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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방구석에서 무적 분신으로 꿀빱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꾸룽꼬룡
작품등록일 :
2024.07.10 12:56
최근연재일 :
2024.08.23 17: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26,601
추천수 :
7,638
글자수 :
224,040

작성
24.08.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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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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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글자
13쪽

개장수(1)

DUMMY

유화는 그럭저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체스터가 꽤나 좋은 사업적 수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반과 건물이 통째로 작살나고.

거리 일부가 불타오르고.

직속 호위인 세릭스 또한 큰 피해를 받았을 텐데, 체스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을 꿇었다.

매몰비용에 휘둘리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고른 거다.


"3억 2천? 그 두 배를 부르려 했건만."

"세릭스가 제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했다고, 그런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3억 2천조차 단숨에 지불할 수 없는 제 입장에서 6억 4천은 어불성설입니다."


지불액을 3억 2천에서 틀어막은 것도 칭찬해줄 만하다.


"제 자산은 대부분 어음과 부동산, 상업적 권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썼군."

"그게 저 같은 놈들이 살아남는 방식이니까요. 만약 절 죽이시고 제 자산을 현금화한다고 하신들, 3억 이상을 뽑아내긴 힘드십니다. 다른 이들이 유화 님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 또, 그치들과 끝없는 싸움을 벌여야 할 게 분명하죠. 정말로 그걸 원하십니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빛을 갚는다는 게 아마, 이런 거겠지.


"1억 6천. 그리고 월 순익 2할의 상납금.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입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었다.


"좋다."


다만.


"1억 6천, 순익의 2할. 독귀의 몫은 그쯤에서 끝내지."

"그럼─"

"그리고 거기에, 순익의 2할을 더 얹어라."


계산은 똑바로 할 필요가 있었다.


"보호비다."


1억 6천, 2할의 상납금.

얼핏 보기에 그건 먹음직스러운 과실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럭저럭 먹음직스러운 과실이 맞다.

그러나 뒤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유화는 양양 술집거리 한복판에서 체스터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일진데?

세릭스는커녕 세릭스 패밀리의 흑마법사조차 한 명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체스터의 전력에 심각한 누수가 생겼단 뜻이다.


여기서 냅다 체스터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돈 문제로 엮인 만큼, 필연적으로 그의 뒤처리를 맡아야 할 거다.

그동안 받아먹은 것도 있고, 달달한 상납금을 포기할 순 없을 테니.

애초에 체스터로서도, 그걸 목적으로 상납금을 바치겠다 요구했을 테고 말이다.


"어차피 보호를 요구할 생각 아니었나?"


사실 체스터와 여기서 조금 더 깊게 엮이는 건, 유화로서도 바라는 바였다.

일개 해결사가 얼마나 무력한 위치인지 독귀를 통해 체감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독귀는 양지에서 운용할 테니, 유화 정도는 음지에서 움직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값을 따로 셈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할 거면 똑바로 해야 한다.

반쯤 발을 담구는 걸로 만족하면 안 됐다.

체스터를 통해 제대로 뒷세계의 거물이 될 필요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거절해도 좋다. 자신 있나? 보아하니 세릭스 패밀리는 사라진 것 같은데."

"...좋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체스터가 건넨 악수를 받아주며, 유화가 손을 위아래로 힘껏 흔들었다.


"그럼 우선, 세릭스가 남긴 흑마도서를 보도록 하지."


물론 보상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세릭스가 남긴 흑마도서는 총 세 점이었다.


【암흑학파暗黑學派】

【악마학파惡魔學派】

【광염학파狂炎學派】


흑마도서엔 각 학파의 기초적인 술식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유화가 당장 흑마법을 익힐 순 없었는데, 다른 흑마법사와 달리 그는 낙인을 보유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낙인을 얻기 위해선 4서클 이상 흑마법사의 세례가 필요합니다. 거창하게 세례지, 사실은 마법진을 통해 신체에 마계와의 소형 통로를 개설하는 행위죠. 대단할 거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낙인을 얻을 방법이 마땅찮았다.


"그런 것치곤 사람 찾기가 참 힘들던데."


실비아의 평가와는 전혀 달랐다.

체스터를 통해 수배를 때려놨는데도, 세례 해주겠다는 흑마법사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음, 세례엔 사소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문제?"

"시술자의 수명을 소모합니다. 5년에서 10년 정도? 개인차가 있다고 합니다."


