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유럽, 그리고 러시아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118. 유럽, 그리고 러시아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25Km 지점, `노보-오가료보`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별장 관저.
오후 6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푸틴이 집무실에서 연방안보회의 서기인 `니콜라이 파트루세프`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밤 늦게까지 일하기를 좋아하는 푸틴은 낮 12시에 점심 겸 아침을 먹고 식후 수영이 끝나면 러시아 뉴스 전용 TV가 켜진 체육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유도와 아이스하키를 잘하고 사냥도 즐겨 `마초남`으로 통하는 그는 실내자전거 보다는 역기를 훨씬 더 좋아한다.
운동 후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목욕재개를 하고 몸에 꼭 맞게 맞춘 어두운 색 정장을 입고 나서 집무를 시작한다. 타이는 대개 음울한 색으로 고른다.
“미국이 어제 미국 미사일방어청(MDA)과 일본 자위대가 공동 개발한 `SM-3 블록2A`의 요격 시험장면을 공개했습니다.”
“그래요? 제대로 개발이 된 모양이지?”
“예, 하와이 섬에서 발사한 표적(중거리 미사일)을 6800톤급 구축함에서 발사한 `SM-3 블록2A`로 공중에서 정확히 맞혔답니다.
“그거는 기존의 `SM-3 블록1A`에 비해서 성능이 어느 정도 개선된 건가?”
“예, 블록1A는 적 탄도미사일을 고도 500Km에서 요격할 수 있고, 요격범위는 700Km 정도 됩니다. 블록2A는 요격고도 1000Km에 요격범위는 2500Km라고 합니다.”
“어쭈, 성능이 두 세배는 개선이 된 셈이구먼.”
“예, 그 정도면 노스-코리아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태평양 상공에서 격추할 수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파트루세프`가 상세한 내용을 숙지하고 푸틴에게 제대로 보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 연방안보회의는 러시아 헌법상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 관련 최고 협의체로, `파트루세프` 서기는 연방안보회의 사무국의 최고 책임자이다.
`파트루세프`는 푸틴처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12년에 이어 2015년 9월에도 한국을 방문하여,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관계자를 만나 한-러 관계와 양국 주요현안, 북핵 문제, 동북아 안보상황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법 행정명령은 반대가 거세다던데 어떻게 될 것 같소?”
“예, CNN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부활 여부를 결정할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의 심리가 속전속결로 진행돼 1주일 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항소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번 사건은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거기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연방에서 탈퇴하자는 `캘렉시트` 움직임도 있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시위대도 수 천명에 이르고, 주 정부 차원에서 노골적인 반 트럼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혈질인 트럼프가 가만히 안 있었을 텐데?”
“예, 트럼프가 연방정부에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지원했는데, 캘리포니아는 여러 면에서 통제불능이라면서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다고 캘리포니아가 수그러들까? 거기에 실리콘밸리도 있고 구글, 애플등 잘나가는 유수한 ICT 기업체가 많이 있지 않소?”
푸틴이 빙긋이 미소를 띠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3900만명으로 미국 주 중에서 가장 많고, 주의 세수가 연방에서 받는 지원금보다 많다.
캘리포니아주의 총생산(GDP)은 세계 6위 규모로 프랑스나 인도보다도 많다. 그런 캘리포니아가 진짜로 `캘렉시트`라도 하게 되면, 트럼프 정부는 산업활성화 한다고 발행할 국채에 시달리다가 제명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물러날지도 모른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으로 몰려든 고숙련 이주 노동자 수는 전 세계 각국으로 간 고숙련 이주 노동자 수의 합보다 많았다. 이들의 대부분은 과학자이거나 혁신적인 산업 종사자로 그 동안 미국 경제와 지식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런 줄도 모르고 단순히 멕시코에서 건너온 단순노동 이민자 취급을 하고 있으니 미국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그러게요. 영화 터미네이터 주인공인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슈워제네거`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뉴욕에 가서 얼굴을 박살낼걸 그랬다고 했답니다. 하하.”
“그래요? 트럼프가 아주 곤욕을 치르는구먼. 허허.”
