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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묘익천(熊猫溺泉)

백수건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억우
작품등록일 :
2014.02.22 16:59
최근연재일 :
2015.05.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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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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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二.

DUMMY

보응에서 소주까지 천여 리 길, 불과 이틀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땅에서 강으로, 강에서 땅으로, 급하게 내려오느라 쌓인 여독이 조식을 마치자마자 그들을 덮친 것이다.

금교대원들을 숙소로 안내해 준 철교대원들은 본래의 일과표에 맞추어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대원들이 자리를 뜬 식당에는 오로지 손가 삼형제와 양진충만이 남았다. 교운영도 식당 한켠에서 주워 든 당과 하나를 핥으며 장원 구경을 나선다고 자리를 뜬 상태였다.

주로 양진충과 손대산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중간에 손중산과 손소산이 끼어드는 형태로 대화가 흘렀다.

“아무튼 그렇게 역사방과 충돌한 이상, 역발산이 판에 뛰어들 확률은 거의 십중팔구가 아닐까 생각하네. 그래서 내가 사파전이라 말한 게야.”

지난 열흘 간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축약하여 손대산에게 설명한 양진충이 남은 찻물을 들이켰다.

손대산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번졌다.

“허! 이것 참. 남궁 놈들과 산도적 놈들도 힘든데 거기에 역발산 그 괴인까지 판에 뛰어들게 생겼으니.”

기가 차다는 얼굴로 혀를 차던 것도 잠시,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자네 말이 맞아. 누가 봐도 이건 사파전이 답일세. 아무리 역발산 그 괴인이 막무가내라 해도 남궁 놈들에 산도적, 그리고 본장 사이에 끼어들어 무작정 판을 뒤엎으려 하지는 않겠지. 골통에 뇌 대신에 근육만 가득 찬 놈들이래도 그 정도 생각은 돌아갈 게야. 그래도 역사방과 제일 자주 부딪쳤던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네.”

양진충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눈앞의 손가 삼형제야말로 이년 전까지 산동 인근의 임무를 수행하며 숱하게 역사방과 부딪쳐 왔던, 어찌 보면 교가장에서 가장 역사방에 통달한 이들이었다.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면 역사방 놈들은 일단 사파전으로 몰아서 해결하도록 하면 될 듯 하고. 그나저나 전매권에 관한 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공개 입찰까지 일을 몰아넣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이년 동안 참 고생이 많았어.”

손대산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나. 전부 대원들이 수고한 덕분이라네. 이제부터는 은경필 그 양반이 전면에 나설 거고 우리는 그 뒤를 받치는 정도만 수행하면 될 것 같아.”

“남궁 놈들은 어떻던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첩보를 하나 입수했는데 아무래도 그가 나설 거야.”

“그?”

“황산중달(黃山仲達).”

순간 양진충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재수 없는 이름을 들었다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손대산이 이야기한 황산중달이란 이름은 강호에 익히 알려진 이름이고 양진충 또한 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황산중달 남궁정한. 정파를 자처하는 남궁세가 내에서 기이하게도 사파에 가까운 평판을 얻은 특이한 자다. 직책은 남궁세가의 총관이지만, 실질적으로 남궁세가 내에서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온갖 협잡과 모략 등 더러운 일을 맡아 수행한다고 알려진 남자기도 했다. 물론 그 소문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는 남궁세가지만.

거기다 심지어 그 무위까지도 절정으로 알려져 소위 강남오대검수의 일인으로 꼽히고 있으니 양진충의 얼굴이 구겨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 그러면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남궁 놈들은 황산중달, 그리고 분명 남궁 놈들이 자랑하는 칼 귀신들도 얼마간 붙이겠지. 거기에 소항을 오가며 분탕질을 하는 유령불과 독두불에, 아마 열심히 여기로 오고 있을 역발산.”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아보던 손대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무게추가 확 기우는데? 천하에 이름난 절정 고수들이 무더기로 튀어나오는데 정작 본장은…….”

“일공자라도 모셔 와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핫.”

