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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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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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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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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DUMMY

아마 그때가 첫 만남이었지.


지금도 그 순간을 선명히 기억한다. 상큼한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내 자취방을 찾아왔던 지은유.


“작가님, 우리 그만 글 쓰러 가죠.”


라고, 생긋 웃으며 말하던 나의 편집자.

눈앞에서 내 소설을 박살내느라 여념이 없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지은유가 처음으로 내게 던졌던 질문이 뭐더라?

맞다. 분명 그렇게 물었었다.


“작가님. 소설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뜬금없이 소설이 뭐냐니?

지은유의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나는 갑자기 헛소리를 시작했다.


“음. 그게. 몇 가지 이론이 있죠. 가령 이언 와트의 입장에서 소설은 리얼리즘이고, 또 포스트모던적 입장에서 보면 소설은······ 에 또 실존주의가.”


그렇게 5분 쯤 지났을까. 내가 제풀에 지쳐 말을 멈췄을 때쯤 지은유가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 게 소설인가 보죠?”


어쩐지 놀림을 당한 느낌이었다.


“작가님,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만약 그런 게 ‘소설’이라면. ‘웹 소설’은 작가님이 방금 말씀하신 걸 제외한 나머지에요.”

“······예?”

“보니까 작가님은 웹 소설이 뭔지도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서요. 설명회도 안 들으셨죠?”


지은유가 테이블을 톡톡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니, 리얼리즘이니, 다 좋아요. 그것들이 의미 있는 것도 알겠고, 가치 있는 것도 알겠어요.”

“······.”

“하지만 작가님. 독자들은 그런 거 관심 없어요. 독자가 보고 싶은 건 이야기지, 철학서는 아니거든요. 웹 소설은 기본적으로 독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요.”


독자에 대한 배려라.


“순문학 하실 때야 작가님 쓰고 싶으신 대로 맘대로 쓰셔도 괜찮으셨겠죠. 의미망이 복잡할수록 평론가들은 더 좋아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선 안 그래요. 독자들은 그러면 안 보거든요.”

“독자요.”

“네, 독자.”


반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은 멋대로 열리고 있었다.


“독자를 생각하고서 어떻게 문학을 합니까?”


망할 입. 망할 자존심.

지은유의 눈이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 눈이 묻고 있었다.


“문학이요?”


나는 내 입으로 문학, 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작가님.”

“예.”


그리고 이어진 지은유의 한 마디를,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작가님은 문학을 하시는 게 아니에요.”


망치로 정수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알고는 있었다. 웹 소설이 문학이 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애초에 웹 소설로는 뭘 어떻게 써도 유수의 평론가들이 잘난 글줄을 써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누구도 내게, 이토록 직설적으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그럼 웹 소설은······.”


그럼 이제부터 내가 쓰는 글들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아니, 나는 이제 무엇을 쓸 수 있는가.


“작가님.”

“······예.”

“웹 소설이 왜 문학이어야 할까요?”

“예?”

“문학을 하지 않는 건 부끄러운 일일까요?”

“······.”

“문학을 업으로 삼지 않는 다른 모든 작가들은,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건대 어쩌면, 나는 그때 한 번 구원받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듯한 철학자의 경구도 아닌, 그저 한 편집자가 던진 질문을 통해 나는 우연한 구원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학만이 사람을 구원하지는 않아요.”


*


문학만이 사람을 구원하지는 않는다. 지은유의 그 말 하나로, 나는 지난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작가님, 문장은 짧게 써야 한다니까요. 이거 한번 읽어봐요. 대체 몇 글자에요?”


문장 문제로 1개월.


“작가님, 이야기 플롯을 이렇게 짜면 안돼요. 잊었어요? 호흡이 너무 길다고요. 독자들 읽다가 다 자요.”


플롯 문제로 1개월.


“작가님, 다음 편이 궁금해야 한다니까요? 아침 드라마 좀 보고 오세요.”


마무리 문제로 1개월.


“작가님, 이렇게 쓰시면 설명충 소리 듣는다고요. 백과사전 쓰실 건 아니시죠?”


다시 설정 문제로 1개월.

그렇게 쌓인 한 달 한 달이 모여 어느덧 반년이 되었다.


“가끔 그때 편집자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예? 무슨······.”

“문학만이 사람을 구원하지는 않는다, 라는 말씀 말입니다.”


한참 내 원고를 뜯어보던 지은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제가 그랬었죠.”


