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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방구석에서 무적 분신으로 꿀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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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꾸룽꼬룡
작품등록일 :
2024.07.10 12:56
최근연재일 :
2024.08.23 17: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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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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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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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개장수(2)

DUMMY

어째서 체스터가 호들갑을 떨어댔는지, 유화는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그르르릉!


마견이 양양 술집거리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개장수의 마견입니다. 양양 술집거리를 넘기라는 제안을 거부했더니, 놈들을 풀어놨습니다."


그건 생각 이상으로 체스터의 사업에 커다란 지장을 줬다.


"저 마견 새끼들 어찌나 영악한지, 술 취한 비각성자를 중심으로 공격합니다. 저도 유화 님께 도움을 청하기 전, 나름대로 해결사를 고용해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본격적으로 움직이려 하면, 곧장 도망가버리더군요. 그러다 잠잠해졌을 때 또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체스터의 본업은 분명 중개업이다.

허나 술집거리를 운영하며 떨어지는 수익도 결코 적지만은 않다.

이래 봬도 양양 술집거리는 인근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 중 하나였으니까.


"덕분에 최근 며칠간은 죽을 맛입니다. 다친 사람들도 많고요."


하지만 마견 탓에 모든 가게 영업이 아예 멈춰버렸다.


"오죽하면 해결사들도 오지 않으려는 눈치입니다."


심지어 최근엔 본업에도 영향이 가기 시작했다.


"원래 해결사들은 자기 몸이 재산 아닙니까? 자칫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문제가 생기니, 다른 중개인을 찾아갈지언정 공짜로 마견과 싸워줄 생각은 없는 거죠."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체스터의 사업체 자체가 말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거군."

"...송구스럽습니다."


옥상 테라스.

어둠에 녹아들어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마견을 바라보며, 유화는 머리를 굴렸다.


"마견의 숫자는?"

"세는 게 의미가 없을 겁니다. 개장수가 길들인 마견은 수천 마리가 넘으니까요."


먼저 체스터의 말마따나 마견을 하나하나 족치는 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보아하니, 마견은 재빠른데다가 영악하기까지 한 모양 아닌가?


만약 유화로 사냥하려 한다면 그대로 도망가버리겠지.

유화는 화염학파의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만큼, 자칫하다간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절맥이 사라진 독귀를 사용하는 것도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유화보다야 낫겠지만 딱 그뿐.

수천 마리의 마견을 전부 때려잡는 일은 요원하다.

독귀의 장점은 대인전에 있지, 추격전에 있지 않으니까.

애초에, 눈에 보이는 대로 때려잡는 건 해충을 박멸하기 좋은 방법은 아니다.


결국 정답은 하나뿐이었다.


"혹시 개장수가 어디에 머무는지 알고 있나?"

"예. 설악산 초입에 위치한 설피마을입니다. 하지만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마을 자체가 개장수의 지배하에 있기에... 마견을 생산하는 개 공장도 거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대의 본진을 터는 것.


따르릉!


...때마침 묘한 타이밍에 벨소리가 울렸다.


"유화 님!"


체스터가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제 스마트폰을 유화에게 들이대기도 한다.

화면엔 개장수로부터 온 전화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스피커 모드로."


유화의 명령에, 스피커 모드를 활성화한 체스터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래, 선물은 잘 받으셨나?]


책상 위 놓인 스마트폰으로부터 개장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체스터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이대로 자네를 말려 죽이는 게, 어렵지 않으리라는 걸. 그러니 곱게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어떤가? 자리는 하나 남겨 주겠다니까. 자네가 좋아하는 거리에서 치킨 장사나 하고 사는 거, 나쁘지 않잖나.]


그리고 유화 역시, 가볍게 운을 뗐다.


"개장수라고 불러야 하나."


-[이건 못 듣던 목소리인데... 아, 아아. 자네가 그 미친 마법사로군. 결국 체스터놈이 일러바친 모양이야. 밸도 없지.]


"이딴 짓을 벌이는 목적은?"


-[목적이랄 게 뭐 있겠나. 사업 확장.]


"그렇다고 남의 사업체를 넘보면 되나. 사업 확장은 건실히 해야지."