손소산이 가볍게 농을 던졌지만, 웃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확실히 지금 이렇게 판을 정리해 보면 북경에서 교운봉이라도 얼른 모셔 와야 함이 맞으니까. 손가 삼형제는 동시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유일하게 양진충만이 그 표정이 가벼웠다.

손대산은 의아한 얼굴로 양진충을 바라보았다.

“응? 자네, 혹시 교 대인께 따로 들은 이야기라도 있는가?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닌데.”

“교 대인께 따로 들은 이야기는 없지만, 아무래도 자네가 하나 빠뜨린 것이 있는 것 같아 말이야.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말일세.”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손가 삼형제의 얼굴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들었다. 양진충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음, 자네들이 좋아하는 걸로 비유를 해볼까? 엽자희면 괜찮겠군. 이보게, 손 대주. 상대방이 구련보등이니 녹일색(綠一色)이니 사강(四杠)이니 아무리 제 잘났다고 들고 있어 봤자 내가 쥔 패가 십삼요면 그게 걱정이 되겠는가, 안 되겠는가?”

손가 삼형제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대체 눈앞의 이 친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 자네 말이 맞긴 맞지. 상대방이 어떤 좋은 패라도 내가 쥔 패가 십삼요면 그게 왕패인데 무슨 걱정이겠나. 그런데 대체 여기서 엽자희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야?”

어안이 벙벙한 삼형제의 얼굴을 바라보며 결국 양진충은 파안대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조규를 두들기던, 그리고 단 두 번의 주먹질로 독두불의 입에서 토악질을 일으키던 교운영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우리가 지금 쥐고 있는 게 십삼요의 패라는 걸세.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없는 건 도무지 그 패의 의욕을 끌어낼 방법을 모르겠다는 거야…….”

양진충은 천천히 식당의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북경과 다른 뜨거운 강남의 아침 햇살이 장원 가득 메우는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번 일의 성패는 우리가 쥐고 있는 그 의욕 없는 십삼요에 달려 있다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교운영이 소주 봉화장에 도착한 이후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첫날은 교운영도 나름 부지런했다.

장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심지어 인근 촌락까지 그 발을 뻗었다. 그 다음날에는 소주의 성시를 구경 갔다가 밀어 치는 인파에 학을 떼고 돌아왔다.

그리고 셋째 날부터 교운영은 그냥 방에 드러누웠다.

그의 방을 방문한 양진충과 손가 삼형제가 볼 수 있는 건 침상에 처박혀 금침을 둘둘 말고 있는 교운영의 잠든 뒷모습뿐이었다.

그들이 교운영의 방을 드나든 것도 하루 남짓이었다. 이후 은경태가 본격적으로 전매권의 입찰 준비에 들어가고 그 뒤를 보조하느라 교운영의 안부를 챙길 시간도 없어졌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다.

교가장에서 뒹굴 거리던 모습 그대로, 완벽한 백수의 풍모를 갖춘 교운영의 하루 일과는 밥, 잠, 일광욕, 셋 중 하나였다.

며칠을 갈아입지 않아 꼬질꼬질한 옷과 거뭇하게 수염 돋은 얼굴, 눈곱이 잔득 끼고 각질이 일어난 얼굴로 정원에서 햇볕을 쬐는 교운영의 모습은 일상이 된 지 오래였다.

정원에서 일광욕을 할 때 종종 은경태와 마주치곤 했다.

처음 얼마간은 그래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더니 곧 눈에 띄게 떫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나중에 가서는 이건 고용주의 아들을 보는 고용인의 얼굴이 아니라 그야말로 천하에 쓸모없는 날백수를 보는 얼굴로 교운영을 대했다.

하지만 교운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은경태가 어떤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던 간에 그가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난 철두철미함 사이 감춘 그의 본성이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스스로 나서 알아볼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았다.

북경이나 소주나, 결국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침상 위에 처박혀 있는 건 똑같았다.

물론 지금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도는 교운영도 잘 알고 있었다. 소주까지 내려오며 양진충이 끊임없이 설명한 게 이번 염전 전매권과 관련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교운영은 별다른 관심 없이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시간만 보냈다.

