 작품 이름이······ 조금 이상하다.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


몇 가지의 기억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필름이 끊기기 직전 유찬영의 작품을 멋대로 수정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5편이나 되는 분량은 아니었다. 게다가 글을 업로드 할 만한 정신이 있지도 않았는데.


제목을 클릭하자 소설의 본문이 출력되었다.


―작가님, 그런 걸 쓰셨으면 미리 보여주셨어야······ 작가님?


지은유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들을 수 없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맙소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


내 이름으로 올라온 이 소설은, 무려 ‘안티 회귀물’이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안티 회귀물. 물론 내가 정말 놀라게 한 이유는 그게 아니었지만.


꿈속에서 겪은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흘러가고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방금 전까지 내가 말하고 행동했던 ‘란스 필그림’이었다.

갑자기 자신이 이야기의 ‘엑스트라’라는 것을 깨닫게 된 란스 필그림.

프롤로그를 반복해서 살게 되는 란스 필그림.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깨닫고, 거듭된 회귀 속에서 주인공의 약점을 찾는 란스 필그림.

주인공을 죽이는 란스 필그림.


마침내 스스로 주인공이 된, 란스 필그림의 이야기.


나는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대체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스크롤이 끝나고, 줄지어 올라온 댓글들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무료만봄z : 띵작! 띵작이다!

비정기악플러 : 미친.. 클리셰 개박살내네 클리셰 폭격기임?

표절검색기 : 초반부 기시감이 든다 싶었는데 옛날에 연재된 유찬영 소설이랑 살짝 비슷하네요.. 혹시 유찬영 작가님?

┗타도i유찬영 : 어디서 그런 퇴물이랑 비교를. 유찬영 소설이랑은 도입부부터가 완전히 다름. 그건 회귀물 이건 안티회귀물. 유찬영은 이런 거 못씀.

┗표절검색기 : 그래도 설정이 비슷한 건 ㅇㅈ?

┗타도i유찬영 : 설정 비슷한 거야 뭐. 어차피 유찬영 설정들도 오픈 소스에서 빌려온 것 아님? 문제될 거 없음요.

붕방이 : 쩌... 쩐다... 자까님 제발 연참좀 ㅠㅠ

싱숑 : 이거 연재 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댓글들의 향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댓글이 왜 이렇게 많이 달린 거지?

단지 유찬영 작품이랑 비슷해서?

······젠장, 그건 그렇고 이걸로 작품 계약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

원작을 이 꼴로 망쳐 놨으니.

지은유가 열일곱 통이나 전화를 걸었던 이유도 짐작이 간다.


―작가님, 계약에 관해 새로 이야기할 게 있으니까 내일 사무실로 오실 수······ 아니다, 지금 집이시죠? 제가 지금 갈 테니까 기다리고 계세요!

“지금이 몇신데 여기까지······ 아니, 잠깐만요. 이 소설로 계약을 진행 한다고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진짜로? 계약을 하자고?

하지만 유찬영 작품이랑은 완전히 다른데?


―당연히 계약해야죠. 그 작품을 계약 안하면 뭘 계약해요?

“예? 아니, 무슨 말씀이신지······ 겨우 5회밖에 연재 안 된 소설인데요?”

―작가님, 조회수 못 보셨어요?


겨우 5회 짜린데 조회수가 나와 봤자 얼마나 나왔다고.

보통 조회수와 연독률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최소한 10화 이상은 연재되어야 한다.

사실 상 벌써 계약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그런데.

작품의 목록 버튼을 누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스마트폰을 놓칠 뻔 했다.


[회귀자를 죽이는 99가지 방법]


4화. 주인공을 죽여라 (2) [48] / 조회수 : 4011

3화. 주인공을 죽여라 (2) [33] / 조회수 : 4020

2화. 주인공을 죽여라 (2) [29] / 조회수 : 4028

1화. 주인공을 죽여라 (1) [21] / 조회수 : 4029

프롤로그 [39] / 조회수 : 4031


조회수 4천?

겨우 4회 연재한 작품이 조회수 4천이라고?!


―작가님 지금 투데이 베스트 19위에요.


순간 머릿속이 헝클어지며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렇다.

그 목소리는, 분명 그런 것이었다.


[보유 중인 더스트를 작품의 인지도로 전환합니다.]

[인지도에 비례해 해당 작품의 조회수가 산정됩니다.]

[인지도에 비례해 해당 작품의 추천수가 산정됩니다.]

[인지도에 비례해 해당 작품의 선작수가 산정됩니다.]

[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작가의말

고마운 추천글을 써주신 아라만님께 감사드립니다.

문득 이번 회차를 다시 보다가...
주인공 소설의 연독률을 보며 또르르 눈물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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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5 253 12쪽
20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2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8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9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0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19 242 14쪽
»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89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4 3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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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5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9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9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4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7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5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2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7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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