흑마법사들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탓이었다.

괜히 흑마법사 단체가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겠는가?


아무에게나 세례를 남발하는 건 흑마법사들 사이의 금기다.

그랬다간 수명이 끝도 없이 갈려나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패밀리가 될 이들에게만 세례를 허락한다.

흑마법에 한해 그들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과도 같았다.


헌데 그런 금기를 깰 흑마법사를 찾고 있으니, 성과가 없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잠깐만."


그래도 당장은 흑마법이 급하지 않았다.


"또 유화 쪽입니까?"

"응."


유화로서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았던 탓이다.


"한동안 잠잠하다 또 이러네. 최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놈들이 있어."


현재 유화는 공식적으로 체스터를 보호하겠다 선언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유화의 이름값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다는 것.

때문에 온갖 갱단과 스캐빈저들이 세릭스 패밀리란 방패가 사라진 체스터의 이권을 노렸고, 유화는 유화를 사용해 그들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최근엔 아예, 유화를 양양쪽에 상주시키는 상황이다.

체스터한테 연락이 올 때마다 유화를 그쪽에서 소환해 사건을 해결하는 거지.

2레벨 선택지에서 '소환 위치 조정'을 구했기에 망정이었다.

자칫하다간 하루종일 JW타워와 양양 술집거리 사이를 돌아다닐 뻔했으니까.


'성장세가 좋은데.'


그래도 체스터의 뒷배를 봐주는 일이 그저 의미없는 노가다는 아니었다.

갱단에 소속되어 덤벼드는 이들 중엔 각성자가 꽤나 많았던 덕이다.


즉 유화를 통해 그들을 사냥하면?

마나를 얻는 게 가능했다.

그동안 본체와 독귀는 마법 이론 공부에 열중하는 만큼, 깨달음이 부족할 일도 없다!


그렇게───

꼬박 보름이 지났다.


유화가 2서클 후반 경지에 닿았다.

이대로라면 금세 3서클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


【유화】(분신-2)


각성 계통: 마법


-기초학파

-화염학파

-유탕학파


【스테이터스】


근력: 11 | 체력: 10

민첩: 12 | 내구: ∞

감각: 14 | 마나: 28


【특성】


1. 빠른 두뇌(하급)


【특이사항】


-이능, 홈 스위트 홈(S)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분신의 유지 시간: 2시간 57분.


====


좋은 소식은 또 있었다.


====


【독귀】(분신-1)


각성 계통: 무공


-폭쇄결


【스테이터스】


근력: 26 | 체력: 29

민첩: 37 | 내구: ∞

감각: 39 | 내공: 49


【특성】


1. 시혈독인(상급)


【특이사항】


-이능, 홈 스위트 홈(S)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분신의 유지 시간: 8시간 12분.


====


드디어 독귀의 절맥이 사라졌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유화와 독귀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늘 손을 잡고 찾아온다든가.


"유화 님. 큰일입니다!"


체스터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김환...! 그 개장수 놈이 사업체에 대한 이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개장수.

얼핏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별명이다.

과거 개를 사다 식용으로 파는 행상인을 낮춰 말하는 말이 아닌가.


실제 김환의 행색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개를 기르고, 훈련시키고, 사고판다.


그러나 일대에서 김환을 무시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가 기르는 개는 하나같이 몬스터의 피가 섞인 마견(魔犬)들이었으니까.


개과에 한정해 몬스터나 동물을 조련할 수 있는 이능, 【테이밍】 덕이다.

그 능력은 김환을 설악산 초입, 설피마을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양양 술집거리. 체스터 그 돼지놈 지켜주던 흑마법사가 사라졌다, 이 말 아니오?"


수많은 마견들이 하울링했다.

짐승의 것인지, 인간의 것인지 모를 뼈를 맛있게 갉아먹기도 했다.

마치 지옥의 한복판과도 같은 광경.


"얼추 알고 있긴 했소. 나라고 귀가 없는 건 아니니까. 대신 미친 마법사라는 놈이 붙었다던가."


하지만 그런 홈 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김환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 여인을 마주하고 있었다.


“내가 예전부터 그짝 보고 군침을 흘렸다는 것도 사실이고. 까놓고 한 번 발을 뻗어볼까 말까~ 고민도 해보던 참이야. 근데, 이게 궁금하단 말이지.”


