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앙코르와트 박물관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5. 앙코르와트 박물관
“어머나~ 세상에! 그림 길이가 120m나 된다고요? 정말 대단하군요. 1m에 한 명씩만 그려 넣어도 120명은 되겠네요. 2명씩 그렸을까요? 그러면 240명이 등장하겠네요. 호호.”
세희가 엄청난 그림 크기에 놀라서 그림 속 등장인물 숫자를 제대로 추정도 못한다.
“그림 높이가 13m라는데 두 사람씩만 그렸겠어요? 줄지어 행진하는 그림은 아닐 것 같고, 모르기는 해도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그림이 아닐까요? 뭔가 궁전 같은 거 짓는 사람들을 개미처럼 작게 그려서 수천 명쯤 그려 넣지 않았겠어요? 맞지? 수천 명쯤 되지?”
그 얘기는 처음 듣는 문도가 고개를 흔들며 제 딴에 꽤 많은 그림 속 등장인물을 제시한다.
“화가 63명이 4년동안이나 그렸다는데, 수천 명가지고 되겠나? 모두 1만2천명이나 그려져 있대. 많지? 하하.”
“어머나!~ 등장인물이 1만2천명이나 돼요? 정말 엄청난 그림이네요. 한 사람당 1초씩만 쳐다봐도, 다 구경하려면… 반나절은 걸리겠네요. 호호.”
“야!~ 진짜 북한 놈들 못 말리겠네. 그런 대작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김정은이 놈 똥배, 스케일 하나는 인정해줘야 되겠다. 크크.”
문도도 어이가 없어 입을 떡 벌린다.
“캄보디아 정부하고 계약을 맺어서 앞으로 10년간, 그 박물관 입장료 수입을 모두 북한이 가져가기로 했대. 북한 중앙당 9국에서 관리하는데, 연간 수천억은 벌어들일 모양이야. 그 돈은 모두 수소폭탄 개발하는데 사용할거라네.”
정훈이 두 사람이 모르는 극비사항을 혼자 알기라도 하는 듯 의기양양해서 읊어댄다. 모두 다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다.
“야, 작년 말에 개관했다며. 그런데 언제 입장료 받아서 지난번에 수소폭탄 실험했다는 거야? 순 엉터리잖아! 너 우리한테 뻥 친 거지?”
문도가 얘기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 정훈을 타박한다.
“그렇지, 그새 언제 수천억 원을 모았겠냐? 김정은이가 지 아버지 김정일이한테 물려받은 통치자금이 4조원이 넘는대. 그걸 우선 써서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거지. 그 동안 벌써 3조원 가까이 날려먹고 얼마 안 남은 것 같단다. 하하.”
“4조원 물려받아서 벌써 다 써버리면, 나머지는 무슨 돈으로 채우냐? 연간 통치자금이 4조원이라면서.”
문도가 아무래도 정훈이가 세희 앞이라 잘 보이려고 헛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 꼬집고 들어간다.
“북한은 원래 광물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여. 석탄이 주력이고, 마그네사이트, 텅스텐, 금 같은 희귀 광물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거든. 광물로만 연간 2조 3천억쯤 벌어들인대. 만수대창작사는 그림 말고도 거대한 동상을 수출하거든. 아프리카 세네갈에는 높이 50m나 되는 동상도 만들어 줬어. 미국 자유의 여신상 높이가 46m야. 그 만수대창작사가 벌어들이는 연간수익이 2억달러, 2천4백억원이나 된대. 마약도 밀수출하고 무기도 이란에 파니까, 그럭저럭 연간 4조원은 번다는 얘기지. 겉보기 보다는 대단한 김정은이야!”
정훈이가 북한 김정은의 개인 통치자금 4조원 마련 루트를 조리 있게 설명해준다. 문도는 그렇다 치고, 세희는 북한 사정까지 해박한 정훈이가 점점 더 마음속에 쏙 든다.