나를 보는 지은유의 눈빛이 복잡하다. 어째 괜히 말을 꺼냈다 싶다.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찰나, 지은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아요. 사람을 구원하는 건······.”


구원하는 건?


“소드마스터죠. 문학이 아니라.”

“······예?”

“그러니까 작가님도 사람을 구원하고 싶으면 소드마스터를 넣으세요.”


한껏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지은유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저것이 지은유가 나를 지켜주는 방식일 것이다.


“안 그래도 이미 넣어 왔습니다.”

“네?”


나는 주머니에서 USB메모리 하나를 꺼냈다. 오늘 아침까지 내가 쓰던 원고였다. 지은유가 파일을 열자, 곧바로 제목이 나왔다.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엄청난 제목이네요?”

“······그렇죠.”


‘나’를 완전히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쓴 소설이었다.

지난 10개월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나’를 배제하고 오로지 ‘독자’의 니즈만을 노리고 쓴 소설.


“긴장하며 읽어야겠는데요.”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고된 노력의 결과일까, 지은유는 원고를 꽤나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나는 두어 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고, 사무실 구석에 비치되어 있던 커피를 마시다 다른 남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작가님 요즘 자주 오시네요?”

“아, 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내였다. 아마 지은유가 서 과장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하하, 이 작가님 같은 분도 정말 드물어요. 문단 작가들 죄다 조금 쓰다가 안 되면 자존심 때문에 이 바닥 뜨거든요.”

“예에······.”

“본 실력이 있으시니까 잘 되실 거예요. 파이팅!”

“예에, 파이팅······.”


저 소리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래, 나도 잘 되면 좋겠는데.

자리로 돌아오자, 지은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재촉하듯 물었다.


“어때요? 재밌나요?”

“······.”


젠장. 반년 가까이 이 짓을 하다 보니 이제 편집자의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있게 됐다.


“작가님. 그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그냥 말씀하시죠.”

“뭔가가 부족해요. 정말로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한데······.”


부족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이번엔 뭐가 부족합니까?”


지은유는 한참이나 단어를 고르는 듯했다.


“그게, 음. 소울이랄까······.”

“소울이라면 있습니다만.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마나’ 라는 설정 대신 ‘소울’이라는 설정을 넣어서······.”

“아뇨아뇨, 그런 얘기가 아니라.”


지은유가 미안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사실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알았기에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지난 6개월 동안의 노고가 폭풍처럼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었다.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다 있잖아요.”

“네?”

“다 있다고요.”


내가 아닌 독자를 생각하라기에 정말 독자만 생각했다.

그래서 다 넣었다.

이세계도 넣고. 마왕도 넣고.

소드마스터도 넣고. 재벌도 넣고.

회귀자도 넣고. 시스템도 넣고.

그렇게 다 넣었는데. 그래도 뭔가가 부족하다고? 대체 뭐가.


“작가님, 이 글 쓰시면서 즐거우셨어요?”

“예?”

“뭐랄까, 너무 ‘만든 글’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쓴 사람이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서······.”


잠시 숨이 멎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저, 재능이 없는 걸까요?”

“아니에요 작가님! 재능의 문제가 아니에요. 단지······.”

“사실 이번 글도 안 되면 이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 지원 기간도 얼마 안 남았고······.”

“네? 아니, 작가님······!”

“성급한 결정이라 생각하십니까?”


허공에서 시선이 부딪친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들이 있다.

지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법도 했다. 나의 지난 6개월을, 그 시간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게 바로 그녀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성급하다고 생각해요.”

“방법이 없잖습니까.”

“방법은 바꾸면 되죠.”


방법을 바꾼다?


“다른 작품을 통해 배워 보는 거예요.”

“다른 작품은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만.”

“그 뜻이 아니라······.”


사무용 컴퓨터에서 파일을 찾던 지은유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이 방법은 마지막까지 안 쓰고 싶었는데······.”


곧 프린트에서 몇 십 장 분량의 문서가 인쇄되어 나왔다. 양식으로 보아 누군가가 쓴 소설인 듯 했다.

지은유는 프린트 뭉치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


“작가님. 제 말 오해 말고 들어보세요.”


나는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게 아닐까 내 귀를 의심했고, 차후에는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절망했다.


“그러니까······.”


그리고 절망의 끝에서, 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지금 저보고 다른 작가 소설을 대필하란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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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9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9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4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7 317 9쪽
»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6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2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7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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