-[원래 높은 위험에 높은 수익이 따라오는 편 아닌가.]


김환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웃음 섞인 음성을 내뱉었다.


-[뭐, 그래도 곰곰 생각해보니 너무한 것 같기도 하군. 평생을 일구어낸 사업체를, 유선상으로 내놓으라고 했으니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제대로 대화를 나누어보지 않겠나?]


"얼굴 보고 싶단 말로 들리는데."


-[바로 그거야!]


"양양 술집거리로 오겠나?"


-[그럴 순 없지. 요즘 새끼 강아지를 키우느라 꽤 바빠서.]


김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본론을 꺼냈다.


-[자네가 오면 어떨까?]


마침 체스터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까도 설피마을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려 했던 만큼, 저게 함정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목적이다.


"설피마을, 맞나?"


하지만 유화에겐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식의 함정은 무적인 유화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


"내일 중으로 찾아가겠다."


-[허허허허... 좋아, 좋지. 오랜만에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어.]


수많은 마견들이 짖는 소리.

그런 소음을 배경삼아, 전화가 끊겼다.


"유화 님!"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체스터가 유화에게 애원했다.


"위험합니다. 설피마을은 진짜 위험해요. 세릭스 패밀리조차 넘보지 못하던 곳이란 말입니다!"


이대로 유화가 사라지면 마지막 동아줄을 놓치는 셈이니, 상당히 절박한 태도다.


"게다가 유화 님은 마법사가 아닙니까? 마법사가 혼자서 설피마을에 돌입하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차라리 사비를 더 털겠습니다.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전으로 가는 편이─"


하지만 그는 체스터의 호들갑에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누가 혼자 움직인다고 했지?"


누군가 지붕을 박찼다.

공기를 가르고 하늘에서 추락했다.

목표는, 뒷골목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뜯어먹는 마견들의 중심.


콰직!


기습적으로 떨어진 남자가 마견 한 마리의 허리를 밟아 부숴버린다.


남은 두 마리의 마견은 뒤늦게 도망가려 했지만...


【폭쇄결爆碎訣】

【제삼식第三式】

【폭운爆雲】


이미, 남자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녹색 연기를 잔뜩 들이켠 후다.


비틀!


독기에 중독된 마견들이 도망치다 말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혼자라면 무리일 수 있겠지."


자동화 상태의 독귀가 이쪽을 올려다봤다.


"허나, 둘이면 충분하다."


독귀와 시선을 맞춘 채, 유화가 선언했다.


독귀와 유화.

두 분신의 첫 공동전선이었다.


***


유화는 해야할 일을 미루는 성격은 아니다.


다음날, 그는 유화와 독귀를 동시에 소환한 후 설피마을을 향해 움직였다.

자동화 모드의 독귀를 조수석에 태운 채 유화를 사용해 운전을 시작했다.


도심을 가로질러 외곽을 통과한다.

도시 외곽마저 지나친 후엔 본격적으로 세기말의 풍경이 비쳤다.


무너진 폐건물.

천막에 모여 사는 부랑자.

그런 부랑자를 노리는 몬스터와, 이따금 들려오는 총소리.


유화는 그 광경을 뒤로 한 채 관리되지 않은 도로를 나아갔다.

내달리는 차량이 설악산 초입에 진입했다.

차량은 초가을임에도 불구, 녹지 않은 눈이 쌓인 산길을 따라 달렸다.


"멈춰, 씨발 멈춰!"


구르던 바퀴가 멈춘 건 웬 철제 바리케이드 앞이었다.


"빨간 스포츠카, 차량 번호, 미친 마법사 차가 맞는데."


김환의 부하로 추정되는 남자는 마견 두 마리의 목줄을 쥔 채, 차량을 향해 다가왔다.


"개씨발. 왜 두 명이야? 이런 말은 없었잖아?"


창문을 내리자마자 남자가 독귀를 향해 권총을 들이밀었다.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마견들 또한 그르렁거리며 위협을 가했다.


"거기, 덩치 큰 형씨는 꺼져. 약속 잡힌 건 미친 마법사 하나뿐이니까."