“북한은 GDP가 얼마나 되길래 김정은이 혼자서 4조원이나 주무른다는 거냐?”
정훈의 얘기에 세희가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문도는 은근히 샘이 나서 짓궂은 질문을 한다.
“음… 내 기억으로는 북한 GDP가 작년에 34조원일 거야. 제법 많은 것 같지? 그런데 얼마나 적으냐 하면, 우리나라 재벌 1위부터 5위까지 합하면 재산이 40조가 넘어. S사 L씨가 1위로 14조원이고. 북한의 1년간 총 생산량이 우리나라 부자 다섯 명 재산 밖에 안 되는 거지. 하하.”
“어머, 그래요? 돈 단위가 조 단위가 되니까 그냥 어리둥절하네요. 감도 안 잡히고. 호호.”
세희가 마치 자기가 갑부라도 된 듯이 기분이 좋아서 웃는다.
“그러면 우리나라 GDP는 얼마나 되는데?”
샘 통이 발동한 문도가 체통에 안 어울리게 자꾸 질문으로 정훈을 몰아 부친다. 이건 모르겠지 하고.
“음… 우리나라는 이미 재작년에 GDP 1천 500조를 넘어섰어. 북한하고는 게임이 안 되지. 우리는 GDP로는 세계 15위권이야. 작년에는 12위쯤 되지 않았을지 모르겠네. 국민 1인당 GDP도 우리는 3만불에 근접해서 30위 권인데 북한은 아직 1천불도 안되잖아. 불쌍한 백성들이지. 음.흠.”
“국민 총생산 GDP나 국민 1인당 GDP나 모두 우리가 북한의 40배도 넘는데, 그럼 잽도 안 되는 김정은이는 뭘 믿고 저렇게 까분다는 거냐?”
문도가 어이가 없어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게요. 아무리 봐도 북한이 34조원 벌어서는 1천500조나 버는 우리한테 덤비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뭘 믿고 그럴까요? 호호.”
세희도 이해가 안 돼서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까 미친놈 아닙니까? 금년 2016년도 우리나라 정부예산이 386조원이에요. 그 중에 국방비가 39조원입니다. 북한 작년 GDP 34조원보다 많아요. 돈만 가지고 비교하면 턱도 없지요. 그나마 북한에서 탱크니 비행기니 군함이니 숫자로 늘어놓으면 우리랑 비슷하지만, 성능에서는 도저히 비교가 안되거든요.”
정훈이 북한은 도발하지 못하니까 안심하라는 표정으로 세희에게 설명해준다.
“그런 줄 알면서 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니 어쩌니 하면서 개성공단도 폐쇄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진짜 미쳤나 봐요. 호호.”
“그러니 결국 적은 돈 들여서 한방 날려볼 만 한 게 핵폭탄, 수소폭탄밖에 없다고 판단했겠죠. 실어 나를 미사일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으니까, 핵폭탄을 소형화해서 미사일에 장착만 하면 자기네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하하.”
정훈이 통쾌하게 웃으며 맥주잔을 맛있게 비워 마신다. 좋아하는 세희 앞에서 폼을 좀 잡고나니 컬컬한 목젖을 타고 내리는 맥주가 더 맛있다.
그때 매니저 영란이 햄-치즈와 계란말이 안주를 들고 왔다.
“우리 박사 오빠야는 왜 빼고 두 분만 오셨대요? 박사 오빠야는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 하시니까 바빠서 못 오는 거죠?”
테이블에 안주와 추가로 가져온 맥주를 내려놓으며 영란이 부루퉁한 입술로 삐죽거린다.
“아하, 그럼! 근상이 그 친구는 골통 값 해야 되니까, 오늘도 연구소에서 밤샘해야 돼요. 크크.”
문도가 슬쩍 옆자리로 비켜 앉으며 농담으로 놀려준다.
“영란이 너는 최 박사님만 손님이냐? 두 분께도 한잔씩 올려드려야지.”