김환을 마주한 여인의 가슴팍엔 자랑스러운 명패가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건한乾翰】


꿀꺽! 최대한 티나지 않게 김환이 침을 삼켰다.


“잘나신 기업쟁이 나리께서, 왜 촌구석 개장수를 움직이려 하실까?”


하물며 명패 옆에 그려진 깃털이 세 개라는 게 문제였다.


‘깃털, 건한 본사의 엘리트 무력요원. 심지어 세 개짜리면... 삼깃. 팀장급이다.'


그걸 김환이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여긴 건한의 영향이 가장 크게 와닿는 속초와 양양 일대가 아닌가?


본사의 깃털이 나서서 엮였을 정도라면, 이미 일이 심각하게 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깃털. 그것도 팀장급이라고 할 수 있는 삼깃이란, 단 한 명만 나서도 건한캐피탈 따위의 소형 자회사를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박살 낼 수 있는 거물이었으니.


“대단한 목적까지는 없습니다.”


삼깃을 품은 여인은 가볍게 뒷짐을 진 채 입술을 달싹였다.


“설령 목적이 있다 한들, 말마따나 그 목적을 당신과 공유할 생각도 없고요.”

“이보쇼."


김환이 이마를 찌그러뜨렸다.

아무리 저 여자가 거물이라고 하지만 아까부터 선을 넘고 있었다.


“여긴 설피마을이오. 내 땅이라고.”


그 선언에, 김환의 개들은 하나같이 여인을 향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남의 영역에 말도 없이 와서 부탁할 거면, 그만한 태도를 보이는 게 맞지 않소? 내가 시발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잖소. 가슴팍에 깃털 달고 있으면 이빨이 안 박혀? 설마, 건한 이름값 믿고 그러는 거요?"


마견들이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한 기세!


“오해가 있으시군요.”


그럼에도 여인은 여전히 나긋나긋하게 선언했다.


“이건 부탁이 아닙니다.”


그녀가 뒷짐을 풀었다.

새하얀 섬섬옥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벼운 조언, 제안, 협박... 그런 것들이죠.”


가장 근처에 알짱거리는 개를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


“실례, 제가 짖는 개를 무서워해서.”


그때까지만해도 김환은 되려, 여인을 걱정했다.


"미친!"


마견은 몬스터의 피가 섞인 견종이다.

또, 마견은 어떤 핏줄이 블랜딩되었느냐에 따라 다른 특징을 띤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인 옆에 붙여놓은 저 개의 품종은, 폭견.

주인조차 물어 재끼는 흉포성과 수틀리면 생체 폭발을 통한 자폭까지 저지르는 특징을 지녔다.


자칫 여인을 다치게 했다간 건한이라는 뒷배에 의해 김환이 엿 먹게 될 테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허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이어졌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조언하겠습니다.”


손이 닿기가 무섭게 폭견이 얼어붙었다.

냉기만이 풀풀 일대에 새어나왔다.


까드득!


저항이라곤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미를 밟아 죽여도 이것보단 힘들겠다 싶을 정도.

폭견이 얼음상이 되어 생명활동을 멈췄다.


“양양 술집거리를 관리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럼, 설피마을에서 확인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거절한다면.”

“안타까운 일이죠. 지엄한 국법을 집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불법 개농장부터 철거해야 할까요."


제 동료의 죽음에, 마견들이 이빨을 드러냈다.

이빨 사이로 더러운 침이 질질 흘렀다.


"묵시하기엔, 건한이 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영 맞지 않는 터라."


하지만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


"...글로벌 스탠다드는 개뿔이, 됐소."


김환이 손을 흔들었다.

마견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처음부터 나쁜 조건은 아니었으니 말이오. 그런데 그쪽도 내 부탁 하나를 들어줘야겠어. 왜, 오가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소?"


여인이 턱짓했다.

한 번 이야기해보라는 듯한 태도였다.


"알지 모르겠는데 천현욱이라고, 뒷돈에 미친 2선 의원 하나가 있소. 지금까진 그럭저럭 맞춰줬는데, 슬슬 욕심이 과해. 그쪽에서 으름장 한 번 놔 줬으면 좋겠는데? 속초에서 의원이 나대는 거, 당신들이 아주 싫어하잖아."


여인의 고민은 짧았다.

그녀가 머지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한 번 제대로 날뛰어 드리지."


두 사람의 거래가 성사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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