얘기하던 두 사람도 희극배우 같은 트럼프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보다도, 이번 반이민법 때문에 백악관 안에서 벌써 참모들간에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답니다.”
`파트루세프`가 웃음을 거두고 진중한 어조로 보고했다.
“벌써요? 누구 얘긴가?”
“예, 이번 반이민법을 수석전략가 `배넌`이 주도해서 심지어 국토안보부의 의견도 묵살하고 통과시켰답니다. `스티브 배넌`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연직으로 임명되다 보니까 월권을 했던 모양입니다.”
“배넌 그 사람은 언론인 출신 아니요? 우리 `파트루세프` 서기의 반에도 못 미치는 녀석이 무슨 NSC 당연직이야? 트럼프도 인사에는 영 맹탕이구먼! 그럼 혹시 `배넌`이 트럼프 사위, `쿠슈너`하고 알력이 있는 거요?”
안보분야 경험이 적은 `배넌`을 NSC회의 당연직으로 참석하도록 규정한 행정명령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해 화를 내면서 `배넌`을 꾸짖었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 참 개판이다.
“쿠슈너가 아니고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하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앞으로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에 앞서 관련부서가 정보를 제대로 공유할 수 있도록 `10점 체크리스트`를 만들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 체크리스트에는 행정명령 발표 전에 반드시 백악관 공보국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는데, 사실상 `프리버스`가 `배넌`의 폭주를 제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래요? 그 `배넌`이라는 친구 오래 못 가겠구먼. `쿠슈너`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쿠슈너`는 한동안 저희와 트럼프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하는데요. 하하.”
두 사람이 `쿠슈너`에 대해서 어떤 교감을 함께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 `파트루세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는 푸틴이 아끼는 측근 중의 한 사람이다.
작년에는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해, 중국의 인터넷 감시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요소를 러시아의 인터넷 통제시스템 `레드 웹(Red Web)에 포함하는 작업의 사전 정지작업을 해서, 6월의 푸틴 중국방문 시 사이버 공간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게 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미국이 그저께 NATO 국가들에 대한 방위비 추가부담을 강조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파트루세프`가 조심스럽게 푸틴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푸틴이 CCTV를 통해 대기실을 슬쩍 훔쳐봤다. 옻칠한 나무로 장식된 대기실에서 다리를 꼬고 농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그 중 한 사람은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이다.
아마도 불려와서 대기실에서 한 시간 넘게 호출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푸틴이 대기실의 각료들을 곧바로 불러들이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다. 장관의 경우 서너 시간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푸틴의 사람 다루는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같으면 언론에서 떠들고 난리를 쳐서 탄핵소추에 넘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음, NATO 문제는 조금 있다 국방장관이 들어오면 함께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프랑스 대통령선거 문제부터 먼저 짚어볼까요?”
프랑스는 오는 4~5월에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구 소련과 미국이 대치하던 냉전시대에 소련의 무력적인 유럽침공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주도로 창설된 북대서양방위조약 NATO의 회원국 중에 영국, 독일과 함께 중추세력을 이루고 있는 나라이다.
마침 NATO의 주동 국가인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가 되어서 지금은 푸틴과 호흡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보면 미국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러시아의 적국일 뿐이다. 그러니 프랑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문제는 NATO 회원국가의 국방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어제 프랑스 유력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가 인터넷판에서 대선주자 `마크롱`후보가 우리 러시아 선전매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엠마뉘엘 마크롱`은 금년에 39살로 집권당인 공화당의 `올랑드`정부에서 경제상을 지낸 사람이다. 지금은 공화당을 박차고 나와서 이민자 수용과 유럽통합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판이요? 우리가 `마크롱`을 뭘 어떻게 공격했다고 나와있소?”
정보에 집착하는 푸틴이 요구한 가장 두꺼운 폴더는 정보 보고서가 아니라 신문스크랩이다.
그런 푸틴이 인터넷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화면 속에 또 화면이 나오고 메시지가 계속 뜨는 막대 알림판을 혼란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란다.
“예, 지난 4일에 `스푸트니크`지가 `마크롱`이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요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내용이 우리 러시아가 `마크롱`을 낙마시키기 위해 지어낸 가짜 뉴스라고 했습니다.”
