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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님의 서재입니다.

아이돌이 사랑하는 음악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6 18:13
최근연재일 :
2024.04.29 18:5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4,296
추천수 :
1,097
글자수 :
155,141

작성
24.04.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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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그 작곡가님 모셔 와.

DUMMY

“안녕? 이슬이 오빠 정지운이야.”

“아, 네. 안녕하세요. 임다예에요.”


임다예는 정지운을 경계했다. 심지어 정이슬 뒤에 숨어서 원수를 바라보듯 째려보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임다예라니. 처음 듣는 이름이다. 누구를 좀 닮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이었던 듯했다.


“오빠가 나 가출하는 거 도와줬어.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몰라.”

“보통 가출을 돕는 건 나쁜 행동이야. 내가 괜히 너 재워 주는 거 허락 못 받은 줄 알아?”

“말이 가출이지 부모님 허락 받고 나온 거야. 내가 엄마 아빠랑 말하기 싫어서 뛰쳐나온 건데, 오빠가 대신 설득해서 숙박 동의서 받아왔어.”

“······든든하긴 하다.”

“그치? 너도 언니랑은 사이좋잖아. 나도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


정이슬이 편을 들어줘서야 슬그머니 경계를 푼다. 왠지 낯 가리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


“나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길래 이래? 딱히 접점도 없었으면서.”

“말 그대로 재수 없다고 했지.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사는 것 같아서.”

“이제부터 너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되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알고?”

“모르지.”

“됐어.”


애초에 동생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알 필요 없었고, 딱히 지금도 궁금하진 않다.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주겠지만.


“무슨 일 생기거나, 불편한 일 있거나,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 줘. 여기, 내 번호.”


정지운이 연락처를 넘겼다. 정이슬과도 연락처 교환이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은 마음이 좀 아프다. 얼마나 가족 같지 않았으면.


임다예의 연락처도 받았다. 혹시 정이슬이 연락 안 되면 전화해 보기 위해서였다.


······왜 번호도 낯이 익지?


한 번 의심하니까 계속 의심하게 된다. 누굴 닮은 건지도 기억 못 하면서 스스로도 바보 같았다.


“용돈 필요해?”

“아직은 안 필요해.”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먼저 연락하는 것만 잊지 말고.”


정지운은 두 사람을 방으로 올려보냈다. 카운터에 혹시 둘이 나가면 연락 달라는 말까지 남겼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전생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



그날은 눈이 세차게 오는 겨울이었다. 대설 특보로 운전에 주의하라는 재난 문자가 서울 경기 전역에 뿌려졌다.


정이슬이 홀로 가출했던 전생. 실종 신고를 하고 이틀 뒤, 정이슬의 위치에 대해 제보가 왔다며 연락이 왔다.


가출 청소년을 재워 주겠다며 어떤 대학생이 자취방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정이슬의 절친한 친구는 걱정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전화를 건 거다.


경찰은 재빨리 출동했고. 연락을 받은 정진철과 박영자는 정지운을 데리고 관할 경찰서로 출발했다.


운전하던 정진철은 급했다. 딸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고 있을지 모르는데 덜덜 떨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평소보다 서행했어야 할 날씨에도 서행하지 않았다.


- 끼이이이익


빙판 길은 한쪽 타이어를 헛돌게 했다. 순식간에 밸런스가 무너진 차는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반대쪽에서 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이미 미끄러지고 있던 차는 튕겨 나와 옆 차선에서 오던 차와 2차 충돌까지 했다.


이 사고로 정진철과 박영자는 사망. 정지운은 머리를 크게 다쳐 한 달 동안 깨어나지 못했으며, 일어나서도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에 절망해야 했다.


그때 병원 신세였던 정지운에게 매일 같이 찾아와 도와주었던 두 사람이 바로 최유림과 김성태였다. 그 둘이 없었다면, 음악은커녕 살아갈 생각조차 못 했을지 모른다.


[이슬이는 경찰이 문제 생기기 전에 잘 구했어요. 근데, 자기 때문에 부모님이 죽고, 오빠도 크게 다친 거라고. 이제 얼굴 볼 자신이 없대요. 유산 상속도 포기했어요. 오빠가 이슬이 좀 찾아서 다독여 줄 수는 없을까요?]


당시 정이슬의 친한 친구가 남긴 편지가 있었다. 정이슬이 미웠던 때라 대충 읽고 치웠던 거로 기억한다.


[그리고 죄송해요. 이슬이가 모르는 사람 따라간다고 할 때, 미리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 잘못에 대한 대가는 꼭 치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빠가 괜찮아지는 건 아니겠지만요.]


정지운은 전생에 이 편지를 남긴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몰랐다. 당연히 답장조차 할 수 없었다.