아버지가 이런 때에 그를 소주로 내려 보낸 것이 무슨 이유인지. 이곳에 무슨 일이 있는지 설명하는 와중에 슬쩍 내비친 양진충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그 정도쯤은 알아챌 수 있는 눈치는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운영은 쉽게 아버지의 뜻에 따를 수 없었다.

열두 살 그 시절 멈춰 버린 치기일지도 모른다.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열아홉이 되어 불뚝 튀어 나온 반항일지도 모른다.

이게 정말 내가 해야 하는 일일까?

자기 자신도 모르는데 어떻게 답을 낼 수 있을까.

그래서 일단은 선을 그었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선을 그었다.

그래도 만약 교운영 그의 눈앞에서 무언가 확실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충분히 그어 놓은 선을 넘어 나설 용의는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렇게 무엇 하나 확신하지 못하고 시간을 때우던 교운영이 별안간 은경태의 호출을 받은 건 그가 소주에 도착한 후로부터 꼬박 열흘이 더 흐른 저녁이었다.


* * *


양진충과 손대산, 그리고 여전히 방에서 자고 있다가 양진충의 손에 끌려오다시피 한 교운영까지. 그들이 은경태의 집무실에 모인 것은 포정사사가 공포한 염전 전매권의 공개 입찰이 있기 닷새 전이었다.

손대산의 만면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근 이년에 걸친 공작이 드디어 결실을 맺을 때가 되니 설렘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손대산을 가벼운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양진충이 곧 표정을 굳히며 시선을 은경태로 돌렸다.

“헌데 어쩐 일로 이렇게 불러 모으셨는지?”

짐짓 심각한 양진충의 얼굴에 은경태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너무 그리 긴장하실 필요는 없네. 앞으로 오일 후면 포정사사에서 공포한 전매권의 공개 입찰이 있을 예정인데, 이쯤해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잠시 바쁜 시간을 쪼개 오시라 한 것일세.”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양진충과 손대산이 고개를 갸웃대는 사이 탁자 위로 몇몇 물건을 올려놓는 은경태다.

비단을 엮어 만든 봉서 하나와 두어 권의 책자가 탁자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은경태의 손이 비단 봉서 위로 올라갔다.

“이것은 보시다시피 전매권의 입찰액을 쓴 입찰 봉서네. 손 대주가 고생하며 얻은 정보와 나의 지난 경험을 녹여 써넣었지.”

“승산은 있습니까?”

양진충의 물음에 은경태는 미묘한 기색으로 답했다.

“어찌되었든 합리적인 금액이라 자신하고 있다네.”

양진충과 손대산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은경태는 대체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일까. 합리적인 금액이라 하면 분명 말은 된다. 그러나 지금 이런 애매한 답을 듣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은 대인, 우리는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허허헛, 아직은 아니야. 분명 당신들에게는 보다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대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네. 어찌 되었든 이번 일에 대한 최고결정권은 내게 있으니.”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가실 줄을 모르는 얼굴로 태연자약하게 말을 늘어놓는 은경태를 보며 양진충과 손대산은 마음속으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름을 느꼈다. 대체 은경태의 진의가 무엇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런 양진충들을 일별조차 하지 않고 은경태의 손이 비단 봉서에 이어 두어 권의 책자로 옮겨갔다.

“한 번 보겠나?”

은경태가 책자를 한 권 집어 손대산에게 넘겼다. 건네받은 책자를 가볍게 훑은 손대산의 얼굴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이 책자는…….”

은경태의 고개가 가만히 끄덕였다.

“맞네. 이건 지난 시간 동안 손 대주의 노고가 담긴 책자지.”

“이 책자가 대체 어디서 난 겁니까, 은 대인. 필사조차 남기지 않은 것이거늘.”

싸늘하게 굳은 손대산이 으르렁댔다. 상승의 고수가 뿜어내는 기세가 순식간에 은경태의 피부를 따끔하게 찔러 댔지만, 은경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근 수십 년을 상계의 거물로 살아온 대상인의 풍모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이보시게, 손 대주. 내가 비록 가진 것 모두를 잃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얻은 경험만은 멀쩡히 남아 있다네. 상인으로 살아오며 키워온 감만은 살아 있단 말이야!”