세희가 괜한 핀잔 아닌 핀잔을 주며 실눈을 뜨고 웃는다. 영란과는 한집에서 6년간을 동고동락해온 사이다. 영란도 전문대를 `바-붐`에서 알바하며 다녔고, 다행이 매니저였던 세희를 만나 함께 돈을 모아 이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
“도사 오빠야부터 먼저 받으시어요. 호홍.”
문도 옆에 앉은 영란이 볼록한 앞가슴을 여미며 카프리 병을 들고 정훈이 잔 비우기를 기다린다. 이제 27살인 영란은 통통한 몸매에 유난히 가슴이 크고 얼굴은 앳되고 귀엽게 생겼다.
“어허, 나부터 먼저 따라요. 영란씨! 내가 저 친구보다 키도 크고 술 배도 더 커요. 흐흐.”
문도가 잽싸게 자기 빈 컵을 영란이 들고 있는 맥주병 주둥이에 갖다 댄다. 소매 긴 블라우스이긴 하지만 앞이 깊게 패인 옷깃 사이로 얇은 브래지어에 덮인 영란의 부푼 젖가슴이 수줍게 드러난다. 문도가 눈길 둘 곳을 못 찾아 헤맨다.
“싫은데요! 우리 도사 오빠야가 고 사장님보다 저를 먼저 만났으니까, 맥주도 먼저 따라드릴 거에요. 그렇죠? 도사 오빠야!”
영란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병을 곧추세워버린다.
“괜찮아요, 영란씨. 고 사장한테 잘 보여야 최 박사가 편안해요. 안 그러면 저 친구 돌아가서 최 박사 괴롭히고 난리 날 거요. 하하.”
정훈이 영란이 귀여워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순진한 심성의 근상이가 좋아할 만 하다 싶다.
“그래요? 어머, 고 사장님 우리 박사 오빠야 잘 부탁 드립니다. 한잔 받으시어요!~ 호홍.”
영란이 애교를 부리며 문도의 컵에 맥주를 조심스럽게 따라준다. 문도가 자세를 바로잡고 양손으로 잔을 받고, 세희는 그러는 영란이 기특하고 맘에 들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잠시 후 네 사람은 맥주잔을 치켜들고 추억에 남을 젊은 날의 한 커트를 `브라보`로 채운다.
“영란씨, 나한테 잘 보여야 최 박사가 편한 줄은 알지요?”
문도가 영란이 따라준 맥주를 맛있게 꿀꺽꿀꺽 마시고 거품이 묻은 입술을 혀끝으로 훔치며 옆에 앉은 영란을 힐끔 쳐다보고 묻는다.
“네~ 고 사장님. 뭘 잘 보여드릴까요? 스타킹 뒤집어서 속 보여드릴까요? 호홍.”
영란이 애교서린 코맹맹이 소리로 문도를 놀린다. 버선 속 뒤집는 건 있지만 스타킹 속도 뒤집어 보이나?
“영란씨는 혹시 불쌍한 북한 주민들 도와주는 일에 동참할 생각 없어요?’
“북한 주민이요? 무지 불쌍해요. 먹을게 없어서 굶주리다가 도망쳐 나온대요. 두만강 얼어붙으면 가족끼리 한 밤중에 얼음위로 걸어서 온대요. 그러다가, 얼음 깨지면 물에 빠져 죽을 건데! 괜찮아요? 안 빠져 죽는대요?”
자기가 실컷 얘기해놓고 되레 옆 사람한테 묻는다.
“얼음이 20cm이상 얼면 위에서 구르고 뛰어도 괜찮으니까 염려 말아요. 그보다도, 탈북도 못 하고 북한 땅에 남아서 고생하는 주민들을 좀 도와주는 일에 참여할 생각 없느냐고요!”
“있지요.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어요. 근데, 어떻게 제가 올라가서 도와줘요? 철조망이 가로막혀 오도가도 못~한, 답니~다. 히힝.”
아예 노래를 부른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진지한 얘기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만 밉상도 아니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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