말해주고 싶었는데. 네 탓 아니라고. 네 잘못 없다고. 그냥 사고였을 뿐이라고.


괜히 선한 누군가가 평생 책임감을 안고 살아간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아. 꿈 한 번 거지 같네.’


문제의 날은 내일.


정이슬은 정지운이 구해놓은 호텔에서 안전하게 잘 있다. 전생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그런데도 불안했는지 전생과 똑같은 꿈을 꿔버렸다.


“그 친구가 임다예였을까?”


잘 모르겠다. 대가를 치르겠다면서 안 나타난 걸 보면, 정지운의 방송에 후원을 했을 수도 있다.


편지 내용을 봐서는 분명 뭔가 해도 했을 것 같은데.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정지운은 우성민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성민 실장이 추천한 가수 중에 임다예의 언니가 있었으니, 한 번쯤은 만나봐도 좋을 것 같았다.



***



대설 특보가 내렸던 사고 날. 정이슬이 안전한 곳에 있으니, 정지운의 가족에게 그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곳에서 다른 차량이 사고가 난 것 같았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다행이다.


늘 마음 한편의 불안함을 가졌어야 했는데 이제는 조금 편하게 생각해도 될 듯했다.


그리고 또 다음날. 정지운은 생각난 김에 바로 임라희를 찾아갔다.


“저한테 곡을 주고 싶다고요?”

“마음에 들면 받고, 아님 말면 됩니다.”


임라희는 뭔가 가까이 가기 힘든 아우라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세상을 아래로 보는 것처럼 고고했다. 마치 세상이 그녀를 중심으로 도는 느낌.


전생에 들은 그녀의 소문은 이랬다. 데뷔 초에는 세상에 이런 생명체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귀엽고 착했으나, 탑스타가 된 이후로 스타병에 걸려 변했고. 인성이 나빠졌다고.


두 번의 실패 이후, 스타병이 완치됐는지 다시 착한 임라희로 돌아왔다고 들었다.


참고로 지금은 첫 번째 실패 후, 두 번째 도전 전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현재는 스타병 말기에 인성 쓰레기란 소리가 된다.


물론,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라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오빠. 오빠가 노래 확인하고 진짜 좋으면 들고 와줘.”


소문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는 걸까. 직접 들어볼 생각도 없이 매니저를 불렀다.


“솔직히 알잖아요. 신인 작곡가는 나 같은 탑스타를 만나 보는 것도 어렵다는 거. 우 실장님 소개라 얼굴이라도 본 거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 마세요.”

“그냥 신인이 아니라, 괴물 신인인데요. 천재라고 해도 되고.”

“······?”


정지운은 그렇게 생각한다. 노래를 받지 않으면, 눈앞의 임라희가 손해라고.


“하아, 알았어요. 나가봐요.”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듯 안대를 끼고 의자에 푹 늘어진다. 그 모습이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느껴졌다.


“푹 쉬세요.”


정지운이 소속사 사무실에 딸린 자그마한 회의실을 나왔다. 소속사라 그런지 노래를 틀고 있었는데, 그게 또 [플린트]였다. 자기 회사 노래만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이거 누구 노래야?”

“메아리래.”

“새로운 걸그룹이야? 찾아볼까? 어디 보자······ 뭐야 이거.”

“왜? 헐······ 세상에 특이점이 왔네.”

“캐릭터가 아이돌도 하는 세상이 올 줄은 진짜 몰랐네.”

“저번에 이 노래 너튜브 뮤직 1위까지 하는 거 봤는데.”

“진짜? 미쳤나 봐.”


······뭐야. 너튜브 뮤직에선 1위를 찍었구나? 어쩐지 마트에 가도 노래가 들리곤 하더라.


정지운은 뿌듯함에 노래가 끝날 때까지 들었다가 움직였다. 그리고 소속사를 나가려는데······


“잠시만요!”


임라희의 매니저가 헐레벌떡 뛰어와 정지운을 잡았다.


“라희가 곡 좋다고,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하네요. 같이 가시죠.”


다행히 임라희는 들을 줄 아는 가수였던 모양. 노래를 듣자마자 진가를 알아보고 정지운을 잡았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작업하게 되면 나인 프로듀싱으로 직접 오세요.”

“아니, 잠깐만 만나고 오면 되는데······ 라희가 무례한 행동을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저를 봐서라도 한 번만······”

“아니에요.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빨리 가는 거예요. 다음에 매니저님이 운전해서 오세요 그냥.”


정지운은 상대의 태도에 화가 난다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임라희가 풍기는 아우라를 보고 악상이 떠올랐고, 빨리 돌아가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 외에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겁먹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뭔가 불쌍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송블리의 메인 보컬 임라희.


