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95
추천수 :
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05 08:04
조회
12,275
추천
317
글자
9쪽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DUMMY

“아뇨! 대필이 아니라······.”


당황한 지은유가 손을 휘저으며 설명했다.

요컨대 그녀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갑작스레 연재가 중단된 유명 작가의 작품이 있다.

벌써 일 년 넘게 연중 상태인 작품인데, 작가가 연락이 안 되어 찾아가 보니 집도 비어 있단다.

심지어 작가의 부모님이나 친구들 쪽에서도 행방을 알 수가 없다고.


“그게 그 말이지 않습니까? 저보고 그거 이어 써보라는 거잖아요.”

“저, 작가님, 일단 머리 좀 식히시고······.”


나는 홧김에 지은유의 테이블에 놓여 있던 커피를 입 속에 털어 넣었다.


“앗, 그거 뜨거운 건데!”

“크푸앗!”


커피가 목덜미를 타고 셔츠 아래로 줄줄이 흘러내린다.

당황한 지은유가 티슈를 마구 뽑고 있었다. 사무실의 모두가 나를 향해 수군대는 것이 보였다.

지은유의 손길을 뿌리치는 게 먼저였는지, 화장실로 달려가는 게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젖은 셔츠를 벗자 볼썽사납게 늘어진 하얀색 런닝이 드러난다.

늙은 고슴도치마냥 듬성듬성 튀어 나온 수염과 윤기를 잃은 피부도 보인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스물 여덟 백수가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까.


남들이 토익을 공부하고, 취업 준비할 때 왜 나는 문학의 바짓가랑이나 붙잡고 늘어졌던 걸까.


······문학이 뭔지도 모르면서.


차가운 물로 셔츠를 씻으며 생각했다.

이것은 내가 살아온 과거에 대한 형벌인지도 모르겠다고.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커피 얼룩처럼,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시간이 있는 것이라고.


그래, 포기하자.

내 주제에 무슨 10억 작가냐.


벌써 스물 여덟살이나 먹었지만, 간신히 취업 막차는 탈 수 있는 나이다. 지금이라도 건실하게 생활하려 노력하면, 대기업은 아니라도 작은 중소기업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물론 실망하겠지, 지은유는.


말이 대필 의뢰지, 사실 날 생각해서 꺼낸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내 처지를 빤히 아는 사람이니까.

곧 프로젝트 지원금도 끊기겠다, 딴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건넨 제안일 터다. 그녀 본인도 말하면서 몹시 괴로웠겠지.


······젠장, 알게 뭐냐. 나중에 취업해서 밥이나 한 끼 사주자.


반쯤 밀던 화장실 문을 도로 닫은 것은 지은유의 파티션 쪽에서 들려온 말 때문이었다.


“지은유씨, 언제까지 그 친구 붙잡고 있을 거야?”


서 과장의 목소리였다.


“반년이나 해 봤잖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무리할 필요 없다고.”


누구 이야기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빤했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슬며시 힘이 들어갔다.


“차라리 다른 친구 맡아. 이번에 중간 문학 쓰다가 들어온 친구 하나 있는데, 그 친구 글발이 괜찮아. 잘만 키우면······.”

“서 과장님.”


이건 나의 착각일까.

내 멋대로, 내 바람을 담아 듣고 있는 것일까.

지은유의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저, 무리하고 있지 않아요.”


그것은 평소의 지은유였다.

침착하게 내 소설을 박살내고, 구성의 빈틈을 짚어내던 그 지은유의 목소리였다.


“이 작가님 재능 있어요. 과장님이 함부로 이야기할 만한 사람 아니에요.”

“그래? 내가 보기엔 이제 한계인 것 같던데.”

“아니라고요.”

“하하, 은유씨도 참. 순문학 하던 친구들 성질 몰라서 그래? 조금만 지나면 이제 그 친구도―”

“순문학 하던 게 뭐 어때서요?”


지은유가 쏘아 붙였다.


“그래요. 어쩌면 과장님 말대로인지도 모르죠. 이 작가님 여전히 옛날 버릇 못 고쳤어요. 한 줄이면 될 문장을 세 줄로 만들어 오는 것도 여전하고, 등장인물들 셰익스피어 연극투로 말하는 것도 여전해요. 하지만.”


심장 어림이 뜨끔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해 오란 숙제 다 해 온 작가는 이 작가님밖에 없었어요.”


지은유의 시선이 내 원고를 향해 있었다.


“그래서 전 이 작가님 믿어요. 전에 순문학을 썼든 장르를 썼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열심히 한다는 거, 제가 믿는 만큼 열심히 한다는 게 중요한 거라고요. 1년이든 2년이든 상관없어요. 이 작가님 반드시 잘 될 거예요. 아니, 제가 반드시 잘 되도록―”


한 방울, 두 방울.