어쩐지 상황이 웃기다고, 유화가 속으로 생각했다.

독귀든 유화든 사실은 둘 다 이진우 본인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진실을 밝힐 순 없는 노릇.


"쏴 봐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이번엔 총구가 유화를 향해 돌아온다.


"입구부터 차근차근 불태워버리면 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유화는 지팡이를 휘휘 저었다.


"그런 장난감,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날 공격한다면 김환 님께서─"

"그 전에, 넌 확실히 죽겠지. 활활 불타올라서. 알고 있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큰 게 작열통이라는 거."

"...기다려."


남자가 권총을 내렸다.

대신 무전기를 꺼내더니, 마견을 풀어둔 채 잠깐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몇 분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이를 갈듯 선언했다.


"통과시키라고 하신다. 운 좋은 줄 알아."


유화로선 굳이, 대답해줄 가치조차 없는 말이었다.


끼이이이익!


입구를 지키던 이들 몇 명이 철제 바리케이드를 옮겼다.

유화는 다시금 엑셀을 밟아 바리케이드를 통과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마견이 쏘다니는 설피마을을 지나친 끝에, 그가 커다란 건물 앞에 도착했다.


"...따라와."


이번에도 마견의 목줄을 쥔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독귀와 유화, 두 사람이 차량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길을 안내한다.


터벅터벅!


대화는 없었다.

피차 나눌 이야기가 마땅찮았던 탓이다.

하여 유화는 길잡이의 뒤를 따르면서도, 건물 구조를 시야에 담았다.


'진짜 개 공장이군.'


5층으로 이루어진 대형 건물은 그야말로 공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씻기지 않은 개 특유의 쿰쿰한 냄새와 분변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러댔다.

인간에 의해 마물과 강제로 교접하는 마견들 또한 눈에 비쳤는데, 본능적인 혐오감으로 이가 갈렸다.


철창, 철창, 그리고 또 철창.

어디를 봐도 철창 안에 갇힌 마견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수많은 철창에 의해 둘러싸인 1층 중앙 복도.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네."


유화가 김환 앞에 섰다.


"마실 거라도 필요하신가?"


김환의 모습을 그야말로 개장수와 같았다.

눈을 가리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죽장을 쥐고, 온몸에선 개의 피 냄새를 풍겨대는 모습이 정확히 그러했다.


"아니."

"농담이 아니야. 기꺼이 음료 한 잔 정도는 내줄 수 있어. 솔직히, 놀랐거든. 이렇게 진짜로 와줄 줄은 몰랐으니까. 그야 여긴 적진 한복판 아닌가!"


김환이 슬쩍 벙거지 모자를 들었다.


"전위 한 명을 데려온 게 신경 쓰이긴 해도 말이야."


독귀 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체스터 그 돼지 말고 나와 손을 잡는 건 어떤가?"


그가 은근슬쩍 제안을 던졌다.


"...너랑?"

"그래! 세릭스 패밀리를 단신으로 부쉈다지? 물론 세릭스 패밀리 간의 내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난 자네를 저평가하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뛰어난 마법사라는 걸 알 수 있지. 자네에겐 양양 술집거리 몫의 3할 정도를 줄 수 있겠어."


김환이 죽장을 바닥에 탕탕 찍으며 첨언했다.


"나는 실력 좋은 마법사 동료를 얻고, 자네는 싸움을 피하고. 피차 이게 서로 좋지 않겠나?"


그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유화라는 방패만 제거할 수 있다면, 아무런 변수 없이 양양 술집거리를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네가 여기까지 기꺼이 와줬으니, 그 용기에 대한 내 제안이네."


하지만 그걸 유화가 받아줄 이유는 없었다.

목줄을 잡은 체스터와 달리 김환 쪽은 통제할 방법이 마땅찮았으니까.


"아니. 개장수 따위랑 어울리고 싶진 않군."

"안타까운 일이야. 벌주를 고르다니."


탕, 하고. 김환이 죽장을 바닥에 찍었다.


철컹! 철컥! 철커덩!


즉시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철창문이 열리더니, 마견이 쏟아져나왔다.


"그럼 자네들 뼈는 개 먹이로 던져주도록 하지."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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