`스푸트니크`는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는 영자매체이다. `스푸트니크`는 그 기사에서 `마크롱`은 경력을 통틀어 오직 미국 은행시스템의 대리인처럼 활동한 것 밖에 없다고 했다.
프랑스 공화당 `뒤이크`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크롱`은 자유시장 주의를 지지하고 있고 경제장관직에 있으면서 프랑스 대기업들을 미국에 파는 걸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 TV 앵커는 `마크롱`이 25살 연상의 아내를 둔 점을 거론하며 배후에 부유한 `게이 로비`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허, 그 주간지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했구먼. 이왕 들킨 거, `마크롱`을 제대로 도중하차 시키고 우리가 바라는 국민전선 FN의 대표 `르펜`이 당선되도록 작전을 철저히 진행하도록 하시오!”
푸틴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강한 톤으로 지시했다.
“예, 각하! `르펜`을 지지하는 긍정적인 포스트 수백만 건을 온라인상에 퍼뜨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어느 세월에 확인하고 따져보겠습니까? 하하.”
`파트루세프`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푸틴을 안심시켰다.
현재 프랑스 전체인구의 35%인 2400만명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대선처럼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의 유통채널로 활용되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러시아가 프랑스 대통령까지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당선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단 말인가?
도대체 `르펜`은 누구이길래 러시아가 지원하며, 현재 프랑스 집권당인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는 아무도 없다는 말인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공화당 `피용`후보는 어떻게 될 것 같소?”
“예, `피용` 전 총리는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인을 보좌관으로 채용해서 50만유로나 되는 세비를 챙겨먹었는데 누가 지지하겠습니까?”
`파트루세프`가 잔뜩 조소 띤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그렇겠지? 비리 천국인 공화당에서는 대타로 나설 주자도 없겠지요?”
“그럼요!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선거자금 초과 분 회계를 조작해서 법정에 서게 됐고, 측근인 `구앙트` 전 내무장관은 공공 자금으로 비밀 펀드를 운용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공화당에서는 누가 나와도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지는 못할 겁니다.”
“공화당에서 부패와 금융스캔들로 FN의 `르펜`에게 대통령 당선 선물을 미리 주고 있구먼. 허허.”
푸틴이 자기들이 밀고 있는 `르펜`의 당선이 확실할 것 같은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유로존 탈퇴를 내건 `르펜`이 당선되면 프랑스도 영국처럼 언제 EU에서 떨어져 나갈지 모릅니다. 그리 되면 각하께서 구상하시는 유럽 분산 작전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파트루세프`도 프랑스마저 자기들 손아귀에서 놀아 날 미래가 훤히 보이는지 즐거운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렇다. 러시아는 향후 미국과의 일전에 대비해서 유럽국가들의 결합을 서서히 분해시키고 있는 중이다.
어찌 보면 전쟁무기 개발과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는 것보다 적국인 미국의 우방국가들을 서서히 괴멸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전략일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건 독일인데, `메르켈` 총리는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해야 할거요! 같은 여자라도 `르펜`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니까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거요.”
독일도 금년 9월에 총리선거가 있다. 2005년 11월에 총리에 취임하여 현재 12년째 집권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의 4연임 도전이 가능할지도 지대한 관심사이다.
만약에 `르펜`이 프랑스 대통령이 되면 작년에 영국 총리에 취임한 `테레사 메이`와 더불어 왕과 총리, 혹은 대통령과 총리로 이원집정제를 따르는 유럽의 3대 주요국가는 여성 수장들이 이끌어 가게 된다.
`메르켈`만 EU를 지키려고 바둥거리고 있는데, 과연 러시아 푸틴이 어떤 음흉한 작전계획을 세울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마크롱`은 2007년 29살 나이에 당시 자기에게 문학을 가르치던
25살 연상인 54살의 `트로뉴`와 결혼했답니다.
결혼식에서 `마크롱`은 `트로뉴`의 자녀들(몇살?)에게
“받아줘서 고맙다. 우리는 평범한 부부는 아니지만 실존하는 부부다.”
라고 강조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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