셔츠에서 뚝뚝 떨어진 물이 사무실 바닥을 적신다.

지은유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작아졌다. 흠칫 놀란 서 과장이 헛기침을 하며 물러나는 것이 보인다.


“······자, 작가님?”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나 같은 게 뭐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해 보고 싶었다.


“저 하겠습니다.”

“네?”

“그 작품, 제가 대신 쓰겠다고요.”


*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원고 뭉치를 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인다.

만약 방금 그 상황을 누군가 대본으로 쓴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이학현 : (물에 젖어 늘어진 러닝셔츠를 입은 채로) 저 하겠습니다.

지은유 : (화들짝 놀라며) 네?

이학현 : (멋진 오징어 같은 표정으로) 그 작품, 제가 대신 쓰겠다고요.


어디서 환생 트럭이라도 달려와서 나를 들이받아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통 없이 한 방에 끝날 텐데.

지은유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두렵다.

이제 내 담당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어쩌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는 사이, 자취방에 도착했다.


그래, 좋게 좋게 생각하자.

사실 지은유 말발에 감동해서 이 일을 수락한 것도 아니잖아?

한숨을 쉬며 받아온 원고 뭉치를 내려다본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소설의 제목이다.


『회귀자로 살아가는 99가지 방법』


한바탕 드라마를 찍기는 했지만, 지은유의 말만 듣고 이런 일을 덜컥 수락할 만큼 내가 바보는 아니었다. 내가 이 일을 수락한 진짜 이유. 그것은―


―작가 유찬영.


바로 이 원고의 저자가 ‘유찬영’이었다는 것. 맞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바로 그 유찬영이다.

언젠가 보았던 동영상에 나왔던 연봉 10억······ 아니, 연봉 24억의 그 재수 없는 인간.


―그 유찬영이 행방불명 됐다고요?

―네. 벌써 일 년도 더 된 이야기에요. 그때 독자들 원성이 진짜 자자했는데······ 독자들이야 지금도 이유 없이 연중했다고 생각하는 거 같지만요.


듣자하니 유찬영은 내가 본 문제의 인터뷰를 마친 후 홀연히 사라진 모양이었다. 우연 치고는 기묘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 인간은 자기 원고도 내팽개친 채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하긴, 연봉이 24억이었다니 어디 지중해의 초호화 펜션 같은 곳에서 미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배나 긁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글이에요. 분명 작가님께도 도움이 될 거예요. 연재와 동시에 텍스트피아 플래티넘 베스트 1위를 석권했던 글이니까요.


지은유의 말에 따르면 댓글에 인색한 편인 텍스트피아에서 평균 댓글 수 1천 개를 달성할 정도였다고 하니, 작품의 인기야 더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부러운 일이다.

댓글이 1천 개라니, 나는 댓글 10개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나는 지은유가 보내 준 파일에 첨부되어 있던 댓글 몇 개를 읽어 보았다.


타도i유찬영 : ㅅㅂ 유찬영 또 이럴 줄 알았다!!!

믿고본놈 : 제가 또 믿고 보면 등신입니다.

연중맨 : 맨날 연중 또 연중 언제까지 연중하실 건가요? 돌아와서 또 정신병 걸렸다 하실 거죠?

무료만봐z : 아직 무료 작품인데 독자님들 너무 반응이... 님들 좀 진정하시길...


와, 고작 무료 연재인데 이렇게까지 말한다고? 유명 작가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군.

갑자기 모든 걸 놓고 사라져버렸다는 게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그런데 행방불명이라고 해도 엄연히 다른 사람 작품이잖아요. 제가 대신 써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건가요?

―문제는 없어요.

―어째서······.

―아시다시피 유찬영 작가님 연재 주기가 워낙에 불성실하잖아요. 그래서 본인 스스로 반년 이상 연재를 중단하게 되면 저작권을 저희 쪽에 일임하겠다는 계약서를 쓰셨어요.


웹 소설 작가들의 연재 주기가 불성실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그런 계약서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하긴, 연중 작가들이 많은 만큼 확실한 방비책이 필요하겠지.

어쨌거나 내겐 잘 된 일이었다.


―현재 저작권을 저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세 비율은 조정이 들어가겠지만, 만약 작가님께서 이 작품을 맡아주신다면······.


부끄럽지만, 정말로 부끄럽지만 내가 이 일을 택한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잘만 되면 작품의 저작권, 작가님에게 드릴 수도 있어요.


당장 큰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작가 유찬영의 작품을 훔칠 수 있다는 것.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타 작가 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90 17.07.21 58,918 0 -
22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3) +50 17.07.19 9,770 274 11쪽
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5 253 12쪽
20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2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7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15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9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0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19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88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4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6 269 11쪽
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4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7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8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2 281 12쪽
»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6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4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1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4 40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