그녀는 상태가 안 좋았다. 말아먹은 솔로 앨범도 충격이지만, 집안 사정도 만만치 않게 멘탈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안 좋은 일이 겹겹이 터지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요즘 임라희 좀 싸가지 없지 않아?”

“떴다 이거지.”

“뜨긴 무슨. 팀빨이면서. 솔로 말아먹은 거 못 봤어?”

“그니까. 지가 잘나서 뜬 줄 알아.”


주변의 시선을 알고 있었다. 악플에도 많이 시달려 봤다.


하지만 이미지에 신경 쓸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저런 말을 들으면서 화만 쌓느니, 그냥 내질렀다.


“사람 뒷담화하는 너네들 인생만 하겠냐? 차라리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던가.”


한 번 당한 인간들은 적어도 그녀 앞에서 신경을 거슬리는 일이 없어져 편했다. 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 안 들으면 그만이었다.


‘미친 듯이 일만 하다 보면 조금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게 두 번째 솔로 앨범을 준비하려는 이유였다. 성공보다 현실 도피가 목적이었다.


그런 때에 정지운이 찾아왔다.


‘와······ 노래 좋다······’


[플린트]도 좋았지만, 당장 임라희가 꽂힌 노래는 [낙화]였다.


[낙화]는 늘 듣던 노래와 결이 다른 노래였다. 특유의 어색한 맛이 있었다. 좋은 음악, 좋은 노래에만 매몰되어서 진짜 감성을 노래하지 못한 현대 음악을 비웃는 듯한 노래였다.


마치 ‘이게 진짜 음악이야. 너희들은 틀렸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의 음악 인생을 반성하게 되는 수준이었다.


‘위로도 되고.’


괜히 눈물까지 났다. 기적이란 게 존재한다는 듯, 다시 꽃을 피우자는 노랫말이 너무 좋았다.


이 노래는 일주일 동안 돌려 들을 것 같다. 그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이 사람 노래라면 노래할 맛 나겠어.’


정말 오랜만에 의욕이 생겼다.


“오빠. 아까 그 작곡가님 모셔 와. 나 이분이랑 작업하고 싶어.”

“······알았어.”


그녀는 탑스타다. 그녀가 같이 작업하고 싶다 하면 누구든 좋다고 환영해 왔다. 싸가지 없이 굴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위치였다.


그래서 정지운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뭐야. 왜 혼자 와?”

“악상이 떠올랐다고 빨리 가겠대. 다음에 직접 오라는데?”

“구라 치지 마. 신인 작곡가가 나를 상대로 그렇게 나온다고?”

“아니 구라가 아니라······”

“애초에 너무 빨리 돌아온 거 아니야? 작곡가님 나간 지가 언젠데.”

“막 건물 밖을 나가고 계셨어.”

“못 잡겠으니까 대충 둘러대는 건 아니고?”


매니저는 억울했다. 하지만 임라희의 싹 굳은 표정을 보니 더 잡아떼기 어려웠다. 이럴 땐 인정하고 바짝 엎드리는 게 일을 크게 키우지 않는 법이었다.


“미안해~ 나도 매니저 7년 차인데 꼼수 좀 부리자 응? 배는 안 고파? 계란이라도 까줄까?”

“됐어. 물이나 줘.”

“여기.”


물을 뺏어가듯 가져가는 임라희. 화가 난 걸 온몸으로 표출한다.


“헤헤. 잘 마시네.”


옛날에는 그렇게 착했는데, 자리가 사람을 이렇게나 바꿔 놓다니. 무섭다.


아마 정지운과의 곡 작업은 무산······


“알았어. 스케줄 비는 날 갈게. 날짜 정해서 작곡가님한테 보내.”

“뭐? 진짜 간다고?”


이번엔 매니저가 놀랐다. 임라희가 곡 때문에 저자세가 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지운의 곡에는 힘이 있었다.


“알았어. 회사에 말해둘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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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작곡가님 모셔 와. +2 24.04.28 751 30 12쪽
23 막는 거 아니야. +2 24.04.27 800 33 15쪽
22 망할 거 같아. +1 24.04.26 808 33 14쪽
21 선생님 찾아가 봐야지. +2 24.04.25 879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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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노래 좀 가르쳐줘. +5 24.04.17 1,318 43 13쪽
12 나 여기 지원할래! +4 24.04.16 1,401 4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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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듣지도 않고 뭐 하는 거야! +3 24.04.13 1,492 48 14쪽
8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2 24.04.12 1,607 47 14쪽
7 그게 된다고......? +1 24.04.11 1,598 47 16쪽
6 잠깐만 대화 좀 하자. +1 24.04.10 1,677 47 14쪽
5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구나······ +2 24.04.09 1,837 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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