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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의 서재입니다

스타 작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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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06.29 15:20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00,288
추천수 :
6,139
글자수 :
104,683

작성
17.07.12 20:03
조회
5,278
추천
251
글자
9쪽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DUMMY

일은 내 생각대로 잘 흘러가지 않았다. 뭐든 시켜만 주십쇼, 하고 고개를 숙이는 내게 경비병들이 혀를 차며 말했다.


“시키긴 뭘 시켜. 우리가 너 고용하려고 데려온 줄 아냐?”

“넌 이제 감옥행이야, 인마.”


······감옥이라. 그렇지.

대부분의 범죄자는 감옥에 간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나는 그 대부분의 범죄자다. 고로, 나는 감옥에 가는 것이 마땅하다······ 잠깐만. 뭐라고?


[소수의 별들이 이야기의 전개에 실망합니다.]


역시나, 이럴 때는 별들이 나보다도 빠르다.


[10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망할. 하필 지금 타이밍에 감옥에 들어간다고?

이제 막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야 할 이 시기에? 그러고 보니 언젠가 지은유가 그런 말을 했다.


―학원, 토너먼트 대회장, 그리고 감옥. 일단 이 세 개 배경은 가능하면 피하세요.

―예? 어째서······ 다들 많이 쓰는 배경 아닙니까?

―다들 많이 쓰는 배경이니까 더 그렇죠. 보통 저 배경들 나오면 조회수가 반토막이 나요. 흔한 배경이라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신인 입장에서는 그런 사건을 구성하기 힘들거든요. 필력 싸움으로 가는 건 가능하면 피해야죠. 아, 물론 작가님이 잘 못 쓰신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훌륭한 편집자가 아닐 수 없다. 내 수준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감옥이라는 말에 당장 떠오르는 소설은 고작해야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정도다.

나야 그 소설을 좋아하지만 만약 내가 감옥에서 『란스 필그림의 하루』를 전개했다간 조회수는 당장에 반토막으로······.


[소수의 별들이 이야기의 전개에 우려를 표합니다.]

[50 더스트가 차감되었습니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야 한다.


“전 사실 도적 아닙니다.”

“뭐?”

“이 도적 배지, 사실 훔친 겁니다. 그러니 전 도적이 아니에요.”

“도적 배지를 훔쳐? 그럼 도적이잖아.”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젠장, 나는 똥멍청이인가!


“대장님, 조회 끝나셨습니까? 이놈 말하는 게 심상치 않은데 빨리 보내 버립시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솔제니친을 닮은 경비대장이 데스크에 앉아 궐련을 빡빡 피우고 있었다.

내 얼굴을 보는 둥 마는 둥 수배 전단을 홱홱 넘기는데, 생긴 건 대문호 같아가지고 하는 짓은 완전 양아치다.


“······찾기 어렵구만. 그냥 가둬버리지 그러냐?”


솔제니친······ 아니, 경비대장이라고 했나?

내가 현실로 돌아가면 반드시 널 설정에서 지워버릴 테다.

한참이나 전단을 뒤지던 경비대장의 눈이 번뜩인 것은 그때였다.

그는 “틀림없군”하고 중얼거리더니 전단을 앞으로 내밀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 저게 대체 뭐야?


“무슨······ 아닙니다! 그건 제가 아닙니다!”

“과연 똑같군요.”


그러나 경비병들은 고개를 주억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나랑은 전혀 다르게 생긴 몽타주다.

와,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어?


실제로 그건 내가 아니라 ‘빈츠 래트’의 수배 전단이었다.


잊었을까봐 말하는 거지만 빈츠래트는 내가 처음으로 소설 속에 들어와 만났던 설명충 도적놈으로, 나와 함께 주인공에게 열일곱 번이나 목이 날아갔던 녀석이다.

그러니까 지금 저 경비병들은 이미 죽은 고인을 능욕하고 있는 셈이다.


“가둬.”

“예! 알겠습니다!”


혹시 이 자식들 설정이 <안면 인식 장애>라거나 뭐 그런 건가?

과연 무의식은 위대하다. 어쩌자고 이딴 인물들을 만들어 낸 거지?

나냐, 아니면 유찬영이냐?

어쨌거나 이대로 갇힐 순 없다.

지금도 조회수 떨어지는 소리가 막 들리는데.


······그냥 다 때려눕히고 탈출하자.


마침 사이다가 필요한 지점인 것 같으니까 내가 여기서 막 나가면 별들도 분명 좋아할 거다.

그런데 이 녀석들, 전투력이 얼마나 되지?

그 순간, 옆의 경비병들의 머리 위에 약식 창이 떠올랐다.

아주 편리하군 그래.


[경비병 베인]

[종합 전투력: 80]


[경비병 제크]

[종합 전투력: 56]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데?

자신감이 생긴다.

아무리 내가 약하다고 해도, 겨우 전투력 80짜리한테 질 리는 없지.

다음은 경비대장 차례인데······.

뭐야, 이 친구는 약식으로 안 뜨네?



[인물 정보]


인물 : 솔제니친

나이 : 42세

역할 : 엑스트라(경비대장)

종합 전투력 : 14000~????? (추정치, 아직 당신의 상상력으로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잠재력 : 상

설명 : 한때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비정상적으로 높은 전투력을 가진 경비대장이다(아직 당신의 상상력으로는 해당 인물의 과거를 모두 열람할 수 없습니다).


······.


나는 입을 딱 벌렸다.