꽝! 은경태의 손이 탁자를 부술 듯 내리쳤다.

어느새 미소는 사라지고 이글대는 눈빛만 남아 있다.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토사구팽 당할 줄 아는가! 허! 그렇다면 정말 나 은경태란 남자를 잘못 본 게야!”

힘줄 가득한 손으로 책자를 움켜쥐며 은경태는 연신 대갈일성을 토해냈다.

“이건 교가장에 보내는 내 경고야! 이 따위 정보, 내게 있어 알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어! 내가 지난 수십 년간 강남에 쌓아온 토대가! 내 이름이! 자네들 따위가 그렇게 쉽게 이용해 먹고 버리기 위해 아등바등 쌓아온 줄 아는가! 이곳 강남에서 내 이목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거친 호흡과 함께 은경태가 토해 내는 외침에 양진충도, 손대산도 아무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은경태는 외치고 있었다. 맹수는 상처 입고 낙오되어도 맹수다, 너희들이 길들여 사냥개로 이용할 수는 있어도 절대 끓는 물에 삶길 수는 없다. 여지껏 보이던 작위적인 모습을 벗어 던진 은경태 본연의 모습은 그야말로 양진충과 손대산을 압도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은경태는 천천히 흐트러진 의관을 다듬으며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곧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들이 바로 이것일세. 자네들도 이해하겠지? 눈앞에 끓는 물이 뻔히 보이는데 어찌 그대로 당할 수만 있겠는가. 허허허.”

집무실 가득, 오로지 은경태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소외되어 한 구석에 밀려나 있던 교운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은경태가 본연의 모습을 보인 순간, 교운영은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늘 그가 한 겹 덧씌우고 있던 작위적인 가면이 순간 사라지는 것을. 그래서 이글대며 타오르는 눈빛 속에 스쳐 지나간, 최초 은경태와의 만남에서 그가 느꼈던 그 무언가를 교운영은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이다.

그의 짧은 인생 어디선가 방금 그것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본 기억이 있는 교운영이다.

비록 지금 은경태의 것에 비교하면 조악하기 그지없지만, 틀림없이 그것은…….

아주 오래 전, 그가 물고 있는 당과 따위를 탐내던 욕심쟁이 골목대장의 눈빛과 똑같은 것이었다. 본성 깊숙이 올라오는 원초적인 탐욕을 숨기지 못했던 바로 그 눈빛과.

그래서 교운영은 바로 지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 * *


은경태의 집무실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던 와중, 교운영은 지나가듯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런데 진충 아저씨, 원래 상가의 일이란 게 이런 거야? 싫다, 정말.”

양진충은 쓰게 웃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그러십니까, 삼공자. 상가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이런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님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얼른 익숙해 지셔야죠.”

교운영이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팩 쏘아붙였다.

“내가 왜 익숙해져야 되는 거지? 진충 아저씨, 난 이런 거 평생 가도 익숙해질 일은 없을 거야 아마.”

“삼공자…….”

“아무리 봐도 이런 일은 안빈낙도, 무위도식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거든. 하하.”

함께 성큼 발걸음을 내딛는 교운영의 등을 양진충과 손대산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서 그들은 절대 알아챌 수가 없었다.

앞서 걸어 나가는 교운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오늘은 금요일이지요... 어제 술 먹고 늦잠 자서 이제야 올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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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五. +14 14.02.26 38,094 1,005 12쪽
11 五. +17 14.02.25 39,563 1,018 12쪽
10 四. +7 14.02.25 39,799 1,078 12쪽
9 四. +11 14.02.24 41,664 1,134 13쪽
8 三. +10 14.02.23 40,879 1,117 11쪽
7 三. +8 14.02.23 41,392 1,096 14쪽
6 三. +11 14.02.23 43,165 1,126 10쪽
5 二. +13 14.02.22 45,373 1,153 16쪽
4 二. +11 14.02.22 47,100 1,288 10쪽
3 一. +19 14.02.22 52,181 1,270 15쪽
2 一. +18 14.02.22 59,603 1,374 13쪽
1 序. +24 14.02.22 64,476 1,56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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