이름이 정말 러시아의 대문호였던 건 둘째 치고······ 미친. 이거 뭔데? 초장부터 나타난 경비대장 전투력이 이래도 돼?

이건 전 주인공보다도 높잖아!

게다가 경비대장이 무슨 대륙을 피로 물들여? 장난 치냐? 무슨 익스트림 하드 모드 게임도 아니고······.


아······ 그래.

이거 악몽 난이도였지.


갑자기 모든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잠깐만요. 그 수배 전단에 따르면 전 죄가 없는 것 같은데요?”


병든 소처럼 질질 끌려 나가려는 순간, 나는 간신히 기지를 발휘했다. 참고로 내가 본 수배 전단은 대략 다음과 같은 느낌이다.


+


이름 : 빈츠 래트

죄목 : 아직 없음(발할라 도적단 도적)

현상금 : 10카프


+


죽은 도적에게 감사할 일이다.

고맙다 빈츠.

너 의외로 착하게 살았구나.


“뭔 소리야? 너 도적이잖아.”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솔제니친께서는 ‘죄 없는 범죄자’라는 모순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모양이었다.


“그건 맞지만, 수배 전단에도 써 있잖아요? 아직 죄가 없다, 라고. 전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도적이란 말입니다.”


선량하고말고.

그것도 뭐든 물어보는 족족 다 대답해주는 착한 도적이었지.


“하지만 도적이면 언젠가 범죄를 저지를 거 아냐?”

“아닐 수도 있잖습니까.”

“왕은 언젠가 암살당하고, 용사는 언젠가 마왕을 쓰러트리고, 도적놈은 언젠가 하찮은 범죄를 저지르는 법이지.”


그 괴상한 비유에 나는 입을 딱 벌렸다. 작고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께서 무덤을 박차고 나오실지도 모르겠다.


“역시 우리 대장님이십니다!”

“하하하하! 놀라운 비유십니다!”


아무래도 다들 맛이 간 모양이다. 이걸 대체 어쩌면 좋지?

분위기를 보니 대강 느낌이 온다. 이 녀석들, 어차피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다. 이것저것 알아보려면 귀찮으니까 그냥 감옥에 가둬 버릴 속셈인 거지.


[극소수의 별들이 당신의 지혜를 기대합니다.]

[극소수의 별들이 20 더스트를 지불합니다.]


이딴 일도 사건이라고 별들은 또 좋아 죽는 모양이었다.

사건이라······ 사건.


······잠깐, 사건이라고?


머릿속에서 불똥이 튀는 듯했다.

어쩌면 나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뭐가 터지거나 폭발하거나 목이 날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 시시덕대고 빨리 가둬 자식들아.”

“옙.”


작가 이학현. 여기서 물러서면 문창과 졸업생이 아니었다.

이래봬도 소설 합평 시간에 말싸움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남자.

그게 바로 나란 말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경비대장님.”

“왜.”

“그럼 경비대장님도 저랑 같이 수감되시는 겁니까?”

“······뭔 소리냐, 네놈?”

“제가 수감된다면 당연히 경비대장님도 같이 갇히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 제 옆에 계신 경비병 여러분도 함께 말입니다.”


경비병들이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뭔 개소리야 이 자식이!”


나는 씩 웃었다.


“아, 물론 여러분들뿐만이 아닙니다.”

“뭐?”

“지금부터 이 사막 도시의 모든 백성들은 모두 이 구치소에 갇혀야 할 겁니다.”


나는 검문소 안쪽의 좁다란 구치소 철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철창 입구에는 비렁뱅이 복장을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뭔가 흥미로운 것을 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빛에 답하듯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띠리링, 하는 메시지가 울렸다.


[작가 스킬 ‘상상력’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상력 레벨이 3에 도달했습니다! 지금부터 만들어진 모든 스킬은 영구 보존이 가능합니다!]

[‘상상력’으로부터 새로운 스킬이 파생되었습니다.]

[일반 스킬 ‘궤변’이 생성되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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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3) +50 17.07.19 9,769 274 11쪽
21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2) +21 17.07.17 4,684 253 12쪽
20 Episode 4. 설정에 먹히지 마라 (1) +17 17.07.16 5,102 228 11쪽
19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8) +21 17.07.15 4,898 233 14쪽
18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7) +19 17.07.14 5,087 216 16쪽
17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6) +22 17.07.13 4,965 245 8쪽
16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5) +26 17.07.13 4,851 235 8쪽
»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4) +31 17.07.12 5,279 251 9쪽
14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3) +39 17.07.11 5,688 250 12쪽
13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2) +76 17.07.10 6,020 265 14쪽
12 Episode 3. 사건을 만들어라 (1) +27 17.07.09 6,519 242 14쪽
11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6) +38 17.07.08 6,588 320 10쪽
10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5) +33 17.07.07 6,784 315 12쪽
9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4) +14 17.07.07 8,066 269 11쪽
8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3) +29 17.07.06 7,004 297 8쪽
7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2) +22 17.07.06 7,827 279 10쪽
6 Episode 2. 주인공이 되어라 (1) +28 17.07.05 9,658 277 9쪽
5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4) +16 17.07.05 9,762 281 12쪽
4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3) +26 17.07.05 12,275 317 9쪽
3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2) +31 17.07.05 12,144 319 10쪽
2 Episode 1. 재벌집 10서클 소드마스터의 회귀 (1) +55 17.07.05 17,770 367 10쪽
1 Prologue. 24억 짜리 노하우 +54 17.07.05 30,372 40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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